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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명예의 주체(법인, 법인격 없는 사단·재단,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사망자), 피해자의 특정, 순수한 의견표현,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 위법성 조각 사유(공공성, 진실성), ..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0. 1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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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명예의 주체(법인, 법인격 없는 사단·재단,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사망자), 피해자의 특정, 순수한 의견표현,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 위법성 조각 사유(공공성, 진실성),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 금지청구, 정정보도청구권, 반론보도청구권, , 언론명예훼손책임의 인정요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행위 허용요건, 범죄보도에 관한 공공성, 명예훼손 특유의 위법성조각사유, 공적존재, 공인, 공적인물, 공직자 등에 관한 표현행위》〔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명예훼손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303-1320 참조]

 

. 관련 조항

 

언론, 출판은 타인의 명예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 출판이 타인의 명예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헌법 제21조 제4).

 

타인의 명예를 해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751조 제1).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의하여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민법 제764).

 

. 의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이라 한다) 5조 제1항은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이하 언론 등’)은 타인의 생명, 자유, 신체, 건강, 명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초상, 성명, 음성, 대화, 저작물 및 사적 문서, 그 밖의 인격적 가치 등에 관한 권리(이하 인격권’)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되며, 언론 등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이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그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학술적으로 다루어져 오던 인격권의 개념이 실정법상 개념이 되었다.

 

이 중 명예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의 인격적 가치에 관하여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말하는 것이고, ‘명예훼손이란 명예 주체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명예라고 할 때에는 외부적 명예만을 의미하고, 인격의 내재 가치로서의 내부적 명예나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가치 판단이라 할 수 있는 명예감정은 포함되지 않는다(다만 명예감정의 침해가 명예훼손과는 다른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또한 명예훼손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를 하여 명예를 침해함을 요하는 것으로서 구체적 사실이 아닌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으로써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모욕과는 구별된다.

 

2. 명예훼손의 요건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303-1320 참조]

 

. 명예의 주체

 

자연인

 

법인, 법인격 없는 사단·재단

 

법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동시에 그 구성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되는 경우에는 법인과 그 구성원이 함께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S대학 박 모 총장이 강연에서 한국통신노동조합원들의 농성이 북한의 조종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안에서, “원고 노동조합은 물론 그 핵심 간부들로서 위 농성참가자 13명의 일원이던 원고 A 4인이 북한의 조종을 당한 것처럼 그 사회적 평가를 현저하게 저하시켜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시킨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법인 제도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법인은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격권의 한 내용인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등의 주체가 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2. 8. 23. 선고 2009헌가27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명예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세상으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말하고, 법인의 경우 그 사회적 명성, 신용을 가리키며 명예를 훼손한다는 것은 그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1450 판결 참조).

 

법인은 법률의 규정에 좇아 정관으로 정한 목적의 범위 내에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므로, 법인의 목적사업수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법인의 사회적 명성, 신용을 훼손하여 법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된 경우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6. 6. 28. 선고 9612696 판결 등 참조).

 

이는 결국 법인의 명예, 신용이 침해되어 그 법인의 목적인 사업 수행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와 같이 법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250735 판결 : 행위자가 법인을 상대로 그 법인 내부의 인사조치와 관련하여 명예훼손적 언동을 하여 그 법인의 기관이 법인을 대표하여 그 행위자에 대하여 처벌을 구하는 고소를 하고 수사가 진행된 결과, 그 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고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경우와 같이 법인을 상대로 한 특정 언동으로 법인이 직접 피해자로서 명예나 신용이 훼손되었음이 인정된 경우에는, 법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법인이 명예 등 인격권의 주체로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문제되는데, 공권력의 행사자인 국가, 지방자치단체나 그 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나 공법인은 원칙적으로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라 단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는 지위에 있을 뿐인 점,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는 점(대법원 2011. 9. 2. 선고 201017237 판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인격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헌법 및 법령상의 과제와 기능 수행을 감시하는 자유로운 언론의 기능이 위축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이름으로 국민을 상대로 한 소송이 남발될 위험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명예 등 인격권의 침해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기본권 보장의무를 지는 자라고 하여 기본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모든 권리나 제도의 향수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국가도 헌법과 법령에 따라 부여된 과제와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최소한의 사회적 승인 내지 신뢰를 필요로 하는 점, 단지 그 대상이 국가라는 이유만으로 명백한 허위사실의 유포나 악의적인 비방과 같이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는 남용 행위에 대해서까지 법적인 보호를 외면할 필요는 없는 점, 우리 형법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하거나 비방하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어 일정한 경우 국가도 명예와 관련된 법익의 보호 대상으로 보고 있는 점(형법 제105, 106조 참조) 등을 종합하면, 비록 국가라 하더라도 일정한 범위에서는 법적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사망자

 

사망한 사람의 명예 그 밖의 인격권도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 해당하므로(형법 제308, 저작권법 제14조 제2, 언론중재법 제5조의2 등 참조) 이를 위법하게 침해할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으나, 사망자는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사망자 고유의 위자료는 인정할 수 없다.

 

또한 사망자의 명예 그 밖의 인격권의 침해가 곧바로 유족의 명예 그 밖의 인격권의 침해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 경우 유족은 사망자의 명예 그 밖의 인격권 침해로 인하여 자신의 고인에 대한 경애·추모의 감정 등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751조 제1, 752)이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764. 예를 들어 패소판결공지청구), 침해금지·예방(예를 들어 기사삭제청구) 등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10208 판결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가 제주 4·3 사건 당시 이승만 정권이 미군정과 공모하여 의도적으로 제주도의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하였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신문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한 사건에서, “피고는 위와 같이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사실을 담은 기사를 보도함으로 인하여 망 이승만의 사회적 평가와 아울러 그의 유족인 원고 자신의 사회적 평가 내지 고인에 대한 명예감정, 추모감정을 침해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라고 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하였다).

 

언론중재법 제5조의2 2항도 사망한 사람의 인격권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이에 따른 구제절차를 유족이 수행한다.”라고 규정하였다.

 

. 피해자의 특정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는데, 반드시 사람의 성명이나 단체의 명칭을 명시하는 정도로 특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머리글자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그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이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50213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27769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545857 판결 등 참조).

 

한편, 이른바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명예훼손의 내용이 그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는 해석되기 힘들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지만,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 수가 적거나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그 구체적 기준으로는 집단의 크기, 집단의 성격과 집단 내에서의 피해자의 지위 등을 들 수 있다.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35199 판결: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과 그 소속 프로듀서인 피고 2는 이 사건 방송(2001. 3. 25. 21:45경부터 같은 날 22:30경까지 사이에 방영된 시사매거진 2580)에서 (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이하 기동수사대라 한다) 소속으로서 이 사건 소외 1관련 수사의 담당 경찰관이던 원고 13의 성명이나 기동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인 다른 원고들의 성명을 명시하지 아니하였고, 원고 13의 인터뷰 장면만을 내보내면서 그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음성을 변조한 상태로 방송하였으나, 원고 13의 인터뷰 장면에서 ○○/담당형사라는 자막을 내보내고, 피고 2(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라는 현판을 크게 비추었으며, 기동수사대를 지칭하는 의미로 ‘(기관명 생략)경찰이라는 칭호를 3번이나 사용하였고, 이 사건 방송 마지막 부분에서 기동수사대 정문 현판을 다시 크게 보여준 점, 기동수사대는 조직폭력 등 특수강력범죄, 2개 이상의 시·군에 관련되는 광역범죄,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범죄 기타 지방경찰청장이 지정하는 사건 등 특수수사를 담당하고, 당시 (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경찰관들 중 기동수사대의 인원은 21명 정도에 불과하여 그 업무의 성격상 그 소속 경찰관 전원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조사를 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방송이 일반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은 단지 담당 경찰관 개인이 편파적이고 강압적인 수사를 한 것이라기보다는 기동수사대 전체가 그러한 수사를 하였다는 취지로 보여지는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실들을 비롯하여 기록에 나타난 주위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기동수사대에서 위 사건을 수사할 당시 기동수사대에 근무하였던 경찰관들인 원고들은 이 사건 방송에서 사용한 ‘(기관명 생략)경찰또는 ‘(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라는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서울지법 2000. 10. 18. 선고 99가합95970 판결은, 기무사 소속 현역 장성들이 병무비리에 연루되어 있으며 일부는 그 대가로 거액의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TV 방송에 관하여 기무사 소속 현역 장성 8명 중 4명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원고들이 소속된 기무사 현역 장성이라는 집단의 소규모성, 직업과 지위를 특정하여 보도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생활하는 범위 내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보도에서 지적한 병무비리에 관련된 사람들이 원고들일 수 있다고 추지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여지므로 원고들 개개인의 명예가 모두 훼손되었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의 의미

 

사실의 적시에 의한 사회적 평가의 저하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의 객관적인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명예훼손은 사실의 적시가 있음을 전제로 한다.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에 관한 보도가 소문이나 제3자의 말 등을 인용하여 기사화한 것이고 그 보도내용에 단정적 표현이 사용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 전체의 취지가 그 사실의 존재를 암시한다면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0. 7. 28. 선고 996203 판결,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75312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545857 판결 등 참조).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이 있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적시한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라 하더라도 그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는데다가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고(대법원 1999. 2. 9. 선고 9831356 판결,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 등 참조),

1065) 일정한 의견을 표명하면서 그 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따로 밝히고 있는 표현행위의 경우에도 적시된 기초사실만으로 타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수 있는 때에는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

 

사망한 사람이 관련된 사건을 모델로 한 영화에서 그 묘사가 사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려면 그 사람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허위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한다. 그와 같은 허위사실 적시가 있었는지는 통상의 건전한 상식을 가진 합리적인 관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8341, 8358 판결).

대법원 2019. 3. 6. 20186721 결정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사망한 중위의 아버지 중위 사망 사건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주식회사와 위 영화의 시나리오 작성과 연출을 맡고 있는 작가 겸 영화감독 을 상대로 영화 내용 중 일부가 허위사실로 중위와 의 명예와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며 영화의 제작·상영 등의 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영화에서 중위로 특정되는 인물이 의 주장과 달리 군 내부 부조리와 연관되어 사망한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고 하여도 이러한 묘사가 상업영화의 예술·표현의 자유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등 중위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후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부족한 점, 영화에서 로 특정되는 인물이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부분도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에 비추어 일부 허구적인 장면만으로 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상업영화에서 역사적 사실을 각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되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영화 투자자와 회사 사이의 투자계약이 해제된 이후 회사와 이 영화 제작을 사실상 포기하여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순수한 의견 표현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음

 

그러나 순수하게 의견만을 표명하는 것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될 여지가 없고(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10208 판결 참조), 단순히 타인의 주관적인 명예감정을 침해하는 표현행위를 하였다거나 그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였다는 사유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756 판결, 대법원 1999. 7. 13. 선고 9843632 판결 등 참조).

 

언론매체의 기사가 사실을 적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것인지, 또는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하는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묵시적으로라도 그 기초가 되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인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당해 기사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의 독자가 보통의 주의로 기사를 접근하는 방법을 전제로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방법뿐 아니라, 당해 기사가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및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1868 판결,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24904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이 보도내용 중에서 논란이 되는 표현의 객관적 의미는 그 언어적 문맥 및 그 표현이 이루어진 주변 상황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설령 보도내용 중 일부의 취지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거기에 상대방에 대한 비판이 부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보도내용 중의 다른 기재 부분과 함께 전체적·객관적으로 파악하지 아니하고 취지가 불분명한 일부 내용만을 따로 떼어내어 명예훼손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되며(대법원 2008. 5. 8. 선고 200645275 판결 등 참조), 표현행위자의 내심의 의도나 상대방의 개인적 이해득실 등 주관적인 사정에 따라 그 표현의 객관적 의미가 좌우된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보도의 객관적인 표현형식이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명예훼손적인 사실의 적시가 아닌 단순한 의견표명으로 파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도가 비판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다는 등의 주관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이러한 표현행위를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것으로 단정한 다음 그 표현행위자로 하여금 사실의 적시에 관한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4573 판결, 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65924 판결 참조).

 

의견표현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표현행위자가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만일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 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184480 판결,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19734 판결) 혹은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그 인격권을 침해한다면(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65494 판결), 이는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명예훼손과는 별개 유형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184480 판결 : TV뉴스 프로그램에서 특정변호사가 소송수행을 잘못하여 의뢰인에게 불리한 판결이 선고되도록 하였다는 기본적 사실에 기초하여 소위 순백의 법조인과 대비하여 사람답게 살지 못한 사람이라거나 한심하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의견을 표명한 것은, 위 변호사의 잘못의 정도와 판결에 대한 영향을 지나치게 확대, 과장하여 평가한 결과에 따른 표현으로서 그러한 의견표명은 모멸적인 표현에 의한 인신공격에 해당하여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일탈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19734 판결 : 국회의원 이 국회 여성위원회에서 언론사는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성매매 예방교육을 강제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는데, 신문사가 사설 제목에서 이 언론을 상대로 성폭행적 폭언을 하였다고 표현하고, 본문에서 언론인들 얼굴에 오물을 던진 것”, “모략성 흑색 유언비어를 악용해 특정인과 특정 직업집단 전체에 침을 뱉는 파렴치한 탈선”, “정상적 의원으로서, 정상적 인간으로서의 선을 넘었다라고 표현한 사안에서, 위 사설의 전체적인 취지는 국회의원의 국회 발언에 면책특권이 있다고 하여 언론인과 같은 특정 집단 전체를 성상납을 받거나 성매매를 하는 집단으로 모욕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인 점, 사설의 전체적인 내용과 취지로 볼 때 에게 악의적으로 모욕을 가할 목적으로 작성된 사설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의 발언은 종국적으로 언론인에 대하여 성매매 예방교육을 강제하는 법안 발의에 관련된 것으로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고 다양한 비판과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할 사안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표현들이 지나치게 모멸적인 언사에 의한 인신공격에 해당하여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65494 판결 :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사설 및 오피니언의 형식으로 보도된 제6, 7기사는 원고의 쟁의행위로 인하여 체결된 2003년도 단체협약에 따라 원고 조합원들이 연간 165일 내지 177(또는 170일 내지 180)의 휴일을 누리면서도 연봉 5,000만 원을 받게 되었다라고 하면서 현대자동차 노사협상에 나타난 원고 조합원들의 임금과 휴일의 수준, 위 노사협상의 배경과 결과 등에 관하여 개략적인 상황을 적시한 다음, 이러한 협상내용을 평가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의견을 표명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6, 7기사 역시 일반 독자의 기준에서 볼 때 전체적인 인상과 맥락으로 보아 구체적인 사실전달보다는 의견표명 내지 논평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보도로서,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그 의견표명의 전제로 적시한 사실관계 중 원고의 쟁의행위로 인하여 체결된 2003년도 단체협약에 따라 원고 조합원들이 연간 165일 내지 177(또는 170일 내지 180)의 휴일을 누리면서도 연봉 5,000만 원을 받게 되었다는 보도내용은, 피고가 휴일수와 연봉액을 병렬적으로 거시하는 표현을 사용한 점, 6, 7기사의 다른 부분에서도 원고의 조합원들이 실제로 위와 같은 휴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된 휴일수의 최대한도라는 것을 시사하는 단서나 표현이 전혀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원고 내지 그 조합원들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는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원심은, 6, 7기사를 보도한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설시에는 다소 부적절한 점이 있기는 하나, 그 보도 부분이 단순히 사실을 과장한 것에 불과하다거나 피고가 이를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거기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한편 정치인이나 공직자 등 공적인 인물의 공적 영역에서의 언행이나 관계와 같은 공적인 관심 사안은 그 사회적 영향력 등으로 인하여 보다 광범위하게 공개·검증되고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이를 쉽게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더욱이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입법과 국정통제 등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고 나아가 그 직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면책특권을 보장받는 등으로 통상의 공직자 등과도 현격히 다른 발언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19734 판결 참조) 그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 등에 대한 비판도 더욱 폭넓게 수인되어야 한다. 의견표명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표현행위의 내용·형식뿐 아니라 표현행위가 행해진 정황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4220798 판결 : 국회의원이던 이 당시 인천광역시장이던 을 비판하면서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국회의원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성명서를 발표하자, 이 위 표현행위로 인격권을 침해당하였다며 위자료를 청구한 사안에서, 위 성명서에서 종북의 상징이라는 용어는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대표적 인물이라는 취지로 사용되었다고 보여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나, 은 국회의원으로서 위 성명서를 통해서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상황이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면서 국회의원인 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이나 정치적 이념을 비판하고, 이를 통해서 지역구 주민들의 인천광역시장 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환기시키려고 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표현행위만으로 에게 모멸감을 주기 위하여 악의적으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은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이나 정치적 이념에 대한 비판과 공세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 이 위 성명서를 통해서 을 비판한 것에 대응하여 역시 이를 해명하거나 반박하고, 서로 간의 정치적 공방을 통해서 국민으로부터 평가를 받을 충분한 기회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이 위 성명서에서 종북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것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여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인정하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보아 위 표현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의견표명으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경우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

 

허위 기사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당하였다고 주장하며 기사삭제를 청구하는 피해자는 그 기사가 진실하지 아니하다는 데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한편 사실적 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것이 특정되지 아니한 기간과 공간에서의 구체화되지 아니한 사실의 경우에, 그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에 가까운 반면 그 사실이 존재한다고 주장·증명하는 것이 보다 용이한 것이어서 이러한 사정은 그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에 대하여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피해자는 그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의 증명을 할 수 있다(대법원 2011. 9. 2. 선고 20095264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60950 판결).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거나 허위평가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그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고, 다만 피고가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항변할 경우 그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다(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58823 판결 참조).

 

이 경우 허위성의 증명 방법에 관하여는 앞서 본 법리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4138 판결).

 

. 위법성

 

명예훼손행위는 일단 위법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위법성의 조각이 문제 된다.

 

. 위법성 조각 사유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 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334013 판결 등 참조).

 

공공성

 

여기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을 의미하는데,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1473 판결,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 등 참조).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그 적시된 사실의 구체적 내용, 그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고려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15922 판결), 나아가 명예훼손을 당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적시된 사실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그와 관련한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 피해자 스스로 어떤 관여가 된 바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33489 판결).

 

진실성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라 함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1998. 10. 9. 선고 97158 판결 등).

 

그리고 진실성이 증명되지 아니하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등).

 

표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행위자가 적시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818925 판결 등).

