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식 높은 노구(老軀)를 이끌고 정비공장을 찾다.]【윤경변호사】
정기건강검진 예약을 한 날이다.
크로스체크(cross-check)를 위해 한때 다른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매년 수치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한 병원에서만 건강검진을 받는다.
8-9년 전에 12년된 소나타 승용차의 정비점검을 받으러 갔다가 매연배출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
엔진은 힘이 없어 덜덜 떨리다가 시동이 꺼지기도 했다.
연식 높은 노구(老軀)를 이끌고 정비공장을 찾는 나로서는 그 악몽이 떠올라 항상 불안하다.
큰 이상은 없지만, 작년부터 슬슬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오전 7시 30분에 일찍 예약을 했다.
우리 집안은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다.
처음으로 뇌 MRI 검사를 했다.
복부 CT 촬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30분 동안 차가운 기계 안에서 부동자세로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한단다.
장장 30분이라니! 그게 가능한 일일까?
근데 그 어려운 걸 내가 해냈다.
그래도 내가 절대 못하는 것이 있다.
대장 및 직장 내시경이다.
엄청안 양의 쿨프렙산(500ml 짜리 3병)을 마셔야 하는데, 비위가 약해서 마시지 못한다.
3-4년 전 억지로 겨우 2병만 마시고 갔다가, 관장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사불가능 판정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 뒤로는 대장 및 직장 내시경은 하지 않는다.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오늘은 검사를 받는 내내 경고음 소리가 들린다
“지방간이 있으시네요. 그리고 갑상선에 작은 혹들이 몇 개 보입니다”(무덤덤한 간호사)
“헉, 갑상선 암인가요? 수술을 해야 하나요?”(소심한 나)
“경도의 비만에 복부지방이 많아 운동이 필요합니다.”(무덤덤한 간호사)
“비정상이네요. 지금 당장 지방을 제거해 주세요.”(소심한 나)
“혈압이 130에 90으로 정상입니다.”(무덤덤한 간호사)
“네? 130인데 정상이라니요? 다시 측정 부탁합니다.”(소심한 나)
위 내시경의 마취가 덜 풀렸는지 어지럽고 울렁거린다.
즐거운 주말 아침인데, 다소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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