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근저당권과 누적적근저당권의 구별기준, 누적적 근저당권과 물상보증인의 변제자대위 허용 여부, 누적적 근저당권의 개념 및 그 담보의 범위】《하나의 기본계약에서 발생하는 동일한 채권을 담보할 목적으로 여러 개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각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합한 금액을 우선변제받기 위하여 공동근저당권의 형식이 아닌 개별 근저당권의 형식을 취한 경우, 누적적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인지 여부(적극) 및 채권자가 누적적 근저당권을 실행하는 방법(대법원2020. 4. 9. 선고 2014다51756, 51763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공동근저당과 누적적 근저당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22-324 참조]
가. 공동근저당권
⑴ 채권최고액의 의미
근저당목적물을 경매했을 때, 채권최고액으로 정한 금액 이상은 배당받지 못하다.
채권최고액에는 “지연손해금도 포함”된다.
⑵ 동시배당 및 이시배당의 경우
① 동시배당의 경우 : 안분부담의 원칙
공동저당권의 목적부동산이 전부 매각되어 그 경매대가를 동시에 배당하는 때에는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의 비율로 공동저당권자의 채권을 안분하여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에 할당하고 나머지는 후순위권자에게 배당한다(민법 368조 1항).
당연히 채권최고액이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한계가 된다.
② 이시배당의 경우 : 동시배당 결과와 마찬가지로, 배당받을 수 있는 합계액이 최초의 채권최고액을 넘을 수는 없음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3다16992 전원합의체 판결 : “공동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근저당권을 실행하거나 타인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 등의 환가절차를 통하여 공동담보의 목적 부동산 중 일부에 대한 환가대금 등으로부터 다른 권리자에 우선하여 피담보채권의 일부에 대하여 배당받은 경우에, 그와 같이 우선변제받은 금액에 관하여는 공동담보의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대한 경매 등의 환가절차에서 다시 공동근저당권자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며, 공동담보의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공동근저당권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우선변제권의 범위는 피담보채권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최초의 채권최고액에서 위와 같이 우선변제받은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채권최고액으로 제한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채권최고액을 넘는 피담보채권이 원금이 아니라 이자·지연손해금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나. 누적적 근저당권
⑴ 개념
기본계약에서 발생하는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여러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의 합계액을 우선 변제받기 위하여 개별 근저당의 형식을 취한 근저당권이다.
계속적 거래관계에서 당초 설정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이상으로 채무가 늘어나게 되면 추가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게 되는데, 이때 등기비용 등의 문제로 공동저당 대신 추가로 발생할 채권액만큼을 채권최고액으로 하는 또 하나의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것이 누적적 근저당권으로서 실무상으로는 매우 흔한 근저당권 형태다.
⑵ 일본 민법
일본 민법은 1971년 개정시 누적적 근저당권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였는바, 거래 관행을 반영하여 채권최고액의 합계액까지 우선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다.
*일본 민법 398조의16(누적근저당) 수 개의 부동산 위에 근저당권을 가지는 자는 제398조의16(공동근저당)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각 부동산의 대가에 대하여 각 최고액에 이르기까지 우선권을 행사할 수 있다.
⑶ 우리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2014다219033 판결에서 처음으로 누적적 근저당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누적적 근저당권의 경우 채권최고액의 합산 범위에서 우선권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 대법원 2014다219033 판결 :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은 동일한 피담보채무에 대하여 거래의 진전 상황에 따라 담보를 추가하기 위하여 누적적으로 설정된 것으로서 각각의 채권최고액 합산 범위 내에서 원고의 채무자들에 대한 모든 금융거래 채권을 담보한다.
대법원2020. 4. 9. 선고 2014다51756, 51763판결은 실무상 인정되어 온 누적적 근저당권의 개념을 명확하게 판시하였다.