 

언론 보도의 경우,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보도 내용의 성격상 신속한 보도가 필요한 것인가, 보도의 근거가 된 자료 또는 정보원이 믿을 만한 것인가, 사실 확인이 용이한 것인가,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는 어떠한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636395 판결 등 참조). 다만 이른바 행정상 공표의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며(대법원 1998. 5. 22. 선고 9757689 판결), 적시된 사실이 역사적 사실인 경우에는 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19038 판결). 전자의 경우에는 공공적 성격을 가진 기관이 일정한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경우에는 그 신뢰성이 보다 강하여 그것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경우 그만큼 피해자의 피해 정도가 크기 때문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역사적 사실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망인이나 유족의 명예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고, 또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에도 한계가 있어 그 확인이 용이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이때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그것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따져 보아 공적인 존재에 대한 공적인 관심 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 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판결 : 당해 표현이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인 경우, 그 공적인 존재가 가진 국가, 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더욱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논증이나 공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하여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 보호라는 이름으로 봉쇄되어서는 안 되고 찬반토론을 통한 경쟁 과정에서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인데,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흔히 위장하는 일이 많을 뿐 아니라 정치적 이념의 성질상 그들이 어떠한 이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증명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이에 대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가 진실에 부합하는지 혹은 진실하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짐에 있어서는 일반의 경우에 있어서와 같이 엄격하게 증명해 낼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되고, 그러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로 증명의 부담을 완화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구체적 정황을 증명하는 방법으로는, 그들이 해 나온 정치적 주장과 활동 등을 증명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정치적 이념을 미루어 판단하도록 할 수 있고, 그들이 해 나온 정치적 주장과 활동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공인된 언론의 보도 내용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여기에 공지의 사실이나 법원에 현저한 사실도 활용할 수 있으나, 아무리 공적인 존재의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문제의 제기가 널리 허용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도록 경계하여야 함은 물론 구체적 정황에 근거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어휘를 선택하여야 하고, 아무리 비판을 받아야 할 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멸적인 표현으로 모욕을 가하는 일은 허용될 수 없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모델로 한 영화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행위자가 적시된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행위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할 것인바, 그와 같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 표현 방법,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특히 적시된 사실이 역사적 사실인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망인이나 그 유족의 명예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며 또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의 한계로 인하여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용이하지 아니한 점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19038 판결 참조).

 

아울러 영리적 목적 하에 일반 대중을 관람층으로 예정하여 제작되는 상업영화의 경우에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더라도 영화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 고양을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다소간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으며, 또한 상업영화를 접하는 일반 관객으로서도 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인식·유지하면서 영화를 관람할 것인 점도 그 판단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73483 판결(영화 실미도사건)].

 

증명책임

 

가해자가 위법성조각사유 즉 공공성 및 진실성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미국 판례는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현실적인 악의(‘사실에 부합하지 않음알면서또는 무분별하게 알지 못하고기사를 작성, 게재하였음)를 증명하여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 대법원은 피해자가 공적인 인물이라고 하여 방송 등 언론매체의 명예훼손행위가 현실적인 악의에 기한 것임을 그 피해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1998. 5. 8. 선고 9734563 판결),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 경우에도 가해자인 언론기관이 보도 내용이 진실이거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는 미국 소송법상의 디스커버리 제도가 없기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인 언론기관의 현실적 악의를 증명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현재 언론기관에 대한 탄압보다는 오히려 언론기관의 횡포가 더욱 심한 상황이고, 미국과 달리 언론기관에 대한 징벌적인 손해배상(유명한 미국의 뉴욕타임스 판례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문제 된 사안에 관한 것이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자칫 언론기관이 도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언론기관의 책임 인정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우리 판례의 입장이 타당하다.

 

3. 사후적 구제수단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303-1320 참조]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우리 민법은 불법행위에 관하여 포괄적인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위법한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점에 다툼이 없다. 751조 제1항도 위법한 명예훼손이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금전배상

 

재산적 손해

 

명예훼손으로 인하여 재산적 손해를 입었음을 증명하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340614 판결 : 비방광고들로 인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하여 광고들이 실렸던 일간지마다 동일한 크기의 대응 광고를 게재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 비용도 비방광고들로 인하여 입은 손해이다).

 

정신적 손해(위자료)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41377 판결은 민법 제752조는 생명침해의 경우에 있어서의 위자료 청구권자를 열거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예시적 열거 규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생명침해 아닌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불법행위 피해자의 부모는 그 정신적 고통에 관한 증명을 함으로써 일반 원칙인 같은 법 제750, 751조에 의하여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한다.

민법 제751조 제1항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제752조 타인의 생명을 해한 자는 피해자의 직계존속, 직계비속 및 배우자에 대하여는 재산상의 손해 없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우리 법원의 위자료 액수는 사죄광고에 대한 위헌결정 이후 점차 커지고 있다. 심지어 3억 원의 위자료가 인정된 경우도 있다. 사죄광고라는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 등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대법원 1996. 4. 12. 선고 9340614 판결 : 원심은 이어서, 이 사건 광고들로 인하여 원고의 인격과 명예, 신용 등이 훼손됨으로써 분유제조업체인 원고의 사회적 평가가 낮아지고 그 사업수행에 커다란 악영향이 미쳤으리라는 점은 경험칙에 비추어 쉽게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위 사회적 평가의 침해에 따라 원고가 입은 무형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원고가 입은 손해의 종류와 성격, 원고의 지명도와 영업의 신용도, 원고 회사의 규모 및 영업실적, 이 사건 광고들의 허위성의 정도와 비방성의 강도, 피고의 광고행태 전반에서 드러나는 악의성의 정도, 조제분유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보수성, 부정적 광고가 미치는 영향의 즉각성과 지속성,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회복함이 곤란한 점, 부정적 광고에 대하여 효율적인 구제수단인 사죄광고가 허용되지 아니하는 점, 피고 회사의 규모와 재산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손해액을 금 300,000,000원으로 정하였는바, 피고에게 원고가 입은 무형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심의 판단은 옳고, 또한 기록에 비추어 보건대, 원심이 산정한 손해액도 적정하다고 보여지므로 원심판결에 위 자료에 관한 법리오해나 이를 과다하게 정한 위법이 있다는 논지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현재 실무에서 적용되는 위자료 산정기준은 아래와 같다.

 

고의·중과실에 의한 명예훼손·신용훼손: ‘일반피해의 경우 기준금액 5,000만 원, ‘중대피해의 경우 기준금액 1억 원

일반피해 : 피해자의 기존 개인생활·사회생활·경제활동에 미친 영향이나 훼손된 명예·신용의 가치가 경미한 정도를 넘어 상당한 정도에 이른 경우(, 아래의 중대피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

중대피해 : 피해자의 기존 개인생활·사회생활·경제활동에 미친 영향이나 훼손된 명예·신용의 가치가 큰 경우로서, 다음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가 박탈 또는 현저히 저하된 경우

- 사업자의 신용, 상호·상표의 가치가 심각하게 저하되어 기존 영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 일상생활에 현저한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초래되어 기존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다음과 같은 특별 가중사유가 있는 경우 2배 가중된 기준금액 적용

- 허위사실인 경우

- 악의적·모해적·영리적 목적이 있는 경우

- 인지도, 신뢰도, 전파성 등을 고려할 때 명예훼손 행위로 인한 영향력이 상당한 사람이나 단체의 행위 및 이를 수단으로 한 경우

기타 사항

가해자의 경과실에 의한 행위로 피해를 입은 경우 또는 피해자가 상당한 정도에 이르지 않는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위 기준을 참고로 삼아 그 과실의 정도 또는 피해의 정도를 참작하여 기준금액을 감액하여 적용할 수 있음

특별 가중사유가 중첩되어 존재하고 훼손된 명예·신용 가치가 매우 커서 특별가중

만으로 피해를 도저히 전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 가중범위(2)를 초과하여 가중할 수 있음

그 밖의 증액사유 또는 감액사유가 존재할 경우, 50% 범위에서 증액 또는 감액 조정하여 구체적인 위자료 액수를 산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50% 범위를 초과하여 증액 또는 감액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건에서의 특별한 사정을 감안하여 위 액수를 초과한 위자료를 인정할 수도 있음

 

원상회복

 

민법 제764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응하여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

참고로 사생활이 침해된 경우에도 제764조가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는데, 다수설은 법문이 명예훼손의 경우로 한정하고 있고, 사생활의 침해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며, 정정보도와 같은 처분은 오히려 사생활을 새로 공개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하고 있다.

 

언론중재법 제31조는 이와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고 다만 언론사의 언론보도를 그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불법행위에 대한 구제방법은 금전배상에 의한다고 하는 원칙(763, 394)에 대한 예외로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명예회복처분, 즉 원상회복도 명할 수 있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다.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그로 인한 피해자의 재산적·정신적 손해의 범위 및 그 금전적 평가를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곤란하고 또 금전배상만으로는 피해자의 구제가 실질적으로 불충분·불완전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결함을 보완하여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의 내용

 

사죄광고 :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하여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아 더는 사용할 수 없다.

 

판결의 게재 : 가해자의 명예훼손에 관한 민·형사판결의 내용을 신문 등에 게재하여 광고하는 것이다. 표현의 주체가 법원이고 피고는 비용을 부담할 뿐이므로 양심의 자유나 인격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실무상 많이 활용되고 있다.

 

정정보도 : 이는 반론보도와는 달리 문자 그대로의 의미의 訂正보도이다[(예시) ‘정정보도문이라는 제목 아래 “OO신문은 1996. 8. 1. 자 본문 제O면에 라는 제목으로 라는 요지의 기사를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허위 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다. 이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사전에 반드시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고가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청구한 경우 법원은 처분의 종류와 내용에 관하여 원고의 청구 범위에서 더 약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금전배상과 함께 명할 것인가, 전자만을 명할 것인가, 아니면 후자만을 명할 것인

가는 원고의 청구범위에서 법원이 판단한다(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1450 판결 참조).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은 명예훼손으로 인해 생긴 손해 전보의 일환으로서의 명예회복이라는 기능에 비추어 이를 명하는 것이 필요하고 효과적이며 또한 판결에 의해 강제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명하는 것이고, 훼손된 명예가 이미 회복되었거나 피해가 금전배상으로 충분히 보상되었거나 그 밖에 명예훼손행위의 반사회성 정도가 경미하여 그 피해가 적은 경우에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 타당성 유무는 구체적인 사건마다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정할 수밖에 없다.

 

. 명예훼손행위가 계속되고 있거나 계속될 우려가 있는 경우

 

인격권의 한 내용인 명예권에 근거하여 침해행위의 제거 및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 그 법적 근거, 효과 등은 뒤에서 살펴볼 사전적 구제수단으로서 금지청구권의 경우와 대체로 같으나, 허용 요건에 있어서는 침해행위의 사전금지에서 요구되는 것보다는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1098)

 

4. 사전적 구제수단 (= 이른바 금지청구[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303-1320 참조]

 

. 문제점

 

명예는 그 성질상 일단 침해된 후에는 금전배상, 원상회복과 같은 사후적 구제수단으로는 그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 따라서 명예훼손에 대하여는 사전에 이러한 침해를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 문제

 

사전금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커다란 제한이 된다. 특히 헌법은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바(헌법 제21조 제2), 법원이 표현행위의 내용을 따져 그 표현을 금지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문제 된다.

 

헌법재판소는 가처분에 의한 방영금지가 헌법에 위반되는지에 관하여,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 규정한 검열 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의사표현의 발표 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만을 금지하는 것을 뜻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방영금지가처분은 행정권에 의한 사전심사나 금지처분이 아니라 개별 당사자 간의 분쟁에 관하여 사법부가 사법절차에 의하여 심리, 결정하는 것이어서 헌법에서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일정한 표현행위에 대한 가처분에 의한 사전금지청구는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나 사생활 등 인격권 보호라는 목적에 있어서 그 정당성이 인정되고 보호수단으로서도 적정하며, 이에 의한 언론의 자유 제한의 정도는 침해 최소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을 뿐 만 아니라 보호되는 인격권보다 제한되는 언론의 자유의 중요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없어 법익 균형성의 원칙 또한 충족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언론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하였다(헌법재판소 2001. 8. 30. 선고 2000헌바36 결정).

 

. 금지청구권의 법적 근거

 

민법은 이러한 금지청구권의 근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바, 그 근거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판례는, “사람(종중 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이 갖는 명예에 관한 권리는 일종의 인격권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서, 그 성질상 일단 침해된 후에는 금전배상이나 명예 회복에 필요한 처분 등의 구제수단만으로는 그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어렵고 손해 전보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이와 같은 인격권의 침해에 대하여는 사전 예방적 구제수단으로 침해행위의 정지·방지 등의 금지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340614 판결 : 우리나라 우유업계 전체가 이른바 '광고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경위와 그 동안의 피고의 광고 행태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를 비방하는 광고를 재현할 위험은 아직도 존재하므로 원고는 피고가 자행할 위법한 광고로부터 그 명예·신용 등을 보전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그러한 광고의 중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명예는 일반적 인격권의 한 내용으로서 물권과 같은 배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침해를 예방, 제거하기 위하여 금지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다.

 

. 사전금지를 허용하기 위한 요건

 

언론·출판 등의 표현행위에 의하여 명예의 침해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보호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고 그 조정이 필요하므로 어떠한 경우에 인격권의 침해행위로서 이를 규제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헌법상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따라서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할 것인바, 출판물에 대한 발행·판매 등의 금지는 위와 같은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에 해당하고, 그 대상이 종교단체에 관한 평가나 비판 등의 표현행위에 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금지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다만 그와 같은 경우에도 그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또한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표현행위는 그 가치가 피해자의 명예에 우월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하고, 또 그에 대한 유효적절한 구제수단으로서 금지의 필요성도 인정되므로 이러한 실체적인 요건을 갖춘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사전금지가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5. 1. 17. 20031477 결정).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기사삭제 청구의 당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닌 기사로 인해 현재 원고의 명예가 중대하고 현저하게 침해받고 있는 상태에 있는지 여부를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이라는 두 가치를 비교 · 형량하면서 판단하면 되는 것이고, 피고가 그 기사가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등의 사정은 형사상 명예훼손죄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사유는 될지언정 기사삭제를 구하는 방해배제청구권을 저지하는 사유로는 될 수 없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60950 판결). 사전금지가 아닌 사후제거를 청구한 사안이지만 사전금지의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 효과

 

부작위의무(명예훼손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의 발생

 

강제집행

 

판결절차와 강제집행절차는 원래 분리되어 있으나, 부작위채무에 관하여 언제나 먼저 집행권원이 성립하여야만 그 다음 단계에서 비로소 간접강제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집행권원의 성립과 집행 단계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있는 동안에 채무자가 부작위채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이나 위반 결과의 제거 등 사후적 구제수단만으로는 채권자에게 충분한 손해전보가 되지 아니하여 실질적으로는 집행제도의 공백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부작위채무를 명하는 판결의 실효성 있는 집행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부작위채무에 관한 소송절차의 변론종결 당시에서 보아 집행권원이 성립하더라도 채무자가 이를 단기간 내에 위반할 개연성이 있고, 또한 그 판결절차에서 적정한 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부작위채무에 관한 판결절차에서도 장차 채무자가 그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에 일정한 배상을 할 것을 명하는 간접강제를 할 수 있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340614 판결,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31225 판결, 대법원 2021. 7. 22. 선고 2020248124 전원합의체 판결). 이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으로 명예훼손행위 등의 금지를 신청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반론보도청구권

764조에 의한 정정보도청구권과의 차이점

정정보도청구권은 문자 그대로 내용을 진실에 부합되게 시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지만, 반론보도청구권은 언론사에 대하여 피해자가 주장하는 반박내용을 보도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이다.

정정보도청구권은 명예훼손이 일반 불법행위로서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지만, 반론보도청구권은 언론에 공표된 사실적 주장과의 개별적 연관성만 있으면 허용된다.

정정보도청구는 법원에 곧바로 할 수 있으나, 반론보도청구를 법원에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반드시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정보도청구 사건은 판결절차에 따라 재판을 하지만, 반론보도청구 사건은 가처분절차에 따라 재판을 한다.

 

II. 명예훼손책임

 

1. 명예훼손 책임 인정의 요건

 

. 일반론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사실을 적시하여 상대방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00. 7. 28. 선고 996203 판결,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111579 판결), 언론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그 언론보도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우선,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므로, 사실의 적시가 없는 순수한 논평ㆍ의견으로 인하여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다만, 그것이 모욕적이거나 경멸적인 인신공격으로서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하는 경우 모욕에 따른 불법행위가 인정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의 적시는 어떠한 사실을 직접 명시하는 경우는 물론, 어떠한 사실을 암시하는 방법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적시된 사실이 타인에 대한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어야 명예훼손이 성립하는 것이므로, 어떠한 사실이 적시되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대상이 된 사람의 가치 내지 평가가 저하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없다(다만, 그 적시사실로 인하여 타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되는 경우 일정한 요건 하에 사생활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가 인정될 수 있다.

 

 나아가, 원고가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을 청구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에는 적시사실의 허위성 역시 명예훼손 책임 인정의 요건이 된다.

위와 같은 사실의 적시 여부 및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의 저하’, ‘적시사실의 허위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모두 일반 독자가 기사를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그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와의 연관 아래 기사의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표현이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표현행위의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 속에서 당해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10. 28. 선고 9638032 판결,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

 

 책임 인정 요건에는  사실의 적시,  사회적 가치ㆍ평가의 저하,  적시사실의 허위성이 필요하다

 

. 사실의 적시

 

 일반론

 

 언론보도에 의하여 어떠한 사실이 적시되었는지 판단하는 문제는 명예훼손 성부 판단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의 적시가 있는지, 적시사실이 무엇인지가 확정이 되어야 이를 기초로 하여 다른 요건들에 대한 판단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의 표현 그 자체가 어떠한 사실관계를 명시하고 있다면 이 부분 판단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지만, 실무상으로는 표현의 내용이 논평 혹은 의견의 표명과 결합되어 있거나, 표현 자체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적시사실을 곧바로 드러내고 있지 않아 다른 사정을 종합하여 그러한 사실이 암시되었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하는 등 사실의 적시 여부를 단번에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언론보도에 있어서 제목ㆍ표제는 해당 보도가 독자에게 주는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 제목ㆍ표제만에 의한 명예훼손의 성립 가능성이 논의될 정도로 이 부분 판단에 있어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한편, 최근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인하여 인터넷 주소를 링크하는 새로운 방식의 표현물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경우 어떤 기준으로 사실의 적시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링크의 방법으로 기사나 제3자의 인터넷 표현물을 게시한 행위가 전체적으로 보아 단순히 그 표현물을 인용하거나 소개하는 것에 불과한 때에는 게시자에게 그 게시물에 따른 사실의 적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지만, 3자의 표현물을 실질적으로 이용ㆍ지배함으로써 제3자의 표현물과 동일한 내용을 직접 적시한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된다면 게시자의 책임이 인정될 것이다라고 하여 기준을 제시하였으므로, 이를 판단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헌법판소 2013. 12. 26. 선고 2009헌마747 결정). 한편,  영업에 활용하기 위해 제3자의 동영상을 편집하여 유포 내지 전파한 경우[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1. 7. 20143253 판결(확정)],  기사 링크와 더불어 일부 문구를 인용한 경우[서울서부지방법원 2014. 10. 31. 선고 2014가합32892 판결(항소기각 확정)] 각 독자적인 사실의 적시가 인정된 사례이다.

