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례】《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
형법 제300조는 준강간죄의 미수범을 처벌한다. 또한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불능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 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고 실제로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이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범죄가 기수에 이르지 못하였으므로 준강간죄의 미수범이 성립한다.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형법 제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능미수는 행위자에게 범죄의사가 있고 실행의 착수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있지만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처음부터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구성요건의 충족은 불가능하지만, 그 행위의 위험성이 있으면 불능미수로 처벌한다. 불능미수는 행위자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존재한다고 오인하였다는 측면에서 존재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사실의 착오와 다르다.
② 형법은 제25조 제1항에서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라고 하여 장애미수를 규정하고, 제26조에서 “범인이 자의로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중지하거나 그 행위로 인한 결과의 발생을 방지한 때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라고 하여 중지미수를 규정하고 있다. 장애미수 또는 중지미수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할 당시 실행행위를 놓고 판단하였을 때 행위자가 의도한 범죄의 기수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처음부터 기수가 될 가능 성이 객관적으로 배제되는 불능미수와 구별된다.
③ 형법 제27조에서 정한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는 행위자가 시도한 행위방법 또는 행위객체로는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결과 발생의 불가능’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원시적 불가능성으로 인하여 범죄가 기수에 이를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불능범과 구별되는 불능미수의 성립요건인 ‘위험성’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④ 형법 제299조에서 정한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 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 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는 피해자인 사람에게 존재하여야 하므로 준강간죄에서 행위의 대상은 ‘심신 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그러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것이다. 심신상실 또는 항거 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그 사람의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행위를 하면 구성요건이 충족되어 준강간죄가 기수에 이른다.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를 가지고 간음하였으나, 실행의 착수 당시부터 피해자가 실제로 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준강간죄의 기수에 이를 가능성이 처음부터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준 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불능미수가 성립한다.
2. 사안의 개요
⑴ 위 판결의 쟁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이다.
⑵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고 실제로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이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범죄가 기수에 이르지 못하였으므로 준강간죄의 미수범이 성립한다.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
⑶ 피해자가 실제로는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술에 취하지 아니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하였을 때 성립하는 준강간죄는 성립할 수 없음에도, 피고인이 피해자가 술에 만취한 나머지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오인하여 준강간죄의 고의로 피해자를 간음한 사건에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보아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한 사례이다.
2. 불능미수에 관한 일반론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0호 이수환 P.527-548 참조]
가. 불능범과 불능미수
⑴ 불능범이란 행위자에게 범죄의사가 있고 외관상 실행의 착수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있지만 행위의 성질상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 즉 구성요건실현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구성요건실현의 가능성은 위험성을 의미하므로 불능범은 위험성이 없는 행위로서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없고 범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종래의 통설적 입장이었다.
⑵ 그런데 불능범을 가벌성의 대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입법정책적 결단으로 형법 제27조는 ‘불능범’이라는 제목으로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하여 위험성의 표지를 가진 가벌적 불능미수를 규정하고 있다.
⑶ 따라서 불능미수는 범행의도에 의하여 표상된 구성요건표지가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애당초 충족될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결과발생은 불가능하지만, 법률적 관점에서 보아 구성요건적 행위의 위험성으로 인하여 미수범으로 처벌되는 범죄형태라고 할 수 있다.
나. 불능미수의 성립요건
⑴ 범죄실현의사(주관적 구성요건)
불능미수도 미수범의 일반적 형태인 장애미수와 마찬가지로 객관적 구성요건표지 를 인식하고 특정 구성요건을 실현하고자 하는 고의를 필요로 한다.
행위자가 범죄를 완성시킬 의도, 즉 구체적인 구성요건실현을 위한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를 모두 구비하여야 하고,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인 고의 외에도 구체적인 구성요건에 따라 요구되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요소인 목적이나 불법영득의 의사 등도 포함된다.
⑵ 실행의 착수
불능미수도 미수범이므로 행위자가 실행에 착수하였을 것을 요한다.
