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제척기간 경과이익포기 가능여부, 제척기간과 소멸시효의 구별>】《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척기간 경과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22. 6. 9. 선고 2017다247848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지난 뒤 그 이익을 포기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해상운송인의 송하인이나 수하인에 대한 권리·의무의 소멸기간이 제척기간인지 여부(적극)
[2]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지난 뒤에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받는 당사자가 기간이 지난 사실을 알면서도 기간 경과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경우, 민법 제184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제척기간 경과로 인한 권리소멸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 다만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해상운송인의 송하인이나 수하인에 대한 권리·의무에 관한 소멸기간은 제척기간에 해당한다.
[2]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지난 뒤에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받는 당사자가 기간이 지난 사실을 알면서도 기간 경과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경우에는, 소멸시효 완성 후 이익의 포기에 관한 민법 제184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제척기간 경과로 인한 권리소멸의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에 대하여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양 사안 사이에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있어야 하고 법규범의 체계, 입법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되어야 한다.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은 청구권에 관한 것으로서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않은 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하거나 효력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소멸시효와 비슷하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시효 완성으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민법 제184조 제1항). 한편 어떠한 권리에 대하여 제척기간이 적용되는 경우에 그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하고 의무자는 채무이행을 면하는 법적 이익을 얻게 된다.
제척기간을 정한 규정의 취지와 목적, 권리의 종류·성질 등에 비추어,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경우와 같이 기간 경과로 인한 이익 포기를 허용해도 특별히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라면, 시효이익 포기에 관한 민법 제184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당사자에게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여 법률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과 형평에 맞는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② 제척기간은 일반적으로 권리자로 하여금 자신의 권리를 신속하게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려는 데 그 제도의 취지가 있으나,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성의 정도는 개별 법률에서 정한 제척기간마다 다를 수 있다.
상법 제814조 제1항은 해상운송과 관련한 법률관계에서 발생한 청구권의 행사기간을 1년의 제소기간으로 정하면서도 위 기간을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송인과 송하인 또는 수하인 사이의 해상운송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으나, 해상운송에 관한 분쟁 가운데는 단기간 내에 책임소재를 밝히기 어려워 분쟁 협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이 조항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당사자들에게 제소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분쟁에 대한 적정한 해결을 도모할 기회를 부여하고자 당사자들이 기간 연장을 합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은 해상운송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채권·채무에 적용되는데 해상운송인을 보호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른 증명곤란의 구제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만,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제척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제척기간과는 구별되는 특성이 있다. 이와 같이 이 조항에서 제척기간을 정한 취지와 목적, 권리의 성질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당사자에게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여 법률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과 형평에 맞는 해결을 가능하게 하더라도 특별히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임정윤 P.373-402 참조]
가. 사실관계
⑴ 소외 회사는 해상운송인인 피고와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소외 회사는 수하인으로서 2013. 12. 4.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았는데, 이 사건 화물은 인도 당시 해상운송 중 악천후로 이미 손상된 상태였다.
⑵ 소외 회사는 2014. 12. 15.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의 손상에 대해서 “보험처리가 완결되지 않아서 Time bar(구상시효) 연장이 필요하다.”라고 하면서 그 연장을 요청하였고, 피고는 2014. 12. 18. “시효를 2015년까지 연장하는 데 동의한다.”라고 회신하였다.
⑶ 원고는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로서 피보험자인 소외 회사에 이 사건 화물 파손으로 인한 손해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였다.
원고는 소외 회사가 피고에 대하여 갖는 손해배상채권을 대위 취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화물의 인도일부터 1년이 지난 뒤인 2015. 12. 28.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⑷ 피고는 이 사건 소가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소기간인 운송물을 인도한 날부터 1년이 지난 뒤에 제기되었으므로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⑸ 제1심 및 원심은 다음과 같이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보아 이를 각하하였다.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기간은 제척기간에 해당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운송인의 채무는 확정적으로 소멸하며 그 이후에 당사자 사이에 제소기간 연장의 합의를 하더라도 이미 소멸한 권리가 다시 살아난다고 볼 수 없다. 제척기간이 지난 권리는 당사자의 원용 여부와 상관없이 당연히 소멸하므로, 소멸시효 완성 후 이익의 포기와 같은 경우를 생각할 수 없다. 이 사건 소는 제소기간이 지난 뒤에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고, 피고가 이 사건 화물 인도일부터 1년이 지난 뒤인 2014. 12. 18. 제소기간 연장에 동의하였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나. 사안의 개요
⑴ 대우조선해양은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피고와는 이 사건 운송계약을, 원고와는 이 사건 해상보험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⑵ 그 후 대우조선해양은 수하인으로서 피고(해상운송인)로부터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았는데, 인도 당시 이 사건 화물은 이미 손상되어 있었다.
⑶ 대우조선해양은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구상시효 연장을 요청하였고, 피고는 구상시효를 2015년까지 연장함에 동의한다고 회신하였다.
⑷ 이후 원고는 대우조선해양에 이 사건 화물 파손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한 후, 피고를 상대로 보험자대위로서 대우조선해양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⑸ 이에 피고는, 이 사건 소는 상법 제814조 제1항이 정한 제소기간인 ‘운송물을 인도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제기되어 부적법하다고 다투었다.
⑹ 원심은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① 상법 제814조 제1항이 정한 기간은 출소기간인 제척기간이다.
② 제척기간이 지난 권리는 당사자의 원용 없이도 당연히 확정적으로 소멸하고, 시효이익의 포기와 같은 경우를 생각할 수 없어서 당사자가 기간 연장을 합의하더라도 부활하지 않는다.
