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또르의 남성성을 어찌할꺼나]【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8. 1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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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의 남성성을 어찌할꺼나]【윤경변호사】

 

예전의 깜비는 여자임에도 까칠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섭게 대들고, 가족 이외에는 정(情)을 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기는 일은 전혀 없었다.

 

또르는 남자다.

그런데도 애교덩어리에 엄청난 겁쟁이다.

여자라면 누구에게나 안긴다.

 

또르는 내가 부르면 달려와 배를 까보이면서 눕는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아직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슬슬 꼬치가 보인다.

심지어 뽕알도 보이기 시작한다.

 

암놈을 키울 때는 전혀 몰랐는데, 수놈을 키우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 성교육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다.

여섯 살짜리를 앉혀 놓고 황새가 아이를 물어다 준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식은 땀을 흘렸다.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면 어쩔 수 없었다.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이야기를 또 꺼낼 수밖에.

아빠의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언젠가 스스로 알아서 명확한 정보를 얻게 될 것이다.

 

딸 아이가 초경을 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아빠로서 ‘성’에 대해서 말해 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혔다.

밤새 끙끙거리며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 다음 날 줄곧 두려워하던 대화를 더듬거리며 시작했다.

“음, 그러니까, 에... 너도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음...”

 

딸 아이는 내가 ‘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는 것을 직감했고, 바로 말을 막았다.

“아빠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아요. 그리고 지금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돼요.”

“아니 그래도 조금은 알아 두어야...”

“학교에서 다 배웠다고요.”

 

아니 잠깐만. 난 이 이야기를 하려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몇 날 밤을 뜬 눈으로 새웠는데, 아이는 이미 알고 있단 말이야! 에구 참...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그 때보다 더 어렵다.

안 보이게 그곳에 테이프를 붙여 놓을까, 아니면 신이 만든 음양의 이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그냥 두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