라. 대법원2020. 4. 9. 선고 2014다51756, 51763판결의 검토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22-324 참조]
원고는 물상보증인으로서 일부 변제를 하였으므로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권자와 함께 근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단, 채권자가 우선 변제받고 남은 금액에 대하여 후순위권리자보다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2. 누적적 저당권의 개념과 실행 방법
가. 공동저당과 누적적 저당권
⑴ 민법 제368조는 공동저당이라는 표제로 “동일한 채권의 담보로 수 개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그 부동산의 경매대가를 동시에 배당하는 때에는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에 비례하여 그 채권의 분담을 정한다.”라고 정한다.
공동저당은 각각 독립된 저당권으로써(독립성), 각 저당권이 피담보채권 전부를 담보하며(연대성), 담보되는 피담보채권이 중첩되는 특성(피담보채권의 중첩성) 외에 저당권으로써의 통유성(불가분성, 부종성, 수반성)을 갖는다.
이 점과 관련하여 중요한 특징이 바로 피담보채권의 중첩성이다.
판례는 공동저당의 경우 동시배당, 이시배당을 불문하고 피담보채권이 중첩되며 공동근저당권자가 각 부동산의 환가대금으로부터 채권최고액만큼 반복하여 배당받을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3다16992 전원합의체 판결 :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동시배당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공동근저당권자는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피담보채권을 민법 제368조 제1항에 따라 부동산별로 나누어 각 환가대금에 비례한 액수로 배당받으며, 공동근저당권의 각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채권최고액만큼 반복하여, 이른바 누적적으로 배당받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이시배당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동시배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동근저당권자가 공동근저당권 목적 부동산의 각 환가대금으로부터 채권최고액만큼 반복하여 배당받을 수는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민법 제368조 제1항 및 제2항의 취지에 부합한다].
⑵ 반면 누적적 저당권은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여러 개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각각의 저당권 채권최고액을 합한 금액을 우선변제받기 위하여 공동저당의 형식이 아닌 개별 저당권의 형식을 취한 경우를 의미한다.
주로 근저당권에서 기본 계약 규모를 확대하면서 추가담보를 설정할 때 문제 된다.
예를 들어 1부동산 위에 채권최고액 10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그 거래규모가 커지자 담보금액을 20억 원으로 증가시키기 위해 2부동산을 추가담보로 제공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 1부동산 위의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20억 원으로 변경하는 등기를 하고 2부동산의 채권최고액도 20억 원으로 한 위 1, 2부동산에 관하여 각 추가적 공동담보의 등기를 할 수 있다(부동산등기법 제78조 제4항).
그런데 이는 등록세의 부담이 크고 또한 1부동산 위에 후순위저당권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후순위저당권자의 승낙을 얻어야하므로 사실상 어렵다.
이때 1부동산 위의 근저당권을 그대로 두고 2부동산 위에 다시 채권최고액 10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고 공동담보 등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처럼 처음부터 누적적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⑶ 공동저당권은 채무를 중첩적으로 담보하는 반면 누적적 저당권은 담보 범위가 중첩되지 않고 누적적이다.
1, 2부동산에 채권최고액 10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고 확정된 피담보채권이 15억 원인 경우를 상정한다.
이것이 공동저당권이면 근저당권자는 1, 2부동산을 통틀어 10억 원만 우선변제받을 수 있고(담보의 범위가 중첩되기 때문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동시배당이든 이시배당이든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10억 원 외에 나머지 담보가치는 1, 2부동산의 소유자(가시적으로는 후순위 담보권자)에게 돌아가고, 이시배당의 경우 어떤 부동산을 먼저 경매하는지의 우연한 사정에 따라 후순위저당권자의 배당액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조정하기 위하여 민법 제368조는 후순위저당권자의 대위를 인정하여 결과적으로 동시배당과 일치시키고 있다.
한편 이것이 누적적 저당권이면 저당권은 1, 2부동산별로 각 10억 원까지 총 20억 원 한도 내에서 우선변제받을 수 있으므로 15억 원 전체를 변제받게 된다.