⑺ 대법원의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척기간은 당사자의 합의로 연장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사자가 그 경과로 인한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민법 제184조 제1항을 유추 적용하여 권리소멸의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문제점 제기
⑴ 상법 제814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은 ‘운송인의 채권․채무의 소멸’이라는 표제하에,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 다만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판례는 위 1년의 기간을 제척기간(제소기간)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다205947 판결).
◎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다205947 판결 :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과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하되,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해상운송인의 송하인이나 수하인에 대한 권리․의무에 관한 소멸기간은 제척기간이고, 제척기간의 기산점은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이다.
⑵ 그런데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권리행사기간은 제척기간임에도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를 두고 있는 특징이 있다. 권리행사에 관하여 제척기간을 두는 이유는 당해 권리를 신속하게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그 권리를 중심으로 하는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기 위함이다. 이 사건 조항에 관하여는 해상운송의 경우 관계자들이 다수이고 다국적인 경우가 많으며 상호 간의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해상운송의 특성상 단기간 내에 책임소재를 밝히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손해배상에 관한 협의 및 손해액의 산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장합의를 통해 소송에 의하지 않고도 분쟁에 대한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한 것이다. 즉, 이 사건 조항은 공익적 측면과 사적자치의 측면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⑶ 이 사건에서는 이와 같이 당사자 간 합의에 따른 처분이 가능하도록 한 이 사건 제척기간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제척기간 경과 후 그 이익 포기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그 반대해석상) 소멸시효 완성 후 이익의 포기에 관한 민법 제184조 제1항[제184조(시효의 이익의 포기 기타) ① 소멸시효의 이익은 미리 포기하지 못한다]을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또 제척기간 경과 후 이익 포기가 가능하다고 볼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그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도 문제 된다.
라. 쟁점
⑴ 위 판결의 쟁점은,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지난 뒤에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받는 당사자가 제척기간 경과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이다.
⑵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 다만,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해상운송인의 송하인이나 수하인에 대한 권리․의무에 관한 소멸기간은 제척기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다205947 판결 등 참조).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지난 뒤에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받는 당사자가 기간이 지난 사실을 알면서도 기간 경과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경우에는, 소멸시효 완성 후 이익의 포기에 관한 민법 제184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제척기간 경과로 인한 권리소멸의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은 청구권에 관한 것으로서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않은 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하거나 효력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소멸시효와 비슷하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시효 완성으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민법 제184조 제1항). 한편 어떠한 권리에 대하여 제척기간이 적용되는 경우에 그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하고 의무자는 채무이행을 면하는 법적 이익을 얻게 된다.
제척기간을 정한 규정의 취지와 목적, 권리의 종류․성질 등에 비추어,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경우와 같이 기간 경과로 인한 이익 포기를 허용해도 특별히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라면, 시효이익 포기에 관한 민법 제184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당사자에게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여 법률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과 형평에 맞는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② 제척기간은 일반적으로 권리자로 하여금 자신의 권리를 신속하게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려는 데 그 제도의 취지가 있으나(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다22682, 22699 판결 참조),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성의 정도는 개별 법률에서 정한 제척기간마다 다를 수 있다.
상법 제814조 제1항은 해상운송과 관련한 법률관계에서 발생한 청구권의 행사기간을 1년의 제소기간으로 정하면서도 위 기간을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송인과 송하인 또는 수하인 사이의 해상운송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으나, 해상운송에 관한 분쟁 가운데는 단기간 내에 책임소재를 밝히기 어려워 분쟁 협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이 조항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당사자들에게 제소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분쟁에 대한 적정한 해결을 도모할 기회를 부여하고자 당사자들이 기간 연장을 합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은 해상운송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채권․채무에 적용되는데 해상운송인을 보호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른 증명곤란의 구제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만,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제척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제척기간과는 구별되는 특성이 있다. 이와 같이 이 조항에서 제척기간을 정한 취지와 목적, 권리의 성질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당사자에게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여 법률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과 형평에 맞는 해결을 가능하게 하더라도 특별히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⑶ 해상운송인인 피고는 이 사건 화물 인도일인 2013. 12. 4.부터 1년이 지난 때인 2014. 12. 18. 수하인의 제소기간 연장 요청에 동의하였고, 수하인의 보험자인 원고는 2015. 12. 28.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⑷ 피고는 이 사건 소가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소기간인 1년을 경과한 뒤에 제기되었으므로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고, 원심은 제척기간이 지난 권리는 당사자의 원용 여부와 상관없이 당연히 소멸하여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포기할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⑸ 대법원은,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은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제척기간과는 구별되는 특성이 있고,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성의 정도는 개별 법률에서 정한 제척기간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당사자가 기간이 지난 사실을 알면서도 그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경우에는 소멸시효 완성 후 이익의 포기에 관한 민법 제184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제척기간 경과로 인한 권리소멸의 이익의 포기를 긍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3. 소멸시효와 제척기간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87-291 참조]
가. 의의
⑴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도 일정한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 권리의 소멸이라는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제도이다.
⑵ 이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법률관계가 점점 불명확해지는 것에 대처하기 위한 제도로서, 일정 기간 계속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곤란해지는 증거보전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며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사람을 법적 보호에서 제외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44224, 244231 판결 등 참조).
