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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불안장애】《또르야, 넌 지금 어디에 있니?》〔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또르(Thor)가 미용을 하는 날이다.
미용 전에는 항상 산책을 한다.
엉덩이를 씰룩씰룩 걷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동물병원에 또르를 맡기고 돌아왔다.
미용에 3시간 정도 걸린단다.
집에 돌아와 문을 여니, 도둑이 들어왔다 간 것처럼 집 안이 썰렁하다.
꼬리를 흔들고 배를 발라당 까보이면서 날 반기던 또르가 보이지 않는다.
블루베리를 꺼내 먹는데, 쏜살같이 달려와 간식을 달라고 내 다리를 툭툭치던 또르가 나타나질 않는다.
거머리 같은 녀석의 눈치 안 보고 먹을 수 있어 좋긴 한데,
뭔가 심심하고 허전하다.
매트에 누워 요가동작을 하고 있으면, 내 품 안으로 달려 들어와 운동을 방해하던 귀찮은 또르가 나타나질 않아 편하게 운동을 마쳤다.
근데 요가가 이렇게 빨리 끝나고 재미 없는 운동이었네...
침대에 누우면, 옆으로 달려들어와 손등과 얼굴을 핥아대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또르가 안 보여 대신 베개를 끌어 안았는데, 차갑기만 하다.
꼭 안은 두 팔 안에서 솜뭉치처럼 포근하고 따뜻하고 심장이 팔딱거리는 그 느낌이 전혀 없다.
잠 더 안 온다.
이 불안감은 뭐지?
허전하고 쓸쓸하고 심심하고...
오늘 오후가 무척 힘들게 지나간다.
또르야, 넌 지금 어디에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