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적용되는 전혀 다른 법칙.】《나는 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걷는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노년의 생존 방식>
젊은 시절, 건강은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었다.
케익이나 빵 등 탄수화물을 마음껏 섭취해도 몸은 가벼웠고, 대여섯 시간의 짧은 잠만으로도 다음 날을 버텨낼 에너지가 충분했다.
운동 없이도 인생은 매끄럽게 굴러갔고, 건강을 위해 특별한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는 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렇게 살아도 인생은 잘 굴러갔다. 아니, 오히려 잘 나갔다.
그때는 몰랐다.
건강이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젊음이라는 보너스였다는 사실을.
하지만 나이 든 지금, 내 삶에는 전혀 다른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이제 나에게 숙면, 식단, 운동은 단순한 자기계발이 아니다.
그것은 행복한 노년을 지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자, 가장 처절한 '생존 방식'이다.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나이>
일주일에 세 번 받는 PT,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 식사 후 거르지 않는 30분의 산책, 그리고 건강식으로 채워진 식단. 여기에 하루 8시간 이상의 수면까지.
남들이 보기엔 평온한 일상 같겠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 그리고 의지를 쏟아붓는 치열한 일정이다.
젊은 시절 같으면 이 시간에 일했을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미팅을 하고, 끊임 없이 움직였을 것이다.
지금은 그 시간의 상당 부분을 ‘몸을 유지하는 일’에 쓴다.
젊은 시절엔 상상도 못 했던 이 루틴을 지켜내야만 겨우 지금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젊어지거나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저하되지 않게 붙잡고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는 사실이 가끔은 낯설고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깨닫는다.
아, 나는 이제 ‘성장하는 삶’이 아니라
‘지켜내는 삶’의 단계에 와 있구나.
<젊음의 아름다움과 노년의 생존방식>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한창 일해야 할 젊은이들이 나처럼 운동과 식단, 숙면에 이토록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면, 아마 그들에겐 일할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지금 내가 쏟는 노력은 삶의 우선순위를 완전히 뒤바꾼 결과이다.
젊은이들에게 건강이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라면, 나에게 건강은 '불행으로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마지막 안전장치'와 같다.
이 노력을 멈추는 순간 체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노년의 행복도, 마음의 평온도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라는 사실을 난 직시하고 있다.
<다시 배우는 삶의 태도>
나는 지금 노화를 거스르는 게 아니라
노화를 관리하며 삶의 존엄을 지키는 중이다.
더 강해지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도 유지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낸 하루다.
나이 듦에 적응한다는 것은, 내 몸을 돌보는 일에 가장 정직해지는 과정이다.
예전엔 신경 쓰지 않아도 돌아갔던 인생이 이제는 내가 들인 정성만큼만 정직하게 움직여준다.
비록 예전처럼 탄력이 넘치거나 밤을 새워도 끄떡없는 체력은 아니지만, 매일 8시간을 푹 자고 일어날 수 있음에, 식후 30분을 걸을 수 있는 다리가 있음에 감사한다.
노년의 삶을 지탱하는 이 치열한 루틴이야말로, 내가 내 인생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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