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라면 잘 끊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사람들에게]【윤경 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6. 10. 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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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잘 끊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사람들에게]【윤경 변호사】

 

연휴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라면이 땡긴다.

 

요즈음은 시대가 변해서인지 남자들이 요리를 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한다.

요리 솜씨를 뽐내며 자랑하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 어소 변호사(Associate attorney)들에게 물어보면 김치볶음, 된장찌개, 파스타 등 두어 가지 요리 정도는 자신있게 한단다.

 

어릴 적부터 7남매 중 막내로 자란 내가 부엌에 들어가면 어머니는 마치 침범해서는 안 될 신성한 곳에 함부로 발을 들여놓았다는 듯이 크게 혼내시곤 했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오면, 성공 못한다.”

 

부엌이란 어머니와 누님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고결한 금남(禁男)의 구역인 까닭에 어머니의 맛깔스런 요리솜씨는 누님들에게만 전수되었다.

 

억울하지만, ‘무형의 자산’을 상속받지 못한 나로서는 “부엌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남자는 성공한다.”는 어머니의 예언이 실현되기를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요리에는 천부적 유전자를 타고났나 보다.

나 역시 몇 가지 요리는 잘 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라면 끓이기’다.

 

진정한 맥주는 물, 보리, 호프만으로 만들어 내듯 맛있는 라면은 파, 계란, 라면만 있으면 된다.

 

라면스프가 워낙 짜기 때문에 물은 700ml를 넣고 스프는 3분의 2정도만 넣어야 맛있다.

아주 센 불을 이용해 펄펄 끓여야만 면발이 깊이 또 삽시간에 익으면서 탱탱함을 유지한다.

 

라면이 2분쯤 끓었을 때 파를 넣으면, 파가 풀어지지 않고 서늘한 청량감을 유지한다.

 

파를 넣은 다음 긴 나무젓가락으로 면발을 한번 휘젓고 빨리 뚜껑은 덮어서 1분쯤 더 끓인다.

 

계란은 불을 끄고 끓기가 잦아들고 난 다음에 넣어야 한다.

계란을 넣은 다음 젓가락으로 저으면 달걀이 반숙된 상태에서 국물 속으로 스민다.

끓을 때 미리 넣으면 계란이 굳어져서 국물과 섞이지 않는다.

 

파가 우러난 국물에 달걀이 스며들면 향긋한 파의 향기와 계란의 부드러움이 천상의 맛을 낸다.

 

쨔-잔.

바로 이 맛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