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례】《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를 심리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및 준강간죄에서 피고인의 성적 침해행위 당시 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대법원 2025. 5. 1. 선고 2021도11938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에서 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1항 , 제3항 에서 친족관계에서의 강간 또는 준강간행위를 가중처벌하는 취지 /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를 심리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2]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의 보호법익(=소극적 측면의 성적 자기결정권) /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및 특별한 친족관계나 정신적·경제적 지배·예속관계 등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행한 폭력, 성적 학대나 감시와 통제 등의 점진적·누적적 영향으로 말미암아 열악한 지위에 놓이게 된 피해자에게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 / 피고인의 성적 침해행위 당시 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3항 , 제1항 및 형법 제299조 는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을 간음한 자를 형법 제297조 의 강간한 자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가중처벌하고 있다. 친족관계에서의 강간 또는 준강간행위는 친족관계에서 우러나오는 특별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이를 성폭력범죄의 실행에 이용하는 특성이 있어서, 피해자와 친족 구성원에게 매우 큰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을 남기는 반인륜적 범죄이다. 이는 피해자 개인에 대한 피해의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바탕을 이루는 가족 제도와 사회·윤리적 기본질서를 근간부터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가중처벌의 필요성이 있다.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의 경우 친족관계 자체에 의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내재하는 신분상·정서상의 우열관계, 친족 간의 부양이나 보호 또는 피보호의 관계에서 나오는 상호 신뢰성·의존성과 경제적 예속의 특성,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가족구성원 간 원만한 관계나 가족공동체 유지라는 가치를 우선시하고 그 결과 구성원 개인의 자유의지에 대한 억압적 기제가 작동하는 현실, 근친상간에 대한 금기 등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주는 낙인효과와 위축감 등으로 인하여, 성범죄 피해자로서는 그 피해사실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배경에서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폭력범죄를 가능하게 하였던 가족공동체 내의 구조적 폭력 상태에 묵인·순응한 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으로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그러한 성적 침해행위가 가해자의 우월한 영향 아래에서 장기간 고착화되어 은밀하게 반복·계속되기도 하므로, 이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2]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
준강간죄에서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러한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은, 특별한 친족관계나 정신적·경제적 지배·예속관계 등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행한 폭력, 성적 학대나 감시와 통제 등의 점진적·누적적 영향으로 말미암아 열악한 지위에 놓이게 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하여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과 결정에 심각한 곤란을 겪으면서 그와 같이 지속된 심리적·정서적 억압 상태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여 피고인의 성적 침해행위 당시 그에 맞서려는 대항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자포자기의 상태에 있었던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한 간음행위 역시 준강간죄를 구성할 수 있다.
피고인의 성적 침해행위 당시 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는 피고인과의 관계나 구체적인 범행 상황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피해자의 처지와 관점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경위, 계기나 정황, 행위의 내용과 방법, 행위가 반복·계속된 기간, 피고인과 피해자가 보인 반응의 변화, 피해자의 나이·경험 등 특성, 심리적·정신적 상태, 피해자의 주변 상황과 환경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4호, 권영혜 P.399-418]
가. 예비적 공소사실(준강간)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여, 1979년생)의 외삼촌이다. 피해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의 손에서 자라던 중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사망하게 되어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홀로 지내게 되었다.
