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민사소송

【이행거절의 요건 및 이행거절의 효과】《이행거절의 종료(이행거절의사의 철회), 다른 채무불이행 유형과의 차이점》〔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2. 16. 06:03
728x90

이행거절의 요건 및 이행거절의 효과】《이행거절의 종료(이행거절의사의 철회), 다른 채무불이행 유형과의 차이점》〔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이행거절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54-457 참조]

 

. 의의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이 가능함에도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진지하고 종국적으로 표시하여 객관적으로 보아 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의 임의의 이행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하는 상태를 말한다.

 

. 채무불이행에 관한 포괄규정

 

민법 제390조는 채무불이행을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채무불이행의 유형을 이행지체, 이행불능, 불완전 급부, 부수적 주의의무 위반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들 채무불이행 유형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특성이 있는 채무불이행 유형이 있다면 이를 독자적인 채무불이행 유형으로 인정할 수 있다.

 

. 다른 채무불이행 유형과의 차이점

 

차이점

 

이행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행불능과 다르고, 채무자가 이행지체에 빠지지 않은 경우에도 곧바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행지체와 다르며(대법원 1993. 6. 25. 선고 9311821 판결, 대법원 1992. 9. 14. 선고 929463 판결), 급부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서 불완전급부와 다르고, 효과로서 전보배상청구권 및 계약해제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부수적 주의의무 위반과도 다르다.

대법원 1993. 6. 25. 선고 9311821 판결 : 피고들은 중도금의 수령을 거절한데다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음이 분명한데, 만약 원고가 피고들의 중도금 수령거절과 계약이행의 의사가 없음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해석한다면, 원고로서는 중도금을 공탁한 후 잔대금 지급기일까지 기다렸다가 잔대금의 이행 제공을 하고 피고들이 자기들 의무인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제공을 하지 아니한 때에야 비로소 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바, 어차피 피고들이 위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을 제공하지 아니할 것이 분명한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 위와 같은 방법을 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절차를 밟고 또 다른 손해를 입도록 강요하는 게 되어 오히려 신의성실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여겨지므로 원심이 원고로서도 위와 같은 사유를 내세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음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위배, 이유모순, 계약해제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들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대법원 1992. 9. 14. 선고 929463 판결쌍무계약인 부동산 매매계약에 있어 매수인이 이행기일을 도과한 후에 이르러 매도인에 대하여 계약상 의무 없는 과다한 채무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에는 매도인으로서는 매수인이 이미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표시한 것으로 보고 자기채무의 이행제공이나 최고 없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할 것이다.

 

판례의 태도

 

이행거절은 지금까지 인정되어 오던 다른 채무불이행 유형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독자적인 채무불이행 유형으로 인정하여 그 요건과 효과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판례도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이를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3. 6. 25. 선고 9311821 판결,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30257 판결, 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53173 판결, 대법원 2021. 7. 15. 선고 2018214210 판결).

민법 제390조는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이라는 제목으로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여 채무불이행에 관한 일반조항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민법 제544조는 이행지체와 해제라는 제목으로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을 지체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행거절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채권자는 그 이행을 최고하지 않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여기에서 나아가 계약상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채권자는 이행기 전이라도 이행의 최고 없이 채무자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채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요건

 

채무의 이행이 가능할 것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채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진지하고 종국적으로 표시할 것

 

예를 들면 채무자가 정당한 근거 없이, 계약의 불성립,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 오히려 채권자가 계약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 계약의 내용, 조건을 다투거나 채무의 감경을 구하거나 새로운 조건을 내세워 계약 내용의 변경을 주장하는 경우, 채권자가 제공하는 반대채무의 이행을 받지 아니하는 경우 등에는 일단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행거절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표시하여야 한다. 이는 계약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53173 판결 참조).

 

특히 위와 같은 이행거절로 인한 계약해제의 경우에는 채권자의 최고도 필요하지 않고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도 필요하지 않아(대법원 1992. 9. 14. 선고 929463 판결 참조), 이행지체를 이유로 한 계약해제와 비교할 때 계약해제의 요건이 완화되어 있으므로, 이행거절의사가 명백하고 종국적인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22971 판결 참조).

