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걸린 또르의 투병생활 4일째]【윤경 변호사】
지난 화요일 저녁에 귀가하니 또르가 안 보인다.
이상한 강아지 한 마리가 힘 없이 나를 반긴다.
세상에!
귀엽고 예쁜 우리 또르는 어디있지?
미니 비숑의 모습은 전혀 없다.
또르가 힘이 없어 보여 병원에 데려갔더니 피부병이 있단다.
가려운지 자주 긁었는데, 군데군데 피멍이 생겼다.
치료를 위해서는 털을 모두 깍아야만 했단다.
그 보송보송하고 예쁜 털을 말이다.
문제는 매일 병원에 가서 약을 바르고 치료를 하는데, 그 스트레스가 아주 심한 모양이다.
전에는 내 발 밑에서 놀았는데, 지금은 자기 집에 들어가 잠만 잔다.
집 안에 찬바람이 돈다.
움직임도 느려지고, 장난도 치지 않는다.
6주간 치료를 받아야 한단다.
덩달아 가족들도 우울해진다.
이제는 꿈마저 심란하다.
염라대왕 : 또르가 많이 아프구나. 갈 때가 된 모양이다.
나 : 아니 깜비도 15년을 살았는데, 무슨 망발을...
염라대왕 : 강아지의 수명은 하늘에 달렸느니라.
나 : 1년 6개월 된 아이에게 그런 무자비한 말을 하시다니.
염라대왕 : 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해라. 첫 번째는 건강하게 1년을 같이 살다가 영영 헤어지는 것. 두 번째는 한 달에 한 번씩 15년 동안 만나는 것.
나 : 아니 잠깐. 지금 치료를 받고 있잖아요.
염라대왕 : 열을 셀 동안 대답 안 하면 선택권을 박탈하겠다.
나 : 헉,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염라대왕 : 하나, 둘, 셋... 아홉...
나 : 으악! 알았어. 제발. 두 번째! 두 번째!
식은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깨자마자 또르를 와락 껴안았다.
나 : 안 돼!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 에궁!
또르 : (숨이 막혀 눈에 흰 눈동자를 보이며) 켁! 켁!
우울증에 걸린 또르가 빨리 활달하게 뛰어 놀았으면 좋겠다.
6주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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