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치과의사】《살아가면서 의사 선생님처럼 우리의 신체적 고통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고마운 전문직이 또 있을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난 병원에 거의 가지 않는다.
갈 일도 별로 없다.
하지만 치과만은 예외다.
정기검진을 비롯하여 1년에 10번 이상 가는 곳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가 마모되거나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금이 가는 등 수시로 수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는 잇몸과 치아 사이에 패인 부분을 모두 찾아 때웠다.
살면서 치과는 피할 수 없다.
무덤이 갈 날이 멀지 않은 무렵부터 치아는 투정을 부리고 우리 몸에서 가출하도록 자연이 배려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마모 되고 금이 간 이빨이 말한다.
“나 이제 떠나요. 당신과는 더 이상 살 수 없어요.”
최근에는 음식물이 치아 사이에 너무 많이 낀다.
치과의사는 온갖 도구를 이용하여 어딘가 잇몸의 벌어진 틈을 찾아내고는 사과 조각, 구운 아몬드 파편, 고춧가루 등을 꺼내 의기양양하게 보여 준다.
그리고는 호주머니에서 카드를 연달아 꺼내 보이는 마술사처럼 말한다.
“뭐가 이렇게 꺼내도 꺼내도 끝이 없지.”
창피한 나로서는 뭐라 변명할 말도 찾기 어렵다.
“그게 내 입이 맞는 지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정도다.
원인은 임플란트 치아 때문이란다.
자연치아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동을 하는데, 임플란트 치아(Dental Implant)는 뼛속에 고정이 되어 있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자연치아와 임플란트 치아 사이에 틈이 벌어져 음식물이 잘 끼게 된다.
임플란트 윗부분의 크라운을 다시 제작하여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하면 해결이 된단다.
오늘 임플란트 보철물(크라운)을 새로 갈아 끼웠다.
자주 가는 곳이지만 치과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다.
진료대 위에 눕는 순간부터 공포가 엄습한다.
이럴 때면 이를 악물고 싶지만 그것만은 절대로 안된다.
흰 가운을 입은 신(神)적인 존재가 엄중한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아, 입을 크게 벌리세요. 다치면 책임지지 않습니다.”
어느 누가 그 지시를 감히 거역할 수 있는가.
진료의자에 눕는 순간 두 발로 멀쩡하게 걸어 들어 온 사람은 공포와 긴장으로 온 몸이 시체처럼 경직되어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눈을 꼭 감은 채 최대한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애써 노력한다.
그러다보면 아주 잠깐은 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두 다리는 여전히 공중에서 미세하게 떨고 있다.
장기간의 치실과 치간치솔 사용으로 인하여 틈이 생긴 자연치아 사이의 공간을 메우고, 임플란트의 크라운을 교체하자 음식물이 더 이상 끼지 않는다.
고마운 치과의사 선생님!
전문직 중 의사처럼 우리의 신체적 고통을 줄여주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는 직종은 찾아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