누적적 저당권도 저당권의 일반적 특성인 저당권실행의 선택권, 담보의 불가분성이 인정되어 누적적 저당권을 설정받은 채권자는 그 선택에 따라 각 저당권을 동시에 실행할 수도 있고, 각 저당권 중 어느 것을 먼저 실행하여 그 채권최고액의 범위에서 피담보채권을 우선변제받은 다음 채권이 잔존한다면 나머지 저당권을 실행하여 그 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에서 반복하여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나. 우리나라의 학설
우리나라의 통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누적적 근저당권을 인정하여 이 경우에 민법 제368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① 각 부동산에 개별 근저당권 등기가 되어 있는 경우 후순위담보권자는 그 채권최고액을 공제한 부동산의 가치만을 파악하고 저당권을 설정했으므로 근저당권자에게 부동산별로 채권최고액 전부의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더라도 후순위담보권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가 생기지 않는다.
② 물권법정주의는 물권거래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거래의 안전을 해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③ 부동산등기법상 공동저당권의 등기를 강제하는 방법은 없고 공동저당권의 등기가 없는 경우에는 공동저당권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 판례의 입장
판례도 대법원 2002. 8. 13. 선고 2002다17142 판결,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다219033 판결,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다219245 판결 등 누적적 근저당권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 대법원 2002. 8. 13. 선고 2002다17142 판결 : 한 개의 채권을 여러 부분으로 분할하여 각 부분의 채권에 대하여 독립적인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은 이론상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저당목적물의 소유자가 다른 경우에 이를 설정할 필요성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각 저당권은 각 담보 범위가 서로 다르므로 공동저당으로 되지 아니한다.
원심은, 판시 4개의 이 사건 근저당권이 공동저당으로 등기되지 아니한 사실, 채무자인 주식회사 ∗∗∗∗은 원고에 대한 각종 금융채무를 포괄적으로 담보하기 위하여 각 부동산별로 적당히 책임을 안분하여 정한 금액을 채권최고액으로 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 사건 근저당권은 민법 제368조의 적용을 받는 공동저당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데, 원심의 판단은 위의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제1점의 주장과 같은 공동담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위 선례가 ‘채권을 분할하여’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여 누적적 근저당권이 채권의 분할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제 된다.
위 판결의 사안은 4개 부동산에 설정된 누적적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합계가 피담보채권액보다 적어서 전액 다 채권자에게 배당해야 할 사건이고 배당액이 얼마인지(담보 범위의 중첩성)만이 쟁점이 되었던 사건으, 피담보채권이 1개인지 분할되었는지가 문제 된 사건이 아니다.
따라서 위 판시가 누적적 근저당권이 피담보채권의 분할을 전제로 한 판시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아래의 대법원 2014다219033 판결은 누적적 근저당권이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다219033 판결 : 원심은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은 모두 포괄근저당으로서 각기 피담보채무의 범위가 동일하다고 본 다음,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을 설정할 때 작성된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근저당권설정자가 동일한 피담보채무에 관하여 따로 담보를 제공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담보는 이 계약에 의한 담보책임과 별개의 것으로 누적적으로 적용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은 동일한 피담보채무에 대하여 거래의 진전 상황에 따라 담보를 추가하기 위하여 누적적으로 설정된 것으로서 각각의 채권최고액 합산 범위 내에서 원고의 채무자들에 대한 모든 금융거래 채권을 담보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공동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 관한 법리나 이른바 누적적 근저당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위 사건의 제1심은 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별개의 채권임을 전제로 배당을 하였으나(총배당액이 원고의 총채권액에 미달), 원심은 각 근저당권이 포괄근저당이자 누적적 근저당으로 동일한 피담보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누적적으로 설정되었다고 보아 원고의 총채권액을 우선배당하였고 각 근저당권별로 채권액을 분할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하여 이를 수긍하였다.
만약 누적적 근저당권이 채권의 분할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근저당권별로 채권액을 특정하고 배당표를 작성함에 있어 이를 고려하였을 것이다.