실행의 착수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하여, ① 객관적인 구성요건적 행위의 개시를 실행의 착수로 보는 객관설, ② 범행의사와 확실성이 인정되는 범의의 비약적 표동을 실행의 착수로 보는 주관설, ③ 범인의 범행의사를 기준으로 개별적인 행위의 객체 또는 구성요건실현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인정될 때에 실행의 착수를 인정하려는 주관적 객관설(절충설)이 대립하고 있다.
판례는 간첩죄에 관하여는 비밀탐지가 가능한 국내에 침투하거나 상륙할 때 실행의 착수를 인정함으로써 주관설(대법원 1984. 9. 11. 선고 84도1381 판결 등)의 입장을 취하고, 그 외의 경우 실행의 착수를 판단하는 데 있어 이른바 밀접행위설을 취하면서 범행계획도 고려하고 있어 주관적 객관설(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도2199 판결, 대법원 1992. 9. 8. 선고 92도1650, 92감도80 판결, 대법원 2000. 6. 29. 선고 2000도1253 판결, 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도4298 판결,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도 1985, 2003감도26 판결 등 다수)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⑶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한 결과발생의 불가능
① 일반적으로 착오라 함은 행위자가 의욕․인식한 내용과 객관적으로 발생한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즉 행위의 주관적 측면과 객관적 측면의 불일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의 착오는 형법의 영역에서 많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도표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② 수단의 착오란 수단의 불가능성 또는 부적합성, 즉 행위자가 의도한 행위 방법으로는 결과의 발생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경우를 의미한다.
수단의 착오는 행위자가 의도한 행위방법으로는 결과의 발생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며 이러한 사정을 행위자가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결과발생이 처음부터 가능하며 다만 행위자가 인식한 것과는 다른 객체에 결과가 발생한 구성요건의 착오에서의 방법의 착오와는 구별된다.
대상의 착오란 객체의 불가능성 또는 부적합성, 즉 행위자가 의도한 행위객체가 구성요건실현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경우로서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예컨대, 이미 살해된 사람에 대해 권총을 발사하는 경우)이든 법률상의 이유로 불가능(예컨대, 피해자가 자신에게 준 사실을 모르고 재물을 절취한 경우)한 것이든 묻지 않는다.
대상의 착오는 대상의 부적격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러한 불능의 객체를 행위자가 가능한 것으로 잘못 생각하였다는 점에서 적극적 착오에 해당하는 반면, 구성요건 착오에서의 객체의 착오는 객체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를 의미하는 것으로 행위자가 인식한 성질의 객체에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소극적 착오라고 할 수 있다.
주체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때에도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주체의 불가능성이란 신분 없는 자가 신분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진정신분범을 범한 경우를 말한다.
이에 대하여 불능미수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신분범에 있어서는 신분자의 특수의무가 불법을 형성하므로 신분 없는 자의 행위는 미수범의 행위반가치를 결하였다고 해야 하고, 주체의 흠결의 경우까지 불능미수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의하여 허용되지 않으므로 불가벌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③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발생이 불가능’할 것은 요건으로 하고 있다.
⑷ 위험성
형법 제27조는 결과발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으면 처벌한다고 규정하여 불능미수와 불능범을 구별하는 기준으로서 위험성을 제시하고 있다.