 

명시적으로 이행거절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외에 계약 당시 또는 그 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묵시적 이행거절의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거절의사가 정황상 분명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77385 판결(이행거절의사가 명백하고 종국적으로 표시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 대법원 2021. 7. 15. 선고 2018214210 판결(갑과 을이 오피스텔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약사항으로 갑이 을에게 바닥 난방공사를 해주기로 정하였는데, 갑이 바닥 난방공사 대신 카펫이나 전기패널 등 다른 방식으로 난방을 할 것을 제안하자, 을이 갑에게 최종적으로 바닥 공사는 카펫과 전기패널 아니면 공사 안 되는 거죠?”라고 확인 문자를 보낸 후에 곧바로 계약해제를 통보한 사안에서, 갑이 을에게 바닥 난방공사의 위법성과 공사의 어려움 등을 강조하며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을이 최종적으로 다른 대안을 채택하지 않을 경우에도 바닥 난방공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직접 표현한 부분은 찾기 어려운 점, 갑이 을에게 바닥 난방공사를 대신할 다른 대안을 채택할 것을 설득하였다거나 을이 보낸 확인 문자에 대하여 갑이 즉시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갑에게 바닥 난방공사 이행에 관한 거절의사가 분명하게 인정된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갑에게 명백한 이행거절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함)].

 

객관적으로 보아 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의 임의이행을 더는 기대할 수 없게 할 것

 

위법성

 

이행거절이라는 채무불이행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채무자의 명백한 의사표시가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227225 판결 : 매수인에 대하여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지급의무의 지체를 이유로 한 매도인의 계약 해제는 적법하고, 이러한 매도인의 해제로 매매계약이 해소된 것을 두고 채무불이행인 이행거절이라고 볼 수는 없다).

 

2. 이행거절의 효과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57-459 참조]

 

. 강제이행청구권

 

이행기 전의 이행거절의 경우에는 강제이행을 청구하려면 이행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배상청구도 마찬가지이다. 이행거절 즉시 채권자에게 계약해제권 또는 전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이를 행사하지 않은 이상 이행기까지 기다려 강제이행을 청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 계약해제권

 

이행기 전의 이행거절의 경우 즉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 전보배상청구권

 

이행기 전의 이행거절의 경우 즉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 채권자는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강제이행청구권을 가지므로, 양자를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만약 전보배상청구권을 행사한 경우에는 더 이상 강제이행청구권은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선택채권에 관한 제386조 참조).

 

이행지체에 의한 전보배상(395)에서 손해액 산정은 본래의 의무이행을 최고하였던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당시의 시가를 표준으로 하고,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액은 이행불능 당시의 시가 상당액을 표준으로 해야 한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24542 판결, 대법원 1990. 12. 7. 선고 905672 판결 등 참조).

143)

 

같은 이유에서, 채무자의 이행거절로 인한 채무불이행에서의 손해액 산정은, 채무자가 이행거절의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여 최고 없이 계약의 해제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행거절 당시의 급부목적물의 시가를 표준으로 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563337 판결 : 원심이 피고의 대구 롯데백화점 지점장이 임의로 피고 발행의 상품권을 반출하여 직접 내지 유통업체를 통해 원고들을 비롯한 상품권 도소매업자들에게 정상적인 할인가보다 약 10% 저렴하게 판매한 사실, 원고들은 구입한 상품권을 다른 중간판매상들에게는 구입가에 1% 내지 2%의 이윤을,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약 10%의 이윤을 붙여 판매하였는데, 원고들로부터 상품권을 매수한 소비자들이 피고에게 그 상품권을 제시하면서 상품권에 따른 제품의 제공을 요구하였으나 피고가 해당 상품권들이 도난품이라는 이유로 제품의 제공을 확정적으로 거절한 사실, 이에 원고들이 중간판매상이나 소비자들로부터 원심 판결문의 상품권 목록 기재 상품권(이하 이 사건 상품권이라고 한다)을 회수하여 소지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이 사건 상품권의 발행인으로서 그 소지인이 피고에게 상품권을 제시하며 상품권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피고 제품의 공급을 요구할 경우 그 소지인에게 그 액면금 상당의 제품을 공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가 이 사건 상품권을 구입한 실수요자들로부터 상품권을 제시받고도 그 의무이행을 거절하였으므로, 이 사건 상품권의 최종 소지인인 원고들은 발행인인 피고에 대하여 제품제공의무에 대한 이행의 최고 없이 곧바로 그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나아가 피고가 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소지인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는 통상의 경우 이 사건 상품권의 액면금 상당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채무자가 이행기에 이르러 이행지체에 빠진 상태에서 이행거절의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는 경우에, 채권자는 최고 없이 계약의 해제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채무자는 이행거절의 의사를 표시한 때부터 그 손해배상채무에 대한 지체책임을 진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56891 판결 : 이행거절로 인한 전보배상청구권은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권이어서 이행의 최고를 받은 다음부터 지체책임을 진다는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 이행거절의 종료(이행거절의사의 철회)