그 후 선고된 대법원 2015다219245 판결도 아래와 같이 누적근저당권이 담보하는 피담보채무를 ‘이 사건 대출금채권’이라고 표현한 원심판단을 수긍하여, 역시 채권의 분할을 전제로 설시하지 않았다.
❏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다219245 판결 :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저축은행과 □□□은 14개의 각 근저당권이 각 독립하여 누적적으로 피담보채무인 이 사건 대출금채무를 담보하도록 할 의사로써 14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제1, 2 부동산을 포함한 14세대에 관하여 각 설정된 근저당권은 민법 제368조 소정의 공동근저당권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이 사건 대출금채권을 담보하는 누적근저당권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변론주의 등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한편 대법원은 공동저당관계 또는 누적적 저당관계를 설정하려는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법률행위 해석의 원칙을 적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다3137 판결 : 계속적인 거래관계로부터 장래 발생하는 불특정채무를 보증하는 근보증을 하고 아울러 그 불특정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동일인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물상보증도 하였을 경우, 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와 근보증에 의하여 담보되는 주채무가 별개의 채무인가 아니면 그와는 달리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이 위 근보증에 의하여도 담보되는 것인가의 문제는 계약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이다.
3. 물상보증인의 변제자대위 허용 여부
가. 문제 제기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것은, 채무자 소유의 C 그룹 부동산과 물상보증인 소유의 A, B 그룹 부동산에 누적적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A, B 그룹 부동산에 관하여 대위변제한 물상보증인의 C 그룹 부동산 저당권에 대한 변제자대위를 허용할지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물상보증인이 ⓐ채권을 대위변제하면 채무자에 대해 구상금채권을 갖는 동시에 변제자대위에 의해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이전받아 행사할 수 있다(민법 제481조, 제482조).
이때 ⓐ채권에 부수한 담보도 다 이전받으므로 ⓐ채권에 관해 채권자가 저당권을 보유하였다면 이 역시 대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채권이 아닌 다른 ⓑ채권에 관한 저당권은 당연히 대위할 수 없다.
대위변제한 ⓐ채권에 관한 담보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누적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서로 동일한 것인지, 별개인지가 다투어진다.
나. 변제자대위 부정설
피고(C 그룹 부동산의 후순위저당권자)의 주장은, 같은 대출금채권이라도 누적적 저당권이 담보하는 범위가 서로 다른 이상 피담보채권이 분할되어 각각 별개의 채권을 담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원고들이 대위변제한 채권 부분과 C 그룹 부동산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동일하지 않아 원고들은 C 그룹 부동산 저당권에 대한 변제자대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위 견해는 우선 누적적 근저당의 피담보채권이 ‘분할’됨을 전제로 한다.
담보 범위가 중첩되지 않는 누적적 근저당권의 경우 각 근저당권은 피담보채권이 다른 개개의 독립된 담보이다.
각 저당권의 담보 범위가 다른 이상 피담보채권이 채권최고액에 따라 분할되어 각 분할부분에 대하여 보통 근저당권이 여러 개 성립할 뿐이다.
당사자의 의사도 같다.
이와 같이 피담보채권이 동일하지 않은 이상 분할된 별개의 채무를 변제한 물상보증인의 다른 근저당권에 대한 변제자대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물상보증인의 변제자대위를 위해서는 통상의 공동근저당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나아가 담보 범위를 중첩하여 설정하지 않은 물상보증인은 보호할 필요가 없다.
반면 변제자대위를 인정하면 후순위근저당권자로서는 공동저당 관계에 있지도 않은 다른 근저당권의 물상보증인이 대위변제를 하였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선순위 피담보채권의 부담을 떠안게 되는 불측의 불이익을 입게 된다.