위험성이 있으면 불능미수로 처벌되고 위험성이 없으면 불능범에 해당하여 처벌되지 않으므로, 위험성은 미수범의 일반에 요구되는 처벌근거가 아니라 불능미수범의 가벌성의 범위를 제한하기 위하여 마련된 특유한 표지라고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다. 불능미수에 관한 판례의 사안
⑴ 불능미수의 성립을 인정한 사안
① 대법원 1954. 1. 30. 선고 4286형상103 판결 : 피고인이 탄환을 일부러 불발시키기 위해서 제조된 지 10년 이상 경과한 탄환을 다시 3, 4일간 물수건에 싸두었다가 직접 실행행위자에 내어줌으로써 직접 실행행위자가 이러한 사정을 모르고 살해의 의사로 권총을 발사하였으나 장전된 탄환이 불량하여 불발된 사안
② 대법원 1973. 4. 30. 선고 73도354 판결 :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으로 우물과 펌프에 농약(스미치온)을 혼입하였으나 악취가 심하고 물빛이 탁해져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사안
③ 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도3331 판결 : 피고인이 살인의 의사를 가지고 요구르트 1병마다 농약 1.6cc를 주입하였으나 치사량에 미달하여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사안
④ 대법원 1985. 3. 26. 선고 85도206 판결 : 피고인이 다른 사람과 필로폰을 제조하기로 공모하고 그 제공원료인 염산에페트린과 수종의 약품을 섞어 필로폰 제조를 시도하였으나 그 약품배합 미숙으로 완성품을 제조하지 못하여 미수에 그친 사안
⑤ 대법원 1986. 11. 25. 선고 86도2090 판결 : 소매치기가 피해자의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금품을 절취하려 한 경우, 비록 그 주머니 속에 금품이 들어있지 않았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는 절도라는 결과발생의 위험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으므로 절도미수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안
⑥ 대법원 1990. 7. 24. 선고 90도1149 판결 : 피고인은 다른 공동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하라고 하면서 준 원비-디 병에 성인남자를 죽이기에 족한 용량의 농약을 넣었고, 또한 피해자 소유 승용차의 브레이크호스를 잘라 브레이크액을 유출시켜 주된 제동기능을 완전히 상실시킴으로써, 피해자가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반대차선의 자동차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으나 전혀 제동이 되지 아니하여 사이드 브레이크를 잡아당김과 동시에 인도에 부딪치게 함으로써 겨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사안
⑦ 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도2313 판결 : 피고인이 필로폰을 매수하려 하였으나 매도인이 소금을 대신 교부함으로써 미수에 그친 행위에 대하여 매매행위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필로폰의 매매미수범으로 처단한 원심의 판결을 수긍한 사안
⑧ 대법원 2006. 7. 27. 선고 2006도2096 판결 : 피해자는 A에게 양식어업면허를 이전하여 운영하던 중 어업면허 유효기간이 만료되기 전 관할관청에 유효기간 연장신청을 하였다가 불허가처분을 받게 되자 A를 원고하여 국가를 상대로 손실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제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항소심 심리가 진행된 상태였 는데, 피고인은 A로부터 손실보상청구권을 양수받는 방법으로 항소심 소송에 승계인 으로 참가하여 피해자의 손실보상금을 가로채기로 A와 공모하였고, A는 손실보상청 구권을 타인에게 양도하지 아니하고 피해자의 실질적인 손실보상금 청구소송의 수행 및 손실보상금 수령 등의 청구권 보전을 위해 협력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 임무에 위 배하여 양식어업면허와 관련한 손실보상금 청구권 등 일체의 권리를 피고인에게 양 도한다는 서류를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교부하고 이를 확정일자 있는 내용증명우편물 로 소송의 상대방에게 통지하였으나, 손실보상금청구권이 법률상 발생하지 않아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사안
⑨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도3687 판결: 피고인이 일정량 이상을 먹으 면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초우뿌리 또는 부자 달인 물을 피해자에게 마시게 하여 살해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토해버림으로써 미수에 그친 사안
⑵ 불능미수의 성립을 부정한 사안
① 대법원 1982. 6. 22. 선고 82도826 판결 : 피고인이 혼인무효인 A를 배우 자 있는 여자로 알고서 상간하였다가 호적상 A의 배우자로 등재된 배우자 남자로부 터 간통죄로 고소를 당한 후에 혼인의 효력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A와 상간한 사실이 없는 데도 있는 것처럼 무고하였다는 취지로 고소하여 무고한 사안[무고죄는 객관적 진술에 반하는 사실을 신고한 때에 성립하는데, 피고인이 고소한 사실이 진실로 밝혀졌으 므로 무고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고, 설령 피고인이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다는 고의가 있었고 그 위험성도 인정될 수 있어 불능미수가 성립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무고죄의 경우에는 미수범의 처벌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②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0도1881 판결: 피고인은 해당 토지를 매수하지 않았음을 알면서 사망한 사람을 상대로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이를 편취한 사안(대법원 1997. 7. 8. 선고 97도632 판결도 같은 취지)
③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6669 판결: 피고인이 건물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면서 자신의 처만이 전입신고를 한 상태에서 건물주인 임대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여 근저당권실행의 임의경매가 개시되자 임대인에게 피고인의 처 명의로 전세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여 달라고 부탁하였고, 임대인이 직접 전세계약서 중 임차인란의 피고인 명의 부분을 지우고 그 처 명의로 변경하여 확정일자를 받은 후 경매법원에 변경된 전세계약서 등을 첨부하여 배당요구를 한 다음 소액임차인으로 근저당권자보다 우선하여 배당받은 사안