피고인은 1999년경 조카인 피해자(당시 19세)가 공장에서 일하다가 교통사고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지인의 집을 전전하며 생활하는 것을 알게 되어 피해자를 자신이 운영하는 비디오 가게에서 거주하며 일할 수 있도록 하였고, 그 무렵 피해자가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을 알게 되자 피해자를 피고인의 승용차에 태워 인근 모텔로 끌고 가 피해자에게 ‘좋아한다, 왜 나를 두고 바람을 피우냐.’라고 하며 베개로 피해자의 얼굴 을 누르고 주먹으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수회 때리고, 피해자를 1회 간음한 이후 피해 자를 논산시에 있는 피고인의 집으로 데려와 거주하게 하면서 피고인에게 경제적으로 예속된 피해자에게 집안일을 하게 하고 외출 등을 통제하는 한편, 피해자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피해자에게 겁을 줌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을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감시자로 생각하게 하고 피고인에게 반항하지 못하고 피고인의 말과 행동에 절대적으로 복종하게 하였다. 피고인은 2015. 5. 3.경 충남 보령시에 있는 ‘○호텔’ 내 호수 미상 객실에서, 위와 같이 1999년경부터 지속되어 온 경제적 예속과 심리적 외포에 의해 피고인의 지시나 요구를 거절하거나 저항할 수 없었던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해자의 음부에 피임약을 넣은 후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1회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친족관계인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 2.경까지 사이에 같은 방법으로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5회에 걸쳐 친족관계인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⑴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예비적 공소사실 각 기재 일시 무렵에 피해자가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는 점에 관한 범 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예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경제적으로 예속된 관계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피해자가 성행위를 거부할 경우 피고인이 경제적 지원을 끊겠다거나 집에서 나가라는 등의 협박을 한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
㈏ 2015년부터 2018년 무렵 피해자는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마라톤이나 수영대회에 참석하는 등 지적․신체적 능력의 측면에서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변태적 성행위 요구 등을 거부하기도 하고, 2016년 말경 피고인의 집을 리모델링할 때 약 1개월간 직장동료의 집에서 생활하다가 공사가 끝나자 자발적으로 피고인의 집으로 들어가 함께 살았다. 피해자가 자율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이 곤란할 정도로 피고인에게 억압당하였다거나 통제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설령 통제가 있었더라도 그 정도가 피고인의 성행위 요구에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 피고인의 폭행은 피해자가 20대 중후반이 될 때까지 간헐적으로 행하여졌고 30대가 된 이후로 신체적 폭행은 없었으며 물건을 부수거나 집어던지는 행위를 한 정도 에 불과하다.
㈑ 전문심리위원은 ‘적어도 이 사건 종반부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정신적으로 완전히 억압되어 있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감정증인은 ‘피해자가 경계선 성격장애가 있고, 이러한 사정이 피해자의 무기력증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19년 동안 이어진 성행위에 대해서 저항을 할 수 없었다고 볼 가능성도 충분 하나 아닐 가능성도 있다.’라고 진술하였다.
㈒ 이 사건은 1999년경 피고인의 일방적인 성폭행에 의하여 첫 번째 성적 접촉이 이루어졌고, 그 이후로 길들이기라고 볼 만한 행위가 나타나지 않아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에 포섭시키기 어렵다. 피해자가 학습된 무기력 또는 학습된 공포심의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⑵ 이 사건의 쟁점
피고인이 1999년경 자신의 조카인 피해자(당시 19세)를 강간한 후 2018년경까지 약 19년간 피해자와 함께 생활하며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한 사안에서,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 이루어진 간음 당시 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이다.
⑶ 대법원의 판단: 파기환송
다. 쟁점 및 대법원의 판단
⑴ 위 판결의 쟁점은, 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제5조에서 친족관계에서의 강간 또는 준강간 행위를 가중처벌하는 취지 및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를 심리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②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의 보호법익과 준강간죄에서 말하는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및 성적 침해행위 당시 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⑵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제5조 제3항, 제1항 및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을 간음한 자를 형법 제297조의 강간한 자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가중처벌하고 있다. 친족관계에서의 강간 또는 준강간 행위는 친족관계에서 우러나오는 특별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이를 성폭력범죄의 실행에 이용하는 특성이 있어서, 피해자와 친족 구성원에게 매우 큰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을 남기는 반인륜적 범죄이다. 이는 피해자 개인에 대한 피해의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바탕을 이루는 가족 제도와 사회․윤리적 기본질서를 근간부터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가중처벌의 필요성이 있다.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의 경우 친족관계 자체에 의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내재하는 신분상ㆍ정서상의 우열관계, 친족간의 부양이나 보호 또는 피보호의 관계에서 나오는 상호 신뢰성․의존성과 경제적 예속의 특성,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가족구성원 간 원만한 관계나 가족공동체 유지라는 가치를 우선시하고 그 결과 구성원 개인의 자유의지에 대한 억압적 기제가 작동하는 현실, 근친상간에 대한 금기 등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주는 낙인효과와 위축감 등으로 인하여, 성범죄 피해자로서는 그 피해사실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배경에서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폭력범죄를 가능하게 하였던 가족공동체 내의 구조적 폭력 상태에 묵인․순응한 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으로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그러한 성적 침해행위가 가해자의 우월한 영향 아래에서 장기간 고착화되어 은밀하게 반복․계속되기도 하므로, 이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⑶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등 참조).
