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르와의 해후】《감기몸살 한번 앓은 대가치고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는 느낌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오늘 오전 9시 30분에 생활치료센터에서 퇴소를 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이렇게 신선하고 맑은 공기는 처음이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기분이 좋다.
자유로움의 느낌이 이런 것일까?
차를 타고 오면서 찔끔 눈물이 났다.
격리생활이 나에게 유익했던 점도 분명히 있지만, 솔직히 말해 이런 경험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약 10평 짜리 숙소에 1주일간 혼자 고립되어 있는 것이 힘들었다.
센터에 있는 동안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 2007)”라는 영화를 봤다.
주인공이 홀로 자연 속에서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힐링영화로 생각하고 위안을 받고자 하였으나, 뜻밖의 결말에 충격을 받았다.
사냥과 채집으로 식량을 조달하던 주인공은 굶주림으로 체력이 떨어져 그곳을 벗어나려 하였으나 강물이 불어나 고립된 생활을 하던 중 독성이 있은 야생감자를 먹고 구토를 하는 등 약해진 아픈 몸을 이끌고 허기와 외로움 속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시체는 19일 후에 발견되었다.
그가 죽은 곳에서 500미터 떨어진 곳에는 강을 건널 수 있는 도르레가 있었고 주변에는 여러 개의 산장이 있었지만, 그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고립되어 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정신건강에도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격리된 내 처지와 오버랩이 되면서 오히려 날 우울하게 만들었다.
집에 돌아오니, 또르가 흥분해서 반긴다.
집이 편하고 너무 좋다.
그래서 “Home, Sweet Home!”이라고 하나 보다.
생활치료센터에 있는 동안 식욕도 사라진데다가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1주일 사이에 체중이 무려 4kg이 줄었다.
집 냉장고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미역국을 꺼내 먹고, 사과를 씻어 우걱우걱 씹어먹고, 토스트에 버터를 발라 구어 먹었다.
음, 고소하고 바삭한 맛이 일품이다.
집에 오니 식욕이 되살아났다.
감기몸살 한번 앓은 대가치고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르가 내 손을 핥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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