④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도1916 판결: 피고인은 피해자가 운영하는 A 회사의 명목상 대표이사였는데, A 회사가 B 회사(피해자가 운영함)에 대한 허위의 대여금채권에 기하여 B 회사의 강원도에 대하여 가지는 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되자 그 채권을 빼돌릴 것을 마음먹고 공증사무실에서 A 회사의 압류 및 전부명령에 기한 공사대금채권 중 1억 원을 피고인의 개인 채권자에게 양도하여 대표이사로서의 임무에 위배하여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려고 하였으나, 그 채권양도일 이전에 A 회사의 다른 대표이사가 이미 위 공사대 금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였던 사안
3. 대상판결(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에서 불능미수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0호 이수환 P.527-548 참조]
가. 주관적 구성요건의 존재 : 인정됨
나. 실행의 착수
⑴ 대법원은 준강간죄에서 실행의 착수에 대하여 “피고인이 잠을 자는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자신의 바지를 내린 상태에서 피해자의 음부 등을 만지는 행위를 한 시점에서 피해자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을 할 의도를 가지고 간음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을 시작한 것으로서 준강간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실행의 착수시기를 간음행위를 시작하거나 그와 밀접한 행위를 한 때로 보았다(대법원 2000. 1. 14. 선고 99도5187 판결 참조).
⑵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자신의 집 안방에 누워 있는 피해자의 옆에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는 행위를 한 시점에 준강간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한 결과발생의 불가능 여부
⑴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
①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죄는 정신적 또는 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 참조). 그리고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죄에서 규정하는 ‘심신상실’이란 정신장애 또는 의식장애 때문에 성적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고, ‘항거불능’이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1976. 12. 14. 선고 76도3673 판결, 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 등).
②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위의 객체는 ‘사람’, 제302조의 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위의 객체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 제305조의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위의 객체는 ‘13세 미만의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다.
반면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범죄이고, 여기에서 ‘이용하여’라 함은 행위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을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 때문에 간음이 용이하게 되었음을 말하므로, 준강간죄에서 행위의 객체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보아야 한다.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야 하므로 행위의 객체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간음의 상대방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③ 준강간죄의 행위의 객체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고,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것이다.
준강간죄에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은 대상의 성질이기도 하지만 실행 수단의 전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피고인은 현실적으로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이 불가능한 수단이나 객체를 결과발생이 가능한 수단이나 객체로 오인하였다는 점에서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가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⑵ 결과발생의 불가능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아니한 사람을 간음하는 것은 준강간죄의 대상이나 구성요건적 행위가 아니므로 간음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준강간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준강간죄는 간음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간음이 이루어진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것이므로, 설령 피고인이 인식 또는 의욕한 대로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지 않았다면 구성요건적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피고인의 행위가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기수에 이르지 못하였더라도,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로 그 실행의 착수라 할 수 있는 행위를 한 이상 준강간죄의 미수범이 성립할 수 있다.
라. 위험성 유무
이 건에서는 일반인이 객관 적으로 판단하여 보면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말미암아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준강간의 결과발생 위험성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마. 대상판결(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의 분석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여 피해자의 성기에 손가락을 넣었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지 않았던 사안에서 유사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될 여지가 많다고 판시한 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5도7343 판결 등의 법리를 재차 확인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인정하였다.
