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포르투갈 여행(11). 아주다 궁전, 왕실 보물 박물관(Museu do Tesouro Real)에서.】《시간의 금고를 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12. 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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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VwEg8WHpiBY

 

 

 

 

 

 

포르투갈 여행(11). 아주다 궁전, 왕실 보물 박물관(Museu do Tesouro Real)에서.】《시간의 금고를 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리스본의 태양이 테주 강 위로 부서지던 날, 나는 아주다 언덕 위로 향했다. 그곳에는 옛 제국의 영광을 품은 거대한 '금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왕실 보물 박물관(Museu do Tesouro Real).

이름 그대로 포르투갈 왕실이 수 세기 동안 지켜온 가장 내밀하고 화려한 유산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마치 다른 차원의 문을 여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박물관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금고(Vault)였다.

두터운 금속 문이 열리고 어둠 속으로 발을 들이자, 세상의 소음은 차단되고 오직 빛과 보석, 그리고 역사의 숨결만이 존재하는 공간이 펼쳐졌다.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한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은식기들의 향연이었다.

프랑스의 거장들이 빚어냈다는 '제르맹 서비스(Germain Service)'는 단순한 그릇이 아니었다. 그것은 은으로 빚어낸 건축물이자, 조각이었다.

수천 개의 촛불 아래서 와인과 음식이 오갔을 그 화려했던 만찬의 밤들을 상상해 본다.

지금은 차가운 진열장 안에 멈춰 있지만, 은빛 표면에 맺힌 광택만큼은 여전히 그 시절 제국의 위세를 웅변하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둠 속에서 보석들이 별처럼 떠올랐다.

브라질의 광산에서 캐내어 대서양을 건너온 다이아몬드와 황금들. 왕관의 묵직한 무게감은 통치자가 짊어져야 했던 권력의 무게였을 것이고, 티아라의 섬세한 세공은 왕비가 꿈꾸던 아름다움의 절정이었으리라.

흑단 같은 어둠 속에 놓인 검은 보석 목걸이는 고혹적이었고, 황금 지팡이와 훈장들은 꼿꼿한 왕실의 자존심처럼 빛나고 있었다.

 

유리벽 너머의 보물들을 응시하며 문득 '영원'에 대해 생각했다.

이 보석들을 소유했던 왕과 여왕, 제국을 호령하던 권력자들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대지진의 참사도, 혁명의 파도도 휩쓸고 지나갔다.

 

그 많은 보물들 앞에서 오히려 이런 보물을 소유하지 않은 내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생각은 내 마음을 더 자유롭게 했다.

시간이라는 거대한 유리관 속에서 결국 남는 것은

화려함도, 영광도, 금빛 장식도 아닌

그것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숨, 그리고 그 숨이 품고 있던 마음이었다.

 

박물관을 나서며 문득 느낀다.

왕들이 남긴 보물보다 더 귀한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내가 간직하고 있는 조용한 추억들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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