나. 제척기간과의 구별
⑴ 제척기간의 의의
① 법률이 규정하는 권리의 존속기간 또는 법률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그 기간이 지난 뒤에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제척기간’이라 부른다. 제척기간은 권리자로 하여금 해당 권리를 신속하게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려는 데 그 제도의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 그 기간의 경과 자체만으로 곧 권리 소멸의 효과가 있게 하는 것이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다47074 판결,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다215256 판결).
② 민법은 제척기간의 의의나 효과 등에 관하여 총칙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제척기간으로 해석되는 규정은 상당히 많다. 유의할 점은, 제척기간과 소멸시효는 제도의 취지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권리에 대하여 제척기간과 소멸시효가 중복적으로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때부터 6월의 제척기간(제582조)에 걸리는 동시에 매수인이 매매의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제162조 제1항)에도 걸린다(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10266 판결).
⑵ 제척기간의 법적 성질
제척기간에는 그 기간 내에 재판상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출소기간과 재판 외에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충분한 재판 외 행사기간 두 가지가 있다. 둘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제척기간을 정하고 있는 법률규정의 문언과 입법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 형성권
채권자취소권과 같은 형성소권의 제척기간은 출소기간이고, 취소권, 매매예약완결권과 같은 그 밖의 형성권의 제척기간은 재판 외 행사기간이다(대법원 2000. 6. 9. 선고 2000다15371 판결.
㈏ 청구권
① 상속회복청구권, 점유회수청구권(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다8097 판결)의 제척기간은 출소기간이고,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권리의 제척기간은 재판 외 행사기간이다(대법원 2000. 6. 9. 선고 2000다15371 판결, 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3다20190 판결).
◎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다8097 판결:민법 제204조 제3항과 제205조 제2항에 의하면 점유를 침탈당하거나 방해를 받은 자의 침탈자 또는 방해자에 대한 청구권은 그 점유를 침탈당한 날 또는 점유의 방해행위가 종료된 날부터 1년 내에 행사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제척기간의 대상이 되는 권리는 형성권이 아니라 통상의 청구권인 점과 점유의 침탈 또는 방해의 상태가 일정한 기간을 지나게 되면 그대로 사회의 평온한 상태가 되고 이를 복구하는 것이 오히려 평화질서의 교란으로 볼 수 있게 되므로 일정한 기간을 지난 후에는 원상회복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점유제도의 이상에 맞고 여기에 점유의 회수 또는 방해제거 등 청구권에 단기의 제척기간을 두는 이유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의 제척기간은 재판 외에서 권리 행사하는 것으로 족한 기간이 아니라 반드시 그 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여야 하는 이른바 출소기간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 대법원 2000. 6. 9. 선고 2000다15371 판결 : 민법상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기간은 제척기간으로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권리행사기간이며 재판상 청구를 위한 출소기간이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위 기간이 경과하기 전 피고에게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여 이 사건 공사의 하자 및 미시공 부분에 대한 하자를 통지하고 그 보수를 요구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원심이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의 주장(제척기간 도과로 원고의 하자보수청구권이 소멸하였다는 주장)을 배척한 것은 결론적으로 정당하다.
◎ 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3다20190 판결 : 민법 제582조 소정의 매수인의 권리행사기간은 재판상 또는 재판 외에서의 권리행사에 관한 기간이므로 매수인은 소정 기간 내에 재판 외에서 권리행사를 함으로써 그 권리를 보존할 수 있고, 재판 외에서의 권리행사는 특별한 형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매수인이 매도인에 대하여 적당한 방법으로 물건에 하자가 있음을 통지하고, 계약의 해제나 하자의 보수 또는 손해배상을 구하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충분하다.
② 재판 외 행사기간인 경우 어느 정도의 권리행사가 있으면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것인지 문제되는데, 최근의 판례는 “채권양도의 통지는 그 양도인이 채권이 양도되었다는 사실을 채무자에게 알리는 것에 그치는 행위이므로, 채권양도통지에 채권양도의 사실을 알리는 것 외에 그 이행을 청구하는 뜻이 별도로 덧붙여지거나 그 밖에 양도인이 재판 외에서 그 권리를 행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만으로 제척기간의 준수에 필요한 권리의 재판 외 행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하였다(대법원 2012. 3. 22. 선고 2010다28840 전원합의체 판결).
⑶ 소멸시효와의 차이점
㈎ 소급효 없음
소멸시효는 그 기산일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기지만(제167조),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권리는 ‘장래를 향하여’ 소멸한다.
㈏ 중단 안됨
소멸시효는 중단될 수 있지만, 제척기간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의무자가 권리의 존
재를 승인한 경우에도 제척기간은 그대로 진행한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26425 판결). 제척기간은 법률관계를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 정지
소멸시효의 완성은 정지될 수 있는데, 제척기간에 대하여는 다툼이 있다. 다수의 학설은 제척기간은 법률관계의 객관적, 획일적인 확정을 목적으로 한다는 이유로 시효정지 규정의 유추적용을 부정한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4두2509 판결은 제척기간에 있어서는 그 성질에 비추어 소멸시효와 같이 기간의 중단이나 ‘정지’는 있을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 포기 불가
① 시효이익은 완성 후 포기할 수 있지만, 제척기간은 그렇지 않다.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권리는 ‘당연히’ 소멸하기 때문이다.