대상판결은 ‘결과발생의 불가능’과 ‘위험성’이 구분되는 개념이고, ‘결과발생의 불 가능’ 유무를 기준으로 불능미수와 장애미수가 구별되며, ‘위험성’ 유무를 기준으로 불능미수와 불가벌적 불능범이 구별된다고 보았다.
4.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관한 직권심판의무(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1도9043 판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0호, 김종헌 P.660-672]
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 여부
⑴ 관련 법리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은 준강간죄의 불능 미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선언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때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 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준 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
㈏ 위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에 기초하면 준강간죄 불능미수의 성립요건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준강간죄의 고의, 즉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가 존재하였을 것
② 실행의 착수, 즉 밀접행위가 존재할 것
③ 피해자가 실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아니하는 등 결과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을 것
④ 피고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일반적․객관적 관점에서 판단할 때 준강간의 결과발생 위험성이 존재할 것
⑵ 이 사건의 경우
원심판결의 이유, 즉 원심의 사실인정에 따르면 피고인의 행위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가 잠이 들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준강간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는데, 피해자가 실제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즉, ①, ②, ③ 요건이 인정된다.
㈏ 원심은,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관련하여 인식하였던 사정, 즉 피해자가 상당히 취한 상태에서 ‘차에 가서 잠을 자야겠다.’라고 말하면서 승용차에 탑승하였고,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승용차에 탑승한 후 몇 차례 피해자의 이름을 부르고 피해자의 벌린 입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보아도 피해자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의 준강간 고의를 인정하였는데, 피고인이 당시 인식하였다는 피해자의 상태와 관련된 위와 같은 사정들을 기초로 일반인의 객관적 관점에서 판단하면 준강간의 결과 발생 위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즉, ④ 요건도 인정된다.
㈐ 이 사건의 경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과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하려고 하였을 뿐 실제 간음행위를 하지는 않았으나, 그러한 사정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①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오인한 채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와 무관한 간음행위”를 하였는데, 위와 같은 행위의 존재는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적 결과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적 결과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이고, 따라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 미수로 평가될 뿐이다.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범은 준강간죄의 고의로 준강간죄의 실행행위에는 착수하였으나 구성요건적 결과인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이 당초부터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성립하는 것이다.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그와 무관한 간음행위가 실제 존재하는지 여부는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범 성립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② “위험성”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위험성”은 실행착수 당시 피고인이 인식한 사정을 기초로 일반적․객관적 관점에서 구성요건적 결과 실현이 가능하였는지를 가정적․규범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실행의 착수 이후 피고인이 실제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를 판단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즉, 피고인이 구성요건적 행위를 어느 정도까지 실행하였는지 여부를 기초로 “위험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와 무관한 간음행위”는 구성요건적 관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위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그러한 간음행위를 하였더라도 또는 그러한 간음행위를 상당 부분 진행하였더라도,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행위를 한 것에 불과하므로, 위험성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다.
③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정희의 보충의견도 그와 같은 취지를 명백히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위에서 보았듯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의 성립 여부만이 이 사건의 쟁점이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착오로 인하여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했으나, 당시 피고인이 인식한 사정을 놓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기수에 이를 위험성이 있었다면 불능미수의 성립은 인정된다. 그리고 이는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로 실행에 착수했으나 간음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도 긍정된다. 그런데 오히려 피고인이 의욕한대로 간음이 실현됐다는 사실을 들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위험성이 없었다고 한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해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형법상 준강간죄의 구성요건과 불능미수의 요건에 기한 다수의견의 해석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
나. 직권심판의무 인정 여부
⑴ 관련 법리
㈎ 3단계 구조
직권심판의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직권으로 유죄로 인정하려는 범죄사실이 공소장변경의 한계(허용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하고, ②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하며, ③ 나아가 직권으로 다른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의무가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1도9041 판결 등 다수 선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법리이다.