준강간죄에서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은, 특별한 친족관계나 정신적․경제적 지배․예속관계 등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행한 폭력, 성적 학대나 감시와 통제 등의 점진적․누적적 영향으로 말미암아 열악한 지위에 놓이게 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하여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과 결정에 심각한 곤란을 겪으면서 그와 같이 지속된 심리적․정서적 억압 상태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여 피고인의 성적 침해행위 당시 그에 맞서려는 대항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자포자기의 상태에 있었던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한 간음행위 역시 준강간죄를 구성할 수 있다.
피고인의 성적 침해행위 당시 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는 피고인과의 관계나 구체적인 범행 상황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피해자의 처지와 관점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경위, 계기나 정황, 행위의 내용과 방법, 행위가 반복․계속된 기간, 피고인과 피해자가 보인 반응의 변화, 피해자의 나이․경험 등 특성, 심리적․정신적 상태, 피해자의 주변 상황과 환경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⑷ 1999년경 조카인 피해자(당시 19세)를 강간한 후 2018년경까지 피해자와 함께 생활한 피고인은 경제적 예속과 심리적 외포로 피고인의 지시나 요구를 거절하거나 저항할 수 없었던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성폭력처벌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준강간)(이하 ‘예비적 공소사실’) 등으로 기소됨
⑸ 원심은, 피해자가 예비적 공소사실 범행 일시경인 2015~2018년 무렵 피고인에게 경제적으로 예속된 관계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취미·사회활동을 하며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자율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이 곤란할 정도로 피고인에게 억압당하였다거나 통제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음
⑹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피해자는 어린 나이에 겪은 부모의 이혼과 보호자인 아버지의 사망, 경제력 부재 등으로 마땅한 거처가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보호자로 여기고 의존하던 14세 연상의 외삼촌인 피고인으로부터 19세 무렵 최초 성폭행을 당하였고, 그 충격의 영향 아래 피고인의 지속적인 폭행, 폭언과 통제, 애정과 친밀감의 표현이라는 양면성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예비적 공소사실의 각 간음행위가 있기까지 장기간에 걸쳐 친족관계 내에서 심리적·경제적으로 강한 지배·예속관계를 형성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볼 때, 피해자는 위와 같은 심리적·경제적 지배․예속관계로 인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하여 자유로운 의사 형성과 결정에 심각한 곤란을 겪고 주변과 단절된 채 피고인의 강압적인 성행위 요구에 자포자기 상태로 순응하여 오면서, 그와 같이 지속된 심리적 억압 상태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여 예비적 공소사실의 각 범행 당시 피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대항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심리적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다고 볼 소지가 크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것은 준강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함
3.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를 심리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및 준강간죄에서 피고인의 성적 침해행위 당시 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대법원 2025. 5. 1. 선고 2021도11938 판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4호, 권영혜 P.399-418]
가.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
⑴ 관련 법률 및 입법 취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1항, 제3항 및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을 간음한 자를 형법 제297조의 강간한 자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가중처벌한다.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강간죄 등을 범할 경우 친족관계라는 특별한 신뢰관계를 해치는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나쁘고, 친족관계에서의 강간 행위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관련된 가족 내 지 친족관계를 근간부터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며, 4촌 이내의 가까운 인척을 상대로 한 강간 등 범행은 그 자체로서 피해자와 친족 구성원에게 매우 큰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을 남기는 반인륜적인 범죄로서 위법성이 훨씬 가중되므로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헌재 2015. 9. 24. 선고 2014헌바453 전원재판부 결정).
