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포르투갈 여행(44). 시간이 박제된 금빛의 볼사 궁전 안에서의 오찬.】《골목과 빛, 그리고 ‘아랍의 방’에서 멈춘 발걸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6. 3. 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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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B41wTmSV3X8

 

 

 

 

 

 

포르투갈 여행(44). 시간이 박제된 금빛의 볼사 궁전 안에서의 오찬.】《골목과 빛, 그리고 아랍의 방에서 멈춘 발걸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렐루 서점을 나와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포르투의 진짜 얼굴이 드러났다.

클래리구스 종탑을 병풍 삼아 걷는 구시가지의 골목길은 세월의 때가 겹겹이 쌓인 퇴적물 같았다.

좁은 길 사이로 부딪히는 햇살과 낡은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불규칙한 선들은 이 도시가 얼마나 오래도록 자신만의 결을 다듬어 왔는지를 묵묵히 보여주고 있었다.

높이 솟은 클레리구스 종탑(Torre dos Clérigos)은 마치 시간을 내려다보는 눈처럼 도시 위에 서 있었다.

 

느린 발걸음 끝에 닿은 곳은 볼사 궁전(Palácio da Bolsa).

한때 수도원이었고, 이후 상공회의소로 쓰이며 포르투갈 경제의 심장 역할을 했던 곳이다.

'참회의 계단'을 오르며 과거 상인들이 느꼈을 긴장감을 상상해 보고, '의회의 방''초상화의 방'을 지나며 권위와 역사가 남긴 흔적들을 더듬었다.

 

하지만 나를 가장 압도한 것은 단연 '아랍의 방(Salão Árabe)'이었다.

문을 여는 순간, 공기조차 금빛으로 물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정교하게 조각된 아랍 문양과 벽면을 가득 채운 금장식은 인간의 손길이 닿을 수 있는 아름다움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묻는 듯했다.

알람브라 궁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그 화려한 장식들 앞에서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그것은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영원히 붙잡아두려는 포르투갈인들의 뜨거운 염원처럼 느껴졌다.

 

볼사 궁전 내부 1층에 위치한 분위기 있는 식당 '헤스토란트 오 코메르시알(Restaurante O Comercial)'에 자리를 잡았다.

화이트 와인 한 잔이 목을 타고 흐르자 긴장이 기분 좋게 풀렸다.

이윽고 나온 메인 요리는 포르투갈의 영혼이 담긴 전통 요리, '바칼라우 아 라그레이루(Bacalhau à Lagareiro)'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대구(바칼라우, Bacalhau)가 단순한 생선 그 이상이듯, 접시 위에 정갈하게 놓인 두툼한 대구 살과 잘 구워진 감자, 그리고 풍미 가득한 올리브유의 조화는 이곳의 역사만큼이나 깊고 진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는 대구의 식감은 방금 본 아랍의 방의 섬세함과 닮아 있었고, 곁들인 와인은 포르투의 햇살처럼 맑았다.

화려한 궁전 안에서 즐기는 이 소박하면서도 완벽한 식사는,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러운 평온이었다.

 

포르투의 골목을 걷고, 황금빛 방을 거닐며, 바다의 맛을 음미하는 이 모든 순간이 마치 한 권의 고전 소설 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만 같아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졌다.

포르투의 하늘은 오늘 유난히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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