변호사 윤경/수필

[책상과 의자와 책이 있는 나만의 공간]【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3. 2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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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과 의자와 책이 있는 나만의 공간]【윤경변호사】

 

누구나 자신만의 로망이 있고, 그 로망을 꿈꾼다.

남자들의 로망하면 주로 스포츠카, 시계, 오디오와 스피커, 초콜릿 복근 등을 떠올린다.

그런데 설문조사에 의하면, 자신만의 편안한 공간인 ‘서재’가 순위권 안에 들어있다.

 

어릴 때는 나만의 ‘방’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7남매 중 막내라서 내 방이 주어질 형편이 아니었다.

10년 이상 나이차가 나는 형님들과 한 방에서 함께 지냈다.

 

그래서인지 처음 서울로 유학 와서 하숙집 방을 혼자 썼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이 느끼는 아늑한 자유로움이 너무 좋았다.

 

결혼 후에는 항상 나만의 편안한 공간인 ‘서재’를 갖고 싶었다.

크지는 않지만 늘 책상과 의자와 책이 있는 공간을 꿈꾸었다.

 

자신만의 공간은 동굴 속으로 숨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러한 공간이 있어야만 진정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고독’과 만나게 된다.

그 고독은 ‘공백’이 아니라 ‘여백’이다.

‘공백’은 그저 비어있는 것이지만, ‘여백’은 가득 찬 충만함과 여유로움이다.

 

미세먼지를 함유한 뿌연 황사가 극성을 부리고, 다시 찾아온 꽃샘 추위가 창문을 두드려도, 나만의 공간에서는 따뜻함과 평온함을 느낀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씨앗을 가지고 있다.

그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는 것이 인생이며 자신의 모습이다.

그 씨앗이 제대로 움트려면 알맞은 땅을 만나야 하고 그 땅이란 바로 ‘자신과 만나는 영혼의 공간’일 것이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고독을 만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자신만의 공간이 반드시 서재일 필요는 없다.

향긋한 커피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동네 커피샵’이나 향기로운 풀냄새가 코 끝을 스치는 ‘숲 속’이 될 수도 있고, 푹신한 흙을 밟을 수 있는 ‘한적한 산책길’이어도 좋다.

 

고독이 엄습할 때 당당한 사람이 진짜 나를 사랑하고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외로움에 감사하고 그 고독감에 친절하게 귀를 기울이면, 내가 진정 그리워하고 바라는 것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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