 

 논평 혹은 의견 표명과의 구분

 

 명예훼손 사실의 적시를 통하여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가 침해될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사실의 적시 없이 단지 사람이나 사건에 관하여 논평 혹은 의견을 표명하는 표현행위는 비록 그로 인하여 타인의 외부적 명예가 침해되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기서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 그 밖의 표현행위를 의미함과 아울러 그 표현내용이 증거로 증명이 가능한 것을 말하며, 어떤 표현행위가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된 표현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6371 판결).

 

 사실의 적시를 전제로 하지 않는 순수한 논평ㆍ의견의 표명에 대하여는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할 수 없지만(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10208 판결,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65494 판결), 논평ㆍ의견의 표명 형식을 가지고 있는 표현이라 하더라도, 묵시적으로 어떠한 사실을 전제하고 있고 그렇게 전제된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인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되고(대법원 1999. 2. 9. 선고 9831356 판결, 대법원 2000. 7. 28. 선고 996203 판결,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65494 판결), 일정한 논평ㆍ의견을 표명하면서 그 논평ㆍ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따로 밝히고 있는 표현행위의 경우에도 적시된 기초사실만으로 타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수 있는 때에는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65494 판결).

 

 한편,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언론의 기사가 사실을 적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논평ㆍ의견을 표명하는 것인지, 또는 논평ㆍ의견을 표명하는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묵시적으로라도 그 기초가 되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인지를 구별함에 있어서 당해 기사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방법, 당해 기사가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고려하여야 하는데, 이와 같이 보도내용 중에서 논란이 되는 표현의 객관적 의미는 그 언어적 문맥 및 그 표현이 이루어진 주변 상황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설령 보도내용 중 일부의 취지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거기에 상대방에 대한 비판이 부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보도내용 중의 다른 기재 부분과 함께 전체적ㆍ객관적으로 파악하지 아니하고 취지가 불분명한 일부 내용만을 따로 떼어내어 명예훼손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되며, 표현행위자의 내심의 의도나 상대방의 개인적 이해득실 등 주관적인 사정에 따라 그 표현의 객관적 의미가 좌우된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보도의 객관적인 표현형식이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명예훼손적인 사실의 적시가 아닌 단순한 의견표명으로 파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도가 비판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다는 등의 주관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이러한 표현행위를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것으로 단정한 다음 그 표현행위자로 하여금 사실의 적시에 관한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65494 판결).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은 논평ㆍ의견의 표명에 해당하는지,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는 언론보도 내용에 관하여,  우선 해당 표현의 통상적인 의미 파악을 통한 개별 문자의 분석과 그 객관적인 증명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고,  다시 이를 전체적인 맥락에 비추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한 다음,  이러한 단계적 분석과 전체적인 상황접근방식을 거친 이후에도 여전히 문제된 표현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논평ㆍ의견의 표명에 해당하는지를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를 논평ㆍ의견의 표명으로 추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해당 언론보도의 형식도 이 부분 판단에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실보도의 형식으로 행하여진 언론보도의 경우에는 그 내용이 사실의 적시로 평가될 여지가 많고, 사설, 논평, 독자투고, 만평ㆍ풍자만화 등 의견보도 형식으로 행하여진 언론보도의 경우에는 반대로 그 내용이 논평ㆍ의견의 표명으로 보여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물론 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므로, 앞서 본 법리에 따라 판단할 때 사실보도 형식의 표현행위 중에서도 순수한 논평ㆍ의견의 표명으로 보아야 할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의견보도 형식의 표현행위 중에도 사실의 적시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사례

 

 사실의 적시 인정 사례

 

 벗기기 위험 수위  연극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 아래 특정 연극이 ‘10세 전후의 소년소녀가 성적 학대를 당하는 내용이고, ‘남녀 아역배우와 중년 남녀 사이의 변태적 성행위를 묘사하는 파격성을 보여주며, ‘극중 7세의 남녀어린이가 30대 주부의 성적 학대의도를 앞질러 스스로 상반신을 벗거나 전라가 된다는 등 내용이 담긴 비판 기사에 대하여,  기사 내용 중 성행위에 관한 내용이 있는 점,  해당 기사가 비평 형식으로 게재된 것이 아니라 사회면에 직접적인 사실보도 형식으로 기사로 실린 점,  기사 내용에 적시된 것과 같이 7세의 남녀 어린이가 상반신을 벗거나 혹은 알몸이 된다하더라도 일반인의 성적 호기심이 유발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일반적인 독자의 입장에서는 위 제목의 '벗기기'라는 표현을 해당 기사 내용 중 적시된 신체노출 관련 사실들을 전제로 한 평가라기보다는, 해당 기사 내용 중 적시된 신체노출 관련 사실들 이외에도 해당 연극에 관객의 저속한 성적 호기심을 유발시키기 위하여 출연자의 신체를 노출시키는 부분이 있다는 별도의 전제사실을 적시하는 것으로 볼 개연성이 상당히 크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9. 2. 9. 선고 9831356 판결)

 

 기사 중 '계엄법은 1949. 11. 24. 제정되었는데, 최근 발견된 계엄선포 관련 문건에 따르면 이승만 정권은 계엄법을 제정 전인 1948. 11. 17.에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밝혀졌으니, 그 계엄은 법적 근거 없이 이승만 정권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선포된 것이 틀림없다'는 내용의 표현을 전체적으로 전제 사실의 적시가 없는 순수한 의견의 표명으로 볼 수 없고, 전제사실로 계엄법이 1949. 11. 24.에 제정되었다는 사실 이승만 정권이 1948. 11. 17.에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10208 판결. 다만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앞서 본 기사 내용 중 계엄이 불법이라는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 부분은 그와 같이 보는 근거 즉, 그 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까지 따로 밝히고 있는 이른바 순수의견으로서 그 자체로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될 여지가 없다고 보았다).

 

 주사파라는 표현에 대하여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특정인이 주사파로 지목될 경우 그는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이므로 이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014613 판결)

 

 일간지 사설에서 검찰의 감청 의혹이라는 제목 아래, 검찰이 공개한 휴대폰 통화내역이 감청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 근거로 검찰이 전날까지도 개인 프라이버시에 해당한다고 하였던 통화내용을 공개하고, 감청이 아님을 애써 강조하였으며 공개내용이 대화체이고, 한 달도 더 넘은 시점부터 약 20일 동안 10차례 나눈 비밀통화 내용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는 등의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경우, 위 사설은 비록 그 중 통화 내용의 공개가 이례적이라든가 감청이 아님을 강조한 점이 석연치 않고 비밀통화 내용이 상세히 기술된 것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등 의견 또는 논평이라고 보아야 할 부분도 상당히 포함하고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원고들이 불법 감청을 한 다음 그 감청 내용을 일부 공개하면서 그 감청 사실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였다는 취지의 사실을 간접적, 묵시적으로 적시하고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128619 판결)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실체라는 제목, “극단적인 친일, 매국세력이라는 소제목 아래뉴라이트는 친일세력을 등에 업은 기득권 정치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일제시대로 인하여 한국의 시장경제와 자본주의가 정비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우리 근대사의 큰 발전을 가져왔다고 평가하며 이에 감사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종군위안부는 강제적인 것이 아닌 자발적인 매춘이며, 안중근 의사가 테러리스트라는 비상식적인 주장까지 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게시글 중 이들은비상식적인 주장까지 하고 있다는 부분은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그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한 사례(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5756 판결. 다만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위 내용 중 뉴라이트는 친일세력을 등에 업은 기득권 정치세력으로 볼 수 있다는 부분은 주관적 의견표명 내지 추상적 판단을 나타낸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사실의 적시 부정 사례

 

 원고가 제작한 누드 사진들이 일본의 주간지 플래시(FLASH)’에 게재되자 한국의 두 월간 잡지에서 한국 여대생, 연예인 누드 사진이 포르노로 둔갑 또는 사진 예술작품들 일본으로 건너가 포르노성 기획으로 전락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인용 게재한 데 대하여, 이 사건 기사 내용은 플래시지에 우리나라 사진작가의 누드 사진이 실렸다는 것이고, 나아가 플래시지의 편집 저의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잡지의 상업성을 충족시키고자 한국 작가의 사진 예술을 악용하였다는 내용의 비평, 논평을 가한 것이라고 한 사례[대법원 1990. 10. 23. 선고 90다카8845 판결. 원심은 피고가 원고의 작품들에 대하여 포르노로 둔갑 또는 포르노성 기획으로 전락이라고 표현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보았다(서울고등법원 1990. 2. 13. 선고 8932908 판결)].

 

 원고 등이 1997년경 경제 위기의 책임자로 지목되면서 항공권을 구입하거나 해외도피를 의논하고 있는 장면을 담고 있는 풍자만화에 대하여 원고 등이 경제위기와 관련된 책임 추궁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음을 희화적으로 묘사하거나 해외도피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암시함과 아울러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우회하여 표현한 것일 뿐 원고 등이 해외로 도피할 의사를 갖고 있다거나 해외 도피를 계획 또는 모의하고 있다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0. 7. 28. 선고 996203 판결. 이 판결에서는 만평ㆍ풍자만화에 대하여, 이는 인물 또는 사건 풍자의 소재가 되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직접 적시하지 아니하고 이에 풍자적 외피를 씌우거나 다른 사실관계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사용하는 만큼, 어떠한 사상이 적시 또는 표현되었는가를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풍자적 외피 또는 은유를 제거한 다음, 만평 게재의 동기, 풍자나 은유의 기법, 독자들의 지식 정도와 정보 수준, 소재가 된 객관적 상황이나 사실 관계를 종합하여 그 만평이 독자들에게 어떠한 인상을 부여하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인터뷰 기사에서 어용노조의 가장 큰 폐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지금의 노조 집행부는 회사 앞에서 가족들을 억누르고 회사 편을 든다고 답변한 부분에 관하여, 위 발언은 해당 노동조합 집행부가 사망 산재사고 등과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해서 회사에 대응하지 아니하는 데 대한 부정적인 논평이나 의견을 다소 과장해서 진술한 것일 뿐 회사 앞에서 가족들을 억누르고 회사 편을 든다는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2507 판결)

 

 기사 중 “‘초선인 권○○(실명) 의원이 의정활동이나 지역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데다가 지난해 구청장 선거 공천파동에 이어 대선을 거치면서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는 부분은 구체적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고, ○○의 지역구 의정활동이 미흡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21491, 21507 판결).

 

 ○○(실명)은 친일파”, “□□(실명)대학교는 망 이○○ 전 이사장의 친일,  운영으로 인하여 재단이 부실화되었다”, “○○ 516계파이다라는 표현에 관하여, 위와 같은 표현이 전부이고, 달리 이○○의 친일 행적, 계파와 관련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면, 의견 내지 평가를 표명하는 것 외에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5783 판결)

 

 미국의 도축시스템에 대해서 과연 우리 정부가 그 실태를 본 적이 있는지, 보려는 노력을 했는지 그것도 의문입니다는 내용의 광우병 관련 방송보도에 대하여, 해당 방송보도는 정부가 미국 도축시스템의 실태 중 아무 것도 본 적이 없다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이 사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에 필요한 만큼 미국 도축시스템의 실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는 피고의 주관적 평가를 내린 것이라고 한 사례(대법원 2011. 9. 2. 선고 20095264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9. 2. 선고 201017237 판결)

 

 ○○(실명)는 구원파 계열의 이단이다”, “○○은 체계적으로 신학을 공부한 적이 없다라는 기재 부분은 그 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함께 기술하면서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주관적인 종교적ㆍ교리적 분석에 기초한 순수한 의견 또는 논평에 해당하는 것이고, “○○가 기성교회를 공격하고 폄하하며 자기들을 드러내기만을 고집하려고 시도하였다 또는 ○○의 시도를 막아 우리 고장 □□(실명)이 이단들이 발호하는 도시라는 불명예를 씻어내고 우리 고장 □□과 우리 가정 및 자녀를 지켜내자라는 등 기재 부분이나 성경 위에 활동하는 마귀나 벌레 등을 젓가락으로 집어내는 형상을 희화한 그림 부분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일 뿐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65924 판결. 종교적 이단논쟁과 관련하여 사실의 적시와 의견의 구분을 통한 면책법리를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 암시의 방법에 의한 사실의 적시

 

 법리

 

 사실의 적시는 그 사실을 직접 표현한 경우는 물론, 소문이나 제3자의 말, 보도를 인용하는 방법으로 단정적인 표현이 아닌 전문 또는 추측을 기사화하는 등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였지만 그 표현 전체의 취지로 보아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암시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그 사실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경우에도 인정된다(대법원 1991. 5. 14. 선고 91420 판결,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75312 판결).

이를테면, 갑이 언론사에 을이 뇌물을 받았다고 허위 사실을 제보하여, “을이 뇌물을 받았다고 갑이 폭로하였다 또는 “......이라는 소문(의혹)이 있다는 기사를 실은 경우에도, 그 표현 전체의 취지로 보아 그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면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 반드시 그러한 구체적인 사실이 직접적으로 명시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적시된 내용 중의 특정 문구에 의하여 그러한 사실이 곧바로 유추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하고[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4573 판결,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6904 판결(아래 사실의 적시 부정 사례 중 , )],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는 내용의 소문, 전문 등을 언급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표현 전체의 취지로 보아 그 소문, 전문의 내용과 같은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소문, 전문의 내용에 대한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13. 1. 25. 선고 201253224 판결(확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9. 9. 선고 2015가합8297 판결(확정)(아래 사실의 적시 부정 사례 중 , )]. 그러므로 어떠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대립되는 양쪽 당사자의 주장을 균형적으로 소개하거나, 일방의 주장을 다루더라도 그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만한 별다른 언급 없이 단순히 주장 내용의 소개에 그치는 경우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를 인정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의 경우 유의할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도내용에 적시된 사실의 주된 부분은 암시된 사실 자체라고 보아야 하므로,  암시된 사실 자체가 허위라면 그에 관한 소문 등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진실이라 하더라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대법원 2002. 4. 10. 2001193 결정, 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64487 판결),  이 경우 보도내용으로 인한 정정보도 여부나 명예훼손, 위법성조각사유의 존부 등을 판단할 때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내용에 해당하는지, 그 내용이 진실한지, 보도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 등은 원칙적으로 그 보도내용의 주된 부분인 암시된 사실 자체를 기준으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므로, 그 보도내용에 인용된 소문 등의 내용이나 표현방식, 그 신빙성 등에 비추어 암시된 사실이 무엇이고 그것이 진실인지 여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심리ㆍ판단하지 아니한 채 그러한 소문, 3자의 말 등의 존부에 대한 심리ㆍ판단만으로 명예훼손 해당 여부, 위법성조각사유의 존부에 관하여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75312 판결). 다만, 소문ㆍ전문의 존재 자체가 상대방에 대한 사회적인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소문ㆍ전문 등의 존재 자체를 적시사실로 보아, 이를 기준으로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사유의 존부를 판단하여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53214 판결. ‘유명한 진보논객 진○○(실명)이 진보 성향의 신문 △△(실명, 원고)의 대표이사가 좋은 기자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는 없는 사건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며 원고는 열린우리당이 만들어낸 파시스트 언론집단이라고 발언하였다는 내용의 기사에 대하여 위 기사가 독자에게 위 진보논객이 바라보는 원고는 없는 사건도 만들어내는 파시스트 언론집단이라는 인상을 주어 원고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다만, 언론사에 관한 표현행위에 대한 완화된 위법성 심사기준이 적용되어 위법성이 조각되었다. 이 사건에서는 해당 보도로 원고가 실제로 없는 사건도 만들어내는 파시스트 언론집단이라는 사실이 암시되는지 여부에까지 나아가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는데 이는 해당 진보논객의 그와 같은 평가가 그 자체로 원고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는 어떠한 사람의 평가 또는 발언사실 자체가 곧바로 그 대상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킨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므로, 이 사안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사실의 적시 인정 사례

 

 피고가 1997년 대선 직전에 열린 대통령 후보 초청 사상 검증 대토론회(전국에 생중계됨)’에서 모 대통령 후보에게 질문하는 형식을 취하여 일설에 의하면 모 단체가 재벌이라든가 기업체에서 약점을 미끼로 돈을 긁어 쓴다는 말도 있습니다만이라고 질문한 경우에 사실의 적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그 해당 단체들에 대한 명예훼손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37647 판결)

 

 독립군과 싸운 경력을 가진 분”, “전범이라는 인터뷰내용은 친일행각이라는 평가의 전제사실이라고 한 후 위 표현들이 간접적, 우회적인 표현으로 사회 저명인사인 원고가 1945년 이전에 반민족적인 행위를 한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였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3214 판결)

 

 신문사라는 이름을 내걸고 인터넷과 PC 통신을 이용해 사회에 떠도는 소문을 과장, 윤색하여 사실인 것처럼 유포시키는 자가 유명 앵커우먼의 이혼 배경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퍼뜨린 데 대하여 전국적인 배포망을 가진 피고 언론사 기자가 그 소문에 대하여 변명의 기회를 준다는 명목 아래 신문사의 성격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모 신문사가 그런 내용을 보도하였다고만 지적하여 독자들이 그 소문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듯한 인상을 받게 한 경우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01. 5. 31. 선고 200011081 판결(확정)]

 

 사설에서 검찰의 감청 의혹이라는 제목 아래, 첫 문단에서 검찰이 공개한 휴대폰 통화내역이 감청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적시한 뒤, 그와 같은 의혹이 제기되는 근거로서, 검찰이 전날까지도 개인 프라이버시에 해당한다고 하였던 통화내용을 공개하고, 감청이 아님을 애써 강조하였으며, 검찰이 공개한 통화내역 내용은 대화체로 되어 있고, 한 달도 더 넘은 시점부터 약 20일 동안 10차례에 걸쳐 나눈 비밀통화 내용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는 등의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경우, 위 사설은 원고들(수사검사들)이 불법 감청을 한 다음 그 감청 내용을 일부 공개하면서 그 감청 사실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였다는 취지의 사실을 간접적, 묵시적으로 적시하고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128619 판결)