이러한 후순위근저당권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다. 변제자대위 긍정설
원고들(물상보증인) 주장은, 동일한 대출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담보 범위만 누적적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였으므로 원고들이 대위변제한 채권과 C 그룹 부동산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모두 이 사건 대출금으로 동일하여 원고들은 C 그룹 저당권에 대한 변제자대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견해가 타당하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⑴ 첫째로, 공동저당과 누적적 저당의 차이는 ‘담보 범위의 중첩성 여부’와 ‘후순위저당권자의 대위에 관한 민법 제368조를 적용할지 여부’이고 물상보증인의 변제자대위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공동저당에 관한 민법 제368조는 여러 부동산을 모아 공동으로 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되(담보가치의 증대), 그 실행과정에서 소유자, 후순위저당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보호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본래 의도한 것보다 과잉으로 묶이지 않는 것을 그 취지로 한다.
예를 들어 각 시가 10억 원인 2개의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10억 원의 공동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담보로 된 10억 원 외 나머지 10억 원 담보가치는 활용할 수 있어야 함에도, 공동저당권자에게 저당권실행의 선택권, 담보의 불가분성이 인정되어 나머지 10억 원도 활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비효율성을 막기 위하여 후순위저당권자에게 대위권을 인정하여 종국적으로 각 부동산별로 10억 원의 책임이 안분되도록 함으로써, 소유자가 잔존하는 나머지 담보가치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후순위저당권자는 공동저당등기에 의해 다른 공동담보가 있는지, 그것이 누구의 소유인지 알 수 있고 종국적으로 자신이 받을 배당금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기대하에 담보권을 설정하므로, 이러한 후순위저당권자의 기대는 보호할 가치가 있다. 반면 누적적 저당권의 경우에는 담보 범위가 중첩되지 않고 제368조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부동산소유자나 후순위저당권자는 부동산마다 책임이 안분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물상보증인의 변제자대위를 허용할지 여부는 물상보증인이 그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대위변제하였는지 및 보증인의 변제자대위에 관한 기대를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공동저당이면 변제자대위가 가능하고, 누적적 저당이면 변제자대위가 불가능하다는 공식은 별다른 근거가 없는 것이다.
⑵ 둘째로, 누적적 근저당권은 모두 하나의 기본계약에서 발생한 동일한 피담보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피담보채권이 동일하다.
이와 같이 1개의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누적적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볼 이유가 없다.
변제자대위 부정설은 수 개 부동산에 설정된 저당권이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동저당’ 형태여야만 하고, 누적적 저당권은 서로 담보 범위가 달라 피담보채권의 相異를 전제로만 설정가능하며, 피담보채권을 발생시킨 기본계약은 1개이지만 담보되는 채권 범위가 다르므로 ‘피담보채권이 분할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피담보채권을 여러 개로 분할하여 저당권을 설정하였다면 그 피담보채권은 더 이상 같은 채권이라고 볼 수 없고 그 자체로 각각 별개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별개의 저당권이 되며 1개의 채권을 ‘누적적’으로 담보한다는 개념은 불필요하게 된다.
누적적 근저당권의 담보 범위가 서로 중첩되지 않고 다르다고 하여 피담보채권이 각 근저당권별로 자동으로 분할된다고 볼 수도 없다.
이를 위해서는 피담보채권의 분할을 전제로 각 근저당권의 설정 시부터 실행 시까지 법률관계가 저당권의 부종성 등 기존 법리에 부합되게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누적적 근저당권 설정 시 당사자가 피담보채권을 분할하지 않았는데도 피담보채권이 자동으로 분할된다고 보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장래 피담보채권이 각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합계액에 미달하는 금액으로 확정되었을 때 어떤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은 그 채권최고액에 미달하게 분배될 수밖에 없고, 그 근저당권이 먼저 실행되면 채권자는 채권최고액에 미달하는 금액(분배된 피담보채권액)을 우선변제받게 된다.
예를 들어 채권최고액이 각 10억 원인 누적저당권이 2개이고, 확정된 피담보채권이 10억 원인 경우, 이를 안분 분할하여 각 근저당권별로 담보하는 피담보채권이 각 5억 원으로 된다면, 채권자는 1개의 근저당권을 먼저 실행하여 10억 원 전부를 변제받을 수 없게 된다.