② 다만, 판례는 제척기간이라 하더라도 제척기간을 정한 규정의 취지와 목적, 권리의 종류·성질 등에 비추어,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경우와 같이 기간 경과로 인한 이익 포기를 허용해도 특별히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라면, 시효이익 포기에 관한 제184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당사자에게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여 법률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과 형평에 맞는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대법원 2022. 6. 9. 선고 2017다247848 판결 :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 다만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은 해상운송인을 보호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른 증명곤란의 구제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만,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제척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제척기간과는 구별되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직권조사사항
소멸시효는 상대방의 항변사항이지만, 제척기간은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다. 제소기간인 제척기간은 소송요건이기 때문에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임이 당연하고, 제소기간아닌 제척기간도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다(대법원 2000. 10. 13. 선고 99다18725 판결:매매예약완결권의 제척기간이 도과하였는지 여부는 소위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이에 대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당연히 직권으로 조사하여 재판에 고려하여야 하므로, 상고법원은 매매예약완결권이 제척기간 도과로 인하여 소멸되었다는 주장이 적법한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주장되었다 할지라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
㈓ 권리남용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경우에는 권리남용을 이유로 이를 배척할 수 있지만, 제척기간은 직권조사사항이기 때문에 권리남용의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반대의견 있음).
⑷ 권리행사기간이 소멸시효인지 제척기간인지 구별 방법
㈎ 원칙 : 법규정의 문언에 따른다.
㈏ 그 이외의 경우
법문에 ‘시효로 인하여’라고 표현되어 있음에도 규정의 취지와 권리의 성질에 비추어 제척기간으로 보아야 하는지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① 제1024조 제2항 : 통설은 제척기간으로 해석한다.
② 제766조 제2항, 제1117조 후단 : 제척기간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으나, 판례는 소멸시효라고 한다.
⑸ 형성권과 제척기간
① 형성권에 관하여 권리행사의 기간이 정하여져 있지 않은 경우(예컨대 해제권, 매매예약완결권 등)에도 그 형성권은 10년의 제척기간에 걸리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제555조(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의 해제)의 해제권은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3다1755 판결). 그 이유는 수증자의 채권이 존재하는데 증여자의 해제권만 제척기간의 도과로 소멸한다는 것은 제555조가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에 대하여 증여자의 해제권을 인정한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② 그 기산점은 당사자 사이에 일정기간 형성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에도 그와 관계없이 형성권이 발생한 때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한편, 형성권 행사의 결과 발생하는 권리(예컨대 해제권 행사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 매매예약완결권 행사로 인한 소유권이전청구권)는 그 권리가 발생한 때부터 별개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4. 제척기간과 소멸시효의 구별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204-2210 참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임정윤 P.373-402 참조]
가. 구별 기준
제척기간은 일정한 권리에 관하여 법률이 미리 정하는 그 권리의 존속기간 내지 권리행사의 한정기간으로, 기간경과 시 그 권리는 당연히 소멸한다고 본다.
반면 소멸시효는 일정한 사실상태가 일정한 기간 계속된 경우 그 상태가 진실한 권리관계에 합치하는지를 묻지 않고 그 사실상태를 존중하여 법률상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양자 모두 시간 경과에 따른 권리소멸의 문제를 다루고, 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이라는 가치를 도모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되나, 제척기간에서는 권리를 중심으로 하는 법률관계의 조속한 확정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소멸시효는 청구권에만 적용되지만 제척기간은 주로 형성권이 적용 대상이다. 청구권은 일반적으로 소멸시효의 적용 대상이지만 청구권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해야 할 정책적 필요성이 있으면 소멸시효가 아닌 제척기간이 부가되기도 한다. 양자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나. 기간 경과의 효과
⑴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
법문은 “ ……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라고 규정하며, ‘완성한다.’의 의미에 관하여 절대적 소멸설과 상대적 소멸설이 대립한다.
● 제162조(채권, 재산권의 소멸시효)
①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②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 절대적 소멸설
① 소멸시효 완성으로 당연히 권리가 소멸하고,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이며, 이 의사표시에 의하여 이익이 생기지 않았던 것으로 된다고 본다.
시효이익의 포기를 이유로 시효 완성의 효과가 복멸되는 것은 위와 같은 의사표시에 기한 법률행위적 효과라고 하고, 이미 소멸한 채무를 소급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하는 행위로서, 실질적으로 새로운 채무를 부담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② 판례는 절대적 소멸설을 취하면서, 다만 ‘변론주의의 원칙상’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가 그 사실을 주장하여야 비로소 법원이 소멸시효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한다(대법원 1979. 2. 13. 선고 78다2157 판결).
㈏ 상대적 소멸설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권리소멸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 즉 원용권(援用權)이 발생하고, 그 원용권의 행사에 의하여 비로소 권리가 소멸한다고 본다.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위 원용권의 포기이며, 원용권의 포기에 의하여 권리는 소급하여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된다.
⑵ 제척기간 경과의 효과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권리가 당연히 소멸된다(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다22682, 22699 판결 : 제척기간은 권리자로 하여금 당해 권리를 신속하게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려는데 그 제도의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 소멸시효가 일정한 기간의 경과와 권리의 불행사라는 사정에 의하여 권리소멸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과는 달리 그 기간의 경과 자체만으로 곧 권리소멸의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므로 그 기간 진행의 기산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권리가 발생한 때이고, 당사자 사이에 위와 같이 위 매매예약 완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를 특별히 약정한 경우에도 그 제척기간은 당초 권리의 발생일로부터 10년간의 기간이 경과되면 만료되는 것이지 그 기간을 넘어서 위 약정에 따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10년이 되는 날까지로 연장된다고 볼 수 없다).
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판례와 같이 절대적 소멸설을 취하면, 그 기간 경과의 법적 효과 측면에서 제척기간과 소멸시효 사이에 차이가 없다.