 

 건설교통부 일반감사와 관련된 양심선언 내용 중 감사 도중 피해자의 지시에 의하여 뚜렷한 이유 없이 감사가 중단되었다’, ‘○○그룹의 실제 사주인 장□□이 장△△에게 뇌물을 준 것이 밝혀졌다’( ○○, □□, △△은 모두 실명)는 등의 사실이 적시되어 있고, ‘청와대에서 감사원 상부에 압력을 행사하여 감사가 중단된 것이라는 의혹을 가지게 되었다는 부분이 있는 경우, 위 의혹의 내용으로 공표한 사실은 그 증명이 가능하고, 그 발언은 피고인이 그러한 의혹을 가지고 있다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감사원 상부에 압력을 행사하여 감사가 중단되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하여 암시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외압에 의한 감사원 상부의 감사중단결정에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줌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7915 판결)

 

 사실의 적시 부정 사례

 

 부ㆍ처별 고려대상자 명단이라는 극비 보고서를 단독 입수하였다는 내용의 기사에 대하여, 이는 자신의 기사가 특종임을 과시하려는 문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이로써 위 극비 보고서의 작성명의자가 중요문서를 소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4573 판결. 이 판결은 나아가, 신문이나 월간지 등 언론매체가 이른바 극비 보고서를 입수하여 보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위 보고서의 작성명의자로 되어 있는 특정인이 보안의식 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동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평가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보더라도 부당하다고도 판시하였다)

 

 거창지청에서 김○○(실명)를 구속하고 이군수를 조사하고 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유포한 사안에서, 위 문자메시지를 거창지청장 또는 거창지청 구성원(이하 거창지청장 등이라 한다)이 그와 같은 내용을 알린다는 내용으로 볼 수 없고, 거기에 거창지청 지청장실의 전화번호 끝자리를 생략한 허위의 발신번호가 게재되었더라도 위 문자메시지의 내용에서 거창지청장 등이 그와 같은 내용을 알린다는 사실이 곧바로 유추되지 않으며, 실제로 위 문자메시지를 받은 기자들 중 다수가 위 문자메시지 발송자를 몰랐다고 진술하고 있다면, 문자메시지를 받은 상대방들이 발신번호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거창지청장 등이 위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고 추측할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더라도, 그러한 가능성만으로 위 문자메시지에 의하여 거창지청장 등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6904 판결)

 

 여자 연예인(원고)과 상대방 사이의 폭행, 감금, 동거사실에 관한 논쟁을 보도하면서 상대방의 주장을 보도한 기사들에 대하여, 당시 위 논쟁에 관하여 사회적으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어서 일방의 주장으로 인용표시가 명확히 되어 있다면 일반 독자가 그것을 곧바로 진실하다고 믿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해당 기사들은 상대방의 주장을 인용한 것임을 정확히 표시한 점,  일부 기사들에 상대방의 주장과 배치되는 원고 측 또는 제3자의 주장을 함께 적시하였고, 상대방 입장 전문을 보도한 기사의 경우에도 그 전에 원고 측 주장을 마찬가지로 전문 그대로 게재한 적이 있었던데다 원고와 상대방 양측 모두 언론에 제보하면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었던 점,  해당 기사들에서 상대방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할만한 문구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상대방의 주장 사실을 전달하고 있을 뿐 상대방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13. 1. 25. 선고 201253224 판결(확정)]

 

 양천구 구의원 나○○(실명)가 양천구 교통행정과 공무원들을 중고차 매매단지 토착 세력들과의 유착 혐의로 고발하였다는 내용의 기사에 대하여, 위 기사는 구의원 나○○로 표현의 주체를 특정하고, 그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그 고발 사실을 그대로 인용하여 보도한 이른바 스트레이트 기사인 점, 해당 기사의 제목과 그 주된 내용은 나○○의 고발사실인 점 등에 비추어, 위 기사는 나○○ 의원의 고발내용을 보도한 것일 뿐, 그를 통하여 양천구 교통행정과 공무원인 원고에 관한 어떤 구체적인 비위 사실이 존재하는 것을 암시하고 있지 않다고 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9. 9. 선고 2015가합8297 판결(확정)]

 

. 제목ㆍ표제 관련 문제

 

 법리

 

 언론보도의 제목(표제) 부분은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많으므로, 해당 언론보도가 일반 독자에게 어떠한 인상을 주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취급된다.

그러한 중요성 때문에 신문 또는 잡지의 기사가 전체로서는 진실하여 반드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지만 그 제목(표제)이 본문의 내용과 다른 인상을 줄 경우에 제목(표제)만으로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신문기사의 제목은 일반적으로 본문의 내용을 간략하게 단적으로 표시하여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켜 본문을 읽게 하려는 의도로 붙여지는 것이므로, 신문기사의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제목이 본문의 내용으로부터 현저히 일탈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 별개의 독립된 기사로 보지 않을 수 없는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목만을 따로 떼어 본문과 별개로 다루어서는 아니 되고, 제목과 본문을 포함한 기사 전체의 취지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60908 판결)고 하여 제목(표제)과 본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여야 함을 원칙으로 선언하면서, 예외적으로 기사 본문의 내용과 다른 인상을 주는 특정한 제목의 기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게재되어 일반 독자가 그에 대하여 일정한 고정 관념을 가지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제목의 게재 행위 자체가 본문과는 별도로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에 있다(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24624 판결. 다만, 이 판결의 사안은 제목과 본문 전체 내용을 포함한 기사 전체의 취지로 보더라도 명예훼손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이다).

 

 예외적으로 본문과 별도로 제목(표제)의 게재 행위 자체만으로 명예훼손이 성립되는 경우, 언론사 편집 책임자가 제목을 선정하여 붙이는 때가 많으므로, 기자가 특별히 요구하여 제목 선정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 이상은 언론사와 편집 책임자만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제목(표제)의 게재행위 자체만의 명예훼손을 인정한 하급심 사례

 

기사의 본문 부분 내용은 원고가 대학 시절 대마초를 흡연한 전과가 있다는 것인데, 그에 반하여 그 부분 기사의 제목은 대학때부터 대마초 흡연이라고 되어 있는 경우, 기사의 제목을 읽은 후 본문을 읽게 되는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위 제목이 주는 강한 인상으로 인하여 원고가 대학 시절 이후 현재까지 대마초를 흡연하고 있다는 관념을 가지기에 충분하여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인정한 사례가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0. 11. 29. 선고 2000가합32395 판결(확정)].

 

 사실의 적시 인정 사례

 

 기사 내용 전체는 원고와 타인에 대한 구속 영장 신청 사실 및 그들에 대한 혐의 사실을 보도한 것이지만 위자료 5억 원을 받아내려 소송 남편에 청부 폭행이라는 제목과 아울러 본문 중에 이혼 소송 중인 남편으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청부 폭행을 의뢰한 원고와 원고로부터 부탁을 받고 폭력을 행사한 정○○(실명) 2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라고 표현한 데 대하여 문법으로 볼 때나 일반 독자들이 받게 되는 인상을 기준으로 하여 볼 때 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8. 7. 14. 선고 9617257 판결)

 

 일간신문에서 원고 일행이 김정일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과 그 내용, 이에 대한 통일원의 조치 내용과 경찰 및 검찰의 수사상황 등을 계속하여 보도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김일성 사망 애도편지’, ‘김일성 애도편지’, ‘김일성 애도서신’, ‘김일성 애도 도의원 3 등의 제목을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일반 독자들로 하여금 원고 일행이 김일성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하여 편지를 보낸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고, 나아가 그 기사들 전체 내용을 보더라도 원고 일행이 김일성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하여 편지를 작성ㆍ전달하였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등 사정에 비추어 위 기사들은 원고 일행이 김일성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하여 편지를 보낸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24624 판결)

 

 회사기밀 유출 간부 구속이라는 세로 6단 크기의 제목과 경쟁사에 자사 유통조직 등 알려라는 중간 제목 및 ○○회사 30대 차장이라는 소제목으로 된 기사에 대하여, 그 제목이 본문에 비하여 활자의 크기나 지면면적에 있어 훨씬 크고, ‘회사기밀 유출 간부 구속’, ‘경쟁사에 자사 유통조직 등 알려라고 되어 있어 원고의 범행을 단정하는 듯한 문구를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사의 제목과 아울러 본문의 내용 또한 원고의 범행 동기와 그가 누설한 회사기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원고의 범행이 진실임을 전제로 수사당국이 수사의 범위를 확대할 예정인 것처럼 관계자에 대해서도 사전공모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경우, 제목의 크기나 표현된 문구가 주는 강한 인상, 본문에 (비록 범죄혐의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긴 하지만) 범행 동기와 그가 누설한 기밀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 사정에 비추어 일반 독자들은 원고가 단순히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보다는 경쟁업체에 스카우트되기 위하여 회사 기밀을 누설하였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사실의 적시를 인정한 사례(대법원 1999. 1. 26. 선고 9710215, 10222 판결. 유사 사례로 범행을 단정하는 문구의 제목을 사용한 범죄혐의 보도 기사에 대하여 사실의 적시를 인정한 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53425 판결도 있다).

 

 사실의 적시 부정 사례

 

 일부 좌익노조 호화생활해부라는 제목과 “1천억 넘는 무노동ㆍ유임금, 노조갹출금 체제파괴 공작비에라는 부제, “극소수 노동자가 혁명의 주력군이다”, “연간 수십억 원을 거둬 쓰는 민노총”, “노조가 판공, 기밀비에 의전활동비까지라는 소제목 아래 원고들(노동조합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포함한 월간지 기사에 대하여, 위 기사는 원고들의 조합비 사용 용도와 관련하여 의문만을 제기하였을 뿐 노조간부들이 조합비의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이해되고, 위 기사가 '호화생활'이라는 제목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기사는 원고들의 조합비 사용용도에 관한 의문 제기와 별도로, “자동차노조의 강○○ 위원장, ○○ 택시노조, ○○ 화학노련 위원장 등은 그랜져를 굴리며, 섬유노조의 김○○, 선원노련의 권○○( ○○들은 모두 실명)씨 등은 포텐샤를 타고 다닌다. 이들도 월 1백만3백만 원의 판공비를 쓰고 있다. 이들은 또 대기업 임원실보다 큰 4050평 규모의 조합장 사무실과 수 명의 여직원을 거느리고 있다라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고 있으므로, 위 기사 중 원고들의 조합비 사용용도에 관한 의문 제기가 위 노조 간부들이 조합비 중 일부를 개인용도로 유용하여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 우회적으로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사실의 적시를 부정한 사례(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판결)

 

 기사가 권력 멀리해야 할 단체가 정부 돈 받고 낙선운동’”이라는 제목과 총선시민연대 소속단체도 지원받아라는 부제목, “중앙단체 중 8 4,0001 3,000만 원씩, 산하 지방조직이 따로 지원받고 참여도라는 소제목으로 되어 있고, 기사의 본문은 그 첫머리에서 시민단체의 성격상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가 정부의 돈을 지원받은 뒤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그 도덕성이 결정적으로 불신당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의견을 표명한 다음, 2003년도에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교부받은 시민단체, 각 지원금의 액수 및 지원방법 등을 설명하고, 나아가 그 지원금을 교부받은 상당수의 시민단체들이 2004. 4. 실시된 총선과정에서 후보 낙선운동에 참여한 사실과 이에 대비하여 마지막 문단에서 당선운동은 시민운동가들이 개인 차원에서 참여하였고, ‘후보자 정보공개를 주도했던 경실련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경우, 해당 기사는 시민단체들이 2003년에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는 사실과 원고들이 낙선운동을 하였다는 사실을 별개로 적시하고 그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함에 그친 것으로 보일 뿐, 위 두 사실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원고들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기 때문에 낙선운동을 하였다 또는 원고들이 낙선운동을 하였는데, 이는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았기 때문이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60908 판결)

 

. 사회적 가치ㆍ평가 저하 가능성

 

 일반론

 

 명예훼손이란 단순히 주관적인 명예감정을 침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뜻한다(대법원 1999. 7. 13. 선고 9843632 판결). , 적시된 사실로 인하여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저하될 가능성이 있어야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비록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다 하더라도 명예훼손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4573 판결). 이와 같은 사회적 가치ㆍ평가 저하 여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으로, 가치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판단된다면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5077 판결).

 

 신문이나 월간지 등 언론매체의 어떠한 표현행위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기사가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도 고려하여야 하므로(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4573 판결,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5077 판결), 보도된 문구 자체로는 명예훼손적인 표현이 아니지만 그것이 다른 외부적 정황사실과 결합되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ㆍ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

 

 한편, 실무상 범죄의 피해자가 범죄사실이 공표됨으로써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범죄로 인한 피해사실이 적시되었다고 하여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ㆍ평가가 저하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경우 사생활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가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다만 피해자의 피해를 축소 왜곡하는 취지의 발언이 문제된 경우,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는 경우는 있을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이 가해자 측에 있는 피고가 극심한 성적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인 원고의 피해내용과 정도를 축소ㆍ왜곡한 허위내용의 인터뷰를 한 것은, 그 자체로 위 범죄행위의 피해자인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보도내용을 접하는 독자나 청취자에게 마치 원고가 입은 피해가 그리 중한 것이 아님에도 이를 과장하여 민주화운동을 매도하는 데에 이용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줄 여지도 있으므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11570 판결).

 

 사례

 

 사회적 가치ㆍ평가 저하 가능성 인정 사례

 

 원고가 제조한 혈액제제로 인하여 일부 혈우병 환자들이 HIV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 원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한 원심 판단을 수긍한 사례(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58823 판결)

 

 진보논객 ○○○(실명)의 강연 내용을 왜곡 보도하여 독자로 하여금 소위 진보논객인 ○○○이 바라본 원고(언론사)는 없는 사건도 만들어 내는 파시스트 언론집단이다라는 인상을 가지게 한 경우, 원고에 대한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하였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53214 판결. 다만, 언론사에 관한 표현행위에 대한 완화된 위법성 심사기준이 적용되어 위법성이 조각되었다).

 

 피해자가 고소취소의 대가로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하여 곽○○(실명)을 고소하였다는 내용의 적시사실은 피해자의 기본입장을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 판단을 수긍한 사례(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8310 판결. 유사사례로 피해자가 자신과 함께 선거운동을 하였던 동료들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사람이라는 내용이 적시된 경우, 그것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한 대법원 2005. 12. 22. 선고 20058209 판결도 있다. 고소나 고발을 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지만, 위 판결들은 예외적으로 사회적 가치ㆍ평가 저하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일제시대로 인하여 한국의 시장경제와 자본주의가 정비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우리 근대사의 큰 발전을 가져왔다고 평가하며 이에 감사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종군위안부는 강제적인 것이 아닌 자발적인 매춘이며, 안중근 의사가 테러리스트라는 비상식적인 주장까지 하고 있다는 내용 뒤에 피해자(대학교수)의 대학명과 실명을 기재한 글을 게시한 경우, 이는 피해자가 위와 같은 주장을 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또는 평가를 저하시켜 그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5756 판결)

 

 넷째부인 또는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경우, 이는 우리 사회의 일반 관념상 부도덕한 성적 관계를 암시하는 단어이므로 부정한 성적 관계를 암시함으로써 대상자들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한 사례(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13718 판결)

 

 사회적 가치ㆍ평가 저하 가능성 부정 사례

 

 계엄법은 1949. 11. 24.에야 비로소 제정되었는데, 최근 총무처 산하 정부문서기록보존소에서 나온 제주도지구 계엄선포 관련 문건에 따르면, 이승만 정권은 계엄법을 제정하기도 전인 1948. 11. 17.에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밝혀졌으니 결국 이 사건 계엄은 법적 근거 없이 이승만 정권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선포된 것이 틀림없다는 취지의 글에 대하여, 피고가 따로 밝히고 있는 의견의 기초가 되고 있는 사실,  계엄법이 1949. 11. 24.에 제정되었다는 사실 이승만 정권이 1948. 11. 17.에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였다는 사실은 그 속에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아니함이 명백하므로 명예훼손이 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10208 판결)

 

 “2003. 1.경 문○○(실명) 민정수석비서관이 리스트(부ㆍ처별 고려대상자 명단)를 작성하였는데 그 대상자 중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식 추천한 인물과 겹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인수위에서 공식 추천된 인물보다는 리스트에 나온 고려대상자가 더 많이 입각했다고 적시되어 있는 기사에 관하여, 위 기사가 문○○ 민정수석비서관이 장관급 등 고위직 인사에 인수위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고, 당시 대통령이 국민추천 등의 공개적인 절차를 거쳐 장관 인사를 하겠다고 표방하고 있었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그것이 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 아니어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4573 판결. 적시사실은 허위로 인정되었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성립이 부정되었다).

 

 ○○회사(실명, 소주 제조회사)가 일본 아사히 맥주에 지분이 50% 넘어가 일본 기업이 됐다는 내용은 가치중립적인 표현으로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 등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이 ○○회사 제조 소주의 구매에 소극적이 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사회통념상 ○○회사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명예훼손적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6728 판결)

 

 “44, ○○(실명) 소장의 이단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영상 및 멘트를 통하여 피해자들이 엄마, 아빠를 따라가 교주 안□□(실명)을 찬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지만, 기독교 성서의 해석 기타 이유에서 안□□을 재림 예수로 믿고 찬양하는 종교가 법질서에서 그 자체 금지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고, 어떠한 사회적 해악을 끼치지 아니하는 한 오히려 그 종교 활동은 헌법 제20조 제1항에서 정하는 종교의 자유로 보호되며, 위 종교 활동이 적법하고, 그 누구도 객관적ㆍ사회적 또는 법적 잣대에 의하여서는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상,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원심 판단을 수긍한 사례(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89209 판결)

 

 서울특별시 제2기동대 전경대원입니다라는 제목 하에 저희 전경들은 지칠대로 지쳤습니다. 이젠 더 이상 이○○(당시 대통령의 성명)의 개노릇 하고 싶지 않습니다. 상부에서는 계속 시민놈들을 개 패듯이 패라는 명령만 귀따갑게 명령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중략) 오늘 자정을 기하여 저희 서울특별시 경찰청 소속 제2기동대 전경 일동은 시민진압 명령을 거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오늘 자정부터 서울특별시 경찰청 소속 제2기동대 전경 일동은 상부의 명령을 무조건 거부할 것입니다라고 게시한 글(라디오 생방송 멘트로도 소개됨)에 대하여, 전체적인 내용은 경찰 상부에서 내린 진압명령이 불법적이어서 이에 불복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취지로서, 그것이 이 사건 기동대 소속 전경들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객관적으로 저하시키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11226 판결. 적시사실은 허위로 인정되었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성립이 부정되었다).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때에는 고발할 수 있는 것이므로 어떤 사람이 범죄를 고발하였다는 사실이 주위에 알려졌다고 하여 그 고발사실 자체만으로 고발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그 고발의 동기나 경위가 불순하다거나 온당하지 못하다는 등의 사정이 함께 알려진 경우에 고발인의 명예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단지 피해자가 누군가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였다는 말만 하고 그 고발의 동기나 경위에 관하여는 언급을 하지 아니하였다면 그와 같이 말한 것만으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기에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이 적시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4. 6. 28. 선고 93696 판결,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6687 판결)

 

. 적시사실의 허위성 문제

 

 일반론

 

 명예훼손은 적시된 사실의 진위를 불문하고 성립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실무상 대다수의 원고들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청구원인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적시사실이 허위라는 것은 해당 언론보도의 전체적ㆍ객관적인 내용에 비추어 그 적시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도내용 중 일부 내용의 진위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거기에 특정인에 대한 비판이 부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보도자료 중의 다른 기재내용이나 구두설명 등을 전체적ㆍ객관적으로 파악하여 그것이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고, 그 취지가 불분명한 일부 내용만을 따로 떼어내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되며, 적시사실 중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111579 판결).

