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그래서 날 포기하겠다는 거냐?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지.”】《‘살아내는 용기’와 ‘놓아주는 용기’ 사이에서 —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6. 3. 28. 15:54
728x90

https://youtu.be/JjtJVjmRqns

 

 

 

 

 

 

 

그래서 날 포기하겠다는 거냐?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지.”】《살아내는 용기놓아주는 용기사이에서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대기업 임원으로 은퇴한 한 남자가 있었다. 몇 해 전, 그는 폐암으로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다. 그리고 이제, 70대에 접어든 그의 몸에도 죽음이 스며들고 있었다.

4기 대장암. 이미 온몸으로 퍼져 있었다. 체중은 20kg 넘게 빠졌고, 복부에는 물이 차올랐으며,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고, 배변조차 스스로 조절할 수 없었다. 암은 흉추까지 번져 척수를 눌렀다. 의학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상태였다.

 

다만, 의료진은 한 가지 가능성을 설명했다. 척추를 압박하는 종양을 제거하면 통증은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다시 걷는 것도,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도 기대할 수 없는 수술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수술을 선택했다.

의사는 반복해서 설명했다. 출혈 위험, 회복 지연, 합병증, 심지어 생명을 잃을 가능성까지.

그러나 그는 서명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아들에게 분노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날 포기하겠다는 거냐?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지.”

 

그의 아들은 알고 있었다. 아내가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중환자실에서 생을 마감할 때, 그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저렇게는 죽지 않겠다.”

그런데 지금, 그는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하고 있었다.

왜였을까.

의사는 그의 선택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위험 때문이 아니었다. 그 수술이 그가 원하는 삶으로 되돌려줄 가능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수술 자체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회복하지 못했다. 중환자실, 호흡부전, 전신 감염, 움직이지 못해 생긴 혈전, 그것을 막기 위한 치료가 만든 또 다른 출혈.

결국 그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생을 마감했다.

그가 끝내 피하고 싶었던 방식으로.

 

젊은 시절 우리는 흔히 인생을 어떻게 잘 살 것인가의 문제로만 생각한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많이를 향해 달린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질문은 바뀐다.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

인생이 축구라면, 전반전은 공격의 시간이고 후반전은 정리의 시간이다.

더 많은 골을 넣으려는 사람도 있고, 실점을 막으려 버티는 사람도 있으며, 아름다운 플레이로 마무리하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종료 휘슬은 반드시 울린다.

 

문제는 그때다.

우리는 끝까지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고 믿는다.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는 것은 곧 포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The Death of Ivan Ilyich)”에서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필요한 것은 더 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일 수도 있다고.

고통을 부정하지 않고, 죽음을 외면하지 않으며,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때 비로소 죽음은 공포가 아니라 정리의 과정이 된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지라는 말이 아니라, ‘이제는 충분하다.’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

 

 




 

VID_20260327_234920_431.mp4
4.39MB

 

VID_20260327_234914_689.mp4
4.42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