㈏ 공소장변경의 한계 관련 법리(➀ 단계)
① 형사재판에서 법원의 심판대상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공소사실대상설, 소인대상설, 이원설이 대립하나, 통설 및 선례는 이원설의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이 현실적 심판대상이고, 그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사실이 잠재적 심판대상이다. 즉, 공소제기에 따라 법원이 현실적으로 심판하는 대상은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이나, 잠재적․관념적으로는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사실”이 모두 심판대상이 되는 것이고, 따라서 잠재적․관념적 심판범위인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사실” 전부에 공소제기의 효력, 기판력이 미치게 된다.
공소장변경은 공소제기 이후 현실적 심판대상을 변경하는 절차이므로, 최초의 공소제기로 법원의 잠재적 심판대상이 된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사실”이 허용될 수 있는 한계이다.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 후문이 공소장변경과 관련하여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허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② 공소사실 동일성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 기본적 사실동일설, 죄질동일설, 구성요건공통설, 소인공통설, 범죄행위동일성 등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나, 대체로 “공소사실을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로 환원하여 그러한 사실 사이에 다소의 차이가 있더라도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동일성을 인정”한다는 기본적 사실동일설의 입장이고, 대법원도 원칙적으로 기본적 사실동일설의 입장에 있다고 설명된다. 다만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본적 사실 동일설의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규범적 요소도 가미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이고, 이와 같이 일부 사안에서 구체적 타당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 요소의 가미를 요구하는 선례의 입장을 “수정된 기본적 사실동일설”로 칭하기도 한다.
③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획일적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고, 다양한 사실적 요소, 규범적 요소를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주요 판단징표는 다음과 같다.
“범행일시․장소, 범행 수단․방법․목적물․피해자 등 범죄사실의 내용, 행위의 태양, 피해법익, 죄질, 행위의 밀접성, 범죄성립의 택일관계․양립관계, 죄수 관계, 범의, 행위 간의 밀접한 인과관계(수단과 결과의 관계), 일련의 행위 등”
㈐ 직권심판의 가능성 관련 법리(➁ 단계)
① 법원이 어떠한 경우에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논의이다.
구성요건동일설, 법률구성설, 사실기재설(실질적 불이익설)의 견해대립이 있으나, 통설은 사실기재설(실질적 불이익설)의 입장이다.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10도 2414 판결 등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어야”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사실기재설(실질적 불이익설)의 입장에 있다고 설명된다.
②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와 관련해서, 공소사실과 직권 인정 사실을 일반적․유형적으로 대비하여 불이익 유무를 판단하면 충분하다는 추상적 방어설과 피고인의 방어활동 등 구체적인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개개의 사건마다 개별적으로 불이익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구체적 방어설이 존재한다.
선례는 기본적으로 추상적 방어설의 입장에 있으나, 구체적 방어설의 관점도 보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된다. 즉, 대법원 1999. 4. 15. 선고 96도1922 전원합의체 판결 등은 강제추행치상의 공소사실에 강제추행의 공소사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직권으로 강제추행 범죄사실을 인정하여도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보아 추상적 방어설의 입장을 취한 듯하나, 일부 선례는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의 경과”를 고려하여야 한다거나(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도9122 판결,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도7166 판결), “법정형의 경중 및 그러한 경중의 차이에 따라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에 들일 노력․시간․비용에 관한 판단을 달리할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는 등(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4391 판결) 구체적 방어설의 입장을 가미한 것으로 보인다.
③ 실질적 불이익 유무에 관한 선례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다음과 같은 유형화가 가능할 수 있다.