⑵ 친족관계 성폭력범죄의 특성에 대한 논의
㈎ 여러 연구들은 친족 성폭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특성뿐 아니라 가족적 특성을 언급하면서, 가족 구성원, 부모의 권력관계, 가족 구성원들의 친밀도 등의 변수를 지적한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가족 구성원 간의 신분상․정서상 우열, 상호 의존성, 경제적 예속관계이다. 가족 간 상호작용이 가족 공동체 내 지위 우열․예속의 틀 안에서 일어나 가족 구성원의 자율성이 억압되거나 지배적 위치에 있는 가장의 부적절한 행동을 다른 가족 구성원이 제어하기 어렵게 되어 자체적인 문제해결능력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가족 구성원의 친밀도도 친족 성폭력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부모와 좋지 못한 관계를 가진 피해자(아동)의 감정적 혼동과 결핍은 친족 가해자의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 있게 하고, 성적 침해행위로 진전된 경우 부모 등에게 그런 사실을 알려 적절히 대처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사회․문화적 요인 또한 친족 성폭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중심의 문화, 자식이 부모의 소유라는 인식,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강한 사회일수록 친족 성폭력을 묵인하는 경향이 높은데, 우리 사회의 경우 이러한 특성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 친족 성폭력 발생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있다.
㈏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 대부분은 유․아동 시기에 성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성인이 된 이후로 이어지기도 한다. 유․아동기에 피해를 겪은 경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성폭력으로 인지하기까지 어려움을 경험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어 도움을 요청하기 쉽지 않고, 피해 사실을 알리더라도 친족 성폭력이 사회적으로 드러나는 데 대한 수치심이나 인식의 부재로 가족 구성원들이 이를 묵인․회피하거나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의 성적 행위에 동조하였다며 피해자의 잘못으로 돌림으로써 피해가 장기화되거나 가중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는 해당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대표적인 암수범죄로 꼽힌다. 2019년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친족 성폭력 상담통계 분석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친족 내 성폭력 피해를 상담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피해 발생 직후 10년 이상’이 55.2%에 이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사정들은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 사건을 심리하는 데 있어 피해자가 처해있는 사정과 관점을 고려하는데 의미있는 지점을 제공해 준다.
㈐ 친족 성범죄는 그루밍 개념 내에서 설명되기도 한다.4) 성적 그루밍의 개념에 대해서는 여러 정의들이 존재하지만, 보다 공식화된 정의로는 유럽의회의 란사로테 협약(Council of Europe’s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of Children against Sexual Exploitation and Sexual Abuse, 2007)에서 규정한 ‘아동을 성적 만족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욕구에 의해 동기화된 성적 학대의 준비’를 들 수 있다. 그루밍을 ‘성적 침해행위를 수월하게 하고 폭로를 막으려는 목적으로 신뢰관계를 이용하거나 대인관계나 사회적 환경이 취약한 대상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행위’로 정의한 문헌도 있다.
그루밍은 발생 맥락에 따라 가족 내 그루밍과 가족 외 그루밍으로, 시행 방법에 따 라 오프라인(대면) 그루밍, 온라인 그루밍, 스트리트 그루밍으로 구분되는데, 친족 성 범죄는 가족 내의 친밀한 사람에 의하여 성적 학대를 당하는 오프라인 그루밍에 속한다.
오프라인 그루밍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친족관계, 교사와 학생, 운동부 코 치와 선수 등과 같이 기존에 사회적 유대관계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해자들은 자신의 지위 자체에 부여된 신뢰를 기반으로 한 피해자와 사이에 형성된 우월적 지위 를 이용하거나 가해자의 폭력적 성향에 의해 성적 접촉 이전에 형성되어 있는 위계관 계, 위협적인 분위기를 이용하여 성적 침해행위로 나아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2019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그루밍 특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신뢰의 오용과 조종을 통한 지속적 성폭력은 오프라인 그루밍 성범죄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고, 성폭력 지속 기간이 5년 이상으로 긴 경우는 ‘친족관계 성폭력’이 대부분이며, 오프라인 그루밍 피해자(86.1%)와 일반 성범죄 피해자(91.5%) 의 대다수가 친족과 거주하고 있었음이 확인된다.8)
나. 준강간죄 일반론
⑴ 의의와 보호법익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형법 제297조 강간죄에 준하여 처벌된다. 준강간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그 성적 자기결정권(성적 자기결정권은 성행위를 할 것인가 여부, 성행위를 할 때 상대방을 누구로 할 것인가 여부, 성행위의 방법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도3341 판결)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준강제추행에 대한 판시이다).