이는 동일한 피담보채권이 모두 소멸할 때까지 자유롭게 근저당권 전부 또는 일부를 실행하여 각각의 채권최고액까지 우선변제를 받고자 누적적 근저당권을 설정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한다.
한편 피담보채권이 근저당권별로 자동 분할된다고 보면서도 피담보채권이 모두 소멸할 때까지 각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에서 우선변제받도록 하기 위하여 먼저 실행되는 근저당권에 피담보채권이 우선적으로 분배된다고 보면, 각 근저당권에 기해 실제 배당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 피담보채권 금액을 확정할 수 없어 근저당채무의 확정에 관한 법리에 반한다[판례는 근저당권자가 피담보채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경매신청을 한 때에는 그 경매신청 시에 근저당권은 확정되고 그 이후에 발생하는 원금채권은 그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지 않으며(대법원 1989. 11. 28. 선고 89다카15601 판결 등), 후순위근저당권자가 경매를 신청한 경우 선순위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그 근저당권이 소멸하는 시기, 즉 경락인이 경락대금을 완납한 때에 확정된다고 한다(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다26085 판결 등)].
이와 같이 채권의 분할을 전제로 한 설명이 매끄럽지 않은 이유는, 누적적 근저당권을 설정하려는 당사자의 의사는 장래에 발생할 1개의 채권을 누적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것이지 실행순위를 정하거나 채권 분할을 전제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1개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수 개 부동산에 담보 범위가 다른 누적적 저당권을 설정했다고 하여, 법리적으로 1개의 채권이 담보 범위별로 분할되는 것으로 의제할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피고는 민법 제368조가 ‘동일한 채권의 담보로 수 개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공동저당이 성립하는 것을 전제로 후순위저당권자의 대위 등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1개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동저당형태만 가능하고 누적적 저당은 불가능하며, 이 사건에서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어 이를 누적적 저당으로 본다면 피담보채권이 각 저당권마다 분할된 것으로 의제해야 제368조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채권자와 채무자가 자율적으로 공동저당형태가 아닌 누적적 저당형태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하는 것이 사적자치의 원칙상 허용되고 이것이 거래의 안전을 해치지도 않아 물권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볼 이유가 없으며, 제368조가 이러한 형태의 누적적 저당권을 금지하는 취지로 보기도 어렵다.
결국 누적적 근저당권설정계약의 핵심은 ‘채권의 분할’이 아닌 ‘담보 범위의 분할’에 관한 것이다.
부동산이 부담하는 책임에 관하여 민법 제368조와 다른 특약을 하는 데에 있지 동일한 채권 자체의 할당 내지 분할(동일성 상실)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다.
⑶ 셋째로, 물상보증인과 후순위저당권자의 이익형량을 해보면 변제자대위에 관한 물상보증인의 기대를 보호할 필요성이 훨씬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민법 제481조, 제482조가 대위변제자로 하여금 채권자의 채권과 그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유는 대위변제자의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의 만족을 실효성있게 보장하기 위함이다.
물상보증인은 채무자의 자력이나 함께 담보로 제공된 채무자 소유 부동산의 담보력을 기대하고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다.
공동저당 부동산이 채무자와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 후순위저당권자와 물상보증인의 변제자대위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에 관해 판례는 ‘변제자대위 우선설’을 취하였다.