 

 한편, 적시사실 자체는 진실한 사실이나 상대방에 대한 사실 중 일부분을 누락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인상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경우,  누락을 이유로 적시사실이 허위라고 볼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그러한 이유만으로 적시사실 자체의 허위성을 인정하기 어렵다[여객운송업무가 아니라 순수 화물 착발량이 연간 200만 톤에 달하는 화물운송업무가 주된 기차역에 대하여 하루 평균 15명이 승하차하는 한가한 역에 불필요하게 많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한 사안에서, 해당 기차역 이용객이 하루 평균 15명인 것이 사실인 이상, 화물운송업무에 관한 내용을 누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적시사실을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 10. 31. 선고 2014가합32892 판결(항소기각 확정)].

하지만, 예외적으로 누락 또는 생략에 의해 거짓된 외관이 생기기에 이른 경우에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상황은 모두 도외시하고 오로지 부정적인 상황에 기해서만 평가를 하는 경우, 예컨대 범죄사건의 보도에서 1심에서 유죄로 선고된 사실만 언급하고 2심에서는 무죄로 판명된 사실을 언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실제상의 사실관계와 일치되지 않는 일방적이고 왜곡된 상을 전달하게 된다.

 

 증명책임

 

 이와 같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청구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 적시사실의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58823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60950 판결). 반면, 원고가 허위사실 적시가 아닌 ‘(진위여부를 불문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청구원인으로 할 경우에는, 적시사실의 허위성은 책임 인정의 요건이 되지 않으므로 원고가 이에 대하여 증명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명예훼손적인 사실을 적시한 피고가 위법성조각을 주장하는 경우 그 요건인 적시사실의 진실성(또는 상당성) 및 공공성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원고가 적시사실의 허위성을 증명하게 되면, 피고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이 경우에는 이미 적시사실의 허위성이 증명된 경우이므로, 피고가 그와 양립 불가능한 진실성을 증명하는 것은 논리상 불가능하고, 다만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를 증명하여 위법성 조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들어 위법성조각사유를 주장하는 경우 그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때, 어떠한 사실이 적극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증명은 물론 어떠한 사실의 부존재의 증명이라도 그것이 특정 기간과 특정 장소에서 특정한 행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점에 관한 것이라면 피해자가 그 존재 또는 부존재에 관하여 충분한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이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시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한 기간과 공간에서의 구체화되지 아니한 사실인 경우, 그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에 가까운 반면 그 사실이 존재한다고 주장ㆍ증명하는 것이 보다 용이한 것이어서 이러한 사정은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원고)에 대하여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피고)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원고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의 증명을 할 수 있다(대법원 2011. 9. 2. 선고 20095264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60950 판결).

 

 주의할 점은, ‘(진위여부를 불문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불법행위로 인정되는 이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청구에 있어 적시사실의 허위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 이유만으로 곧바로 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위법한 판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대법원 1967. 7. 25. 선고 671000 판결). 실무상으로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청구에 있어 적시사실의 허위성이 증명되지 않는 경우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성립여부까지 나아가 검토ㆍ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위법성조각사유

 

. 명예훼손 특유의 위법성조각사유

 

 형법 제310조는 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위법성 조각사유는 민사상 불법행위로서의 명예훼손의 경우에도 유추적용 된다고 하는 것이 통설이며, 대법원도 형사상이나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위 행위에 위법성이 없으며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라고 판시한 이래, 명예훼손 사건에서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일 것,  표현의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것,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한편 언론중재법 제5조 제2항은 인격권의 침해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서 이루어진 경우 또는 언론등의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언론등은 그 보도 내용과 관련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대법원의 법리를 그대로 수용하여 입법적으로 뒷받침한 것으로 해석된다.

 

. 증명책임

 

 언론ㆍ출판을 통해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거나 허위평가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그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이 원고에게 있다.

한편 원고가 허위사실 적시가 아닌 ‘(진위가 분명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청구원인으로 할 경우, 사실 적시자인 피고가 위법성조각사유의 요건인 적시된 사실의 진실성(또는 상당성) 및 공공성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먼저  원고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한 경우, 피고는 위법성조각의 항변을 하며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주장은 실익이 크지 아니하고, 단지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적시된 사실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는 사항의 증명에 집중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원고가 적시된 사실의 허위성을 적극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경우는,  적시된 사실이 진위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  적시된 사실이 진실인 경우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에는 위  항과 같이 피고가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적시된 사실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는 사항을 증명하여 위법성조각의 항변을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로 판단되었으므로, 피고는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는 점만 증명한다면 그 표현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

 

 이러한 증명책임의 원칙은 판례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734563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53387 판결,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58823 판결),

 

. 공공성의 요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것

 

 위법성이 조각되려면 명예훼손의 보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판례는 앞서 본 것과 같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일 것,  표현의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것을 요구한다.

 

 대법원 판례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며, 이 경우에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의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구체적 내용,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ㆍ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의 동기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6. 10. 11. 선고 9536329 판결,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15922 판결).

 

 공공의 이익은 반드시 국가나 사회 전체의 이익일 필요는 없고, 특정한 사회 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므로 그 범위는 피해자와 관련하여 상대적으로 정해진다. 따라서 작은 사회에 관한 사실을 그 사회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만 공표할 때에도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인정된다[국악협회 이사장 선거에 즈음하여 어느 후보자한테서 5층 건물을 증여받는 대가로 국악협회 이사장으로 추천하였다고 인식할 만한 인쇄물을 배포한 경우에 관한 사례(대법원 1997. 4. 11. 선고 9788 판결)와 교회 담임 목사를 출교 처분한다는 취지의 교단 산하 판결 위원회의 판결문을 예배 보러 온 신자들에게 배포한 경우에 관한 사례(대법원 1989. 2. 14. 선고 88899 판결) 참조]

 

 범죄 보도에 관한 공공성

 

 익명보도의 원칙

 

1990년대만 하여도 우리나라의 언론실무에서는 실명보도가 원칙이었다. 이에 언론학자들이 보도윤리 차원에서 익명보도 주장을 제기하였고,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범죄 행태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사회적 규범이 어떠한 내용이고 그것을 위반하는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제재가 어떻게, 어떠한 내용으로 실현되는가를 알리며, 나아가 범죄의 사회문화적 여건을 밝히고 그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강구하는 등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하므로,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공공성이 있는 것으로 취급할 수 있으나, 범죄 자체를 보도하기 위하여 반드시 범인이나 범죄혐의자의 신원을 명시할 필요는 없고, 범인이나 범죄혐의자에 관한 보도가 반드시 범죄 자체에 관한 보도와 같은 공공성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함으로써 보도 대상 인물이 공적 인물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명보도의 공공성을 부정하는 익명보도의 원칙을 선언하였다.

대법원 1998. 7. 14. 선고 9617257 판결은 원고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어떠한 의미에서도 공적인 인물이 아닌 이상 일반 국민들로서는 피고 언론 각사가 적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이를 알아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그 범인이 바로 원고라는 것까지 알아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여 볼 때에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 언론 각사가 원고의 신원을 명시하고, 피고 공사의 경우 초상을 보여주면서 한 원심판시의 각 적시 사실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 언론 각사가 이 사건 보도를 함에 있어서 그 적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음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살필 필요도 없이, 원심이 피고 언론 각사의 위법성 조각 항변을 배척한 것은 결론적으로 정당하다.”라고 판시하였는데, 당해 보도 대상 인물이 공적 인물인지 여부에 초점을 맞춘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 외에 대법원 1999. 1. 26. 선고 9710215, 10222 판결,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65620 판결 참조).

 

 실명보도의 허용요건

 

한편 위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익명보도 원칙의 예외로서 실명보도의 허용요건과 관련한 여러 가지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대법원은 언론기관이 피의자를 특정하여 그에 대한 범죄사실을 보도하기 위해서는, 그 보도목적의 공익성과 보도내용의 공공성을 갖추어야 하고 그 보도에 앞서 범죄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하여야 하며, 기사의 작성 및 보도 시에도 당해 기사가 주는 전체적인 인상으로 인하여 일반 독자들이 사실을 오해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보도의 내용 및 그 표현방법 또한 객관적이고도 공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언론사가 피의자를 특정하여 범죄를 보도하기 위해서는 범죄보도의 허용요건으로서의 공익성의 요건과 진실성 또는 상당성의 요건이 요구된다고 명확히 전제한 다음, “언론기관이 범죄사실을 보도하면서 피의자를 가명이나 두문자 또는 이니셜 등으로 특정하는 경우에는 그 보도대상자의 주변 사람들만이 제한적 범위에서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알게 되지만,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여 범죄사실을 보도하는 경우에는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알게 되는 사람들의 범위가 훨씬 확대되고 피의자를 더 쉽게 기억하게 되어 그에 따라 피의자에 대한 법익침해의 정도 역시 훨씬 커지므로, 범죄사실의 보도와 함께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의 실명을 보도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공의 정보에 대한 이익과 피의자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이 유지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을 비교형량한 후 전자의 이익이 후자의 이익보다 더 우월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71 판결), 특히 언론사가 범죄를 보도하면서 피의자의 실명을 보도하기 위해서는 범죄보도의 허용요건으로서의 공익성의 요건과 진실성 또는 상당성 요건 이외에 실명보도의 공공성이 추가적인 위법성조각사유 요건으로 요구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그 이유로 실명보도와 일반적인 보도의 법익침해 정도 차이를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어떠한 경우에 피의자의 실명보도를 허용할 수 있을 정도로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더 우월하다고 보아야 하는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고, 범죄사실의 내용 및 태양, 범죄 발생 당시의 정치ㆍ사회ㆍ경제ㆍ문화적 배경과 그 범죄가 정치ㆍ사회ㆍ경제ㆍ문화에 미치는 영향력, 피의자의 직업, 사회적 지위ㆍ활동 내지 공적 인물로서의 성격 여부, 범죄사건 보도에 피의자의 특정이 필요한 정도, 개별 법률에 피의자의 실명공개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여부,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침해되는 이익 및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의 광협 등을 종합ㆍ참작하여 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실명보도의 공공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한 다음, “사회적으로 고도의 해악성을 가진 중대한 범죄에 관한 것이거나 사안의 중대성이 그보다 다소 떨어지더라도 정치ㆍ사회ㆍ경제ㆍ문화적 측면에서 비범성을 갖고 있어 공공에게 중요성을 가지거나 공공의 이익과 연관성을 갖는 경우 또는 피의자가 갖는 공적 인물로서의 특성과 그 업무 내지 활동과의 연관성 때문에 일반 범죄로서의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서 공공에 중요성을 갖게 되는 등 시사성이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개별 법률에 달리 정함이 있다거나 그 밖에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더 우월하다고 보아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여 보도하는 것도 허용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실명보도의 공공성이 인정되는 전형적인 사례를 제시하였다.

 

 공공성 인정 사례

 

언론은 주로 사회의 관심사를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므로, 공공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극히 사적인 보도이거나 비방 목적의 악의가 없는 한 대체로 공공성은 인정되어 왔다.

 

 유명 여배우가 불법 유학을 알선하여 사기를 하고 수사가 시작되자 미국으로 도망하였다는 내용에 관하여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보도된 것이라고 한 사례(대법원 1996. 5. 28. 선고 9433828 판결)

 

 시민 단체들의 재원 조달 방법의 투명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 사례(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37647 판결)

 

 사회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사회 지도층 중 일부(유명 대학의 총장)의 의견을 드러냄으로써 공정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사례(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9892 판결)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의 소유자가 재건축조합에게 이를 고가로 매도하려고 하여 재건축조합 및 조합원들과 이해가 상반된 상황에서, 위 소유자가 사석에서 도로를 고가로 매도하여야 한다는 동석자의 말에 동조한 사실을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 재건축조합 소식지 등을 통하여 조합원들에게 알린 사례(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15922 판결)

 

 공공성 부정 사례

 

 원고를 악덕 변호사로 표현한 수기 중 변호사의 잘못 드러나 나는 드디어 승소했다”, “수임변호사가 날짜까지 변조해 가며 나를 패소케 하였다”, “법을 잘 아는 사람에게 법 몰라 이용당한 꼴 등 원고를 비방하는 표현을 사용한 사례(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면접 여대생을 희롱하였다는 등의 보도로 변호사인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었음을 인정한 사안에서, 그 보도 행위가 원고를 비방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사례(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5510 판결)

 

 기사(월간잡지)가 우리나라에서 교육의 큰 축을 담당하는 대학의 운영 및 그 상황과 관련된 것으로서 일부 공익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공익 목적보다는 원고를 반대하는 대학교의 전 이사장 측의 일방적 입장만을 대변하여 원고를 비방하려는 의도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사례(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64487 판결)

 

 유명 연예인의 범죄경력을 보도한 부분에 관하여 기사의 주된 보도 내용과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보도 내용과 동종의 전과도 아니고 국민들이 정당하게 알아야 할 부분에 관한 보도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연예인 겸 기업의 대표로서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위 범죄경력의 보도가 공공의 이해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대법원 2007. 6. 1. 선고 200461372 판결)

 

 지하철 성추행 공무원이라도 모자이크 처리가 불완전하여 원고의 얼굴과 그 직업이 드러나고, 음성이 변조됨이 없이 방송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00. 10. 11. 선고 2000가합4673 판결(확정)]

 

 이른바 나주 성폭행 피해자 사건에서, ‘피해자의 부친이 술을 매우 많이 마시는 사람이다’, ‘피해자의 모친이 게임광이다라는 부분은 범죄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거나 범죄의 경위를 설명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사적 인물의 사적 사항이라는 이유로 공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3. 19. 선고 2013가합50317 판결(확정)]

 

. 보도의 진실성 또는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보도의 진실성

 

보도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이 증명되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한편 그 증명 정도는 자유로운 견해의 개진과 공개된 토론과정에서 다소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은 피할 수 없고, 표현의 자유는 그것이 생존함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하므로,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면 족하고 일부 자세한 부분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352142 판결).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중요성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소송에서 가장 큰 핵심쟁점은 기사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어떤 기사에 의하여 자기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면 언론사로서는 그 기사가 진실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거나 기사의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벗어나려 할 것인데, 언론사는 보도 또는 여론 형성을 목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기 때문에 어떤 기사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임은 어렵지 않게 인정되지만, 대부분 기사의 내용이 진실임을 증명하기는 극히 어려울 것이므로 그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책임을 질 것인가의 여부는 결국 기사의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판단 기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 표현 방법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1998. 2. 2.7. 선고 9719038 판결), 언론보도의 경우에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와 함께 기사의 성격상 신속한 보도가 요청되는 것인가, 정보원이 믿을 만한가, 피해자와의 대면 등 진실의 확인이 용이한 사항인가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35199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27769 판결).

 

풍문이나 억측에 터잡아 보도한 경우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지 아니하고, 진실임을 뒷받침할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 판단 기준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각각의 사안에 따라서 행위자가 누구인가(신문인가, 잡지인가, 일간인가, 월간인가), 기사의 성격(신속이 필요한 보도 기사인가, 상당한 기간을 두고 준비하는 기획 기사인가)이 어떠한가, 취재원이 믿을 만한가, 진실의 확인이 쉬운 사항인가, 피해자에게 확인하였는가(적어도 확인하려고 노력하였는가),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 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로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그 판단 시점은 보도 당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만, 그 후에 드러난 객관적 사실이나 자료도 판단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대법원 1996. 8. 20. 선고 9429928 판결,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58823 판결).

 

 범죄 보도에 관한 상당성

 

익명보도의 원칙과 관련하여, 당해 범죄의 사안이 중대하여 그 피의자 등의 실명 공개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문제와 그 실명보도에 있어서 언론사등이 필요한 진실확인 조치를 이행하였는지에 관한 상당성의 문제는 구별된다. 사안이 중대한 범죄 등의 경우에 실명보도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언론사등은 범죄의 혐의가 상당 정도 증명된 경우에 한하여 보도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보도 목적의 공익성과 보도 내용의 공공성이 갖춰져야 하고 그 보도에 앞서 범죄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하여야 한다. 특히 수사 초기 단계에서나 의혹보도의 경우 범죄혐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이를 실명으로 보도하는 것은, 명예훼손에 있어서 위법성 조각 사유인 상당성을 결여할 수 있으므로, 불법행위 책임을 질 수 있다. 따라서 언론사등이 중대 범죄사건 등에 관하여 실명보도를 함에 있어서는 익명보도의 경우보다 범죄보도의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더 높은 진실확인의무를 부담한다.

대법원도 보도의 내용이 진실과 다를 경우 실명이 보도된 피의자에 대한 법익침해의 정도는 그렇지 아니한 경우보다 더욱 커지므로, 언론기관이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여 범죄사실을 보도할 경우에는 그 보도내용이 진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주의의무는 더 높아진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71 판결), 실명보도의 경우 일반적인 범죄보도에 비하여 상당성의 판단 기준이 더욱 엄격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상당성 요건의 지위

 

한편 상당성의 요건을 고의, 과실의 판단 문제로 보는 판례들도 있다. 대법원 1995. 6. 16. 선고 9435718 판결은 진실한 사실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아니하였어도 그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하다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행위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 할 수 없다.”라고 하였고,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19038 판결은 원심(서울고등법원 1997. 4. 16. 선고 9636700 판결) 이는 위법성을 결여한 것이어서 불법 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라고 한 데 대하여, “피고가 이 사건 방송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에게 고의 및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하여 원심판결은 그 이유를 달리하고 있으나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옳고, 상고이유는 이유 없는 것으로 돌아간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밖에 대법원 1998. 5. 8. 선고 9636395 판결도 상당성 판단 부분을 고의, 과실의 문제로 보았다.

