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포르투갈 여행(9). 상 도밍구스 성당에서 받은 충격.】《불에 탄 성당의 고요함, 고통을 지나온 공간의 신성함.》〔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11. 3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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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j57Munpcyug

 

 

 

 

포르투갈 여행(9). 상 도밍구스 성당에서 받은 충격.】《불에 탄 성당의 고요함, 고통을 지나온 공간의 신성함.》〔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묵고 있는 콘벤트 스퀘어(onvent Square Lisbon)의 바로 옆에 있는 상 도밍구스 성당(Igreja de São Domingos)’로 들어갔다.

과거 수도원이었던 콘벤트 스퀘어는 이 성당의 부속 건물이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풍경에 나는 그만 발을 멈추고 말았다.

화려한 금빛 장식도, 매끄러운 대리석 조각도 없었다.

대신, 맹렬했던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붉고 거친 살결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불에 그을리고, 녹아내리고, 깨지고 찢긴 채 그대로 남겨진 벽과 기둥들이었다.

충격이다.

 

1959년 성당 내부를 완전히 덮친 큰 불이 났고, 이때 화려했던 금박 장식과 성화들이 모두 녹아내렸고, 대리석 기둥은 열기에 갈라졌다.

화재 이후 1994년에 다시 문을 열었을 때, 성당 측은 불에 탄 흔적을 페인트로 덮거나 새것처럼 복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그을린 벽과 갈라진 기둥을 그대로 둔 채 최소한의 보수만 하여 공개했다.

그래서 지금도 내부를 보면 붉고 검은 화재의 흔적이 선명해 마치 거대한 동굴이나, 전쟁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공포나 혐오가 아니었다.

녹아내린 촛농처럼 흘러내린 기둥, 그을음이 문신처럼 박힌 벽면, 그리고 저 높이 붉게 칠해진 천장은 마치 거대한 자궁 속이나, 혹은 핏기가 도는 심장 안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어둡고 그을린 저 상처들이 더없이 성스럽게 느껴진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성인들의 조각상보다, 고통을 견디고 살아남은 저 기둥의 뭉뚝한 형상이 더 진실한 기도를 담고 있는 것 같다.

화려한 치장을 모두 불태우고 나서야 비로소 드러난 '믿음의 맨살'을 마주하는 기분이랄까.

 

무너지고 깨진 틈새마다 알 수 없는 애틋함이 피어오른다.

마치 모진 풍파를 다 겪어낸 노인의 주름진 손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그 투박한 따스함, 그리고 정겨움.

"나도 많이 아팠단다. 그러니 너의 아픔도 내가 안다."라고 묵묵히 위로하는 것만 같다.

 

완벽하지 않아서, 상처투성이여서 이곳은 더욱 거룩하다.

불길조차 태우지 못한 것은 건물의 뼈대가 아니라, 이곳을 지켜내려 했던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었겠지.

붉은 빛이 감도는 이 침묵의 공간에서 나는 두 손을 모은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적이 마치 수백 년 동안 켜켜이 쌓인 먼지처럼 내 어깨 위로 조용히 내려앉았다.

 

이 성당은 상처를 감추지 않는다.

어떤 아픔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 상처를 그대로 품고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용기라는 것을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나의 흠집과 상처도 언젠가는 이 성당의 기둥처럼, 위로가 되는 무늬가 되기를.

그을린 냄새가 향기보다 짙게 배어있는 이곳에서, 나는 가장 인간적이고도 가장 신성한 아름다움을 만났다.

상 도밍구스 성당은 그렇게, 상처의 자리를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법을 묵묵히 보여주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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