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에는 두 종류가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다.]【윤경 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1. 5. 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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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에는 두 종류가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다.]【윤경 변호사】

 

<점쟁이, 사기꾼들은 ‘콜드 리딩(Cold Reading)’ 기법을 통해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화성탐사선을 쏘아 올리고, 전 세계가 인터넷을 통해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이 시대에도 점쟁이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다고 해도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사람들은 점쟁이(점술가)를 찾는다.

 

특히 사업가나 정치인은 그 직종의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 때문에 점쟁이를 더 많이 찾는다.

자신의 앞날에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도 법관 시절 내 미래의 청사진에 대한 확신이 없었을 때 이태원 점쟁이를 찾은 적이 있다.

 

<점쟁이 말이 설득력 있는 이유>

 

신문이나 잡지의 “오늘의 운세란”이나 “금년의 토정비결”을 본 사람들은 그 내용은 전적으로 신뢰하진 않지만, 상당 부분 타당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왜 이런 조잡한 내용이 정확하다고 인식되는 것일까.

 

심리학적 연구결과에 의하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일반적인 특성’들을 제시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를 '포러 효과(Forer Effect)' 또는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고 부른다.

 

1948년에 심리학자인 버트럼 포럼은 대학생들에게 성격검사를 하면서, 모두에게 ‘인쇄된 똑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자신의 성격을 얼마나 정확하게 묘사하였는지 평가하게 했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의 애정과 찬사를 원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비록 당신의 성격에는 몇 가지 단점이 있지만 그 것들은 일상생활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신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상당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인 틀에 맞추어 행동하지만, 스스로에 대해 불안하고 불확실한 느낌을 갖고 있다. 거기에다 당신은 당신이 내리는 판단이나 결정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고 있다. 당신은 정체되어 있는 것보다 어느 정도 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금지나 제한으로 누군가 당신을 옥죄면 불편해 한다. 당신은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때 긍지를 가지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숨김 없이 자신의 속을 모두 열어 보이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따금 외향적이고 사람들을 좋아하며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때로는 내향적이고 회의적이며 소심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위 설문지의 내용이 자신의 성격을 정확하게 진단하였다고 대답하였다.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명랑하고 활달한 사람’에게 아래와 같은 말을 하면, “어떻게 내 마음을 읽었지”하면서 깜짝 놀란다.

“개방적으로 보여도 다들 아무렇지 않게 심한 농담을 하지 않나요? 하지만 당신도 그런 농담에 쉽게 상처받는 면이 있어요. 그렇죠?”

“사실은 의외로 외로움을 많이 타네요. 그 것을 전달하는 게 서툴 뿐이지.”

 

점쟁이들이 쓰는 이런 종류의 화법을 콜드리딩(Cold Reading)이라 한다.

 

게다가 낮설고 신비한 분위기가 신뢰감을 높인다.

촛불 조명, 수호신, 방울 소리 등은 신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기괴한 치장이나 요란한 의상, 과장된 몸짓도 마찬 가지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는 용어나 이해하기 힘든 한문풀이 등도 신비감을 부여한다.

 

위압적인 말투 역시 권위를 세워 준다.

“그년 팔자 한번 더럽구먼, 남편 잡아먹을 상이야.”

상대방의 기분은 아랑곳 하지 않고 쌍소리에 욕을 해댄다.

이쯤 되면 고객들은 “정말 자신만만하구나.”라며 더 신뢰를 한다.

위기감과 긴장감을 조성한 후의 처방이 더 설득력이 있다.

 

단언적인 말투 역시 믿음을 준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라고 말하면 아무도 그를 찾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 결혼 하면, 몇 달 못살아”, “내 말이 틀리면 손에 장을 지져!”, “내말대로 해봐. 틀림 없어.”라고 말하면서 고객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콜드 리딩(Cold Reading) 기법>

 

‘콜드 리딩(Cold Reading)’이란, 상대에 대하여 주어진 정보 없이 상대의 정보를 읽어내는 기술이다.

반면 ‘Hot Reading’은 그 사람이 좋아하는 운동, 친구, 음식, 취미 등을 조사하여 그 사람의 성격, 가치관 등을 알아내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 “멘탈리스트(The Mentalist)”가 콜드리딩의 대표적인 예이다.

점쟁이들도 콜드리딩을 사용한다.

실제 외국에서는 한 점술가가 자신이 사용한 것은 사실 콜드리딩 뿐이었고, 자신에게는 미래를 보는 능력같은 것은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다음의 말이 당신에게도 정확하게 들어맞는가.

 

“성급한 판단으로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으시군요.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다면 상황이 훨씬 좋아졌을텐데. 하지만 실패를 통해 깨달은 것도 당신에게는 귀중한 보물입니다.”

 

“당신은 정말 속정이 깊은 사람이예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진심을 전달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계십니다. 그래서 간혹 오해를 산다거나 차가운 인상을 주기도 하죠.”

 

“요즘 들어 기대했던 일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아 상심한 적이 있으시군요.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것뿐입니다. 너무 초초해 하지 마시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편이 나을 듯 싶습니다.”

 

당신의 대답이 “어떻게 내 마음을 읽었지"라면, 당신은 상대방의 콜드 리딩(Cold Reading)에 걸려든 것이다.

 

<주식 전문가들의 예측을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되는 이유>

 

주식전문가들이 주가를 예측할 때도 동일한 기법을 사용한다.

예측이 틀렸을 때 발뺌을 하기 위해서이다.

 

증권전문가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식으로 말한다.

“OO주식은 경제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엄청나게 상승할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 회사에게 부족한 것은 개발부서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충분히 실현시키기 위한 실행능력입니다. 경영층은 비록 관료주의가 점차 강해지는 성향이 있지만, 그 업종에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말은 정말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이런 말은 어느 주식에나 맞아 떨어진다.

점쟁이나 사기꾼들이 말하는 수법과도 아주 유사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에는 두 종류가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