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한무리의 사람들】《세월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1. 2. 2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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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리의 사람들세월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친한 지인의 자혼(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오전에 겸사겸사 이발을 하러 미용실을 찾았다.

 

텔레비전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키 크고 늘씬하고 잘 생긴 젊은 청년이 머리를 정성스레 감기고, 드라이기로 말려 준다.

매우 친절한 데다가, 상냥하고 밝은 미소까지 짓고 있다.

그 청년이 다른 손님에게도 똑같은 정성과 친절을 베푸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나는 그 잘 생긴 젊은 직원이 나를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 고민했을 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의 베니스에 가면, 곤돌라를 젓는 젊은 사공이 알랭 들롱(Alain Fabien Maurice Marcel Delon)이다.

우크라이나에 가면 김태희가 밭을 메고 있는 풍경을 어디서든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미용실에 가면 키 180cm가 넘는 잘 생긴 김새로이가 머리를 감겨주고 말려 준다.

 

젊음이 부러운 나이가 되어버렸다.

탈모가 진행되고, 노안이 와서 돋보기를 쓴다.

 

젊은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뽐내지만, 나이가 들면 한무리의 아저씨들 중 1인이 되어 구별하고 찾아내기도 힘들다.

 

세월은 어떤 일에도 행복의 이유를 찾아내야 하는 마법의 힘을 선물한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한 것만 보라는 뜻이고,

귀가 잘 안들리는 것은 필요한 큰 말만 들으라는 것이고,

이가 시린 것은 부드럽고 연한 음식을 먹어 소화불량에 걸리지 말게 함이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몸가짐을 잘 하라는 것이고,

정신이 깜빡거리는 것은 지나온 세월을 모두 기억하면 정신이 너무 사나울테니 좋은기억과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하라는 뜻이다.

 

소설 은교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해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얻은 벌이 아니다.”

몸의 변화를 두려워하고 불편해 할 것이 아니라 감사하게 여기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반백년을 쓰며 여기까지 오게 한, 마모된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견한가 말이다.

 

누구나 다 어차피 결승점에서 만나지 않겠는가?

 

(* 방역지침 준수함 : 모두 떨어져 앉았고, 사진 찍을 때만 잠시 마스크를 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