다.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의 구별에 관한 판례의 태도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90 참조]
판례는 다음과 같이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을 대체로 엄격하게 구별해 왔다.
① 제척기간의 기산점을 임의로 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다22682, 22699 판결).
② 제척기간의 진행은 중단될 수 없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26425 판결 : 매매의 일방예약에서 예약자의 상대방이 매매예약 완결의 의사표시를 하여 매매의 효력을 생기게 하는 권리, 즉 매매예약의 완결권은 일종의 형성권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그 행사기간을 약정한 때에는 그 기간 내에, 그러한 약정이 없는 때에는 그 예약이 성립한 때로부터 10년 내에 이를 행사하여야 하고, 그 기간을 지난 때에는 예약 완결권은 제척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소멸하고, 제척기간에 있어서는 소멸시효와 같이 기간의 중단이 있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③ 제척기간은 그 성질에 비추어 소멸시효에서와 같은 정지가 인정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다13952 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4두2509 판결,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다183 판결).
④ 형성권인 해제권에 관하여 그 제척기간이 경과한 때 시효이익 포기에 관한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3다63356 판결).
5. 각 제척기간의 구별 방법 및 기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임정윤 P.373-402 참조]
가. 문제의 소재
제척기간 제도의 본래의 취지가 ‘법률관계의 신속한 확정’에 있다고 하면서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을 엄격히 구별하고 그 일반적인 구별기준을 모든 제척기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들이 다수 제기되었다.
위 견해들의 기본적 관점은 다음과 같다. 법률에서 개별적으로 규정되고 있는 수많은 제척기간마다에는 그 인정취지나 권리의 종류․성질등에 따라서 특별한 규범적 의미내용을 가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 기준을 모든 제척기간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확보를 위해서는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구체적 타당성의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합리성을 결여하는 경우도 생길 수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척기간을 다양한 기준에 따라 구별하고 각 제척기간별로 그 취급을 달리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⑴ 권리행사방법에 따른 구별
‘제소기간인 제척기간’과 ‘재판 외의 행사기간으로서의 제척기간’으로 구별한다.
① 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민법 제204조 제3항(점유보호청구권은 1년.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다8097, 8103 판결), 제406조 제2항(채권자취소권은 1년 또는 5년), 제819조, 제823조(혼인 취소의 소는 3월), 제841조, 제842조(재판상 이혼청구는 6월 또는 2년), 제847조 제1항, 제848조 제2항, 제851조(친생부인의 소는 2년), 제907조(재판상 파양청구는 6월 또는 3년), 제999조(상속회복청구의 소는 3년 또는 10년) 등이 있고, ② 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민법 제146조(법률행위의 취소권는 3년 또는 10년), 제253조(유실물 소유자의 권리는 6월), 제556조 제2항(증여계약의 해제권은 6월), 제573조, 제575조 제3항, 제582조(매도인의 담보책임은 1년, 6월), 제670조, 제671조 제2항(수급인의 담보책임은 1년) 등이 있다.
⑵ 발생근거에 따른 구별
법정제척기간(법률의 규정에 정해진 제척기간)과 약정제척기간(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정해진 제척기간)으로 구별한다.
법정제척기간을 당사자의 약정으로 변경(단축․연장)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거래의 안전이나 무능력자의 보호 등을 고려하여, 그 법정제척기간이 강행법규인가 임의법규인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한다.
약정제척기간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단축 및 연장이 자유로운데, 이는 소멸시효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연장․가중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다른 부분이다.
● 제184조(시효의 이익의 포기 기타)
② 소멸시효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이를 배제, 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으나 이를 단축 또는 경감할 수 있다.
⑶ 제척기간의 제도적 취지(적용 대상 권리)에 따른 구별
청구권에 관한 제척기간과 형성권에 관한 제척기간으로 구별한다.
청구권에 관한 제척기간은 의무자 보호, 시간의 경과에 따른 입증곤란을 구제하는 측면에서는 소멸시효와 동일하고, 제척기간의 취지를 단지 권리의 신속한 행사를 촉구하고 그로써 명확한 법률관계의 창출을 위한 제도라고 설명하기는 곤란하다고 본다.
반면 형성권자의 상대방은 형성효에 일방적으로 복속되므로 형성권의 행사 여부에 관한 법적 불확정성으로부터의 신속한 해방이 요청된다. 형성권의 행사는 당사자뿐 아니라 제3자에게도 영향을 주므로 조속한 법률관계의 해결이 요청된다는 점에서, 형성권의 권리행사기간에 대해서는 시효가 인정되기에는 적합하지 못한다고 본다.
⑷ 절대적 제척기간과 상대적 제척기간으로 구별
절대적 제척기간은 재판상 행사가 요구되며, 법률관계의 조속한 확정과 거래의 안전에 대한 요청이 강력한 경우로서 사적자치에 의한 변경이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 상대적 제척기간은 재판 외 행사로도 충분하며, 법률관계의 조속한 확정의 요청이 미약한 경우로서 사적자치의 원칙이 폭넓게 허용된다. 상대적 제척기간에서 사적 자치의 원칙은 행사기간의 변경, 기산점의 변경, 중단 및 정지사유에 관한 약정, 제척기간 경과 이익의 포기 등의 형태로 구체화된다.