 

채권자가 이행거절로 인한 계약해제권을 행사하기 전에 채무자가 이행거절의 의사를 철회한 경우에는 이행거절이 종료된다. 이는 원래의 채권관계를 실현시키는 것으로서 채권자에게 별다른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채무자가 이행거절의 의사를 철회한 경우에는, 이제 채권자는 원칙으로 돌아가 채무자를 이행지체에 빠뜨리고 상당한 기간 동안 이행을 최고한 후에야 비로소 해제권을 갖게 된다(대법원 2003. 2. 26. 선고 200040995 판결).

 

3. 채무이행 거절의사의 표명 여부

 

. 판단 기준

 

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의 표명여부는 계약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전후의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1990. 11. 23. 선고 90다카14611 판결, 1991. 3. 27. 선고 908374 판결, 1991. 11. 26. 선고 9123103 판결, 1992. 2. 28. 선고 9115584 판결, 1992. 11. 27. 선고 9223209 판결 등 참조), 그 판단의 기준시점이 계약의 해제시가 된다(대법원 1993. 8. 24. 선고 937204 판결).

 

⑵ 그리고 위 이행거절의 의사표시는 얼마든지 번의하여 철회할 수 있으며 적법하게 철회된 후에는 더 이상 상대방은 이행거절의사의 표명을 이유로 이행제공 내지 이행최고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대법원 1989. 3. 14. 선고 881516 판결, 1992. 9. 22. 선고 9125703 판결 등 참조).

 

. 판례의 태도

 

 이행거절의사의 표명이 있었느냐의 여부에 관한 판례를 살펴보면,  매수인이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의 해제를 주장하였다거나(대법원 1980. 12. 9. 선고 801815 판결),  매수인이 매매목적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한 뒤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달라고 다소 무리한 최고를 하였다거나(대법원 1990. 7. 13. 선고 89다카26298 판결),  매수인이 잔대금지급의 연기를 수차 요청하였다거나(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다카23882 판결),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소송 계속 중에 매도인의 수차에 걸친 잔대금지급최고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회답을 않았다거나(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25369 판결),  매수인이 매매계약체결시 계약서의 매수인란에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지 않았다거나(대법원 1991. 11. 26. 선고 9123103 판결),  매수인이 검인계약서의 작성에 협조하지 않았다거나(대법 1992. 3. 10. 선고 9115744 판결)하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이행거절의사를 명백히 한 경우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그 인정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적어도 당사자 일방이 자기의 채무를 절대로 이행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강력한 의사를 구체적으로 표시한 경우이거나, 계약 전후에 걸친 행동에 비추어 상대방이 이행을 제공하더라도 자기의 반대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드러난 경우라야만 이행거절의사를 표명한 경우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다(대법원 1993. 8. 24. 선고 937204 판결 참조).

 

 한편 판례 중에는, “매수인이 매도인에 대하여 계약상 의무없는 채무의 이행을 과대최고하여 그 채무의 이행이 있는 경우에 자기의 채무를 이행할 뜻을 통고하여 온 경우에는 매도인으로서는 매수인에게 자기채무의 이행의사가 없음을 표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전제하에서, 매수인이 매매계약상 자신이 직접 인수하여 책임지기로 한 전세금반환채무, 저당채무, 가옥명도의무를 매도인에게 이행할 것을 최고한 경우에는 그 통고에 의하여 계약의 본지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 있다(대법원 1982. 4. 27. 선고 81968 판결).

