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내가 벌써 이렇게 늙었다.]【윤경 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6. 11. 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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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벌써 이렇게 늙었다.]【윤경 변호사】

 

아이들이 점점 성장할수록 나와의 정서적 교감이 더 커진다.

아마 서로 철이 들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가족이 더 소중해지고, 의지하게 된다.

 

아이들이 중‧고교나 대학교 다닐 때보다 졸업한 지금 오히려 나와의 관계가 훨씬 더 좋다.

딸들이라서 그런지 아들에 비해 부모와의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남자아이들은 중학생만 되어도 부모와 여행을 가지 않으려 한다는데, 우리 아이들은 부모와 여행을 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식사나 영화보러 같이 가자고 해도 흔쾌히 따라 나선다.

그런 아이들이 고마울 뿐이다.

 

어제 집에 늦게 들어오니 큰아이의 남자친구가 와 있다.

카드와 목도리를 선물로 내민다.

내가 들어올 때까지 계속 기다렸단다.

 

같이 와인 한 잔 하기에 서로 마음 편하고 기분 좋다.

며느리보다는 역시 사위가 나에게 더 잘 맞는 것 같다.

예의 바른데다가 하는 짓이 기특하고 든든하다.

 

딸 키운 보람이 이런 걸까?

 

근데 한편으론 내가 이렇게 늙었다.

 

이보게들, 우리가 나이를 좀 먹긴 했네.

시간이 그러하길 허락했으니까.

모두가 그렇듯이 재미로 말하진 말게.

우리가 ‘언덕 너머’에 가 있다고.

 

인생이란 충만하고 삶의 축복은 위대하지.

우리에게 여전히 시간과 열정은 남아있다네.

옛날처럼 빨리 걷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아직 ‘언덕 너머’에 있진 않다네.

 

머리는 잿빛이 되고 걸음걸이는 비틀거리겠지.

하지만 절대 허송세월하진 않겠네.

행복한 삶의 기억들은 시간과 함께 채워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