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밖의 세상】《남이 밀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먼저 뛰어내려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지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나 역시 10여년 법원 조직에서 뛰쳐나왔고, 3년 전에는 대형 로펌을 박차고 나온 경험이 있다.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도 예외 없이 언젠가는 조직을 떠나야 한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뿐 누구나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커다란 조직에서 퇴사를 하면 자신을 감싸고 있던 든든한 성벽이 사라진다.
번쩍이는 투구와 튼튼한 갑옷을 벗어던진 채 성 밖으로 나와 칼 한 자루와 말 한 마리에 의지한 채 찬바람이 부는 야생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아무리 편안해도 성주가 던져주는 일만 하면서 그 좁은 성 안에서 무미건조하고 단조로운 생활을 하는 것은 답답하고 정말 하기 싫었다.
무엇보다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꿈을 부풀게 하는 성 밖의 웅장한 자연과 낯설고 새로운 신비의 도시들을 좁은 방의 커튼 사이로만 보는 것에 만족해야만 한다는 것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성밖으로 스스로를 던져 버렸다.
뭘해도 힘들거라면, 새로운 경험을 해보면서 힘든 쪽이 더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만 방향을 트는 것이 아니다.
잘 가고 있다 싶을 때도,
때론 이 길 밖에 없을 거라 생각하던 때도,
걸림돌이 너무 커서 넘을 여력이 없을 때도 어느 순간 방향을 틀 이정표가 생긴다.
이 길이 자신이 가야할 길인지,
과연 맞는 길인지,
의심과 두려움이 앞설 때가 있다.
남이 밀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먼저 뛰어내려라.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어쩔 수 없이 성밖으로 내팽개쳐지면 공포감이 먼저 앞서지만, 스스로 뛰쳐나오면 자신감이 붙는다.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그 분이 그 동안 접해보지 못한 또다른 인생의 즐거움을 찾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