그에 따라 물상보증인 소유 부동산이 먼저 경매된 경우 물상보증인은 채무자 소유 부동산의 후순위저당권자에 앞서 선순위공동저당권을 대위하여 우선적으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채무자 소유 부동산이 먼저 경매된 경우 그 부동산의 후순위저당권자는 물상보증인 소유 부동산의 선순위공동저당권에 대해 민법 제368조의 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는 채무자와 물상보증인 내부적 관계에서 채무자 소유 부동산이 실질적 책임을 부담하고, 물상보증인은 채무자가 제공한 담보물의 담보력을 신뢰하고 변제자대위에 따라 최종적인 책임을 채무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는 기대에서 담보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그 기대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취지이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25417 판결 : 공동저당의 목적인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과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에 각각 채권자를 달리하는 후순위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 있어서,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먼저 경매가 이루어져 그 경매대금의 교부에 의하여 1번 저당권자가 변제를 받은 때에는 물상보증인은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취득함과 동시에,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규정에 의한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1번 저당권을 취득한다고 봄이 상당한바, 이는 물상보증인은 다른 공동담보물인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의 담보력을 기대하고 자기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후에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후순위저당권이 설정되었다는 사정에 의하여 그 기대이익을 박탈할 수 없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채무자와 물상보증인이 누적적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그 채권최고액 합계가 피담보채권액보다 크다면(누적적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합계액이 피담보채권보다 적은 경우에는 기존 채권자만이 모든 근저당권으로부터 만족을 받게 되므로 물상보증인의 변제자대위가 인정될 여지가 없다) 물상보증인은 위 공동저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가장 우선적으로 책임을 부담할 것을 기대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위와 같이 기존 판례 법리에서 보호해 온 기대이고 누적적 저당권이라 하여 물상보증인의 구상 및 변제자대위 기대에 대한 보호가치가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후에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후순위저당권이 설정되었다는 사정 때문에 물상보증인의 기대이익을 박탈할 수 없다.
반면 누적적 저당권의 후순위저당권자는 선순위 담보설정액 만큼은 선순위자가 우선변제받는 것을 예상․각오하고 후순위저당권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누적적 저당권의 경우 각 부동산에 관해 채권최고액만 공시되고, 피담보채권이 원래 얼마인지,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다른 담보가 있는지는 전혀 공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피담보채권에 후순위저당권자가 예측하지 않았던 다른 담보나 보증인이 있어 피담보채권이 변제로 소멸하였다 해도 그로 인한 순위 상승의 기대는 후순위저당권자가 담보 취득 당시 기대하지 않은 우연한 사정(다른 담보의 존재)에 의한 것이고, 이러한 후순위저당권자의 기대가 특별히 보호가치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라. 하나의 기본계약에서 발생하는 동일한 채권을 담보할 목적으로 여러 개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각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합한 금액을 우선변제받기 위하여 공동근저당권의 형식이 아닌 개별 근저당권의 형식을 취한 경우, 누적적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인지 여부(적극) 및 채권자가 누적적 근저당권을 실행하는 방법(대법원2020. 4. 9. 선고 2014다51756, 51763판결)
⑴ 이 사건에서 A~C그룹 근저당권이 공동근저당권이 아니라 누적적 근저당권임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다.
문제는 A~C그룹 근저당권의 담보 범위가 다르다면 A, B그룹 근저당권과 관련한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금채권을 가진 원고들에게 C그룹 근저당권에 대한 변제자대위를 허용할 것인지(보증인인 원고들 우선), 불허할 것인지(후순위저당권자인 피고 우선)이다.
⑵ 이 사건의 쟁점은, ① 누적적 근저당권의 의미와 권리실행 방법, ② 채권자가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과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에 누적적 근저당권을 설정한 뒤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이 먼저 경매되어 매각대금에서 채권자가 변제를 받은 경우, 물상보증인이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이다.
⑶ 채권자가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과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에 여러 개의 누적적 근저당권을 설정한 뒤, 물상보증인 소유 부동산이 공익사업으로 협의취득되자 채권자가 협의취득 보상금에 물상대위권을 행사하여 채권 일부를 변제받았았다.
그 후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매로 매각되자 물상보증인이 변제자대위에 따라 누적적 근저당권에 기한 배당을 요구하였는데, 배당법원은 물상보증인에게 배당하지 않고 후순위자에게 배당하였다.
⑷ 대법원은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과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설정된 누적적 근저당권은 담보 범위가 다르더라도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물상보증인이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을 대위취득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 물상보증인에게 먼저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를 경정한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