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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답답했던 그 해 여름]【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아침 운동을 다녀오니, 라디오에서 드뷔시(Debussy)의 ‘바다(La Mer)’가 흘러 나온다.
대학교 학창시절 어느 무더운 여름, 선물 받은 음악 테이프에 이 곡이 들어 있었다.
고상한 클래식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에게 ‘바다(La Mer)’의 음율은 인상 깊게 다가 왔다.
무슨 클래식이 저토록 감미롭고 달콤하단 말인가.
하지만 그 때 ‘바다(La Mer)’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나에게 아름답고 달콤한 것들은 모두 떨쳐 내야할 유혹이었다.
모두가 날이 서있었을 때 였으니 말이다.
당시 시골에서 올라 온 나는 신념에 찬 어른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열정적인 청년이었고, 많이 경직되어 있었다.
이런 감미로운 곡을 좋아하는 순간 너무 여리고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조심스러워서 세상을 바꿀 수 없는 남자가 되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오롯하게 꿈길을 걷는 듯한 향기로운 곡에 매혹되면서도 황홀하게 빠져들지 못했다.
한 걸음 더 발을 내디디면 벼랑으로 떨어질 아이를 보는 듯한 아찔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샘물처럼 차오르는 찰랑찰랑한 마음이 생겼다.
오랜 만에 이 곡을 다시 들으니, 뜨겁고 답답했던 그 해 여름이 떠오른다.
마음 구석에 숨은 ‘아련하고 애틋한 감정’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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