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포르투갈 여행(28).】《또르의 카톡 사진, 지구 반대편에서 온 가장 따뜻한 안부.》〔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12. 1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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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J7_Q4fbEshs

 

 

 

 

 

 

 

 

포르투갈 여행(28).】《또르의 카톡 사진, 지구 반대편에서 온 가장 따뜻한 안부.》〔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아침에 일어나 수백 년의 시간을 간직한 수도원 호텔의 정원을 거닐었다.

바람은 차지만, 상쾌하고 시원했다.

고요한 돌길 위로 낯선 새소리가 내려앉을 때, 문득 저 멀리 서울에 두고 온 작은 생명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때마침 울린 카톡 알림음에 반가움이 앞섰다.

큰 사위가 보내온 사진 속에는 익숙한 늦가을의 풍경과 함께 사랑스러운 존재가 담겨 있었다.

낯선 반려견 호텔의 차가운 공기 대신, 가족의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큰 사위, 큰 딸, 그리고 4살배기 활기찬 '로키'와 함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되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건네받은, 가장 확실하고 따뜻한 안부였다.

 

첫 번째 사진 속 또르는 은색 패딩을 입고 벤치 위에 의젓하게 서 있었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은 여전히 내 기억 속의 아기 같았지만, 하얀 털 사이로 언뜻 비치는 세월의 흔적은 숨길 수가 없었다.

어느덧 열한 살. 강아지의 시간으로 치면 이미 노년에 접어든 나이다.

 

이어진 사진에서 또르는 로키와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공원의 쓸쓸한 풍경 속에서, 핑크색 니트를 입고 옆을 바라보는 젊고 건강한 로키와 대조적으로 또르는 어딘가 모르게 고단해 보였다. 방광 결석과 협착된 척추 때문에 늘 마음 한구석에 묵직한 돌멩이를 얹어둔 듯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사진 속 또르의 작은 몸을 보며, 나는 또다시 다가올 몇 년 후 이별의 순간을 미리 가늠해보게 된다.

언젠가 마주해야 할 또르의 부재(不在)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저릿해온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는 그 슬픔을 감당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 또르를 홀로 남겨두는 상상보다는, 차라리 내 손으로 녀석의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하고 따뜻하게 지켜주는 편이 훨씬 낫다는 생각 때문이다.

적어도 너의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내가 너의 든든한 보호자로 곁에 있어 줄 수 있으니까.

 

또르의 마지막 순간을 내 두 손으로, 내 목소리로, 내 품으로 지켜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또르가 하루라도 더, 아니 한 걸음이라도 더 편안하게 내 곁에 머물러 주기를.

새벽 산책길의 바람을 조금 더 맡고 내 품에서 잠든 밤을 조금 더 늘려주기를.

그리고 언젠가 떠나는 그날에는 슬픔보다도, 우리가 함께한 온기와 웃음이 더 오래 마음에 남기를.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가장 먼저 너를 품에 안을 것이다.

익숙한 너의 체온과 냄새를 맡으며,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 더 깊이 사랑해줄 것이다.

또르야. 조금만 기다려. 금방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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