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포르투갈 여행(12). 리스본 에두아르두 7세 공원에서.】《바람이 세게 불던 그 날, 바람이 펼쳐준 국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12. 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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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sfQGvg7Xno4

 

 

 

 

 

 

 

포르투갈 여행(12). 리스본 에두아르두 7세 공원에서.】《바람이 세게 불던 그 날, 바람이 펼쳐준 국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에두아르두 7세 공원 정상에 서면, 리스본이라는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바람이 분다. 대서양에서 불어와 테주(Tejo) 강을 거슬러 올라온 바람이, 이 언덕 위 공원에 서 있는 내 옷자락을 가볍게 흔들고 지나간다.

하얗게 빛나는 건물들, 붉은 지붕들, 멀리 룸 강과 언덕까지, 도시는 마치 오래된 지도처럼 펼쳐져 있었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LISBOA' 글자 조형물 앞에는 저마다의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내 발아래로 펼쳐진 풍경은 마치 누군가 정성스럽게 빚어놓은 거대한 모자이크 같다.

세월의 때가 묻어 더 우아한 파스텔 톤의 벽들, 그리고 그 위를 덮고 있는 주황빛 테라코타 지붕의 물결. 그 붉은 물결은 언덕의 굴곡을 따라 춤을 추듯 이어지다가, 저 멀리 반짝이는 테주 강의 품으로 고요히 안긴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묵직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는 산들바람이 아니었다. 그 바람은 공원 정상에 잠들어 있던 '거인'을 흔어 깨웠다.

"펄럭-"

거대한 굉음과 함께, 깃대에 매달려 있던 육중한 포르투갈 국기가 마침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이 그 안으로 파고드는 순간,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역동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바람은 계속 불었고, 국기는 계속 흔들렸지만, 그 모습은 불안하거나 위태롭지 않았다.

오히려 흔들림 속에서 더 단단하게 서 있는 존재처럼 보였다.

 

생각해보면

여행도, 인생도, 늘 순조롭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우리는 계획대로 가지 못하고, 예기치 못한 바람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순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흔들리면서도 버티는 것 아닐까.

 

마치 거대한 국기처럼, 휘날리면서도 찢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 언덕에서, 강한 바람과 밝은 햇살을 동시에 느끼며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삶의 방향을 정해주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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