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여행(14). 바이후 두 아빌레즈(Bairro do Avillez)에서의 햇살이 머무는 식탁.】《천장을 통과한 빛과 와인의 한 모금.》〔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리스본의 언덕을 오르내리다 마주한 시아두(Chiado) 지구. 그 활기찬 골목 어딘가에 미식가들의 숨겨진 아지트, '바이후 두 아빌레즈(Bairro do Avillez)'가 있었다.
'동네(Bairro)'라는 이름처럼, 문을 열고 들어선 그곳은 바깥세상과는 또 다른 리스본의 작은 마을 같았다.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스타 셰프 ‘José Avillez(주제 아빌레즈)’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안쪽 깊숙이 자리한 '파테오(Páteo)'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높은 천창에서 쏟아지는 투명한 빛이었다.
실내지만 마치 야외 온실 같은 공간. 유리 천장을 통과한 빛이 테이블 위로 포근히 내려앉는다.
천장을 통해 내려앉은 햇살은 하얀 식탁보 위에서 부서지고, 공간은 온통 따스한 미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빛 아래 자리를 잡고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청했다.
차갑게 칠링된 와인잔 표면에 맺힌 물방울이 보석처럼 빛났다.
한 모금 머금자, 포르투갈의 청포도가 가진 싱그러운 산미가 입안을 기분 좋게 깨웠다.
그것은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니라, 이 나른한 오후를 완성하는 향기로운 '음료'였다.
식탁 위로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하나가 리스본의 맛을 품은 예술품 같았다.
붉은 참치 살 위에 연두색 아보카도 크림이 점점이 내려앉은 참치 타르타르는 매콤하면서도 부드럽게 혀를 감쌌다. 부드러운 식감 속에 스파이시한 마리네이드가 낮게 깔리며 입안을 깨웠다.
엔다이브 잎에 소담히 담긴 소고기 타르타르는 아삭한 식감 뒤로 고소한 육향을 터뜨렸다. 샬롯과 피클, 디종 머스타드의 산미가 고기의 풍미를 날카롭게 들어 올렸다. 그 맛의 선은 분명했고, 주저함이 없었다.
포르투갈의 소울 푸드라는 대구 튀김은 바삭한 껍질 속 부드러운 속살로 우리를 위로했고, 브로드빈과 초리조는 따뜻하게, 코리앤더의 향은 조용히 뒤에서 받쳐주었다.
메인으로 나온 새우 밥(Prawns Rice)은 단순해 보이지만 깊은 바다의 맛을 품고 있었다.
자작한 국물 속에 알알이 살아있는 밥알, 그리고 통통한 새우의 감칠맛.
숟가락을 뜰 때마다 리스본의 바다가 입안으로 밀려들어오는 듯했다.
그 순간, 나는 잔에 남은 화이트 와인을 가볍게 흔들었다.
향이 맑고 산뜻했다. 과일의 달콤함보다는 미네랄의 차가운 결이 느껴지는 와인이었다.
마지막으로 딸기 셔벗을 올린 초콜릿 케이크가 나왔을 때, 긴 점심 식사는 절정을 맞았다.
진한 초콜릿의 달콤함과 셔벗의 상큼함이 입안에서 녹아내릴 때의 그 황홀함이란.
시계바늘은 어느덧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바쁘게 돌아갔을 시간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맛있는 음식, 기분 좋은 와인 한 잔, 그리고 천창으로 쏟아지던 오후의 햇살.
단순히 배를 채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리스본의 '낭만'을, 그리고 이 도시가 가진 '여유'를 섭취했다.
어쩌면 여행의 행복은 거대한 감동이 아니라 음식의 한 수저, 와인의 한 모금, 그리고 그 순간의 햇살 속에 숨어 있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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