위 구별에 따른다면,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은 독특한 성질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재판상 청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당사자의 합의에 의한 연장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제척기간에 소멸시효 규정의 유추적용 가부
이는 제척기간의 연장, 단축, 정지, 기간 경과 이익의 포기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이 없으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것인가, 아니면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각 제척기간의 성질에 비추어 개별적으로 소멸시효의 규정의 유추적용 가능성을 긍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⑴ 제척기간의 중단
제척기간에 중단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 견해이다.
⑵ 제척기간의 정지
제척기간에 대하여 소멸시효에서와 같은 정지가 인정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하나, 근래에는 이를 긍정하는 견해가 다수설이라고 할 수 있다.
⑶ 제척기간의 연장 또는 기간 경과 이익의 포기
제척기간 경과 이후에 합의에 의한 연장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는, 제척기간 경과 여부가 직권조사사항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개별적인 제척기간마다 기간 경과 이익의 포기의 허용 여부를 달리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다. 제척기간이 지난 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의 허용 여부에 관하여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을 긍정한 판례
대법원은 제척기간이 지난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손해배상채권에 관하여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하여 위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허용하였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다255648 판결). 위 판결은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채권․채무관계의 정산 소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경우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매수인이나 도급인은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
6. 해상운송인의 책임 소멸에 관한 규정 및 제척기간 경과 후 이익 포기 가능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임정윤 P.373-402 참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204-2210 참조]
가. 상법 제814조의 제척기간
⑴ 1991년 상법 개정 이전에는 해상물건운송인에 관하여 육상물건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함으로써 그 책임의 소멸기간을 1년의 단기 소멸시효기간으로 하고 있었다. 1991년 개정 상법에서 헤이그규칙( 1924년 선하증권에 관한 법률의 특정 규칙의 통일을 위한 국제협약에 따라 1년의 단기 제척기간으로 정하였고, 이와 동시에 재판상의 청구를 요건으로 가중하고 기산점을 명문으로 규정하였다.
2007년 개정 상법은 1991년 개정 상법의 내용을 그대로 승계하면서, 제814조 제2항, 제3항에서 운송인이 인수한 운송을 다시 제3자에게 위탁한 경우에 대한 특칙 규정을 추가로 두었다.
● 상법 제814조(운송인의 채권․채무의 소멸)
② 운송인이 인수한 운송을 다시 제3자에게 위탁한 경우에 송하인 또는 수하인이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운송인과 배상 합의를 하거나 운송인에게 재판상 청구를 하였다면, 그 합의 또는 청구가 있은 날부터 3개월이 경과하기 이전에는 그 제3자에 대한 운송인의 채권․채무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소멸하지 아니한다. 운송인과 그 제3자 사이에 제1항 단서와 동일한 취지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③ 제2항의 경우에 있어서 재판상 청구를 받은 운송인이 그로부터 3개월 이내에 그 제3자에 대하여 소송고지를 하면 3개월의 기간은 그 재판이 확정되거나 그 밖에 종료된 때부터 기산한다.
⑵ 상법 제814조 제1항에 따르면 제소기간 경과로 실체법상 권리가 소멸한다.
또 위 조항은 문언상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하는 기간에 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나. 해상운송인의 송하인ㆍ수하인에 대한 권리의무의 제소기간
⑴ 관련규정
● 상법
제814조(운송인의 채권·채무의 소멸)
①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 다만,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
⑵ 위 규정의 취지
① 상법은 해상운송인과 송하인ㆍ수하인 사이의 권리의무에 제소기간을 두고 있다(상법 제814조 제1항에 관한 다른 판례로,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다205947 판결, 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9다213009 판결).
② [본문] 해상운송인과 송하인ㆍ수하인 사이의 채권은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되어야 한다.
단순한 권리행사기간이 아니라, 문언에서 ‘재판상 청구’라 하여 제소기간임을 명시하였다.
문언은 ‘운송인’이라고 되어 있으나 ‘해상’편에 있는 규정이므로, 해상운송인을 의미한다.
육상운송에는 제소기간 규정 자체가 없다.
③ 해상운송의 특성상 분쟁의 해결에 조속한 소제기가 불가피하므로, 상법은 단기의 제소기간을 두고 있다.
해상운송은 대륙 간 운송으로서, 운송거리가 멀고 운송기간이 길며 관계자들이 다수이고 다국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천적으로 증거 보존이 어렵고 이해관계가 다각적이어서, 시간이 경과할수록 분쟁이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진다.
④ [단서] 다만 당사자는 합의로 제소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대상판결(대법원 2022. 6. 9. 선고 2017다247848 판결)은 이를 근거로, 당사자에게 제소기간에 관한 재량이 부여되었다고 보아 ‘시효이익 포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였다.
다. 제척기간 경과 후 이익 포기 가능 여부
이에 대하여는 ① 제척기간 경과 후 이익 포기 긍정설 과 제척기간 경과 후 이익 포기 부정설이 대립한다. 제척기간 경과 이익의 포기가 가능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상판결도 마찬가지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7.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임정윤 P.373-402 참조]
가. 대상판결의 결론
이 사건 기간은 제척기간에 해당하고, 당사자가 제척기간 경과 사실을 인식하고도 그로 인한 법률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라면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에 관한 규정(민법 제184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원심은 이와 달리 제척기간 경과 이익의 포기를 인정할 수 없음을 전제로 피고가 제척기간 경과 사실을 알면서도 그 이익을 포기하였는지에 대해 전혀 심리하지 않았는데, 구체적으로 원고가 담당자의 진술서를 제출하였으나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고, 담당자에 대한 증인신청은 철회되었다.
