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여행(7). 컨벤트 스퀘어(Convent Square Lisbon) - 수도원의 안뜰, 시간의 회랑으로 들어가다】《화이트 와인과 함께 수 세기의 침묵 속에서 맛본, 가장 감미로운 현재.》〔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여행 가방의 바퀴 소리와 트램의 경쾌한 종소리가 뒤엉키는 리스본.
그 분주하고 열정적인 도시의 심장부에서, 나는 곧 시간의 문턱을 넘어설 준비를 한다.
내 목적지는 '컨벤트 스퀘어(Convent Square)'. 13세기 도미니칸 수도원(Convento de S. Domingos)였던 건물을 복원하여 숙소로 만들었다.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마음이 끌렸다. 호텔(Hotel)이 아니라 수도원(Convent)이라니.
입구 왼쪽에는 ‘상 도밍구스 성당 (Igreja de São Domingos)’이 붙어 있다.
호텔의 심장부는 건물 안쪽에 있는 ‘야외 중정(안뜰, Cloister 클로이스터)’이다.
옛 수도사들이 거닐던 회랑을 따라 의자와 화로(Fire pit)가 마련되어 있어, 도심 속 오아시스처럼 평화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컨벤트 스퀘어는 리스본의 중심지인 ‘호시우 광장(Rossio Square)’ 근처, 그리고 역사 지구인 Baixa 지구 안에 위치하고 있어 리스본 시내를 구석구석 돌아보기에 적합하다.
걸어서 몇 분이면 구시가지, 구시청사, 주요 관광지, 대중교통역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호시우 광장(Rossio Square)에서 크리스마스 장터가 열리고 있어 짐을 풀고 나서 돌아볼 예정이다.
리스본의 밤은 깊고, 호시우 광장의 소란스러움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득히 멀어진다.
13세기 수도원의 고요한 숨결이 깃든 이곳, Convent Square 안쪽 깊숙이 자리한 카피툴루(Capítulo)'의 테이블 앞에 앉았다.
고딕 아치가 얹힌 천장 아래, 따뜻한 조명이 테이블 위로 내려앉았다.
마치 시간 여행자가 된 기분으로 받아 든 메뉴판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미식의 이정표 같았다.
첫 번째 접시, 브레이즈드 스캘럽(관자)이다. 그것은 바다의 우아한 인사였다. 뵈르 블랑(Beurre Blanc) 소스의 진하고 고소한 버터 향이 코끝을 스치고, 입안에 넣는 순간 부드러운 관자가 혀끝에서 녹아내렸다. 바질 오일의 싱그러움은 마치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처럼, 무거울 수 있는 버터의 맛을 경쾌하게 감싸 안았다. 리스본의 바다가 내어준 가장 순수한 속살을 맛보는 듯한 황홀경이었다.
이어지는 메인 요리는 버터에 시어링한 소 등심. 두툼한 소고기 위에 무심한 듯 다정하게 올려진 프라이드 에그. 포르투갈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비토크(bitoque)'가 이토록 우아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나이프를 대자 노른자가 톡 터지며 고소한 소스가 되어 고기를 감쌌다. 입안 가득 퍼지는 육향과 버터의 풍미, 그리고 익숙한 감자튀김의 바삭함. 그것은 낯선 여행지에서 긴장했던 몸과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세련되면서도 투박한 정(情)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다독이는듯한 든든한 포옹 같았다.
마지막으로 찾아온 피스타치오 티라미수는 이 완벽한 저녁의 달콤한 마침표였다. 부드러운 마스카포네 치즈와 쌉싸름한 커피 향 사이로, 와작 씹히는 피스타치오 크럼블은 예기치 못한 즐거움이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사라지는 그 달콤함이 아쉬워, 자꾸만 스푼을 놓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수도사들이 기도를 올리던 신성한 공간에서, 나는 가장 세속적이고도 감미로운 행복에 젖어 들었다. 화이트 와인과 함께 접시를 비울 때마다 단순히 배가 차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충만해지는 기분.
어쩌면 '맛있다'는 말은, 그 순간 내가 느낀 모든 감각의 총합일지도 모른다. 촛불의 온기, 오래된 건물의 냄새, 접시가 부딪히는 명징한 소리,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던 음식의 환희까지.
마치 인생이라는 책의 한 페이지 사이에
살며시 끼워둔 작은 북마크처럼.
언제든 다시 꺼내어 펼치면
오늘 밤의 공기와 맛과 감정이
선명하게 되살아날 것만 같은 순간이다.
리스본에서의 이 밤은, 혀끝에 닿았던 그 모든 맛과 함께 영원히 '사우다드(그리움)'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