⑵ 행위의 객체
㈎ 본죄의 객체에 대해서는 ①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는 견해와 ②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는 것은 범행방법으로서 구성요건의 특별한 행위양태에 해당하고 구성요건행위의 객체는 ‘사람’이라는 견해가 있다. 판례는 전자의 견해를 취하고 있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문제 된 사건)의 다수의견이 취한 견해이다].
㈏ 피해자가 연소하거나 장애인인 경우 특별법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이하 ‘성폭법’이라 한다)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라 한다)의 보호대상에 포섭되므로(아래 표 참조), 형법상 준강간죄의 객체는 ‘19세 이상으로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지 않은 사람’으로 한정된다.


12) ‘비장애인인 성인’의 경우 심신미약자, 업무 기타 고용관계에 있는 사람인 경우에 한하여 폭행․협박보다 완화된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 규정의 적용 여지가 있게 된다. 가해자가 자신과 친족관계에 있는 비장애인 인 성인인 피해자를 강간, 준강간한 경우 성폭법 제5조 제1항, 제3항에 따라 가중처벌될 수 있다. 반면 친족 관계에 의한 위계․위력 간음 처벌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⑶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 일반론
①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이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9422 판결,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31 판결,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등).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의 구별이 반드시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양자를 엄격하게 구별할 실익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② 준강간죄의 ‘심신상실’은 형법 제10조 제1항의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와는 의미가 다르고 그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정신장애 등 생물학적 사유를 기본 출발점으로 하지만, 준강간죄가 규정한 또 하나의 사유인 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준강간죄의 심신상실에는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상태(대법원 1976. 12. 14. 선고 76도3673 판결, 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1도3490 판결, 대법원 2005. 10. 27. 선고 2005도6486 판결 등),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896 판결,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등)와 같이 성적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그 밖의 사유들도 모두 포함된다고 본다.
③ ‘항거불능’의 예시로는 ㉠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으로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 ㉡ 손발이 묶이거나 부상 등으로 인하여 신체를 움직일 수 없는 경우, ㉢ 다른 사람으로부터 강간을 당하는 등의 이유로 실신 또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 등이 제시된다.
㈏ 항거불능의 의미와 판단 기준에 관한 판례 법리 전개 경과
① 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은 ‘항거불능의 상태’를 위 ㈎의 일반론에서 본 바와 같은 의미로 설시한 최초 선례로 파악되는데, 그 의미의 해석을 형법 제297조(강간죄) 등과의 균형의 관점, 형법 제302조가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한 위계․위력 간음․추행을 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찾는다.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과 ‘위계 등으로 착오에 빠져 하자 있는 동의를 한 데서 기인한 저항불능’은 구별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보이는데, 피해자들이 목사인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본인 또는 가족의 병을 낫게 하려는 마음에서 간음, 추행에 응하였던 이 사건은 후자에 가까운 사례로 포섭되었고,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판단을 수긍했다. 그러나 하급심판결 이유를 보면, 항거불능 상태의 척도를 자신이 추행 또는 간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최면 유사의 반무의식 상태에 빠져 있는 정도로 상당히 협소하게 바라보고 있는 측면도 발견된다.
② 대법원 98도3257 판결 법리를 인용한 사례로서 비교할 만한 판례는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2001 판결(이른바 ‘JMS 교주 사건’)이다. 대법원은 피해자들 이 피고인에 대한 종교적 믿음이 무너지는 정신적 충격 등으로 인한 정신적 혼란과 피고인의 행위를 그대로 용인하는 다른 신도들 사이에서 그러한 정신적 혼란이 더욱 가중된 나머지 ‘피고인의 행위가 성적(性的) 행위임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반항이 현저하게 곤란한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하고, 준강간․준강제추행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 2631 판결(이른바 ‘K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은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를 ‘완전한 의식상실’이 아닌 ‘정상적인 대응․조절 능력과 판단능력 결여 내지 감소’에 초점을 둔다. 피해자가 피고인들과 함께 상당량의 술을 나누어 마시고 자고 있는 동안 1차로 추행 피해를 입은 후 2차로 추행 피해를 입고 카메라로 음부 등을 촬영 당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2차 추행 당시 피해자가 어느 정도 술이 깨서 피고인들의 추행행위를 기억하 고 있더라도, 피해자의 의식이 온전한 상태였다면 카메라 촬영 상황에서까지 저항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했다.
