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많은 부모들이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의도하지 않게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잘못된 방식의 애정을 쏟고 있다. 그들이 어른보다 세상의 목소리를 더 잘 듣는 것은 아닐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사랑하라, 그리고 떠나 보내라!>
십대 딸을 둔 엄마가 있다.
온 가족이 그 딸 때문에 쩔쩔맸다.
엄마는 그 아이만 아니라면 조용히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딸이 가족 내의 불화와 갈등의 근원지라 생각했다.
딸아이는 담배를 피웠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
나이 든 남자와 사귀었고,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밤 늦도록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부모에게 거짓말도 했다.
사랑을 주고 애원도 하고 달래도 보았지만, 딸아이는 냉정하게 돌아서서 가버리곤 했다.
그냥 무시해 버리면 막무가내로 하고 싶은 대로 했다.
화를 내면 똑 같이 되받아쳤다.
모두 상처받고, 괴롭고, 슬픔만 남았다.
뭘 해도 소용이 없는데 도대체 부모가 뭘 할 수 있는가.
어느 날 엄마가 꿈을 꾸었다.
가족들이 바닷가로 휴가를 갔다.
해변을 걷는데 어린 돌고래 한 마리가 해변으로 밀려 왔다.
거긴 돌고래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돌고래의 귀여운 얼굴을 보았다.
툭 튀어나온 입, 희미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미소.
두 눈은 외로워 보였고 애원하는 듯 했다.
손을 뻗어 건드려 보았더니, 도망치고 싶다는 듯 살짝 주춤했다.
돌고래가 자신의 손길을 거부하는 것 같아 살짝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돌고래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면서 돌고래의 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때 야생동물 관리인이 해변으로 걸어 왔다.
관리인에게 물었다.
관리인이 대답을 했는지는 몰라도 이런 말이 떠 올랐다.
“힘들긴 하겠지만, 뒤도 물러나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어야 할 때도 있다. 정성껏 보살펴 줄 수는 있어도, 자신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두어야 할 때도 있다. 이해하고 위로해 줄 수 있어도, 그런 경험이 중요한 가르침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이렇게 넓은 세상에서 살아 남으려면, 스스로 보살피는 법을 배워야하는 거다. 비록 그 배움이 고통스럽다 해도.”
그녀는 수건에 물을 적셔 그걸로 돌고래의 체온을 유지시켰고, 모래구멍을 파서 지느러미를 거기에 뉘어 놓았다.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경험이 가장 좋은 스승이야. 어떤 때는 대처하기가 힘들고 어려울 수 있지만, 경험을 통해서 가장 깊이 있고 귀중한 배움을 얻는 거야. 보살펴 주는 사람이 어떻게 하더라도 잘못될 수 있어.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실수에서 배우고 교훈을 얻는다면 그게 최상이 될 수 있어.’
그날 저녁 늦게 파도가 일더니 해변을 쓸고 지나갔다.
차갑고 상쾌한 물이 어린 돌고래를 감쌌다.
그녀는 돌고래의 눈에 생명이 되살아나는 것을 보았고, 돌고래의 몸이 흥분으로 떨리는 것을 느꼈다.
돌고래는 깊이 헤엄쳐 들어가더니 수면 위로 풀쩍 뛰어 올랐다.
그녀는 그게 ‘말 없는 감사의 표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눈에서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의 뜨거운 눈물이 한 없이 흘려 내렸다.
그녀의 마음이 소리치고 있었다.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 것도 받을 생각 없이 주어야 한다. 묶어두려 하지 말고 도움이 되어야 한다. 마음대로 하려 하지 말고 믿어주어야 한다. 사랑해야 하고 떠나 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부모는 사춘기 자녀가 항상 걱정스럽다.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고,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을까 언제나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부모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녀는 어리석거나, 생각이 없는 것이 결코 아니다.
역사를 살펴보아도 세상을 바꾸고 이끈 사람은 ‘나이 든 어른’이 아니라, ‘패기에 찬 젊은이’들이다.
실수 좀 하면 어떠랴.
그것은 자녀들의 특권이다.
많은 부모들이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의도하지 않게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잘못된 방식의 애정을 쏟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어른보다 세상의 목소리를 더 잘 듣는 것은 아닐까.
그들이 세상이 강요하는 틀에서 벗어나 그대로의 자기다움을 펼치도록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