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여행(34). ‘코스타노바’, 흐린 날의 줄무늬 수채화.】《비에 젖어 더 선명해진 그리움.》〔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줄무늬 마을로 유명한 코스타 노바(Costa Nova)에 닿았다.
포르투갈 중부 아베이루(Aveiro) 근처에 있는 대서양과 석호가 만나는 작은 해변 마을이다.
길을 따라 늘어선 집들이 모두 '줄무늬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
마치 바닷가에서 막 돌아온 사람들처럼, 색색의 셔츠를 말려 놓은 듯했다.
기대했던 파란 하늘 대신, 대서양의 습기를 잔뜩 머금은 빗방울이 차창을 두드린다.
'날이 맑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카메라 렌즈에 맺히는 물기만큼이나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에 고인다.
하지만 우산을 받쳐 들고 줄무늬 집들이 늘어선 거리를 걷다 보니, 이내 그 아쉬움은 묘한 위로로 바뀐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맑은 날이었다면 그저 동화 속 사탕가게처럼 마냥 들떠 보였을 색채들이, 회색빛 비구름을 배경으로 서니 비로소 차분하고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빗물에 젖은 바닥 돌들이 검은 보석처럼 반짝이며 그 화려한 반영을 묵묵히 받아내고 있다.
팔레이루(Palheiros)라 불리는 이 예쁜 집들은 원래 어부들이 어구 보관소로 쓰던 목조 가옥들인데, 안개 낀 날에도 바다에서 집을 잘 찾을 수 있도록 원색의 줄무늬를 칠해둔 것이 지금의 알록달록한 관광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망망대해에서 돌아오는 길, 짙은 해무가 시야를 가릴 때 저 선명한 줄무늬는 가족이 기다리는 땅으로 이끄는 등대였으리라.
어쩌면 이 화려한 줄무늬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햇살이 쏟아지는 날이 아니라, 오늘처럼 앞이 흐릿하고 비가 내리는 날일지도 모른다.
삶이 맑을 때보다 흐릴 때, 우리에게 더 선명한 이정표가 필요한 것처럼.
비록 사진 속에 파란 하늘을 담지는 못했지만, 나는 오늘 어부들이 바다에서 바라봤을 그 간절하고 따뜻한 색감을 눈에 담는다.
비 오는 코스타 노바는, 맑은 날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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