③ 이후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항거불능’의 의미를 대법원 98도3257 판결과 동일하게 새기면서도, ‘음주 등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항거불능의 판단 기준을 실질적으로 완화한다. 이 사건에서 음주로 인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 요소로서 설시된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등은 피해자의 성정과 그가 처한 개별적․구체적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는 관점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⑷ 심리적 항거불능이 문제 된 선례 검토
㈎ 들어가며
성인에 대한 준강간․준강제추행 사건에서 심리적ㆍ정서적 지배나 억압에 따른 심리적 항거불능이 쟁점이 된 사안들은 흔치 않고, 대체로 종교지도자가 신도를 간음한 사건들이 주류를 이룬다.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준강제추행 사건에서는 미성년자일 때 시작된 성폭력이 성년이 된 이후로도 상당한 기간 지속된 경우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를 인정한 사례들이 발견되는데, 이때 심리적 항거불능 등 판단을 위해 고려한 사정들에서는 피고인의 우월적 지위, 관계의 폐쇄성, 경제적 예속, 정서적 혼란 등과 같이 종교 지도자 사례와 유사한 지점들이 포착된다.
㈏ 구체적 사례
① 장기간 성적 침해행위가 지속되어 심리적 항거불능에 따른 준강간․준강제추행 성 부가 문제된 구체적 사례에서 ‘주장’된 긍정/부정 요소들을 추출하여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② 긍정 요소로는 절대적 지배․복종 관계, 신분관계 자체에 내재한 우열관계와 경제적 예속, 가해자의 폭력․폭언, 통제 등이 장기간 누적되며 형성된 피해자의 심리적․ 정서적 억압 상태, 가해자의 영역 안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가해 양상, 폐쇄된 공동체나 가족관계 속 지지 기반 부재, 피해자의 정서적 혼란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부정 요소로는 피해자들이 학교생활, 경제활동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점, 피고인의 통제나 관리의 부재 또는 약화, 가해행위 전후 피해자가 보인 태도나 반응, 피고인과 피해자가 분리된 환경과 주변상황 등이 주장된다. 다만 피해자가 일상생활이 가능하였는지 여부와 같은 자활능력 유무는 피해자가 온전히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다. 법리의 방향과 착안점
⑴ 이 사건은 외삼촌인 피고인이 1999년경 사실상 보호자로서 의존관계에 있던 조카인 피해자를 미성년일 때 강간한 이후 2018년경까지 약 19년간 피해자와 함께 생활하며 관계의 단절 없이 성행위를 계속하여 왔고, 예비적 공소사실 당시에는 별다른 폭행․ 협박 없이 성행위가 이루어진 사안이다.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의 특성을 고려하는 한편, 단기간에 일회성으로 이루어지는 성폭력범죄와 달리 피고인과 피해자의 특별한 관계 구조 속에서 장기간에 걸쳐 성적 침해행위가 계속․반복되는 경우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의 판단 방법과 기준을 구체화하는 법리 검토가 요구되었다.
