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또르가 핥아 주는 천연 침 얼굴팩]【윤경변호사】
또르(Thor)는 상남자라서 조금만 미용을 게을리 하면, 가슴털과 허벅지털 등이 온 몸을 덮어 솜뭉치 덩어리가 된다.
일요일 오후 ‘걸레뭉치’가 되어버린 또르의 미용을 마쳤다.
차에 태우자마자 반갑게 달려들어 내 얼굴을 온통 침 범벅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놈이 나만 핥기를 좋아한다.
침 냄새가 나면 나도 참기 힘들텐데, 신기하게도 침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모기 등에 물리면, 할머니가 물린 곳에 침을 발라 주셨다.
애정이 담긴 침에는 치유의 약효가 담겨있나 보다.
예전에 된장찌개를 먹을 때 식구들끼리는 함께 떠먹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밖에서 모르는 사람과 식사를 하면서 함께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은 참기 어려웠다.
너무 비위생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의 강도를 측정할 때 상대의 침이 얼마나 달콤하게 느껴지는지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키스할 때는 상대의 침이 더럽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향긋한 감 냄새가 난다.
또르가 미용을 마치니, 얼굴이 달라졌다.
하얀 솜뭉치 위에 검은 바둑알 세 개가 박혀 있다.
동그라미 안에 까만 바둑알 세 개를 그려 넣고, 양 쪽에 귀를 그리면 또르의 얼굴이 된다.
내가 “또르야!”라고 부르면, 멍멍 짖은 후 나에게로 또르르 달려와 배를 발라당 까보이며 누워버린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오랜 시간이 흘러 내가 힘없는 손으로 나이 든 또르의 배를 쓰다듬을 때면,
‘지금’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빛이 쏟아지는 생의 한가운데 있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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