㉠ 실질적 불이익이 없다고 판단되는 요소: 공소사실이 인정 사실을 포함하는 경우, 동일한 사실에 대하여 법률적용 내지 법적 평가만을 달리하는 경우, 심리과정에서 피고인이 직권 인정 사실을 시인하거나 주장한 경우, 변소 내용이 공소사실에 포함된 직권 인정 사실과 관계 있는 경우, 변소 내용이 공소사실에 포함된 직권 인정 사실과 관계가 있고 원심이 검사에게 공소장변경요구까지 하였던 경우, 행위태양을 구체적으로 특정한 경우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그에 관하여 다투었던 경우
㉡ 실질적 불이익이 존재한다고 판단되는 요소: 범죄행위의 내용과 태양이 다른 경우, 심리과정에서 언급되지 않았거나 방어기회가 없었던 경우, 구성요건과 보호법익이 다른 경우, 미수감경의 가능성이 배제되어 처단형의 하한에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 직권 인정 사실이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을 예상할 수 없었던 경우, 직권 인정 사실이 공소사실에 반드시 포함된다고 볼 수 없는 경우
㈑ 직권심판의무 관련 법리(➂ 단계)
① 실질적 불이익이 초래될 염려가 없어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 즉 직권심판이 가능하다면 법원이 언제나 직권심판을 하여야 하는지, 그렇지 않더라도 특정한 요건하에서는 직권심판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논의이다.
② 법원이 언제나 직권심판을 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의무설”도 존재하나, 대체로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량이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의무가 인정된다는 “원칙적 재량설”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③ 선례도 “원칙적 재량설”의 입장이다. 대법원 1990. 10. 26. 선고 90도1229 판결 등 다수는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중대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법원이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위법한 것이라고까지는 볼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판시한다.
즉, 선례는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경우” 직권심판의무가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입장인데, 선례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공소사실과 직권으로 인정되는 범죄사실 사이의 간격이 크지 않은 경우”, “직권으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이 중대한 경우”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선례는 “공소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직권으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중대”하면 직권심판의무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공소사실과의 대비, 공소사실과의 격차, 공소사실과의 간격”을 하나의 기준으로 삼고, “직권 인정사실의 중대성”을 또다른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④ 선례가 직권심판의무를 인정한 사안들은 대체로 직권 인정 범죄사실이 중대한 경우 또는 가담한 공범에만 차이가 있거나 법적 평가에만 차이가 있어 공소사실과의 간격이 그리 크지 않은 경우들이다. 반면, 선례가 직권심판의무를 부정한 사안들은 대체로 직권 인정되는 범죄사실이 방조범, 상해․폭행․협박으로 중대하지 아니하거나 기존 공소사실과의 간격이 상당한 경우들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 직권심판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 직권으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중대한 경우, 공소장에 직권으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적용법조가 기재되어 있는 경우, 가담한 공범에만 차이가 있는 경우, 법적 평가에 차이가 있을 뿐이거나 양립 불가능한 경우
㉡ 직권심판의무가 부정되는 경우 : 직권으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이 공소사실 또는 동종범죄의 방조범인 경우, 직권으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이 상해․폭행․ 협박인 경우, 검사가 법원의 공소장변경요청을 거절하거나 변경검토 여부에 대한 석명에도 불구하고 변경이나 추가 입증 등을 시도하지 않은 경우
⑵ 이 사건의 경우
㈎ 공소장변경의 허용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➀ 단계)
이 사건 공소사실(준강간죄 장애미수)과 직권으로 인정되는 준강간죄 불능미수의 범죄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
범행일시, 장소는 물론,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손으로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다가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려 하였다는 기본적 사실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단지, 피해자가 당시 실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에 차이가 있을 뿐인데, 그러한 차이만으로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을 부정하고 공소장변경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
공소사실 동일성이 부정된다고 보면, 준강간죄의 장애미수로 기소되어 무죄판결을 받아 확정되더라도 그 공소제기의 효력, 기판력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공소사실에는 미치지 않아, 또다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로 기소되더라도 면소판결이 선고되지 않고 실체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될 것인데, 납득하기 어렵다.
㈏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심판이 가능한지 여부(➁ 단계)
이 사건에서,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준강간죄 불능미수의 범죄사실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
① 준강간죄의 장애미수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는 실질적으로 심리․판단의 영역이 동일하여 준강간죄 장애미수로 기소된 사건의 방어권 행사에 준강간죄 불능 미수에 관한 방어권 행사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해도 큰 무리가 없다.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는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로 실행에 착수하였다는 점, 피해자가 당시 실제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점, 준강간의 결과 발생 위험성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면 성립하는 범죄이다.
