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의 도래인가]【윤경 변호사】
<소리 없는 반란>
42기 사법연수원 연수생 826명 중 남자는 493명, 여자는 333명(40.3%)로 그 비율이 급증하였다. 여자 연수생의 재경지역 법관 임관 비율도 뉴스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2012년 법관임용지원자 45명 중 남성이 10명, 여성이 35명이라 하니 놀랍기만 하다. 여성이 전체 근무 법관의 절반을 차지한 법원도 늘어나고 있다.
각종 선발시험에서 여자가 수석합격을 차지하였다는 기사는 더 이상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넘어가면서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가 이루어졌다고 의기양양하며, 부계사회의 특권을 마음껏 누려오던 남성들에게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엄청난 반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자는 두 번째로 큰 신의 과오”라고 말한 철학자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가 죽은 지 겨우 100년이 넘었을 뿐인데 말이다.
18년 전 미국 법과대학에서 공부할 때 법과대학생 중 여학생의 비율이 45%라는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는데, 지금은 60% 정도라고 하니 이런 반란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여성이 인구의 절반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꿈틀거리며 솟아나는 다른 반쪽에 대한 경외심(敬畏心)은 수컷으로서 여성시대의 도래를 감지했기 때문이 아닐까.
<완벽한 DNA 구조>
인간의 유전물질은 이중나선 구조의 DNA 안에 있는 23쌍의 염색체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남성의 경우 23쌍의 염색체 중 한 쌍의 짝이 맞지 않는데, 이것이 성염색체 X와 Y이다. Y 염색체는 X 염색체의 1/3 정도이다.
여성은 반듯한 X 염색체를 2개 가지고 있어 XX 상태지만, 남성은 작고 ‘말라비틀어진 쭉정이’같은 Y 염색체를 갖는 바람에 색맹이나 혈우병, 대머리 등 각종 유전적 질환에 더 많이 시달린다.
당연히 면역력도 약해 신생아 사망률도 남자가 더 높다. 남자아이의 출산률이 여자아이의 출산률에 비해 높은 것은 이런 약점을 보완해 주기 위한 신(神)의 배려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40-50대 남성의 사망률은 여성의 사망률에 비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수컷은 “짧고 굵게” 살다 가게끔 진화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Adam의 갈비뼈로 Eve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유전학적으로 보면 여성의 XX 염색체가 인간 유전자의 기본 골격이고 여기에서 변형된 형태의 남성 XY 염색체가 갈려나온 것이다.
즉 인간의 기본 원판(basic template)은 여성이고, 여기서 남자가 파생되어 부수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남자 몸에 아직도 젖꼭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나, 남자의 생식기를 제거하면 여자처럼 변하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수년전 마이클 키튼(Michael Keaton)이 주연한 ‘멀티플리시티(Multiplicity)’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턱없이 모자란 주인공이 복제인간을 만들어 이를 해결한다는 줄거리인데, 복제를 할수록 복제상태가 나빠져 점차 불량한 복제인간이 태어난다.
여성의 DNA로부터 복제되는 과정에서 선천적으로 불량한 DNA를 갖게 된 남성은 그 불완전성으로 인하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성난 살모사처럼 ‘욱’ 하고 공격한다.
아무 것도 모르던 초임 배석판사 시절 형사재판을 하면서 “왜 구속피고인들은 99% 이상이 남성인가”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었는데, 그 해답은 여기에 있었다.
<테스토스테론인가 에스트로겐인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은 수컷일수록 더 공격적, 지배적 , 폭력적, 성충동적 성향을 보인다. 흉악범이나 성범죄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일반 남성보다 높다고 한다. 이들은 전형적인 마초(macho man)에 해당한다.
반면 에스트로겐이나 옥시토신 같은 여성호르몬은 암컷과 수컷, 부모와 자식, 그리고 이웃간의 사회적, 성적 상호관계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호르몬이다.
높은 에스트로겐 수치는 여성의 언어 능력과 소소한 운동신경을 높여주기 때문에 그 수치가 높은 여성은 침착하게 행동하고 거의 완벽하게 언어를 구사한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헨리 8세가 앤 불린에게서 낳은 공주였는데 남편이 없었던 대신 다른 사람의 목을 치는 것으로 만족했다. 엘리자베스는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과 에식스 백작을 처형할 생각이 없었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하고 말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평생 동안 바람둥이였는데, 그녀는 파트너의 귀에 대고 “기필코 당신 머리를 가지겠다!”고 외치는 고약한 버릇이 있어 소심한 파트너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내분비계통에 이상(異狀)이 있어서 테스토스테론이 과다하게 분비되었기 때문이다. 여왕은 완벽한 언어로 남자를 굴복시키지는 못하였지만, 대신 20미터 거리에서 프라이팬을 날려 남자를 맞힐 수 있었다.
미국의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고속도로에서 과속(過速) 단속에 걸린 사람들 중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훨씬 적게 딱지를 떼인다고 한다. 경관들이 여성이라고 봐주기 때문일까?
단지 호르몬의 차이 때문이다. 남성들은 단속에 걸리면 잘 웃지 않고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여성들은 미소를 많이 띠고 깊이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면서, 과속을 할 수 밖에 없는 개인적인 사연을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한갓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한 호르몬 때문에 남성들은 무지막지한 성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흉악범이나 성폭력범도 테스토스테론의 무고한 희생자란 말인가.
