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여행(19).】《아제나스 두 마르, 절벽에 매달린 하얀 꿈.》〔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호카 곶에서 해안을 따라 얼마 달리지 않았을까.
거칠고 광활했던 풍경은 이내 좁은 골목과 나지막한 집들로 바뀌었다.
그리고, 마치 숨겨진 그림을 펼쳐 보이듯, 믿을 수 없는 풍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받았던 예쁜 엽서 한 장. 그 네모난 프레임 안에 갇혀 있던 풍경이 마법처럼 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다의 물레방아'라는 뜻의 ‘아제나스 두 마르(Azenhas do Mar)’.
절벽이 바다로 툭 던져지고, 대서양의 파도는 집 바로 아래서 쿵쿵 울리며 밀려왔다.
흰 벽과 붉은 기와 지붕이 바다빛과 맞물려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졌다.
전망대에 서는 순간, 나는 시간을 잊었다.
이것은 현실의 풍경이라기보다는 잘 그린 수채화나, 혹은 누군가의 그리움이 빚어낸 몽환적인 꿈에 가까웠다.
깎아지른 짙은 색의 절벽, 그 위에 위태로우면서도 조화롭게 매달린 하얀 집들, 그리고 그 위를 수놓은 붉은 기와지붕.
마을은 마치 거친 대서양의 포효로부터 도망치듯 절벽에 몸을 숨긴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가장 가까이에서 그 바다를 껴안으려는 듯 아슬아슬하게 팔을 내민 것 같기도 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절벽 밑동에는 갯바위틈에 인공적으로 다듬어진 천연 해수 풀장이 있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와 하얀 포말로 부서지며 그 풀장을 채우는 모습은, 자연의 거대함과 그 속에서 삶의 터전을 일군 인간의 지혜가 나눈 극적인 화해처럼 보였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매일 아침 창을 열면, 창문은 네모난 캔버스가 되어 검푸른 대서양을 담아낼 것이다.
귀에는 파도 소리가 자장가처럼 혹은 아침의 알람처럼 맴돌고, 공기 중에는 늘 짭조름한 소금기가 묻어날 터였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듯했다.
빠르게 돌아가던 세상의 톱니바퀴가 이곳, '바다의 물레방아' 앞에서는 삐걱거리며 멈추어 서는 기분.
나는 오랫동안 그곳에 서서, 부서지는 파도와 그 파도를 닮은 하얀 집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언젠가 이 여행을 추억할 때, 포르투갈의 수많은 풍경 중에서도 이 엽서 같은 마을은 가장 선명한 색채로 기억 속에 남을 것임을 직감했다.
아제나스 두 마르(Azenhas do Mar).
그곳은 절벽 끝에 매달린 하얀 꿈이었고, 나는 잠시 그 꿈속을 거닐다 나온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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