 

이는 상대방에게 이행의무 없는 채무의 이행을 최고하는 것은 사실상 자기의 채무의 본지에 따른 이행을 거부하는 방편이라고 보아 이러한 과다최고를 이행거절의사의 추단사유로 긍정한 것으로 보인다.

 

 판례는 최근 들어 매수인이 적극적으로 잔대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을 이전받을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한 경우는 아니더라도 그 스스로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부족하여 계약이행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등으로 불성실성을 보인 경우에는, 종전에 매도인측의 계약해제요건으로서 엄격히 요구하던 이행제공의 정도, 예컨대 소유권이전등기소요서류의 구비정도나 그 수령의 최고방법 내지 최고기간 등을 상당히 완화시켜 가는 추세이다.

이것은 쌍무계약에 있어 일방 당사자의 자기채무에 관한 이행제공을 너무 엄격히 요구하면 오히려 불성실한 상대당사자에게 구실을 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으므로, 일방 당사자가 하여야 할 이행제공의 정도는 그 시기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신의칙에 어긋나지 않게 합리적으로 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하고 있다(대법원 1992. 7. 14. 선고 925713 판결, 1992. 11. 10. 선고 9236373 판결 등 참조).

 

 대법원 1995. 4. 28. 선고 9416083 판결

 

위 판결의 사안에서는,  원고 스스로 1983. 6. 27. 피고 종중에 대하여 당초 매매계약상의 매매대금 중 1/2 해당액인 6,500만 원을 1983. 7. 31.까지 지급하고 피고 종중의 소유 명의로 된 위 임야의 1/2지분에 관하여만 이전등기를 받기로 하겠다는 취지의 각서까지 작성 제출하여 주었다가가 1983. 8. 29. 당초 매매계약을 무효로 돌리고 당시 피고 종중의 소유명의로 되어 있는 위 임야의 1/2지분만을 당초 매매대금의 반액에 매매하기로 한다는 취지의 새로운 갱신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나중에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계속 위 갱신계약의 무효를 계속 주장하면서 당초 매매계약에 기하여 위 임야의 전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의무의 이행을 고집하여 온 점,  피고 종중이 1987. 1. 12. 위 갱신계약의 해제조치 직전에 원고에게 위 갱신계약상의 잔대금지급의 이행을 최고하였음에도 원고는 그에 따른 대금지급의사는 전혀 밝히지 않고 여전히 종전과 마찬가지로 당초 매매계약의 유효만을 주장하였던 점,  원고가 위 갱신계약의 체결후로 무려 3년 반이나 되는 오랜 기간 동안 당초 매매계약에 기한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는커녕 그 반액에 해당되는 갱신계약상의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한 번도 제대로 표명하지 않고 지내온 점 등이 인정된다.

 

위 핀결은, 이러한 점에 기초하여 원고는 그동안 줄곧 이 사건 갱신계약의 존재 자체를 강력하게 부정하여 온 자로서 그 계약에 따른 대금지급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표시하였거나 적어도 피고 종중이 위 갱신계약에 따라 위 임야의 1/2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의무의 이행을 제공하더라도 자기의 반대채무인 대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4. 일방이 채무이행거절의사를 표명한 경우 계약해제에 자기의 반대채무의 이행제공이 요구되는지 여부

 

. 문제점 제기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쌍방이 이행기에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도과한 경우에 매도인이 매수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리기 위해서는 자기채무인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을 제공하여야 하고, 그 이행제공방법으로서는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준비한 후 그 뜻을 매수인에게 통지하면서 그 수령을 최고하는 방법의 이른바 구두의 제공으로 족하며, 나아가 매도인이 매수인의 이행지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는 다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매수인에게 이행최고를 하여야 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에 대한 예외적인 경우로서, 매수인이 미리 자기 채무의 이행거절의사를 표명한 경우 즉, 대금지급의무를 이행하고 소유권을 이전받을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한 경우에는 매도인은 위와 같은 자기채무의 이행제공이나 매수인에 대한 대금지급의무의 이행최고 없이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대법원 1980. 3. 25. 선고 8066 판결, 1981. 11. 24. 선고 81633 판결, 1984. 7. 24. 선고 82340 판결, 1991. 11. 26. 선고 9123103 판결, 1992. 9. 14. 선고 929463 판결, 1993. 8. 24. 선고 937204 판결).

