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여행(31). 고풍스러운 지성과 낭만의 대학 도시, 코임브라】《코임브라 대학교와 조아니나 도서관.》〔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청춘의 도시, 코임브라.>
포르투갈의 옛 수도이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를 품은 지성의 도시 코임브라(Coimbra).
몬데구(Mondego) 강이 유유히 흐르고, 언덕 위로는 붉은 지붕과 흰 벽, 그리고 종탑이 서로의 시간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바로 그곳에, 젊음과 늙음이 공존하는 공간, 코임브라 대학(Universidade de Coimbra)이 서 있었다.
언덕 위에 있던 코임브라 궁전을 대학으로 변신시킨 곳.
나는 망설임 없이, 1290년부터 포르투갈의 지성을 이끌어 온 언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언덕을 오르다, 시간의 무게를 밟으며.>
오래된 도시의 언덕을 오르니,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구내를 활보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검은 망토와 정장으로 이루어진 '트라즈 아카데미쿠(Traje Académico)'라는 교복인데, ‘해리포터’의 저자 J.K. 롤링이 포르투갈에 살 때 이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호그와트 교복을 구상했다고 한다.
마치 소설 속 마법 학교로 들어선 듯한 착각. 그들의 검은 옷자락은 단순한 유니폼이 아니라, 수백 년을 이어온 학문에 대한 자부심처럼 펄럭인다.
육중한 '철문의 문(Porta Férrea)' 앞에 섰다.
문 위에는 검은 천 조각들이 훈장처럼, 혹은 깃발처럼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매달린 천 조각들은 졸업생들이 학교를 떠나며 자신의 망토를 찢어 걸어두는 '하스관수(Rasganço)'라는 의식의 흔적이다. 낡은 학창 시절을 뒤로하고 사회로 나아가는 해방과 끝을 상징한다.
청춘의 한 시절을 치열하게 태우고 떠난 이들이 남긴 흔적들. 찢겨진 천 조각 하나하나에 그들이 흘렸을 땀과 눈물, 그리고 마침내 얻은 해방감이 배어 있는 듯하다.
<학문의 뜰과 카펠로스 홀.>
광장에 들어서니 시야가 탁 트인다.
'파수 다스 에스콜라스(Paço das Escolas)', 학문의 뜰.
중앙의 동상은 주앙 3세(King João III)로 리스본에 있던 대학을 1537년 코임브라로 완전히 옮겨와 학문의 도시를 만든 왕이라 대학의 가장 중심에 서서 학교를 내려다보고 있다.
옛 왕들의 숨결이 서린 '카펠로스 홀(Sala dos Capelos, 모자의 방)'에 들어선다.
과거 포르투갈 왕들이 사용하던 왕좌의 방(Throne Room)이었으나, 지금은 박사 학위 논문 심사나 총장 이취임식 같은 가장 엄숙하고 중요한 행사가 열리는 대강당으로 쓰인다.
벽면을 가득 채운 역대 총장들의 초상화가 나를 내려다본다.
그 엄숙한 공기 한켠, 유리관 속에 놓인 왕의 얼굴 하나. 대학을 처음 만든 디니스 왕(King Dinis)이다.
대학 창립 735주년을 기념해 디니스 왕의 유골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생전의 실제 얼굴을 3D로 복원한 것으로 이 대학을 처음 만든 왕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는 공간이라 목 부분만 정밀하게 전시되어 있다.
700년의 시간을 건너 과학의 힘으로 되살아난 그의 눈빛은 놀랍도록 생생하다.
<조아니나, 금빛으로 타오르는 지성의 신전.>
그리고 마주한 조아니나 도서관(Baroque/Joanine Library).
화려한 금빛 장식과 고서들의 향기가 압도하는 그곳은 시간이 멈춘 성소였다. 사진 촬영 금지라서 아쉽다. 셔터조차 누를 수 없는 그 고요함 속에, 책을 지키기 위해 산다는 박쥐 서너 마리의 전설이 숨 쉬고 있다.
도서관 안에 사는 박쥐들은 책을 갉아먹는 해충들을 잡아먹어 고서들을 지켜주는 '도서관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데, 지금도 밤이 되면 나와서 활동한다고 한다.
지식이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묵묵히 그것을 지키는 존재들에 의해 전해지는 것임을 깨닫는다.
망토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오래된 책 내음이 뒤섞인 코임브라.
이곳은 지금도 치열하게 미래를 써 내려가는 살아있는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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