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포르투갈 여행(24).】《돌과 바람의 경계에서 맛본 풍경, 몬산투의 '오 크루제이루'.》〔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12. 1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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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dvaxRAw0GEY

 

 

 

 

포르투갈 여행(24).】《돌과 바람의 경계에서 맛본 풍경, 몬산투의 '오 크루제이루'.》〔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몬산투(Monsanto)에 처음 발을 들이던 순간, 나는 바람보다 먼저 바위의 숨결을 느꼈다.

거대한 암석들이 옹기종기 모여 집이 되고, 시간이 굳어져 길이 되고, 사람들의 하루가 바위 틈에서 피어나는그런 곳.

거대한 화강암 바위들이 집을 삼킨 듯, 혹은 집이 바위를 품은 듯한 기묘한 돌의 마을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탐험에 앞서 허기를 달래러 들어간 곳은 절벽 끝에 매달린 듯 서 있는 식당, 아데가 티피카 오 크루제이루(Adega Típica O Cruzeiro).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바위를 그대로 끌어안듯 지어진 전통 레스토랑. 통창 너머로 바위 절벽과 이단 평원(Idanha-a-Velha)이 내려다보이는 곳.

벽면을 가득 채운 통유리창 너머로 거칠고 투박한 거대한 바위가 손에 닿을 듯 다가와 있었고, 그 너머로는 시야를 가리는 것 하나 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평원이 그림처럼 걸려 있었다.

마치 하늘 위에 붕 떠 있는 전망대에 앉은 기분이랄까.

 

자리에 앉아 붉은 와인 한 잔을 먼저 따랐다.

유리잔 속에서 찰랑이는 붉은 빛과 창밖의 푸르른 풍경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곳에서는 와인만 마시는 것이 아니다.

저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수천 년을 버텨온 돌의 침묵을 함께 마시는 기분이다.

창밖의 바위는 이 식당의 벽이자 지붕처럼 느껴졌다.

 

따뜻한 수프가 먼저 나왔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Sopa de Legumes’라고 부르는, 아주 단순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을 덥히는 그 수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머금는 순간, 바위의 색과 꼭 닮은 은은한 흙빛 풍미가 혀끝에 번졌다.

곧이어 나온 메인 요리는 소박하지만 따뜻했다. Carne de Porco Assada. 오븐에 천천히 구운 돼지고기, (arroz), 감자(batatas assadas), 샐러드 곁들임. 이 지역의 매우 정직하고 흔한 메인 요리이다.

화려한 플레이팅은 없었지만, 여행자의 빈속을 꽉 채워주는 정직하고 든든한 맛이었다.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창밖을 내다본다. 입안에는 고소한 풍미가, 눈앞에는 시원한 바람이 머무는 듯했다.

 

절벽 아래로 펼쳐진 세상을 내려다보며 즐기는 식사.

그것은 단순한 끼니라기 보다는 거대한 돌의 미로 속으로 들어가기 전, 잠시 숨을 고르며 이 비현실적인 풍경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의식과도 같았다.

배도 든든히 채웠고, 가슴에는 탁 트인 풍경을 담았으니 이제 일어설 시간이다.

저 바위들이 들려주는 오래된 이야기를 들으러, 돌의 마을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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