대법원은 제척기간 경과 이익의 포기가 가능하다고 법리를 판시하면서, 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에서 피고가 제척기간 경과 사실을 알면서도 그 이익을 포기하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였는지에 대하여 더 심리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며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으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판시 요지
대상판결은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척기간은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제척기간과는 구별되는 특성이 있고,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성의 정도는 개별 법률에서 정한 제척기간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당사자가 기간이 지난 사실을 알면서도 그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경우에는 소멸시효 완성 후 이익의 포기에 관한 민법 제184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제척기간 경과로 인한 권리소멸의 이익의 포기를 긍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8.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204-2210 참조]
가. 대상판결은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척기간 완성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보았음
⑴ 대상판결이 제척기간 도과의 이익 포기를 일반적으로 긍정한 것이 아님을 유의하여야 한다.
제척기간 이익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전제로, 상법 제814조 제1항의 경우에는 달리 볼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고 있다.
⑵ 대상판결의 근저에는 원고의 권리구제 필요성이 자리 잡고 있다.
원고가 보험자로서 보험금을 지급한 시점에는, 이미 이 사건 화물의 인도일로부터 1년이 도과한 상태였다.
즉, 원고는 원시적으로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소기간을 준수할 가능성이 없었다.
나. 당사자의 의사로 제소기간 도과의 효과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본 점에 의문이 있음
⑴ 재판청구권 내지 권리보호자격을 의사표시로 부활시킨다는 논리가 되어, 어색함
①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시효원용권이 발생하거나(상대적 소멸설) 시효의 대상이 되는 권리가 소멸한다(절대적 소멸설).
이는 ‘권리’의 소멸에 관한 문제이고, 권리는 당사자의 의사로 변동시킬 수 있다.
따라서 시효이익의 포기는 시효원용권을 소멸시키거나 시효 대상 권리를 부활시키는 ‘효과의사’의 대외적 표시이므로, ‘의사표시’에 해당한다.
② 반면 제소기간이 도과되면 권리자는 재판청구권이 제한되어 재판상 청구의 자격이 소멸한다.
◎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다32458 판결 :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를 필요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③ 이는 권리가 아닌 ‘권리보호자격’의 소멸에 관한 문제이고, 재판청구권 내지 권리보호자격 자체를 당사자의 의사로 변동시킬 수는 없다.
제소기간이 도과되면, 피고의 의사와 무관하게 법원이 재판을 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제소기간 도과의 이익 포기’로 권리보호자격이 부활될 수 있더라도, 그것은 당사자의 효과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법원이 그 권한으로 권리보호자격을 인정하여 주는 것’일 수밖에 없다.
법원이 피고의 포기 의사를 고려하여 제소기간의 도과에도 불구하고 권리보호자격을
인정하고 재판을 해 주는 것이다.
즉,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권리보호자격을 부활시킨다는 것도 상정하기 어렵고, 제소기간 도과의 이익 포기에 관하여 당사자의 의사가 어떠한지를 법원이 심리할 필요도 없다.
④ 상황을 바꾸어 보면, 제소기간 도과 이익을 포기한다는 피고의 의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예시]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소기간이 도과한 후에 수하인이 해상운송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더니, 해상운송인이 ‘운송 과정에서 실수가 일절 없었음을 공개적으로 확인받겠다’면서 제소기간 도과 이익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경우
이때는 제소기간은 도과되었고 제소기간 연장 합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므로, 소를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
‘연장 합의’가 없는 피고의 일방적인 의사 표명이라면, 피고가 제소기간 도과 이익을 명시적으로 포기하였더라도 소가 적법해질 수는 없다.
즉, 연장 합의에 의하여 권리보호자격이 인정되더라도 이는 그러한 합의가 있었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이 권리보호자격을 인정’하여 주는 것이지, 연장 합의에 담긴 당사자의 ‘효과의사’가 직접 권리보호자격을 창설하는 것이 아니다.
⑤ 따라서 대상판결이 이미 상실된 권리보호자격이 당사자(특히 피고)의 의사로 부활된다는 취지로 설시한 점에는 의문이 생긴다.
상법 제814조 제1항이 제소기간의 연장 합의를 허용하고 있더라도, 그 연장 합의 전에 제소기간이 도과한 이상 해상운송인은 재판청구권이 제한되고 권리보호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제소기간 도과의 이익을 포기하는 피고의 의사를 심리하여 소의 적법성을 판단하라고 설시하였다.
이는 제소기간 도과의 이익 포기가 의사표시로서 권리보호자격을 창설한다고 보는 것으로, 상당히 특이한 논리이다.
⑵ 당사자의 의사만으로 제소기간 도과의 하자가 치유된다는 것은 불합리함
① 대상판결은, ‘특별히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제소기간 경과의 이익 포기를 허용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 대법원 2022. 6. 9. 선고 2017다247848 판결(대상판결) : 제척기간을 정한 규정의 취지와 목적, 권리의 종류․성질 등에 비추어,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경우와 같이 기간 경과로 인한 이익 포기를 허용해도 특별히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라면, 시효이익 포기에 관한 민법 제184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당사자에게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여 법률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과 형평에 맞는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② 그러나 당사자의 의사만으로 제소기간 도과의 하자가 치유된다는 것은, 제소기간 제도의 존재의의를 형해화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어 불합리하다.
예컨대,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가 ‘제소기간 도과는 다투지 않고 본안만 다투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고 하여 본안판단으로 나아가야 한다면, 제소기간을 두어 법률관계의 조속한 확정을 강제하려는 의미가 없다.