 

어떻게 이론 구성을 하든 명예훼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동일하나, 위법성조각사유의 한 요건으로 파악하는 것이 다수의 실무례로 보인다.

 

 상당성 인정 사례

 

 일간 신문사 기자가 법원에서 구속영장 사본을 열람하여 원고에 대한 피의사실을 알게 되자 검사에게 취재를 요청하여 다른 기자들이 동석한 가운데 원고와 그 피의사실이 요약ㆍ정리된 자료를 배포 받고 검사가 발표하는 수사 경위를 들은 다음, 이러한 취재 자료에 기하여 기사를 작성하여 보도한 사안에서, 검사의 발표에 기하여 원고에 대한 피의사실에 관한 기사를 그대로 작성ㆍ게재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진위 여부에 관하여 별도로 조사ㆍ확인을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기사를 게재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위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9. 1. 26. 선고 9710215, 10222 판결)

 

 역사적인 사실에 관한 보도나 방송에 관하여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망인이나 그 유족의 명예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고, 또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에도 한계가 있어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용이하지 아니한 점도 고려해야 하고, 따라서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 사건을 다룬 방송 드라마가 단순히 억측만에 기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근거 있는 자료(여러 관계자들의 진술과 암살범 안두희의 시인, 국회 소위원회의 조사보고서, 그동안의 언론 보도)에 기한 것이라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8. 2. 27. 선고 9719038 판결)

 

 포르말린 사건으로 알려진 사안에서 수사 기관의 발표에 근거하여 보도하였다가 나중에 무죄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보도자료에 근거하여 가감 없이 보도한 언론사들은 면책된 사례(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324406 판결)

 

 한 방송사가 모 국회의원이 광우병에 걸린 소의 일부를 먹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하였다고 방송한 사안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의 경우에도 SRM을 제거하고 나머지를 먹어도 인간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거의 없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하더라도 이와 반대되는 학계의 견해가 있는 이상, 국회의원의 위 발언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보도한 것은 그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20181 판결)

 

 일간지에서 국세청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토지를 매매하면서 증여한 것처럼 위장함으로써 국토이용관리법을 위반하는 방법으로 부동산투기를 한 자로서 피해자를 포함한 82명의 명단을 담아 배포한 보도 자료를 그대로 보도한 사안에서, 그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언론사의 책임을 부정한 사례[서울민사지방법원 1992. 4. 29. 선고 91가합43911 판결. 상고심인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18389 판결에서는 국세청장 등의 주의의무만이 문제 되었다].

 

 일간지에서 서울 경찰국의 보도 자료에 따라 보도하였는데, 그 내용에 피해자가 전과 7범이라는 허위 사실이 들어 있었던 경우라도 언론사의 책임을 부정한 사례(서울민사지방법원 1988. 4. 29. 선고 87가합3739 판결)

 

 판문점 총격공작사건을 직접 모의한 3인 중 1명이 외삼촌인 원고의 추천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하다가 다른 2명을 북한과 접촉하게 한 사실, 원고가 옥수수박사의 방북을 성사시킴으로써 북한에 대한 농업원조가 이루어진 사실, 신빙성 있는 취재원(안기부장의 핵심측근)을 상대로 원고와 관련한 물증의 존재와 원고에 대한 조사 사실 등을 취재한 사실, 취재내용이 10개월 전의 메모 내용과 일치하는 점 등을 근거로, 수사기관과 달리 사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데 현실적으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언론사로서는 그 기사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00. 8. 24. 선고 9911986 판결(확정)]

 

 상당성 부정 사례

 

 범죄 보도 관련 사례

 

범죄사건 보도의 경우, 수사 당국의 공식발표가 있기 전에 비공식적으로 수사당국을 취재하고 그 내용을 뒷받침할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보도한 경우, 관계자나 소문에 따라 독자적으로 취재ㆍ보도하면서 정확한 기사를 작성함에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한 경우, 당국의 공식발표에 따른 보도라도 발표를 오해하거나 과장ㆍ각색하거나 자기의 견해나 억측을 첨가하여 범인으로 단정하여 보도한 경우 등에는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10대 가출 소녀에 대한 기사인데, 피해자의 딸이 가출하여 동거 중 임신하게 되자 피해자가 강제로 딸을 집에 가두고 일방적으로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사실과 달리 표현한 사안에서, 담당 기자가 피해자를 만나보는 등 필요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고 그 때문에 사실과 다른 기사가 보도된 사례(대법원 1994. 5. 10. 선고 9336622 판결)

 

 일간 신문사가 다른 언론의 보도 내용(‘여배우 불법 유학 관련 혐의라는 제목으로 피해자가 불법 유학을 알선하여 사기를 하고 수사가 시작되자 미국으로 도망갔다.”는 내용)을 마치 직접 취재한 것처럼 보도하면서,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피해자 및 관련자와 접촉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더 이상의 사실 확인 노력을 하지 아니한 채 별다른 근거 없이 그대로 기사를 작성한 사례(대법원 1996. 5. 28. 선고 9433828 판결)

 

 지방 일간지에서 피해자들이 김정일에게 남북 간 교류 성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는데도, ‘김일성 사망 애도 편지를 보냈다고 왜곡하여 보도하였고, 통일원 관계자의 통일원에서 이에 대하여 경고 결정을 하였다.”는 비공식의 말과 동료 기자들의 검찰과 경찰이 국가보안법 저촉 여부를 내사 중이다.”는 말만 믿고 기사를 작성하였으며, 사실과 달리 보강 수사를 계속하였다고 보도한 사례(이 사안에서는 피고들이 진정으로 통일원 관계자나 경찰 관계자로부터 경고 검토 내지 결정 또는 수사 진행 중이라는 말을 듣고 이를 그대로 보도하였다고 하였으나 이 점에 대한 증명조차도 부족하였던 경우였다. 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24624 판결)

 

 보도자료에는 폭행, 업무방해, 감금 사실밖에 없고 수사 기록까지 열람하였으면서도, 일간지 기자가 피해자가 춤바람이 나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보도하거나, 피해자에게 확인도 하지 아니한 채 수사 경찰관과 비공식으로 만나 고소장을 입수하여 피해자가 춤바람이 나서 간통까지 하다가 남편에게 발각되었다.”라고 보도한 사례(대법원 1998. 7. 14. 선고 9617257 판결)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는 이 사건 아파트의 조합장과 다른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이 돈을 받은 사실이 기재되어 있을 뿐,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의 임원들이나 구성원들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함에도, 구속영장 별지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46회의 청탁사례금 지급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지 아니하고, 피해자들에 대해 취재를 하지 아니한 채 그들이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취지로 보도한 사례(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50213 판결)

 

 이른바 김훈 중위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하여 보도의 형식 여하를 불문하고 혐의에 불과한 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암시하거나 독자들로 하여금 유죄의 인상을 줄 우려가 있는 용어나 표현을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할 것임에도, 원고가 북한의 지령을 받거나 북한군과의 접촉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상관인 김훈을 살해하였다는 단정적 내용을 보도한 사례(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555510 판결)

 

 범죄 보도 이외의 사례

 

 월간 잡지사가 원고를 악덕 변호사로 표현하는 수기 형태의 글을 실어 보도한 사안에서, 잡지사의 경우 신속성의 요청이 강하다고 할 수 없는데도 진실성에 대하여는 전혀 검토하지 아니하고 원문의 뜻이 왜곡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문장의 일부만 수정한 사례(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피해자가 신고 없이 사슴 축사를 신축하였다.”라고 보도하였는데, 피해자의 직속상관인 면장한테서 고급 간부인 피해자가 신고를 안 했겠느냐, 신고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으면서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아니한 채 제보자인 동네 이장의 말만 듣고 보도하였고, 그 기사의 표현 형식도 일단 인용 보도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기자가 실제로 피해자의 비위 사실을 지득, 확인한 것처럼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당국에 모종의 조치를 촉구하는 뜻을 담은 사례(대법원 1997. 9. 30. 선고 9724207 판결)

 

 실명을 밝힌 논픽션 라디오 드라마는 일반 청취자들이 그 내용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 쉬운 반면에 신속성의 요청은 일반 보도에 비하여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방송에서는 단순히 풍문이나 억측이 아닌 신빙성 있는 자료에 의거하여야 할 필요성이 더 크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방송의 기초가 되는 자료 내용의 진위를 당사자 본인이나 그 주변 인물을 통하여 확인하는 충분한 조사 활동을 사전에 거침이 마땅하므로, 이러한 확인이나 조사 활동을 거치지 아니한 채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논픽션 라디오 드라마를 그대로 방송한 사례(대법원 1998. 5. 8. 선고 9734563 판결)

 

 ‘26세의 중견 모델 진모양 접대 사실 보도 사건이라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관계인들의 진술 등을 통하여 가명이 아닌 실제 신원을 검토할 수 있었고, 기사의 성격상 신속한 보도가 필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어 그러한 조사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의 여유가 있었는데도 이러한 조사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던 사례(대법원 1998. 5. 8. 선고 9636395 판결)

 

 인터넷에서 무료로 취득한 공개 정보는 누구나 손쉽게 복사ㆍ가공하여 [ 87 ] 게시ㆍ전송할 수 있는 것으로서, 그 내용의 진위가 불명확함은 물론 궁극적 출처도 특정하기 어려우므로, 특정한 사안에 관하여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접속하는 인터넷상의 가상공동체(cyber community)의 자료실이나 게시판 등에 게시ㆍ저장된 자료를 보고 그에 터 잡아 달리 사실관계의 조사나 확인이 없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판을 저하할 만한 사실의 적시를 한 사례(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366806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53214 판결,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0108579 판결)

 

 종전 방송내용에 대하여는 1998. 9. 13. 보도 당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였으나, 이후에 새로운 자료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종전 방송내용을 수정 없이 그대로 요약하면서 일부 내용을 추가하여 방영한 것에 대하여 1998. 12. 13. 재방영 당시에는 종전 방송내용에 관하여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이유로 방송사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서울지방법원 2000. 3. 29. 선고 99가합34685 판결(항소기각 확정)]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 인용과 상당성

 

대법원은 언론매체가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을 참작하여 보도하였다 하더라도 자신의 보도로 인한 책임은 면할 수 없으므로(더구나 이 사건과 같이,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을 명시적으로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취재한 양 작성하는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자기 책임하에 그 내용의 진위 여부를 직접 확인하려는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특히 일간신문이나 방송의 보도내용은 취재시간이 제한된 탓에 보도내용의 진위 여부가 불확실하거나 과장 보도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그 진실성이 객관적으로 담보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를 진실로 믿기 위하여는 더욱더 진위 여부의 확인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보도 매체의 독자적인 확인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대법원 1996. 5. 28. 선고 9433828 판결. 위 판결은 신뢰성 있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기사를 정확하게 게재한 언론사는 비록 그 기사의 내용이 명예훼손적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미국의 통신사 제공기사의 항변(wire service defense)’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 통신사(현재 연합뉴스와 같이 기사 제공을 주목적으로 하는 언론사)에서 제공받은 기사를 보도한 경우와 관련하여, 통신사와의 송수신 및 전재 계약에 따라 제공하는 통신을 전재할 때에는 크레디트를 붙여 그 전재 사실을 반드시 명시하여야 하고, 크레디트를 붙이지 아니한 기사에는 보도 신문사가 책임지기로 약정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통상 통신기사를 그대로 보도한 경우에는 상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많을 것이지만, 제공받은 기사에 크레디트나 그 전재 사실을 밝히지 않고, 또한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다면 상당성이 부인될 가능성이 크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51520 판결).

 

3. 위법성 심사기준이 완화되는 특수한 경우

 

. 공적 존재에 대한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특수성

 

 일반론

 

1990년대부터 정부기관이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하거나 언론사 서로 간에 제기하는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이 급증하였고, 이 무렵 헌법재판소는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아니면 사인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인지, 피해자가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ㆍ사회성을 갖춘 사실(알 권리)로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표현 내용과 방식에 따라 상반되는 두 권리를 유형적으로 형량한 비례관계를 따져 언론의 자유에 대한 한계 설정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공적 인물과 사인, 공적인 관심 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하고, 더욱이 이 사건과 같은 공적 인물이 그의 공적 활동과 관련된 명예훼손적 표현은 그 제한이 더 완화되어야 하는 등 개별사례에서의 이익형량에 따라 그 결론도 달라지게 된다.”라고 판시함으로써(헌법판소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결정 공인 및 공적 관심사에 대한 특별취급의 필요성을 분명히 하였다.

 

대법원도 2002년을 전후하여 공인, 특히 공직자에 대하여, 그리고 정치이념에 대한 보도의 자유를 매우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한편 대법원 판례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정립해 온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 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734563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53387 판결 참조). 이에 관한 미국 판례는 New York Times v. Sullivan, 376 U.S. 254 (1964) 참조].

언론사의 경우에도 그 설립목적이나 감시와 비판, 여론형성 등의 사회적 역할에 비추어 국가ㆍ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일을 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인 또는 공적 존재로 보아 그에 대한 명예훼손에 있어서 위법성의 심사기준을 완화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있었는데, 현재는 언론사를 공적 존재로 보아야 한다는 데 대하여 이론이 없다. 위와 같은 위법성 심사기준의 완화는 그 표현행위자(통상 언론소송에서의 피고)가 사인인지 공적 존재인지를 불문하고 적용되지만, 실무에서는 표현행위자가 언론사인 사건이 대부분이고, 아래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판례도 대체로 피고가 언론사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 등에 관한 표현행위

 

대법원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표현된 내용이 사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 공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즉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따져보아 공적 존재에 대한 공적 관심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하며, 당해 표현이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할 수 있으나, 공공적ㆍ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그 평가를 달리하여야 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며, 피해자가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의 여부도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 “공직자나 정치인과 같은 공적인 존재의 도덕성, 청렴성의 문제나 그 직무활동이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된다. 더욱이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입법과 국정통제 등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고 나아가 그 직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면책특권을 보장받는 등으로 통상의 공직자 등과 현격히 다른 발언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그 직무활동에 대한 비판도 보다 신축성 있게 수인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 감시ㆍ비판ㆍ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함부로 위축되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판시한 이래(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19734 판결), 공직자 등 공적 존재에 대하여는 위법성의 심사기준을 완화하여 왔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64384 판결,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62494 판결, 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63558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53387 판결).

 

그 판시내용을 종합하면,  공적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짐에 있어서는 증명의 부담을 완화해 주어야 하고,  좌우의 이념문제는 일방의 타방에 대한 공격이 타방의 기본입장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닌 한 섣불리 불법행위의 책임을 인정하여서는 안 되며,  정당의 정치적 주장이나, 공직자의 도덕성ㆍ청렴성이나 업무처리의 정당성에 대한 의혹 제기 또는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에 관하여는, 그것이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악의적 모함이거나(위 대법원 200037524, 37531 판결)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주278 ) 아닌 한 쉽게 그 책임을 추궁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35199 판결).

 

 언론사에 관한 표현행위

 

대법원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표현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ㆍ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특히 당해 표현이 언론사에 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사가 타인에 대한 비판자로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범위가 넓은 만큼 그에 대한 비판의 수인 범위 역시 넓어야 하고, 언론사는 스스로 반박할 수 있는 매체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통하여 잘못된 정보로 인한 왜곡된 여론의 형성을 막을 수 있으며, 일방 언론사의 인격권의 보장은 다른 한편, 타방 언론사의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되고, 수사적인 과장 표현도 언론기관이 서로 반박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보다 넓게 용인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352142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53214 판결. 위 판결례는 모두 언론사 간의 소송이었다. 이후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86782 판결,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107129 판결 등도 마찬가지이다), 공적 존재에 대한 명예훼손사건의 법리를 언론사에 대한 명예훼손사건에까지 확대하였다.

 

.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표현행위

 

 종교의 자유와 인격권의 비교ㆍ형량을 통한 위법성조각

 

대법원은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관하여, 종교의 자유에는 자기가 신봉하는 종교를 선전하고 새로운 신자를 규합하기 위한 선교의 자유가 포함되고 선교의 자유에는 다른 종교를 비판하거나 다른 종교의 신자에 대하여 개종을 권고하는 자유도 포함되는데, 종교적 선전, 기타 종교에 대한 비판 등은 동시에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 되는 것이나, 그 경우 종교의 자유에 관한 헌법 제20조 제1항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헌법 제21조 제1항에 대하여 특별 규정의 성격을 가진다 할 것이므로 종교적 목적을 위한 언론ㆍ출판의 경우에는 그 밖의 일반적인 언론ㆍ출판에 비하여 보다 고도의 보장을 받게 된다.”라고 하면서, “다른 종교나 종교 집단을 비판할 권리는 최대한 보장받아야 할 것인데, 그로 인하여 타인의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종교의 자유 보장과 개인의 명예 보호라는 두 법익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는, 그 비판 행위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공표가 이루어진 범위의 광협, 그 표현 방법 등 그 비판 행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비판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타인의 명예 침해의 정도를 비교ㆍ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6. 9. 6. 선고 9619246, 19253 판결).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이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으로 다소 과장되거나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였더라도 그 행위는 근본적으로는 종교적 비판의 표현행위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719755 판결,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687903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84236 판결도 같은 취지).

, 표현행위의 목적과 대상 등이 종교와 직접 관련된 경우, 일반적인 표현행위의 경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그 합법성의 범위를 폭넓게 파악하는 특별한 위법성 조각사유 심사기준을 채택하는 접근방식을 통하여 종교적 언론의 자유를 고도로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사실의 적시와 의견의 구분을 통한 면책

 

대법원은 특정 종교집단의 목사에 대한 비판에 관한 형사사건에서, 사실의 적시에 관한 일반론을 적시한 뒤 적시된 사실은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하는 것이며, 비록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형법 제307조 소정의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고, 헌법상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점에 비추어 다른 종교 또는 종교집단을 비판할 자유 역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65924 판결), 종교적인 이단논쟁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쌍방의 비판행위에 관하여 순수한 의견표명의 인정범위를 넓게 파악함으로써 종교적 행위의 자유의 폭을 확대하는 접근방식을 취하였다.

 

 유의점: 언론매체의 비판 보도

 

대법원 판례는 종교집단들 사이의 이단성 논쟁이 아니라 언론매체가 특정 종교집단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한 경우에 있어 종교적 자유에 관한 법리가 아닌 일반적인 표현행위에 관한 법리를 적용하여 해당 보도행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43437 판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528365 판결).

