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체육대회에서 살아남는 법]【윤경 변호사】
토요일 아침 9시부터 법인 가을 체육대회가 열렸다.
장소는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이다.
400명이 넘는 로펌 가족이 모였다.
푸른 잔디밭을 보니 가슴이 뻥 뚫린다.
10월초로 잡던 체육대회를 사정상 늦게 잡은 탓인지 다소 바람이 차고 서늘하다.
모두들 두꺼운 옷차림이다.
그럼에도 이번 체육대회는 예년에 비해 더 재미있고 신난다.
총무과에서 열심히 준비했다.
음식도 맛있고, 경품도 푸짐하다.
평소 점잖은 수트(suit) 차림의 동료나 직원 얼굴만 보다가 간편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더 친근하고 새롭게 다가 온다.
체육대회에서는 역시 운동 잘하는 사람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래서 건강한 체격의 남녀 운동선수들이 인기가 많고 매력적으로 보이나 보다.
운동경기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지만, 체육대회에서의 생존법은 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유니폼부터 갖추어 입는 일이다.
모든 팀은 유니폼으로 완성된다.
유니폼을 입는 일은 팀에 붙어 있기 위해 가장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사람의 몫이다.
내 이름이 새겨진 우리팀 빨간 유니폼부터 챙겨 입었다.
응원가를 부를 줄 모른다면 팀플레이어로 대성하기는 글렀다.
상대방팀의 기를 꺽어 놓을 수 있는 비범한 야유와 욕설로 가사를 지어내는 능력이 있으면 팀 내의 자리 하나는 평생 닦아 놓은 셈이다.
섭외된 치어리더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동작과 구호를 익혔다.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다.
마지막으로 ‘출석 체크 인증샷’이다.
팀원, 동료파트너 등과의 사진을 증제1호로 반드시 남겨 두어야 한다.
'변호사 윤경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벌써 이렇게 늙었다.]【윤경 변호사】 (0) | 2016.11.01 |
---|---|
[삐져나온 흰 콧털이 말해주는 것]【윤경 변호사】 (0) | 2016.10.31 |
[갑자기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윤경 변호사】 (0) | 2016.10.29 |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강하다.]【윤경 변호사】 (0) | 2016.10.25 |
[탐욕과 유혹의 세계는 외면하거나 모른 척 하는 것이 낫다.]【윤경 변호사】 (0) | 2016.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