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포르투갈 여행(30). 미슐랭 레스토랑 ‘우 팔쿠 (O Palco)’.】《코임브라의 작은 무대에서 상영된 혀끝의 향연, 접시 위에 피어난 장미》〔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12. 1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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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mMVGCTenRho

 

 

 

 

 

 

포르투갈 여행(30). 미슐랭 레스토랑 우 팔쿠 (O Palco)’.】《코임브라의 작은 무대에서 상영된 혀끝의 향연, 접시 위에 피어난 장미》〔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코임브라의 식탁, 예술이 되다.>

 

코임브라(Coimbra)의 골목 한켠, '우 팔쿠(O Palco)'라는 이름의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섰다.

'O Palco'는 포르투갈어로 '무대(The Stage)'를 뜻한다.

'무대'라는 이름답게 셰프들이 요리하는 오픈 키친을 '무대', 손님을 '관객'으로 설정하여 요리를 하나의 공연(Act & Scene)처럼 선보이는 곳이다.

 

차가운 대리석 테이블 위로 은은한 조명이 떨어지고, 그 너머로 셰프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무성 영화처럼 펼쳐졌다.

나는 객석에 앉아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관객이 되었다.

이곳의 요리는 '식사'라기보다 '공연'에 가까웠다.

메뉴판을 보면, 식사가 마치 연극의 막(Act)과 장(Scene)처럼 구성되어 있다.

 

<1: 대지와 얼음의 서곡 (The Prelude of Earth and Ice)>

 

11장은 입맛을 돋우는 아뮤즈 부쉬로 루핀 커스터드 타르트’(Lupine Custard Tart. 작은 타르트.), ‘파니 푸리’(Pani Puri. 올리브 타프나드와 오렌지를 곁들인 둥근 튀김 과자.), ‘베이랑(Beirão) 에디블 칵테일’(숟가락 위에 올려진 붉은 액체 캡슐로, 포르투갈의 전통 리큐어인 '리코르 베이랑'을 젤리 형태처럼 한입에 터트려 먹는 식전주).

 

거친 질감의 나무가지 위에 위태롭게, 그러나 우아하게 올려진 작은 타르트들은 대지의 생명력을 닮았다.

시선을 돌리자 투명한 얼음 위로 강렬한 붉은빛을 내뿜는 '베이랑 칵테일' 캡슐이 놓여 있었다.

차가운 얼음과 뜨거운 붉은색의 시각적 대비는 입안에서 터질 강렬한 맛의 폭발을 예고하는 듯했다.

섬세한 금빛 커트러리를 들어 이 작은 예술품들을 조심스럽게 탐미하기 시작했다.

 

숟가락 위에 붉은 보석처럼 얹어진 '베이랑 칵테일'은 입안에 넣는 순간 톡 터지며 퍼지는 포르투갈의 달콤한 환영 인사가 미각을 깨웠다.

 

2장은 식전 빵 코스로 빵과 올리브 오일, 그리고 특이하게도 '새끼 돼지 버터(Suckling Pig Butter)'와 코임브라 지역의 전통 염소 스튜인 '찬파나(Chanfana)' 소스가 함께 나왔다.

낯선 땅의 재료들이 빚어내는 익숙하고도 고소한 풍미가 혀를 감쌌다.

 

<2: 푸른 그릇에 담긴 강의 기억 (Memory of the River in Blue Vessel)>

 

이날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단연 2막의 장어 요리(Mondego Ariete Rice with Smoked Eel)였다.

코임브라를 가로지르는 몬데고 강의 쌀과 훈제 장어, 그리고 해초가 어우러진 접시는 깊고 그윽했다.

포르투갈의 전통적인 푸른색 아줄레주(Azulejo) 패턴이 휘몰아치는 깊고 넓은 그릇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명화였다.

 

그 푸른 바다 한가운데, 몬데고 강의 시간을 머금은 훈제 장어와 진득한 쌀 요리가 섬처럼 자리 잡았다.

훈연 향을 머금은 장어의 기름진 고소함이 밥알 사이사이로 스며들 때, 묵직한 레드 와인 한 모금을 곁들였다.

윤기가 흐르는 진한 소스와 거뭇한 장어의 껍질은 야성적인 에너지를 뿜어냈고, 그윽한 훈연 향은 레드 와인의 깊은 탄닌과 완벽한 마리아주를 이루며 미각의 황홀경으로 이끌었다.

입안에서 포르투갈의 강과 대지가 하나로 만나는 듯한 조화로움. 그 순간만큼은 여행자의 고단함이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3: 장미빛 절정, 그리고 달콤한 여운 (Rose-colored Climax and Sweet Lingering)>

 

그리고 대미를 장식한 3. 장미 향이 가득했던 디저트.

직원이 테이블 위로 다가와 은은한 장미 향수를 흩뿌렸다.

오감을 뒤흔드는 공감각적 경험이었다. 직원이 허공에 뿌린 장미 에센스가 코끝을 스치는 순간, 눈앞의 디저트는 현실 세계의 꽃으로 피어났다.

푸른 접시 위, 붉고 정교한 산호초를 닮은 설탕 공예와 수줍게 놓인 장미 꽃잎 한 장.

붉은 레이스 장식 아래 놓인 장미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자, 향기로운 꽃내음이 미각으로 치환되며 가장 우아하고 관능적인 피날레를 장식했다.

코끝에 머물던 꽃내음이 입안으로 번지며 시각과 후각, 미각이 동시에 황홀해졌다.

 

막이 내리고, 포르투갈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화려한 도자기 함 속에서 보석 같은 쁘띠 푸르(작은 다과)를 꺼내 들었다.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Cafés FEB)의 쌉싸름함이 달콤했던 공연의 여운을 차분하게 정리해주었다.

 

작고 아담한 공간, 셰프들의 열정적인 몸짓, 그리고 접시 위에 그려진 한 편의 예술.

그것은 접시 위에 그려진 한 편의 시였고, 혀끝으로 기억될 아름다운 연극이었다.

나는 그 무대의 관객이 되어, 오늘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장면을 마음속에 저장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입가에는 여전히 은은한 장미 향이, 가슴에는 따뜻한 포만감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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