⑵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성적 침해행위가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다. 친족관계 자체에 내재하는 관계적 특성과 그로 인한 양가 감정, 피고인의 영역이나 영향력 안에서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가해 양상, 범죄 피해 폭로에 따른 다른 가족과의 관계악화 등 부정적 결과, 근친상간이라는 사회적 비난과 낙인효과 등으로 나타나는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의 특수성은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피고인에게 자포자기 상태로 순응하며 장기간 피해를 당하고 있는 상황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⑶ 강간죄의 폭행․협박이나 준강간죄의 ‘항거불능’의 의미와 판단 기준에 관한 판례 법리들은 점차 완화되는 기조에 있다고 평가된다. 그 핵심은 ‘항거불능’이 의식상실이나 반무의식 상태와 유사한 의사 형성․행사 자유의 완전한 상실 또는 박탈이 아니라,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하게 행사할 수 있었는지, 즉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대항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를 의미함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⑷ 준강간죄가 직접 규정하고 있는 ‘항거불능’ 자체의 사전적 의미와 이와 병렬적으로 규정된 ‘심신상실’과의 관계, 성폭법 제6조 제4항의 문언 내용21) 등을 고려할 때 완화의 폭은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현재의 형사법 체계는 강간과 위계․위력 간음으로 행위불법에 차이를 두고 있고, 비장애인인 성인의 경우 심신미약이나 업무 기타 고용관계에 있지 않는 한 위계․위력 간음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으며, 위계․위력 간음은 친족관계에 의한 가중처벌 조항이 없으므로, 위계․위력에 따른 자유의사 제압․왜곡 정도에 이르는 행위 유형이 준강간의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곤란에 포섭되지 않도록 그 한계지점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 지점은 단순한 심리적 영향․조종을 넘어 정신적․경제적 지배․예속관계 속에서 형성․지속되는 심리적․정서적 억압 정도의 단계로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⑸ 피해자의 나이가 성년에 가깝거나 장기간에 걸쳐 성적 침해행위가 반복되는 경우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않거나 자발적으로 응한 것과 같은 외관이 형성되어 피해자의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곤란 상태에 대한 피고인의 반론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심리적 항거불능은 그 속성상 심리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상태 자체뿐만 아니라 그러한 상태에 이르기까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소사실 무렵 발생한 일만 따로 떼어볼 것이 아니라, 심리적 항거불능이나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의 이용자가 그러한 상태의 유발자가 되거나 그 유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함으로써 형성․유지되는 피고인과 피해자 관계의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고, 그러한 일련의 행위들이 피해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피해자가 어떠한 이유로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장기간 성행위를 지속하며 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등을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⑹ 따라서 피고인의 성적 침해행위 당시 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 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는, 피고인과의 관계나 구체적인 범행 상황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피해자의 처지와 관점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경위, 계기 나 정황, 행위의 내용과 방법, 행위가 반복․계속된 기간, 피고인과 피해자가 보인 반응의 변화, 피해자의 나이․경험 등 특성, 심리적․정신적 상태, 피해자의 주변 상황과 환경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라. 대상판결(대법원 2025. 5. 1. 선고 2021도11938 판결)의 결론
⑴ 원심이 무죄 근거로 든 사정들은 대체로 2014년~2015년 이후 나타난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들로, 예비적 공소사실 기재 일시 무렵에는 피해자가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의사결정을 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데 초점이 있었다.
⑵ 그러나 이 사건은 우월한 친족관계에 있는 피고인이 피보호자인 피해자를 미성년일 때 강간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없는 심리적․정서적 억압 상태의 기본구조를 형성한 다음, 정신적․경제적 지배․예속 관계 아래 피해자의 20대 기간 동안 지속적인 폭력, 성적 학대와 감시, 통제 등을 통해 이를 강화하고, 예비적 공 소사실 각 행위 당시까지 이러한 구조를 별다른 변화 없이 유지한 사안이다. 그 안에서 피해자는 오로지 피고인의 결정과 요구에 따라 자포자기의 상태로 같은 패턴의 기계적․피상적으로 성행위에 응하는 태도를 반복하여 왔고, 예비적 공소사실 각 행위 또한 그러한 태도 속에서 이루어졌다.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볼 때, 피해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하여 자유로운 의사 형성과 결정에 심각한 곤란을 겪으면서 위와 같이 지속된 심리적․정서적 억압 상태가 주요 원인이 되어 피고인의 성적 침해행위 당시 그에 맞서려는 대항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자포자기의 상태에 있었다고 볼 소지가 컸다.
⑶ 대상판결(대법원 2025. 5. 1. 선고 2021도11938 판결)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최초 성폭력 이후 예비적 공소사실이 있기까지의 여러 사정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함을 밝히는 한편, 원심이 든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십수 년간 공고하게 형성한 심리적 억압 상태의 기본 구조를 단절 또는 소멸시키기 부족함을 상세히 논증하면서,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죄의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다.
⑷ 대상판결(대법원 2025. 5. 1. 선고 2021도11938 판결)은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친족관계 성폭력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과 성적 침해행위가 장기간 계속․반복된 경우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방법과 판 단 기준을 최초로 판시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