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졸렬하고 오만한 편견을 가졌다니!】《나 자신에게 죽비를 휘둘러 내려치고 싶다. 내 무지하고 어리석은 영혼이 깨달음을 얻도록 말이다. 그럼에도 난 헬쓰장이 젊은이들만의 공간이 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살다 보면 지독한 고독감에 몸부림 칠 때가 있다.
무기력한 상태에서 허우적거릴 때도 있다.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에 빠질 때도 있다.
악마는 내 귓가에 속삭인다.
“너무 애쓰지마. 안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야. 포기해.”
젊은 시절의 나는 이 모든 것이 ‘나약해진 정신력’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근데 나이가 든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무기력이란, 몸 안의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 즉 기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정신력이 나약해서가 아니라, 바로 ‘체력 저하’가 무기력과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몸이 건강하고 체력이 좋으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활력이 넘치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은 강한 충동에 휩싸인다.
즉 무기력증을 탈출하는 최고의 방법은 체력강화를 통해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것이다.
그냥 무조건 일어나 몸을 움직여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정말 심플하다.
‘아무런 근심과 걱정이 없이 마음이 편하고 좋은 상태!’
이것이 행복이다.
그런데 이 역시 ‘건강한 몸’, ‘튼튼한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다.
최근 묘한 경험을 했다.
내가 ‘노인에 대한 아주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화들짝 놀랐다.
정작 내가 바로 그 노인에 속함에도 말이다.
최근 어느 식당에 식사를 하러 들어갔다.
그런데 60대 노인들의 고교동창모임인지 몰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거의 대부분의 좌석에 늙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했다.
툭 튀어나온 올챙이배, 주름지고 턱 아래로 늘어진 얼굴 피부, 구부정한 어깨, 패딩이나 등산 스포츠웨어, 헝크러진 흰 머리, 더러워진 구두나 아무렇게나 신은 운동화, 주름진 바지와 접혀진 끝단 등이 눈에 확 들어왔다.
갑자기 내 에너지를 빼앗기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너무너무 그 분위기가 싫었고, 무언가 노인냄새도 나는 것 같아 즉시 나와버렸다.
왜 남자들은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 입었던 멋진 수트와 예쁜 넥타이, 깔끔한 구두를 포기하고, 허름한 패딩잠바나 등산용 스포츠웨어, 운동화 등만을 고집할까?
사실 노화가 시작되면, 우리는 거의 대부분 젊은 시절보다 추해지기 마련이다(물론 숀 코네리, 조지 클루니, 리처드 기어, 탐 크루즈처럼 나이들수록 젊은 시절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매우 드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노화의 결과에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는 추하고 힘빠진 늙은이가 되었다.
나이든 나조차 이런 유치하고 졸렬한 편견을 가졌으니, 노인에 대한 이런 편견을 가진 젊은이들이 분명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휘트니스 센터에 가면, 거의 젊은 사람들이다.
떡 벌어진 건장한 체구에 육중한 무게를 아주 가볍게 들어올린다.
그런 모습에 자극을 받고, 그들을 동경하며, 나름 젊고 활력 있는 에너지를 얻는 분위기에 취했다.
하지만 나 역시 그들에게는 자신들만의 헬쓰장 분위기를 흐리는 늙은이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졸렬하고 오만한 편견을 가진 나 자신에게 죽비를 휘둘러 내려치고 싶다.
내 무지하고 어리석은 영혼이 깨달음을 얻도록 말이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휘트니스 센터에 출입할 것이고, 젊은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간에 헬쓰장이 젊은이들만의 공간이 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이든 사람도 ‘쇠질’을 할 자격이 있다.
어깨깡패는 동네 젊은 건달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