그 중 “준강간의 고의”, “실행의 착수”는 준강간죄 장애미수의 구성요건과 동일하다. 또한 “피해자가 당시 실제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점”은 “피해자의 실제 항거불능 상태”라는 준강간죄 장애미수의 구성요건이 부정되면 그대로 인정되는 것으로, 준강간죄 장애미수에 관한 방어권 행사에서의 변소 내용에 해당한다. 나아가, “준강간의 결과 발생 위험성”은 피고인이 당시 인식한 피해자의 상태를 기준으로 일반적․객관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으로, 그 판단자료인 “피고인이 당시 인식한 피해자의 상태”는 “준강간의 고의”를 심리․판단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이 이루어지는 내용이다.
② 나아가, 이 사건의 경우 실제 공판과정에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 여부에 관한 공방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검사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선언한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에 따라 준강간죄 불능미수의 성립이 인정되어야 함에도 제1심이 무죄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였고, 피고인의 변호인도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으므로 준강간죄 불능미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 이렇듯 검사와 피고인 사이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하는 지에 관한 언급 및 공방이 있었다는 점에서도 직권으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죄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
㈐ 직권심판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➂ 단계)
위와 같이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준강간죄 불능미수의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 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① 우선,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는 중대한 범죄이다. 준강간죄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범에 대하여는 그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을 뿐이다.
② 공소사실인 준강간죄의 장애미수 범행과 직권으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인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행 사이에 간격이 크다고 볼 수도 없다.
범죄의 중대성은 물론, 죄질, 처벌가치 등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두 범행 모두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겠다는 의사로 저 질러지는 것이고,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없다.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원인이 실행의 착수 이전부터 존재하였는지, 실행 의 착수 이후 발생하였는지에 관하여만 차이가 있을 뿐인데, 이는 피고인이 행위 당시 인식하지 못한 우연한 사정으로, 본질적 차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 위와 같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중대한 범죄이고, 준강간죄의 장애미수와 죄질, 처벌가치 등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소장변경이 없었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는 것은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기판력이 발생하여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로 다시 기소되더라도 유죄판결 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결과적으로 아무런 처벌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다. 대상판결(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1도9043 판결)의 결론
⑴ 대상판결(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1도9043 판결)은, 피고인의 행위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직권으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아니하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므로 원심으로서는 준강간의 불능미수 범죄사실을 직권으로 인정하였어야 한다고 보았다. 결국 원심이 피고인의 행위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할 수는 있다고 보면서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에는, 공소장변경 없이 심판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⑵ 대상판결(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1도9043 판결)은 준강간죄의 장애미수 등으로 기소된 사건의 심리과정에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관한 방어권 행사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면 공소장 변경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나아가 직권으로 이를 인정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관한 직권심판의무(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1도9043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①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요건, ②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기준이다.
⑵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때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⑶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대법원 1999. 11. 9. 선고 99도367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경우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가볍지 아니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도9268 판결,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1도9041 판결 등 참조).
⑷ 피고인이 술에 취하여 잠이 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간음하려 하였으나 정신을 차린 피해자가 거부하며 항의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는 이유로 준강간죄의 장애미수로 기소된 사안임
⑸ 원심은, 피고인에게 준강간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나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여 준강간죄의 장애미수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의 행위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로 의율할 수는 있다고 보이나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으므로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음
⑹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피고인의 행위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나아가 ① 이 사건 공소사실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죄사실 사이에 범행일시, 장소, 피고인의 구체적 행위 등 기본적 사실에 차이가 없고, ② 공판 과정에서 준강간의 고의,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는 물론 준강간의 결과 발생 위험성에 관한 판단근거가 될 수 있는 피고인이 당시 인식한 피해자의 상태에 관한 공방 및 심리가 모두 이루어졌고 검사가 항소이유서에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을 주장하고 피고인의 변호인이 그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기도 하여 직권으로 준강간죄 불능미수의 범죄사실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③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중대한 범죄이고, 준강간죄의 장애미수와 사이에 범죄의 중대성, 죄질, 처벌가치 등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어,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므로 원심으로서는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죄사실을 직권으로 인정하였어야 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