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포르투갈 여행(21).】《오비두스(Óbidos), 시간의 성벽에 올라 중세의 동화를 걷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12. 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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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nVDEaa2EALk

 

 

 

 

 

 

 

포르투갈 여행(21).】《오비두스(Óbidos), 시간의 성벽에 올라 중세의 동화를 걷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중세 동화 같은 마을 오비두스(Óbidos)’1228년 디니스 왕이 그의 왕비 이사벨에게 이 도시를 결혼 선물로 준 이후 여왕의 마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완벽하게 보존된 거대한 성벽이 붉은 기와지붕들이 햇살 아래 반짝이는 마을 전체를 요새처럼 감싸고 있었다.

 

마을의 정문인 '포르타 다 빌라(Porta da Vila)'를 통과하는 순간, 나는 현실 세계와 작별을 고했다.

아치형 문 안쪽은 푸른색 아줄레주(타일)가 성서의 이야기를 그리며 신비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 문을 지나자마자, 나는 시간을 거슬러 중세의 어느 날 속으로 걸어 들어간 시간여행자가 되었다.

 

좁고 구불구불한 자갈길 양옆으로, 눈이 시리도록 하얀 집들이 도열해 있었다.

집집마다 창틀과 문틀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선명한 노란색과 파란색 페인트를 칠해 포인트를 주었고, 하얀 벽을 캔버스 삼아 붉고 분홍빛의 부겐빌레아( Bougainvillea) 넝쿨이 그림처럼 피어 있었다.

 

좁은 골목 사이에서 작은 서점이 눈에 띄었다.

그곳은 옛 교회가 서점으로 변한 ‘Igreja de São Tiago 서점이었다.

높은 천장, 촛불 흔적이 남은 벽, 그리고 오래된 성가집 사이로 놓인 책들.

책이 기도처럼 쌓여 있고, 단어들이 성가처럼 흐르는 공간이었다.

 

이곳의 공기는 달콤했다.

골목을 걷는 내내 코끝을 간지럽히는 이 달콤함의 정체는 곧 밝혀졌다.

마을의 명물 '진지냐(Ginjinha)'.

상점마다 작은 초콜릿 잔에 담긴 짙붉은 체리주를 팔고 있었다.

 

나도 그 행렬에 동참했다.

앙증맞은 초콜릿 잔을 받아 들고, 그 안에 담긴 달콤 쌉싸름한 체리 리큐어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입안에 퍼지는 강렬한 체리 향과 알코올의 따뜻함, 그리고 곧이어 잔을 아삭하게 씹었을 때 느껴지는 달콤한 초콜릿의 조화.

오비두스의 첫인상은 바로 이 강렬한 '달콤함'이었다.

그 맛은 이 마을이 간직한 시간의 농도와 닮아 있었다.

짧은 머무름이었지만,

그 맛이 입 안에 남은 채로 한동안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간은 도망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너무 빨리 지나칠 뿐이다.”

 

진지냐의 기분 좋은 온기를 품고, 나는 이 마을의 하이라이트인 성벽 위로 올랐다.

폭이 좁아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성벽길은 아찔했지만, 그 위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모든 긴장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 오래된 성벽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바람은 지난 세기들의 속삭임을 실어 나르고,

발밑의 돌은 수백 년 전의 발자국을 기억하고 있었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붉은 기와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만든 거대한 모자이크 작품 같았다.

 

성벽 반대편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가 가득한 평원이 노을빛에 물들고 있었다.

수백 년 전, 이 성벽을 지키던 파수꾼도 나와 같은 자리에서 이 풍경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는 견고한 성(Castelo)이 버티고 서 있었다.

지금은 호텔로 쓰인다는 그곳을 바라보며, 나는 이곳이 한때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바쳐진 선물이었음을 다시금 떠올렸다.

오비두스는 마을 전체가 거대한 '사랑의 서약'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멈춘 마을.

아니,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오늘을 살아가는 마을.

오비두스의 성벽길을 걷는 내내, 나는 마치 오래된 동화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지 못하고 그 속에 영원히 머물고 싶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은 모두, 여전히 이 성벽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다.

 

시간은 흘러도, 기억은 그 자리에 머무른다.

오비두스는 그런 기억의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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