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버린 내 얼굴】《사람의 얼굴은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따라 점차 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구정 연휴기간에 출발하는 이집트행 국적기의 좌석을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운이 좋았다.
이집트는 16년 전에 장인어른을 모시고 단 둘이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장인과 사위 둘이서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는 드물어서인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들 아들과 아버지 관계로 알고 있다가,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라곤 한다.
그런데 그때의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당시는 사법연수원 교수(부장판사)때인데, 촌스럽고 포동포동한 얼굴이다.
그때의 사진을 보니 아주 당황스럽기도 하고, 많이 창피하기도 하다.
놀라운 점은 내 얼굴이 16년 전에 비하여 정말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수십년 동안 얼굴이 전혀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씩 점점 변해가는 얼굴도 있다.
우리 아이들도 얼굴이 많이 변한 편에 속한다.
치아교정 밖에 한 것이 없음에도 우리 아이들은 커갈수록 더 예뻐졌다.
어릴 적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의 젊은 나이 때는 우리 아이들의 황금기이자 리즈(Leeds) 시절일 것이다.
난 원래 코가 큰 편인데, 당시에도 코는 컸다.
얼굴에 코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시 별명은 왕코였다.
보기에는 흉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내가 언제 콧대가 높아 보겠는가?
게다가 코가 크면 ‘그것’도 크다고 하지 않던가?
기분이 우쭐해진다.
사람의 얼굴은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따라 점차 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체적인 윤곽은 변하지 않았지만, 나도 얼굴이 점차 변해 온 편에 속한다.
과거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알게 모르게 얼굴이 주는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다.
‘소심하고 수줍은 범생이 스타일’에서 지금의 분위기로 말이다.
실제로 성격도 많이 변했다.
내 인생관도 법관시절과 비교하여 완전히 바뀌었다.
즐겁게 열심히 일하고, 행복하게 삶을 즐기려 한다.
그런 생각과 태도에 따라 얼굴도 변하는 것 같다.
나이 든 사람은 얼굴과 목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의 성격을 판단할 수 있다.
몇 십 년이 지나 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보면, 학창시절 늘씬한 키와 외모로 주위 사람들의 시샘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친구의 얼굴이 초췌하고 생기 없는 모습으로 변해 있어 “세월 앞에선 장사가 없구나”하며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가하면 학생 때는 왜소하고 평범해서 눈에도 띄지 않던 친구들이 품위 있고 멋진 모습으로 당당하게 등장해 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못생겼지만 ‘귀엽고 신뢰가 가는 얼굴’이 있는가 하면, 깍아놓은 조각처럼 잘 생겼지만 ‘야비함’이 숨어있는 얼굴도 있다.
마흔이 넘으면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라진다.
마흔이 지나면 각자 쌓아온 인생의 결이 다른 만큼 ‘서로 다른 스타일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뽐내게 된다.
그리고 그 스타일은 얼마나 내 삶을 열심히 살았는가로 판가름 난다.
그런 사람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 그 당당함이 묘한 매력을 발산하게 되는 것이다.
얼굴이란 안의 것이 밖으로 뛰쳐나와 만들어지는 것이다.
얼굴은 표정을 담는 그릇이고, 표정은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다.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많이 웃으면 얼굴 또한 주인을 따라 간다.
그러니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즐거운 감정을 많이 느껴라.
비극을 극화시키지 말고, 나쁜 점을 과장하지 마라.
대신 삶의 기쁨이 인생을 환히 비추게 하라.
그것은 가장 좋은 화장품이요, 마음의 영양제다.
세상을 살며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을 아름답게 다듬어 나가는 것보다 더 큰 일은 없다.
솔직하고, 당당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에 자부심을 가져보자.
거울을 들여다 보라.
그리고 그대가 바라보는 얼굴에 말하라.
이제는 그 얼굴이 다른 얼굴을 만들 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