 

. 실존 인물이나 사실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로 인한 위법성 인정 기준

 

대법원은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모델로 한 영화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행위자가 적시된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행위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할 것인데, 그와 같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 표현 방법,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특히 적시된 사실이 역사적 사실인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망인이나 그 유족의 명예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며 또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의 한계로 인하여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용이하지 아니한 점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 아울러 영리적 목적 하에 일반 대중을 관람층으로 예정하여 제작되는 상업영화의 경우에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더라도 영화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 고양을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다소간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으며, 또한 상업영화를 접하는 일반 관객으로서도 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인식ㆍ유지하면서 영화를 관람할 것인 점도 그 판단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73483 판결), 실존 인물이나 사실을 다룬 영화 등에도 앞서 본 명예훼손 사건 특유의 위법성조각사유가 인정되지만, 특히 상당성 판단에 있어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논픽션 역사드라마에 관한 관련 최초의 판시는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19038 판결로, “특히 적시된 사실이 역사적 사실인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망인이나 그 유족의 명예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고 또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에도 한계가 있어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용이하지 아니한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고, 그 후 대법원 1998. 5. 8. 선고 9734563 판결에서 실명에 의한 논픽션 라디오 드라마에 있어서는 일반의 청취자 등이 그 내용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가 쉬운 반면에 신속성의 요청은 일반 보도에 비하여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방송에 있어서는 단순히 풍문이나 억측이 아닌 신빙성 있는 자료에 의거하여야 할 필요성이 보다 크다.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방송의 기초가 되는 그 자료 내용의 진위를 당사자 본인이나 그 주변 인물을 통하여 확인하는 등의 충분한 조사활동을 사전에 거침이 마땅하므로, 이러한 확인 내지 조사활동을 거치지 아니한 채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논픽션 라디오 드라마를 그대로 방송하였다면 방송사 측에서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하더라도 그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구체적인 상당성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4.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사실 공표행위의 불법행위 성립여부

 

. 명예훼손행위의 위법성 조각

 

 명예훼손죄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되는데(형법 제310), 이 경우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이 행위자에게 전환된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1473 판결).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의 경우에도 가해자인 피고에게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 형사상이나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위 행위에 위법성이 없으며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58823 판결 : 언론·출판을 통해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거나 허위평가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그 허위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고, 다만 피고가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항변할 경우 그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다.

 

.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불법행위가 되기 위한 요건

 

 판례의 태도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149692 판결 : 일반 국민들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범죄에 관한 알권리를 가지고 있고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에 관하여 발표를 하는 것은 국민들의 이러한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 할 것이나, 한편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198조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기타 직무상 수사에 관계있는 자는 비밀을 엄수하며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목적하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하여져야 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는 등 그 내용이나 표현 방법에 대하여도 유념하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할 것이므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2. 1. 14. 선고 2019282197 판결의 취지

 

 위 판결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피의사실, 즉 수사기관이 혐의를 두고 있는 범죄사실에 한정되는 것이므로, 피의사실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기관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사실관계까지 피의사실에 포함시켜 수사 결과로서 발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발표한 피의사실에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사실관계까지 포함되어 있고, 그 발표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의사실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고 오히려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사실관계가 주된 것인 경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위법하다.

 

II. 명예훼손 일반론

 

1. 명예훼손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303-1320 참조]

 

. 관련 조항

 

 언론, 출판은 타인의 명예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 출판이 타인의 명예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헌법 제21조 제4).

 

 타인의 명예를 해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751조 제1).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의하여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민법 제764).

 

. 의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이라 한다) 5조 제1항은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이하 언론 등’)은 타인의 생명, 자유, 신체, 건강, 명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초상, 성명, 음성, 대화, 저작물 및 사적 문서, 그 밖의 인격적 가치 등에 관한 권리(이하 인격권’)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되며, 언론 등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이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그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학술적으로 다루어져 오던 인격권의 개념이 실정법상 개념이 되었다.

 

 이 중 명예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의 인격적 가치에 관하여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말하는 것이고, ‘명예훼손이란 명예 주체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명예라고 할 때에는 외부적 명예만을 의미하고, 인격의 내재 가치로서의 내부적 명예나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가치 판단이라 할 수 있는 명예감정은 포함되지 않는다(다만 명예감정의 침해가 명예훼손과는 다른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또한 명예훼손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를 하여 명예를 침해함을 요하는 것으로서 구체적 사실이 아닌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으로써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모욕과는 구별된다.

 

2. 요건

 

. 명예의 주체

 

 자연인

 

 법인, 법인격 없는 사단·재단

 

 법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동시에 그 구성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되는 경우에는 법인과 그 구성원이 함께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S대학 박 모 총장이 강연에서 한국통신노동조합원들의 농성이 북한의 조종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안에서, “원고 노동조합은 물론 그 핵심 간부들로서 위 농성참가자 13명의 일원이던 원고 A  4인이 북한의 조종을 당한 것처럼 그 사회적 평가를 현저하게 저하시켜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시킨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법인 제도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법인은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격권의 한 내용인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등의 주체가 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2. 8. 23. 선고 2009헌가27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명예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세상으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말하고, 법인의 경우 그 사회적 명성, 신용을 가리키며 명예를 훼손한다는 것은 그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1450 판결 참조).

 

 법인은 법률의 규정에 좇아 정관으로 정한 목적의 범위 내에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므로, 법인의 목적사업수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법인의 사회적 명성, 신용을 훼손하여 법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된 경우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6. 6. 28. 선고 9612696 판결 등 참조).

 

이는 결국 법인의 명예, 신용이 침해되어 그 법인의 목적인 사업 수행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와 같이 법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250735 판결 : 행위자가 법인을 상대로 그 법인 내부의 인사조치와 관련하여 명예훼손적 언동을 하여 그 법인의 기관이 법인을 대표하여 그 행위자에 대하여 처벌을 구하는 고소를 하고 수사가 진행된 결과, 그 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고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경우와 같이 법인을 상대로 한 특정 언동으로 법인이 직접 피해자로서 명예나 신용이 훼손되었음이 인정된 경우에는, 법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법인이 명예 등 인격권의 주체로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문제되는데, 공권력의 행사자인 국가, 지방자치단체나 그 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나 공법인은 원칙적으로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라 단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는 지위에 있을 뿐인 점,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는 점(대법원 2011. 9. 2. 선고 201017237 판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인격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헌법 및 법령상의 과제와 기능 수행을 감시하는 자유로운 언론의 기능이 위축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이름으로 국민을 상대로 한 소송이 남발될 위험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명예 등 인격권의 침해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기본권 보장의무를 지는 자라고 하여 기본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모든 권리나 제도의 향수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국가도 헌법과 법령에 따라 부여된 과제와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최소한의 사회적 승인 내지 신뢰를 필요로 하는 점, 단지 그 대상이 국가라는 이유만으로 명백한 허위사실의 유포나 악의적인 비방과 같이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는 남용 행위에 대해서까지 법적인 보호를 외면할 필요는 없는 점, 우리 형법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하거나 비방하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어 일정한 경우 국가도 명예와 관련된 법익의 보호 대상으로 보고 있는 점(형법 제105, 106조 참조) 등을 종합하면, 비록 국가라 하더라도 일정한 범위에서는 법적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사망자

 

 사망한 사람의 명예 그 밖의 인격권도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 해당하므로(형법 제308, 저작권법 제14조 제2, 언론중재법 제5조의2 등 참조) 이를 위법하게 침해할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으나, 사망자는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사망자 고유의 위자료는 인정할 수 없다.

 

 또한 사망자의 명예 그 밖의 인격권의 침해가 곧바로 유족의 명예 그 밖의 인격권의 침해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 경우 유족은 사망자의 명예 그 밖의 인격권 침해로 인하여 자신의 고인에 대한 경애·추모의 감정 등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751조 제1, 752)이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764. 예를 들어 패소판결공지청구), 침해금지·예방(예를 들어 기사삭제청구) 등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10208 판결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가 제주 4·3 사건 당시 이승만 정권이 미군정과 공모하여 의도적으로 제주도의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하였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신문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한 사건에서, “피고는 위와 같이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사실을 담은 기사를 보도함으로 인하여 망 이승만의 사회적 평가와 아울러 그의 유족인 원고 자신의 사회적 평가 내지 고인에 대한 명예감정, 추모감정을 침해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라고 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하였다).

 

 언론중재법 제5조의2 2항도 사망한 사람의 인격권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이에 따른 구제절차를 유족이 수행한다.”라고 규정하였다.

 

. 피해자의 특정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는데, 반드시 사람의 성명이나 단체의 명칭을 명시하는 정도로 특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머리글자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그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이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50213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27769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545857 판결 등 참조).

 

 한편, 이른바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명예훼손의 내용이 그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는 해석되기 힘들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지만,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 수가 적거나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그 구체적 기준으로는 집단의 크기, 집단의 성격과 집단 내에서의 피해자의 지위 등을 들 수 있다.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35199 판결: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과 그 소속 프로듀서인 피고 2는 이 사건 방송(2001. 3. 25. 21:45경부터 같은 날 22:30경까지 사이에 방영된 시사매거진 2580)에서 (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이하 기동수사대라 한다) 소속으로서 이 사건 소외 1관련 수사의 담당 경찰관이던 원고 13의 성명이나 기동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인 다른 원고들의 성명을 명시하지 아니하였고, 원고 13의 인터뷰 장면만을 내보내면서 그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음성을 변조한 상태로 방송하였으나, 원고 13의 인터뷰 장면에서 ○○/담당형사라는 자막을 내보내고, 피고 2 (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라는 현판을 크게 비추었으며, 기동수사대를 지칭하는 의미로 ‘(기관명 생략)경찰이라는 칭호를 3번이나 사용하였고, 이 사건 방송 마지막 부분에서 기동수사대 정문 현판을 다시 크게 보여준 점, 기동수사대는 조직폭력 등 특수강력범죄, 2개 이상의 시·군에 관련되는 광역범죄,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범죄 기타 지방경찰청장이 지정하는 사건 등 특수수사를 담당하고, 당시 (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경찰관들 중 기동수사대의 인원은 21명 정도에 불과하여 그 업무의 성격상 그 소속 경찰관 전원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조사를 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방송이 일반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은 단지 담당 경찰관 개인이 편파적이고 강압적인 수사를 한 것이라기보다는 기동수사대 전체가 그러한 수사를 하였다는 취지로 보여지는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실들을 비롯하여 기록에 나타난 주위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기동수사대에서 위 사건을 수사할 당시 기동수사대에 근무하였던 경찰관들인 원고들은 이 사건 방송에서 사용한 ‘(기관명 생략)경찰 또는 ‘(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라는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서울지법 2000. 10. 18. 선고 99가합95970 판결은, 기무사 소속 현역 장성들이 병무비리에 연루되어 있으며 일부는 그 대가로 거액의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TV 방송에 관하여 기무사 소속 현역 장성 8명 중 4명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원고들이 소속된 기무사 현역 장성이라는 집단의 소규모성, 직업과 지위를 특정하여 보도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생활하는 범위 내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보도에서 지적한 병무비리에 관련된 사람들이 원고들일 수 있다고 추지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여지므로 원고들 개개인의 명예가 모두 훼손되었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의 의미

 

 사실의 적시에 의한 사회적 평가의 저하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의 객관적인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명예훼손은 사실의 적시가 있음을 전제로 한다.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에 관한 보도가 소문이나 제3자의 말 등을 인용하여 기사화한 것이고 그 보도내용에 단정적 표현이 사용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 전체의 취지가 그 사실의 존재를 암시한다면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0. 7. 28. 선고 996203 판결,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75312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545857 판결 등 참조).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이 있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적시한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라 하더라도 그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는데다가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고(대법원 1999. 2. 9. 선고 9831356 판결,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 등 참조),

1065) 일정한 의견을 표명하면서 그 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따로 밝히고 있는 표현행위의 경우에도 적시된 기초사실만으로 타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수 있는 때에는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

 

 사망한 사람이 관련된 사건을 모델로 한 영화에서 그 묘사가 사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려면 그 사람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허위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한다. 그와 같은 허위사실 적시가 있었는지는 통상의 건전한 상식을 가진 합리적인 관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8341, 8358 판결).

 대법원 2019. 3. 6.  20186721 결정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사망한  중위의 아버지   중위 사망 사건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주식회사와 위 영화의 시나리오 작성과 연출을 맡고 있는 작가 겸 영화감독 을 상대로 영화 내용 중 일부가 허위사실로  중위와 의 명예와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며 영화의 제작·상영 등의 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영화에서  중위로 특정되는 인물이 의 주장과 달리 군 내부 부조리와 연관되어 사망한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고 하여도 이러한 묘사가 상업영화의 예술·표현의 자유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등  중위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후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부족한 점, 영화에서 로 특정되는 인물이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부분도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에 비추어 일부 허구적인 장면만으로 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상업영화에서 역사적 사실을 각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되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영화 투자자와  회사 사이의 투자계약이 해제된 이후  회사와 이 영화 제작을 사실상 포기하여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순수한 의견 표현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음

 

 그러나 순수하게 의견만을 표명하는 것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될 여지가 없고(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10208 판결 참조), 단순히 타인의 주관적인 명예감정을 침해하는 표현행위를 하였다거나 그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였다는 사유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756 판결, 대법원 1999. 7. 13. 선고 9843632 판결 등 참조).

 

 언론매체의 기사가 사실을 적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것인지, 또는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하는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묵시적으로라도 그 기초가 되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인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당해 기사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의 독자가 보통의 주의로 기사를 접근하는 방법을 전제로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방법뿐 아니라, 당해 기사가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및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1868 판결,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24904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이 보도내용 중에서 논란이 되는 표현의 객관적 의미는 그 언어적 문맥 및 그 표현이 이루어진 주변 상황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설령 보도내용 중 일부의 취지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거기에 상대방에 대한 비판이 부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보도내용 중의 다른 기재 부분과 함께 전체적·객관적으로 파악하지 아니하고 취지가 불분명한 일부 내용만을 따로 떼어내어 명예훼손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되며(대법원 2008. 5. 8. 선고 200645275 판결 등 참조), 표현행위자의 내심의 의도나 상대방의 개인적 이해득실 등 주관적인 사정에 따라 그 표현의 객관적 의미가 좌우된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보도의 객관적인 표현형식이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명예훼손적인 사실의 적시가 아닌 단순한 의견표명으로 파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도가 비판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다는 등의 주관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이러한 표현행위를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것으로 단정한 다음 그 표현행위자로 하여금 사실의 적시에 관한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4573 판결, 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65924 판결 참조).

 

 의견표현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표현행위자가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만일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 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184480 판결,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19734 판결) 혹은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그 인격권을 침해한다면(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65494 판결), 이는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명예훼손과는 별개 유형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184480 판결 : TV뉴스 프로그램에서 특정변호사가 소송수행을 잘못하여 의뢰인에게 불리한 판결이 선고되도록 하였다는 기본적 사실에 기초하여 소위 순백의 법조인과 대비하여 사람답게 살지 못한 사람이라거나 한심하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의견을 표명한 것은, 위 변호사의 잘못의 정도와 판결에 대한 영향을 지나치게 확대, 과장하여 평가한 결과에 따른 표현으로서 그러한 의견표명은 모멸적인 표현에 의한 인신공격에 해당하여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일탈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19734 판결 : 국회의원 이 국회 여성위원회에서 언론사는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성매매 예방교육을 강제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는데,  신문사가 사설 제목에서 이 언론을 상대로 성폭행적 폭언을 하였다고 표현하고, 본문에서 언론인들 얼굴에 오물을 던진 것”, “모략성 흑색 유언비어를 악용해 특정인과 특정 직업집단 전체에 침을 뱉는 파렴치한 탈선”, “정상적 의원으로서, 정상적 인간으로서의 선을 넘었다라고 표현한 사안에서, 위 사설의 전체적인 취지는 국회의원의 국회 발언에 면책특권이 있다고 하여 언론인과 같은 특정 집단 전체를 성상납을 받거나 성매매를 하는 집단으로 모욕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인 점, 사설의 전체적인 내용과 취지로 볼 때 에게 악의적으로 모욕을 가할 목적으로 작성된 사설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의 발언은 종국적으로 언론인에 대하여 성매매 예방교육을 강제하는 법안 발의에 관련된 것으로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고 다양한 비판과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할 사안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표현들이 지나치게 모멸적인 언사에 의한 인신공격에 해당하여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65494 판결 :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사설 및 오피니언의 형식으로 보도된 제6, 7기사는 원고의 쟁의행위로 인하여 체결된 2003년도 단체협약에 따라 원고 조합원들이 연간 165일 내지 177(또는 170일 내지 180)의 휴일을 누리면서도 연봉 5,000만 원을 받게 되었다라고 하면서 현대자동차 노사협상에 나타난 원고 조합원들의 임금과 휴일의 수준, 위 노사협상의 배경과 결과 등에 관하여 개략적인 상황을 적시한 다음, 이러한 협상내용을 평가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의견을 표명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6, 7기사 역시 일반 독자의 기준에서 볼 때 전체적인 인상과 맥락으로 보아 구체적인 사실전달보다는 의견표명 내지 논평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보도로서,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그 의견표명의 전제로 적시한 사실관계 중 원고의 쟁의행위로 인하여 체결된 2003년도 단체협약에 따라 원고 조합원들이 연간 165일 내지 177(또는 170일 내지 180)의 휴일을 누리면서도 연봉 5,000만 원을 받게 되었다는 보도내용은, 피고가 휴일수와 연봉액을 병렬적으로 거시하는 표현을 사용한 점, 6, 7기사의 다른 부분에서도 원고의 조합원들이 실제로 위와 같은 휴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된 휴일수의 최대한도라는 것을 시사하는 단서나 표현이 전혀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원고 내지 그 조합원들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는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원심은, 6, 7기사를 보도한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설시에는 다소 부적절한 점이 있기는 하나, 그 보도 부분이 단순히 사실을 과장한 것에 불과하다거나 피고가 이를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거기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한편 정치인이나 공직자 등 공적인 인물의 공적 영역에서의 언행이나 관계와 같은 공적인 관심 사안은 그 사회적 영향력 등으로 인하여 보다 광범위하게 공개·검증되고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이를 쉽게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더욱이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입법과 국정통제 등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고 나아가 그 직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면책특권을 보장받는 등으로 통상의 공직자 등과도 현격히 다른 발언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19734 판결 참조) 그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 등에 대한 비판도 더욱 폭넓게 수인되어야 한다. 의견표명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표현행위의 내용·형식뿐 아니라 표현행위가 행해진 정황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4220798 판결 : 국회의원이던 이 당시 인천광역시장이던 을 비판하면서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국회의원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성명서를 발표하자, 이 위 표현행위로 인격권을 침해당하였다며 위자료를 청구한 사안에서, 위 성명서에서 종북의 상징이라는 용어는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대표적 인물이라는 취지로 사용되었다고 보여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나, 은 국회의원으로서 위 성명서를 통해서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상황이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면서 국회의원인 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이나 정치적 이념을 비판하고, 이를 통해서 지역구 주민들의 인천광역시장 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환기시키려고 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표현행위만으로  에게 모멸감을 주기 위하여 악의적으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은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이나 정치적 이념에 대한 비판과 공세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 이 위 성명서를 통해서 을 비판한 것에 대응하여  역시 이를 해명하거나 반박하고, 서로 간의 정치적 공방을 통해서 국민으로부터 평가를 받을 충분한 기회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이 위 성명서에서  종북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것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여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인정하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보아 위 표현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의견표명으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경우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

 

 허위 기사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당하였다고 주장하며 기사삭제를 청구하는 피해자는 그 기사가 진실하지 아니하다는 데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한편 사실적 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것이 특정되지 아니한 기간과 공간에서의 구체화되지 아니한 사실의 경우에, 그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에 가까운 반면 그 사실이 존재한다고 주장·증명하는 것이 보다 용이한 것이어서 이러한 사정은 그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에 대하여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피해자는 그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의 증명을 할 수 있다(대법원 2011. 9. 2. 선고 20095264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60950 판결).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거나 허위평가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그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고, 다만 피고가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항변할 경우 그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다(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58823 판결 참조).