 

우선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한 이행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민법 제544조 단서 규정에 따라 매수인이 대금지급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한 경우에는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민법 제544조 본문 소정의 대금지급의무의 이행최고 없이도 매수인의 대금지급채무의 이행지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문제는, 이행의 제공(최소한의 구두제공)은 어떠한가 하는 점이다. 원래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서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바, 이처럼 채무자가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가지는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자기의 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이행지체에 빠뜨릴 수 없고, 나아가 적법한 해제도 할 수 없게 된다.

 

이행제공방법으로는 현실의 제공이 원칙이지만, 채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미리 수령하지 않겠다는 거절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채무자는 구두의 제공(언어상의 제공)으로서 변제제공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민법 제460). 여기서 채권자의 수령거절의 의사는 채무자에 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되어야 하는 것인바, 쌍무계약에서 채권자가 부담하는 자기의 반대채무의 이행을 거절하는 때에는 채무자의 변제에 대한 묵시적 수령거절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법리를 그대로 따르는 한, 부동산매수인이 자기의 대금지급채무의 이행을 미리 거절한 때에는 묵시적으로 매도인으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을 의사가 없음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 매도인이 매수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려 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는 적어도 자기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관한 구두의 이행제공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 판례의 태도

 

채권자가 미리 수령을 거절한 경우에 있어 채무자의 구두의 제공과 관련하여 판례는, “민법 제460조 단서는 수령거절한 채권자라도 번의하여 수령하는 수도 있으므로 신의칙에 비추어 언어상의 방법으로 변제제공할 의무를 규정한 것이며, 채권자가 변제를 수령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하고 번의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까지 구두의 변제제공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76. 11. 9. 선고 762218 판결).

 

따라서 매수인이 미리 잔대금지급의무를 이행하고 소유권을 이전받을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한 경우, 즉 그 번의가능성이 없는 정도의 경우라면, 이러한 경우에까지 매도인에게 구두제공의 방법으로 자기 채무를 이행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볼 것이고, 한편 동시이행의 견련관계상 매수인이 자기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하였음에도 매도인에게만 변제제공을 강요하는 것도 부당하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매수인의 이행거절의사가 확고한 경우에 매도인은 구두의 이행제공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대법원 1995. 4. 28. 선고 9416083 판결).

 

다.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대법원 2021. 7. 15. 선고 2018다214210 판결)

 

 위 판결의 쟁점은, 피고가 임대차계약상 특약사항으로 정한 난방공사 방식에 관해 다른 제안을 했었던 원고에게 원래 특약사항대로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문자를 보낸 후 그에 대한 답변이 없자 당일 곧바로 특약사항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계약 해제통보를 한 사안에서, 피고가 이행거절의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이다.

 

 민법 제390조는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이라는 제목으로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여 채무불이행에 관한 일반조항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민법 제544조는 이행지체와 해제라는 제목으로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을 지체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행거절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채권자는 그 이행을 최고하지 않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여기에서 나아가 계약상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채권자는 이행기 전이라도 이행의 최고 없이 채무자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채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는지는 계약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53173 판결 참조). 위와 같은 이행거절로 인한 계약해제의 경우에는 채권자의 최고도 필요하지 않고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도 필요하지 않아(대법원 1992. 9. 14. 선고 929463 판결 참조), 이행지체를 이유로 한 계약해제와 비교할 때 계약해제의 요건이 완화되어 있으므로, 이행거절의사가 명백하고 종국적인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22971 판결 참조). 명시적으로 이행거절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외에 계약 당시 또는 그 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묵시적 이행거절의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거절의사가 정황상 분명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77385 판결 참조).

 

 피고가 임대차계약에서 특약사항으로 정한 난방공사 방식에 관해 대안을 두 차례 제안을 했었던 원고에게, 원래 특약사항대로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문자를 보낸 후, 그에 대한 답변이 없자 당일 곧바로 임대차계약 해제통보를 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를 피고의 이행거절의 의사표시로 보아 원고의 해제통보가 적법하다고 본 원심을 파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