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포르투갈 여행(18). 카보다로카(Cabo da Roca),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끝이라 불리는 곳에서, 비로소 우리는 항해를 다시 시작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12. 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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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Xh-Y721IaS4

 

 

 

 

 

 

포르투갈 여행(18). 카보다로카(Cabo da Roca),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끝이라 불리는 곳에서, 비로소 우리는 항해를 다시 시작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바람이 먼저 나를 맞았다.

버스가 좁고 구불구불한 신트라의 산길을 벗어나자, 창밖의 풍경은 거친 들판으로 변했고, 이내 코끝에 비릿하고 짭조름한 대서양의 냄새가 스며들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서쪽 끝.

'카보다로카'라는 이름은 그저 지명이라기보다, 하나의 상징처럼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카보다로카(Cabo da Roca)의 절벽 해안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90년대 CF 촬영지로 각광받았을 정도로 낭만적인 매력을 풍기는 곳이다.

 

마침내 버스에서 내리자, 그 명성처럼 세찬 바람이 온몸을 휘감았다.

모자 따위는 붙잡을 새도 없이 날아가 버릴 기세였다.

이곳에서 바람은 그저 스쳐 가는 존재가 아니라, 수천 킬로미터를 달려온 바다의 거친 숨결 그 자체였다.

 

절벽 끝으로 한 걸음씩 내디뎠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망망대해.

지도 위에서만 보던 대서양이었다.

'짙푸르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마치 거대한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검푸른 물결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붉은빛이 감도는 절벽을 끊임없이 때리고 있었다.

바람은 거칠었고, 공기는 짠내와 풀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그 바람을, 그 짠내를, 그 바람 소리를 내 몸에 새기고 싶었다.

 

"Onde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ça."(이곳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16세기 포르투갈의 시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의 시구가 새겨진 돌 십자가 기념비 앞에 섰다.

이 얼마나 장엄하고도 절묘한 표현인가.

수천 년간 수많은 돛단배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났던 그 바다.

그들에게 이 곶은 '세상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의 관문이었을 것이다.

십자가 탑에 새겨진 그 문구를 손으로 쓸어본다.

더 이상 발 디딜 땅이 없다는 절벽의 끝은, 역설적으로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가 시작되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나는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눈을 감았다.

귀를 때리는 것은 오직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뿐.

멀리 아시아의 동쪽 끝에서부터 시작된 나의 발걸음이 이곳, 대서양의 끝자락까지 닿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인생이란, 어쩌면 이런 긴 항해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출발점에서는 두렵고, 중간에서는 흔들리고, 끝에 다다르면 그제야 모든 게 선물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가슴이 뻥 뚫린다.

 

저 멀리, 붉은 지붕의 등대가 묵묵히 서 있다.

수백 년간 이 험한 바다를 지나는 배들에게 희미하지만 분명한 빛을 비춰주었을 저 등대처럼, 우리 인생에도 저런 등대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길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 세상의 끝에 내몰린 듯한 기분이 들 때, 다시 돌아갈 곳이 있음을 알려주는 그런 존재 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표정으로 마치 인생의 끝과 새로운 시작이 맞닿는, 바람 부는 대서양 끝자락을 마주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환호성을 질렀고, 누군가는 연인의 어깨에 기댔으며, 또 누군가는 나처럼 말없이 수평선만 바라보았다.

우리는 모두 다른 이유로 이곳에 왔지만, 아마도 같은 감동을 가슴에 품고 돌아갈 것이다.

 

이곳은 분명 ''이었지만, 그 끝은 절망이나 소멸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시작'의 다른 이름이었다.

땅은 이곳에서 끝났지만, 시선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향해 더 멀리 나아갔다.

끝이라고 믿는 그 자리에서 언제나 새로운 길이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는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 나의 무거운 마음들을 내려놓고, 대신 광활한 대서양이 속삭이는 시작의 용기를 한가득 채워 돌아왔다.

바람은 여전히 거셌지만, 그 바람이 이제는 시원한 격려처럼 느껴졌다.

세상은 끝나지 않았다. 끝이라 불리는 곳에서, 비로소 우리는 항해를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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