 

 이 경우 허위성의 증명 방법에 관하여는 앞서 본 법리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4138 판결).

 

. 위법성

 

명예훼손행위는 일단 위법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위법성의 조각이 문제 된다.

 

. 위법성 조각 사유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 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334013 판결 등 참조).

 

 공공성

 

 여기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을 의미하는데,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1473 판결,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 등 참조).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그 적시된 사실의 구체적 내용, 그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고려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15922 판결), 나아가 명예훼손을 당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적시된 사실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그와 관련한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 피해자 스스로 어떤 관여가 된 바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33489 판결).

 

 진실성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라 함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1998. 10. 9. 선고 97158 판결 등).

 

 그리고 진실성이 증명되지 아니하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등).

 

 표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행위자가 적시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818925 판결 등).

 

 언론 보도의 경우,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보도 내용의 성격상 신속한 보도가 필요한 것인가, 보도의 근거가 된 자료 또는 정보원이 믿을 만한 것인가, 사실 확인이 용이한 것인가,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는 어떠한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636395 판결 등 참조). 다만 이른바 행정상 공표의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며(대법원 1998. 5. 22. 선고 9757689 판결), 적시된 사실이 역사적 사실인 경우에는 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19038 판결). 전자의 경우에는 공공적 성격을 가진 기관이 일정한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경우에는 그 신뢰성이 보다 강하여 그것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경우 그만큼 피해자의 피해 정도가 크기 때문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역사적 사실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망인이나 유족의 명예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고, 또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에도 한계가 있어 그 확인이 용이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이때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그것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따져 보아 공적인 존재에 대한 공적인 관심 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 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판결 : 당해 표현이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인 경우, 그 공적인 존재가 가진 국가, 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더욱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논증이나 공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하여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 보호라는 이름으로 봉쇄되어서는 안 되고 찬반토론을 통한 경쟁 과정에서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인데,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흔히 위장하는 일이 많을 뿐 아니라 정치적 이념의 성질상 그들이 어떠한 이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증명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이에 대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가 진실에 부합하는지 혹은 진실하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짐에 있어서는 일반의 경우에 있어서와 같이 엄격하게 증명해 낼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되고, 그러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로 증명의 부담을 완화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구체적 정황을 증명하는 방법으로는, 그들이 해 나온 정치적 주장과 활동 등을 증명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정치적 이념을 미루어 판단하도록 할 수 있고, 그들이 해 나온 정치적 주장과 활동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공인된 언론의 보도 내용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여기에 공지의 사실이나 법원에 현저한 사실도 활용할 수 있으나, 아무리 공적인 존재의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문제의 제기가 널리 허용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도록 경계하여야 함은 물론 구체적 정황에 근거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어휘를 선택하여야 하고, 아무리 비판을 받아야 할 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멸적인 표현으로 모욕을 가하는 일은 허용될 수 없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모델로 한 영화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행위자가 적시된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행위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할 것인바, 그와 같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 표현 방법,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특히 적시된 사실이 역사적 사실인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망인이나 그 유족의 명예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며 또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의 한계로 인하여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용이하지 아니한 점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19038 판결 참조).

 

 아울러 영리적 목적 하에 일반 대중을 관람층으로 예정하여 제작되는 상업영화의 경우에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더라도 영화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 고양을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다소간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으며, 또한 상업영화를 접하는 일반 관객으로서도 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인식·유지하면서 영화를 관람할 것인 점도 그 판단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73483 판결(영화 실미도 사건)].

 

 증명책임

 

 가해자가 위법성조각사유 즉 공공성 및 진실성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미국 판례는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현실적인 악의(‘사실에 부합하지 않음 알면서 또는 무분별하게 알지 못하고 기사를 작성, 게재하였음)를 증명하여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 대법원은 피해자가 공적인 인물이라고 하여 방송 등 언론매체의 명예훼손행위가 현실적인 악의에 기한 것임을 그 피해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1998. 5. 8. 선고 9734563 판결),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 경우에도 가해자인 언론기관이 보도 내용이 진실이거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는 미국 소송법상의 디스커버리 제도가 없기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인 언론기관의 현실적 악의를 증명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현재 언론기관에 대한 탄압보다는 오히려 언론기관의 횡포가 더욱 심한 상황이고, 미국과 달리 언론기관에 대한 징벌적인 손해배상(유명한 미국의 뉴욕타임스 판례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문제 된 사안에 관한 것이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자칫 언론기관이 도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언론기관의 책임 인정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우리 판례의 입장이 타당하다.

 

3. 사후적 구제수단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우리 민법은 불법행위에 관하여 포괄적인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위법한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점에 다툼이 없다. 751조 제1항도 위법한 명예훼손이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금전배상

 

 재산적 손해

 

명예훼손으로 인하여 재산적 손해를 입었음을 증명하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340614 판결 : 비방광고들로 인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하여 광고들이 실렸던 일간지마다 동일한 크기의 대응 광고를 게재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 비용도 비방광고들로 인하여 입은 손해이다).

 

 정신적 손해(위자료)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41377 판결은 민법 제752조는 생명침해의 경우에 있어서의 위자료 청구권자를 열거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예시적 열거 규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생명침해 아닌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불법행위 피해자의 부모는 그 정신적 고통에 관한 증명을 함으로써 일반 원칙인 같은 법 제750, 751조에 의하여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한다.

 민법 제751조 제1항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제752조 타인의 생명을 해한 자는 피해자의 직계존속, 직계비속 및 배우자에 대하여는 재산상의 손해 없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우리 법원의 위자료 액수는 사죄광고에 대한 위헌결정 이후 점차 커지고 있다. 심지어 3억 원의 위자료가 인정된 경우도 있다. 사죄광고라는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 등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대법원 1996. 4. 12. 선고 9340614 판결 : 원심은 이어서, 이 사건 광고들로 인하여 원고의 인격과 명예, 신용 등이 훼손됨으로써 분유제조업체인 원고의 사회적 평가가 낮아지고 그 사업수행에 커다란 악영향이 미쳤으리라는 점은 경험칙에 비추어 쉽게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위 사회적 평가의 침해에 따라 원고가 입은 무형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원고가 입은 손해의 종류와 성격, 원고의 지명도와 영업의 신용도, 원고 회사의 규모 및 영업실적, 이 사건 광고들의 허위성의 정도와 비방성의 강도, 피고의 광고행태 전반에서 드러나는 악의성의 정도, 조제분유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보수성, 부정적 광고가 미치는 영향의 즉각성과 지속성,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회복함이 곤란한 점, 부정적 광고에 대하여 효율적인 구제수단인 사죄광고가 허용되지 아니하는 점, 피고 회사의 규모와 재산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손해액을 금 300,000,000원으로 정하였는바, 피고에게 원고가 입은 무형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심의 판단은 옳고, 또한 기록에 비추어 보건대, 원심이 산정한 손해액도 적정하다고 보여지므로 원심판결에 위 자료에 관한 법리오해나 이를 과다하게 정한 위법이 있다는 논지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현재 실무에서 적용되는 위자료 산정기준은 아래와 같다.

 

 고의·중과실에 의한 명예훼손·신용훼손: ‘일반피해의 경우 기준금액 5,000만 원, ‘중대피해의 경우 기준금액 1억 원

 일반피해 : 피해자의 기존 개인생활·사회생활·경제활동에 미친 영향이나 훼손된 명예·신용의 가치가 경미한 정도를 넘어 상당한 정도에 이른 경우(, 아래의 중대피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

 중대피해 : 피해자의 기존 개인생활·사회생활·경제활동에 미친 영향이나 훼손된 명예·신용의 가치가 큰 경우로서, 다음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가 박탈 또는 현저히 저하된 경우

- 사업자의 신용, 상호·상표의 가치가 심각하게 저하되어 기존 영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 일상생활에 현저한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초래되어 기존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다음과 같은 특별 가중사유가 있는 경우 2배 가중된 기준금액 적용

- 허위사실인 경우

- 악의적·모해적·영리적 목적이 있는 경우

- 인지도, 신뢰도, 전파성 등을 고려할 때 명예훼손 행위로 인한 영향력이 상당한 사람이나 단체의 행위 및 이를 수단으로 한 경우

 기타 사항

 가해자의 경과실에 의한 행위로 피해를 입은 경우 또는 피해자가 상당한 정도에 이르지 않는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위 기준을 참고로 삼아 그 과실의 정도 또는 피해의 정도를 참작하여 기준금액을 감액하여 적용할 수 있음

 특별 가중사유가 중첩되어 존재하고 훼손된 명예·신용 가치가 매우 커서 특별가중

만으로 피해를 도저히 전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 가중범위(2)를 초과하여 가중할 수 있음

 그 밖의 증액사유 또는 감액사유가 존재할 경우, 50% 범위에서 증액 또는 감액 조정하여 구체적인 위자료 액수를 산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50% 범위를 초과하여 증액 또는 감액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건에서의 특별한 사정을 감안하여 위 액수를 초과한 위자료를 인정할 수도 있음

 

 원상회복

 

 민법 제764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응하여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

참고로 사생활이 침해된 경우에도 제764조가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는데, 다수설은 법문이 명예훼손의 경우로 한정하고 있고, 사생활의 침해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며, 정정보도와 같은 처분은 오히려 사생활을 새로 공개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하고 있다.

 

 언론중재법 제31조는 이와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고 다만 언론사의 언론보도를 그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불법행위에 대한 구제방법은 금전배상에 의한다고 하는 원칙(763, 394)에 대한 예외로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명예회복처분, 즉 원상회복도 명할 수 있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다.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그로 인한 피해자의 재산적·정신적 손해의 범위 및 그 금전적 평가를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곤란하고 또 금전배상만으로는 피해자의 구제가 실질적으로 불충분·불완전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결함을 보완하여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의 내용

 

 사죄광고 :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하여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아 더는 사용할 수 없다.

 

 판결의 게재 : 가해자의 명예훼손에 관한 민·형사판결의 내용을 신문 등에 게재하여 광고하는 것이다. 표현의 주체가 법원이고 피고는 비용을 부담할 뿐이므로 양심의 자유나 인격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실무상 많이 활용되고 있다.

 

 정정보도 : 이는 반론보도와는 달리 문자 그대로의 의미의 訂正보도이다[(예시) ‘정정보도문이라는 제목 아래 “OO신문은 1996. 8. 1. 자 본문 제O면에 라는 제목으로 라는 요지의 기사를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허위 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다. 이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사전에 반드시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고가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청구한 경우 법원은 처분의 종류와 내용에 관하여 원고의 청구 범위에서 더 약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금전배상과 함께 명할 것인가, 전자만을 명할 것인가, 아니면 후자만을 명할 것인

가는 원고의 청구범위에서 법원이 판단한다(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1450 판결 참조).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은 명예훼손으로 인해 생긴 손해 전보의 일환으로서의 명예회복이라는 기능에 비추어 이를 명하는 것이 필요하고 효과적이며 또한 판결에 의해 강제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명하는 것이고, 훼손된 명예가 이미 회복되었거나 피해가 금전배상으로 충분히 보상되었거나 그 밖에 명예훼손행위의 반사회성 정도가 경미하여 그 피해가 적은 경우에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 타당성 유무는 구체적인 사건마다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정할 수밖에 없다.

 

. 명예훼손행위가 계속되고 있거나 계속될 우려가 있는 경우

 

인격권의 한 내용인 명예권에 근거하여 침해행위의 제거 및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 그 법적 근거, 효과 등은 뒤에서 살펴볼 사전적 구제수단으로서 금지청구권의 경우와 대체로 같으나, 허용 요건에 있어서는 침해행위의 사전금지에서 요구되는 것보다는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1098)

 

4. 사전적 구제수단 (= 이른바 금지청구)

 

. 문제점

 

명예는 그 성질상 일단 침해된 후에는 금전배상, 원상회복과 같은 사후적 구제수단으로는 그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 따라서 명예훼손에 대하여는 사전에 이러한 침해를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 문제

 

 사전금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커다란 제한이 된다. 특히 헌법은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바(헌법 제21조 제2), 법원이 표현행위의 내용을 따져 그 표현을 금지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문제 된다.

 

 헌법재판소는 가처분에 의한 방영금지가 헌법에 위반되는지에 관하여,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 규정한 검열 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의사표현의 발표 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만을 금지하는 것을 뜻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방영금지가처분은 행정권에 의한 사전심사나 금지처분이 아니라 개별 당사자 간의 분쟁에 관하여 사법부가 사법절차에 의하여 심리, 결정하는 것이어서 헌법에서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일정한 표현행위에 대한 가처분에 의한 사전금지청구는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나 사생활 등 인격권 보호라는 목적에 있어서 그 정당성이 인정되고 보호수단으로서도 적정하며, 이에 의한 언론의 자유 제한의 정도는 침해 최소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을 뿐 만 아니라 보호되는 인격권보다 제한되는 언론의 자유의 중요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없어 법익 균형성의 원칙 또한 충족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언론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하였다(헌법재판소 2001. 8. 30. 선고 2000헌바36 결정).

 

. 금지청구권의 법적 근거

 

 민법은 이러한 금지청구권의 근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바, 그 근거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판례는, “사람(종중 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이 갖는 명예에 관한 권리는 일종의 인격권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서, 그 성질상 일단 침해된 후에는 금전배상이나 명예 회복에 필요한 처분 등의 구제수단만으로는 그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어렵고 손해 전보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이와 같은 인격권의 침해에 대하여는 사전 예방적 구제수단으로 침해행위의 정지·방지 등의 금지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340614 판결 : 우리나라 우유업계 전체가 이른바 '광고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경위와 그 동안의 피고의 광고 행태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를 비방하는 광고를 재현할 위험은 아직도 존재하므로 원고는 피고가 자행할 위법한 광고로부터 그 명예·신용 등을 보전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그러한 광고의 중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명예는 일반적 인격권의 한 내용으로서 물권과 같은 배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침해를 예방, 제거하기 위하여 금지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다.

 

. 사전금지를 허용하기 위한 요건

 

 언론·출판 등의 표현행위에 의하여 명예의 침해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보호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고 그 조정이 필요하므로 어떠한 경우에 인격권의 침해행위로서 이를 규제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헌법상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따라서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할 것인바, 출판물에 대한 발행·판매 등의 금지는 위와 같은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에 해당하고, 그 대상이 종교단체에 관한 평가나 비판 등의 표현행위에 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금지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다만 그와 같은 경우에도 그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또한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표현행위는 그 가치가 피해자의 명예에 우월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하고, 또 그에 대한 유효적절한 구제수단으로서 금지의 필요성도 인정되므로 이러한 실체적인 요건을 갖춘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사전금지가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5. 1. 17.  20031477 결정).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기사삭제 청구의 당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닌 기사로 인해 현재 원고의 명예가 중대하고 현저하게 침해받고 있는 상태에 있는지 여부를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이라는 두 가치를 비교 · 형량하면서 판단하면 되는 것이고, 피고가 그 기사가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등의 사정은 형사상 명예훼손죄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사유는 될지언정 기사삭제를 구하는 방해배제청구권을 저지하는 사유로는 될 수 없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60950 판결).  사전금지가 아닌 사후제거를 청구한 사안이지만 사전금지의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 효과

 

 부작위의무(명예훼손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의 발생

 

 강제집행

 

판결절차와 강제집행절차는 원래 분리되어 있으나, 부작위채무에 관하여 언제나 먼저 집행권원이 성립하여야만 그 다음 단계에서 비로소 간접강제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집행권원의 성립과 집행 단계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있는 동안에 채무자가 부작위채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이나 위반 결과의 제거 등 사후적 구제수단만으로는 채권자에게 충분한 손해전보가 되지 아니하여 실질적으로는 집행제도의 공백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부작위채무를 명하는 판결의 실효성 있는 집행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부작위채무에 관한 소송절차의 변론종결 당시에서 보아 집행권원이 성립하더라도 채무자가 이를 단기간 내에 위반할 개연성이 있고, 또한 그 판결절차에서 적정한 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부작위채무에 관한 판결절차에서도 장차 채무자가 그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에 일정한 배상을 할 것을 명하는 간접강제를 할 수 있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340614 판결,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31225 판결, 대법원 2021. 7. 22. 선고 2020248124 전원합의체 판결). 이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으로 명예훼손행위 등의 금지를 신청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반론보도청구권

 764조에 의한 정정보도청구권과의 차이점

 정정보도청구권은 문자 그대로 내용을 진실에 부합되게 시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지만, 반론보도청구권은 언론사에 대하여 피해자가 주장하는 반박내용을 보도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이다.

 정정보도청구권은 명예훼손이 일반 불법행위로서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지만, 반론보도청구권은 언론에 공표된 사실적 주장과의 개별적 연관성만 있으면 허용된다.

 정정보도청구는 법원에 곧바로 할 수 있으나, 반론보도청구를 법원에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반드시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정보도청구 사건은 판결절차에 따라 재판을 하지만, 반론보도청구 사건은 가처분절차에 따라 재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