⑶ 원고는 다른 구제방법이 있었으므로, 굳이 제소기간 도과 이익 포기를 인정할 필요는 없었음
① 보험자는 가해자에 대하여 부진정연대채무자로서 지급한 보험금 전액에 관하여 가해자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상판결 사안이라면, 대우조선해양이 원고와 피고를 공동피고로 삼아 소를 제기하면서 원고에게는 보험금청구를, 피고에게는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면 전부 인용될 것이다.
그런데 보험금과 손해배상금을 모두 지급받으면 과잉배상이 되므로, 원고와 피고는 공동하여 대우조선해양에게 지급하라는 주문이 나갈 것이다.
즉,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원고의 보험금채무와 피고의 손해배상채무는 발생 원인이 서로 다르지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의 급부를 가지는 채무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
부진정연대채무자 사이에서는 내부적 부담부분에 따라 구상할 수 있고, 본디 손해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하면 그 전액에 관하여 가해자에게 보험자대위를 할 수 있는 자이므로, 손해보험자는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내부적 부담부분이 없다.
손해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하여 가해자를 공동면책시켰다면, 가해자에게 그 전액에 관하여 ‘부진정연대채무자로서의 구상권’을 취득한다.
② 다만 대상판결 사안에서는 원고가 구상금청구를 하지 않았는데, 이는 종전에 ‘보험자에게 구상권이 없다’는 취지로 읽히는 유사 선례가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대법원 99다3143 판결은, 가해차량이 피해차량을 충격하여 손괴한 사안에서 피해차량의 보험자(원고)가 피해차량의 소유자에게 손해보험금을 지급하여도 가해차량의 보험자 및 운행자(피고들)에 대하여 구상권을 취득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피해차량의 보험자는 보험자대위로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만 취득하고 그 단기소멸시효는 이미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2010다67500 판결도 동일한 구조의 사안에서, 대법원 99다3143 판결을 참조판례로 하여 같은 취지로 판시하였다.
③ 그러나 위 유사 선례들이 부정한 구상권은 ‘공동불법행위자 간의 구상권’이지, ‘부진정연대채무자 간의 구상권’이 아니다.
ⓐ 대법원 99다3143 판결은 피해자 중에는 피해차량의 운전자 외에 동승자가 있었고, 동승자에 대하여서는 피해차량 운전자와 가해차량 운행자의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되었다.
이때 피해차량 보험자는 동승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면 보험자대위로써 피해차량 운전자의 가해차량 운행자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구상권을 취득하게 되고, 위 판결에서도 이 부분은 긍정하였다.
◎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다3143 판결 : … 원고(피해차량 보험자)가 1992. 8. 14. 이 사건 교통사고로 다친 소외 6, 소외 7(동승자)에 대한 관계에서 피해차량의 보유자로서 공동불법행위자의 지위에 있는 소외 1(피해차량 운전자)의 보험자로서 그들에게 그 손해배상금을 보험금으로 지급하였다는 것이고, 이로써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 1(가해차량 운행자)이 면책되었으므로, 이 경우 원고가 보험자대위에 의하여 취득한 소외 1의 피고 1 및 그의 보험자인 피고 동양화재에 대한 구상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원고가 보험금을 지급한 날짜로부터 기산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한 1997. 8. 9.까지 완성되지 아니하였음이 역수상 분명하다. 원심이 이러한 법리에 따라, 원고가 소외 6, 소외 7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함으로써 취득한 구상권이 상법 제662조에 정한 2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는 피고들의 항변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다.
ⓑ 그러나 차량 손괴의 물적 손해에 관하여 피해차량 운전자는 가해차량 운행자에 대하여서는 순수한 피해자이지 공동불법행위자가 아니므로 구상권을 취득할 것은 없고, 단지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만 있다.
위 판결의 판시도 보험자대위로 취득할 권리 중에 ‘공동불법행위자 간의 구상권’이 없다는 취지일 뿐, 보험자가 직접 가해자에 대하여 취득하는 구상권 즉 ‘부진정연대채무자로서의 구상권’은 있는 것이다.
◎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다3143 판결 : 원고(피해차량 보험자)가 피해차량 소유자인 소외 1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것은 원고와 소외 1 간의 보험계약에 기하여 제3자인 소외 5(가해차량 운전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보험자인 소외 1 소유의 피해차량이 파손됨으로 인한 물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서 지급한 것이므로, 이 경우 여기에 공동불법행위자 상호간의 구상권 문제가 생길 여지는 없다. 원고는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로서 보험자대위의 법리에 의하여 소외 1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자체를 취득하는 것이고, 따라서 소외 1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때로부터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정한 3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원고가 취득한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도 마찬가지로 소외 1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때로부터 그 소멸시효가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 다만 공동불법행위자 간의 구상권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다 보니 ‘보험자대위로 취득하는 구상권은 없다’는 취지로 판시가 나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010다67500 판결도 위 판결과 사안이 동일하다 보니, 위 판시를 그대로 답습하여 구상권이 없다는 취지로 판시가 나갔다.
그러나 분석 과정에서 ‘부진정연대채무자 간의 구상권’에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았던 것이고, 보험자가 어떠한 구상권도 취득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판시는 아니다.
④ 요컨대, 원고는 보험자대위로 취득하는 권리 외에도 ‘구상권’이 있고, 구상권에는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다.
원고의 권리구제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으므로, 굳이 제소기간 도과 이익 포기라는 개념을 통하여 원고를 보호할 필요는 없는 사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