<여자의 카리스마>
카리스마(Charisma)라는 말은 원래 “신의 은총”이라는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에서 파생되었으며, 신이 특별히 부여한 재능을 의미한다.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신체언어를 민감하게 포착하는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체언어로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러한 카리스마가 남자의 고유한 속성이라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여자의 직관은 놀랍다. 아내는 남편의 신사복 상의에 붙은 다른 여자의 머리카락을 50미터 뒤에서도 알아 볼 수 있다고 한다. 여자들 등 뒤에서 나쁜 짓을 하다가 금방 들켜버리고 마는 남자들은 여성이 가진 상상할 수 없을 정도 우수한 감각적 기량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여러 세기 동안 여자는 이러한 초자연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화형대에서 불타 죽었다. 이단(異端)의 성녀(聖女) 잔 다르크 (Jeanne d'Arc)처럼…
여자들은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 있다. 1997년 한 해 동안 영국에서는 길을 건너다가 죽거나 다친 어린이가 3,952명이었는데, 그 중 남자아이는 2,460명이고 여자아이는 1,492명이었다.
여자들은 사라진 물건을 찾아내는 마술을 부린다. 남편은 손톱깎이가 안방서랍에 있다는 말을 듣고 열심히 찾아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서랍 안에 손톱깎이가 없다는 말을 들은 아내는 화를 벌컥 내며 안방으로 들어와 서랍을 뒤지더니 금방 손톱깎이를 꺼낸다. 남편은 이것을 속임수라고 생각한다.
몸짓 언어(body language)에서도 여자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여자들은 신체동작, 목소리의 떨림, 목소리의 어조 기타 감각적 자극을 잘 분간해 냄으로써 작은 뉘앙스(nuance)를 포착해 낸다. 점성술사, 타로카드 점술가 중 대부분이 여자인 이유가 이해된다.
더욱 놀라운 일은 여자의 경우 전화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음식을 요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하도록 입력된 남자로서는 신기할 뿐이다.
최근 연구조사결과에 의하면, 남성의 두뇌는 여자의 두뇌보다 40억 개 더 많은 뇌세포를 갖고 있지만, 여자는 일반 지능에 있어 남자보다 3% 우수하다고 한다.
두뇌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자체가 남성의 경우는 MS-DOS인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다중처리가 가능한 MS-Window이기 때문이다.
‘신의 은총’인 카리스마(Charisma)는 여자에게만 부여되었다.
<역사적으로 부계사회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이제 강력한 의문이 든다.
모든 면에서 우수한 여성이 남성의 지배하에 떨어진 부계사회가 왜, 어떻게 형성된 것인가.
역사가 잘못 굴러간 것인가.
역사성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역사는 항상 우리에게 교훈과 새로운 지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위대한 승리자는 항상 불확실한 미래에 과감히 도전하는 자들이었다.
알렉산더가 그러하였다.
위대한 정복자 칭기스칸은 세계의 반을 정복하였지만 어느 곳에도 성을 쌓지 않았다. 정복한 곳에서 안주하거나 군림하지 않고 죽는 날까지 말을 달렸다. 쉬지 않고 질주했다.
돌궐제국의 명장 톤유쿠크는 자신의 비문에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은 동방과의 해상무역이나 신대륙에 힘을 쏟았다. 10척의 배를 보내면 9척의 배가 조난당하고 1척만 돌아오는 상황에서도 끊임없는 개척정신을 발휘하였고, 이를 통하여 강대국으로 부상(浮上)하였다.
무모할 정도로 불확실성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자들만이 역사적인 승리자가 되었다.
모두 남성들이다.
남성들은 여성들처럼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하므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어리석을 정도로 목숨을 내던지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갔다. 역사를 만든 자가 지배하게 된 것이다.
<남성시대의 종말이 도래하는가>
여성시대가 오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 핀란드, 파나마,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 국가원수가 여성인 나라가 20여개국에 달한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이미 40%선을 돌파했다. 여성도 남성과 같은 무모함과 도전정신을 갖추기 시작했다.
미국의 생리학자이며 시인이었던 올리버 웬델 홈즈는 “일찍이 남자가 뜻을 세우긴 해도 결국 여자 뜻대로 된다”고 하였다.
여성시대의 도래를 미리 예언한 것일까. 어머니로부터 “male chauvinist”로 교육받고 자라온 내가 현재 “feminist”로 변한 것은 여성시대의 도래에 따른 발 빠른 변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성시대가 도래한다고 하여 남성시대가 종말을 고한다거나 모계사회로의 복귀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
이제는 양성(兩性)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은 경쟁상대가 아니라, 서로 협조하는 관계이다.
여성의 갈비뼈를 뽑아 구태여 불완전한 남성을 만든 것은 단성생식이 아닌 양성생식을 통하여 유전자 조합의 다양화를 꾀함으로써 병원체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놀라울 정도의 빠른 진화를 이루어왔다. 진화의 역사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을 이해하면서 서로 돕는 마음을 가진다면, 여자 사법연수생의 비율이 40% 이상 증가하였다는 소식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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