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시여, 저에게 진득함을 주소서!】《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특별한 일을 해내기 위해 존재하나니, 그 일은 바로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 것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나이가 들면서 충동적, 즉흥적으로 무언가 일을 벌릴 때가 정말 많다.
저녁에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라디오를 듣다가 순간적으로 병원수술예약을 하고, 사람이 만나고 싶어서 갑자기 문자를 보내 저녁 약속을 잡고, 비가 오면 느닷없이 옷을 주섬주섬 입고 나가 빗속을 걷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이런 일들이 순간적으로 떠오른 일을 갑자기 충동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생각이 어떤 계기로 떠오르게 되면 주저없이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미루지 않고 즉시 실천에 옮긴다.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있으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크립토나이트에 노출된 수퍼맨처럼 에너지가 방전되면서 힘을 잃고 쓰러진다.
나이가 들면, 타고난 본성이나 성향도 조금 바뀌는 것 같다.
진득함이 없어지고, 얼굴에는 두꺼운 철판이 깔려 남을 의식하는 경향이 점차 무뎌진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 위에 알파벳 E를 대문자로 써보아라.
알파벳 E가 상대방에게 보이도록 쓰여졌는가 아니면, 내가 볼 수 있도록 쓰여졌는가?
알파벳 E가 상대방에게 보이도록 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 행동하는 경향이 높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강한 반면, 내가 볼 수 있도록 쓰는 사람은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을 우선시하고 개인주의적 성형이 강하다고 한다.
그런데 난 이런 성향마저 바뀌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난 항상 알파벳 E가 상대방에게 보이도록 쓰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무의식적으로 내 이마에 다시 알파벳 E를 써보았는데, 내가 보이도록 쓰고 있다.
나이가 들면 성향도 개인주의적으로 바뀌는걸까?
젊은 시절에는 튀는 행동을 극히 자제했다.
24년간의 오랜 법관 생활을 하는 동안 옷도 무난한 디자인의 무채색 옷만 입었다.
그런데 지금은 밋밋한 무채색은 싫다.
다른 옷과 차별화가 되는 독특한 포인트가 있는 디자인의 옷을 선호한다.
한번 가본 곳보다는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더 즐겁다.
업무에 있어서도 기계적이고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에 쉽게 싫증을 내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한 평생을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생활의 달인들’을 보면, 존경의 마음이 솟구친다.
오랜 기간 똑같은 일을 하다보면, 난 그 루틴(routine)한 일상이 너무 지겹게 느껴지고 그 곳에서 탈출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지루한 강의를 듣다가 무릎 연골이 가려워져 벌떡 일어나고 싶은 그런 욕구 말이다.
왜 그리 끈기가 없고 즉흥적, 충동적이냐고 물으면, 나 역시 할 말이 없다.
그건 마치 음악을 듣고 있다가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처럼 무어라 설명할 수 없이 그냥 그런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과 슬픔들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지루하다.
그렇게 살면 숨 막혀 죽을 것 같다.
정해진 길대로 가는 것이 싫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면, 또다시 내 가슴을 설레게 할 일을 찾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으며, 세상 모든 사람들을 100% 만족시킬 수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살고, 유일하고 고유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