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인과관계 분명했다"…검찰, '가습기살균제' 왜 수사 안했을까》[윤경 변호사]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 기사다.
때늦은 검찰수사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향후 정부방침은 피해자들이 각자 개별소송을 통해 해결하라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어처구니 없는 후진국가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야 한다.
☞ (기사 내용은 아래 사이트)
http://thel.mt.co.kr/newsView.html?no=2016051715548211745
◆ "인과관계 분명했다"…검찰, '가습기살균제' 왜 수사 안했을까
"인과관계가 입증이 안됐었다고요? 아니요. 4년 전 소송을 시작할 때부터 자료는 충분했어요. 검찰이 수사를 안한 이유요? 모르겠어요. 검찰 수사가 늦어질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 봐요."
지난 16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 436명이 정부와 옥시레킷벤키저 등 22개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법무법인 바른의 윤경 변호사는 지난 2012년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55명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4년을 끌어온 소송은 올해 초 업체와 피해자간 합의로 일부는 사건이 마무리 됐고, 일부는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다.
◆ 수사도 재판도 지지부진한 사이…피해자는 4년간 소송
이제야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지난 4년은 수사도 재판도 지지부진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이미 가습기살균제와 피해자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발표했고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판매 기업에 과징금 부과처분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업체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당국의 발표를 인정하지 않았고 재판부도 판결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모든 인과관계가 확실한데도 상대편(김앤장)에서 계속 이상한 자료들을 가져와서 상황을 흔들었어요. 재판부도 판결을 내리기 부담스러워했고요. '그레디언트 전문가 보고서'가 나오니 영국에서 전문가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어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재판부가 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만큼 자료들이 확실했거든요."
이길 것을 확신했지만 결국은 판결이 아닌 합의를 택했다. 합의는 대법원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합의를 한 피해자들은 법적으로 더이상 기업에게 어떤 민·형사상 책임도 물을 수 없다. 다만 합의 시점까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피해가 발견된다면 새롭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비겁하게 왜 합의를 했느냐, 합의는 굴복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죠. 이번 소송은 피해가 심각했던 만큼 재판 과정도 고통스러웠어요. 피해를 계속 떠올려야 하잖아요. 피해자들이 그걸 4년을 했어요. 대부분 손해배상 소송은 이렇게 힘들게 다툰 것 치고는 배상액과 위자료가 적어요. 판결을 받고 나서도 상대방이 항소를 하면 재판은 얼마나 더 길어질지 가늠도 안 되고요. 검찰 수사는 시작됐고 피해자들로서는 4년간의 소송을 끝낼 수 있는 선택이 합의였어요. 기업 쪽에서도 검찰 수사가 시작되니 판결을 받는 것 보다 합의를 하는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요.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기 시작했죠."
◆ "세퓨·소멸시효 지난 피해자…특별법 없이는 구제 어려워"
피해자들이 가해자인 기업들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검찰 수사로 기업이 처벌을 받더라도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 소송이 필요하다.
문제는 '소멸시효'다. 민법 제766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 2006년 5월 이전에 피해를 당한 이들은 기업에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간이 이미 지났다.
"시효가 지나고 나서 이제야 찾아오는 분들이 있어요. 왜 이제야 왔냐고 물어보니 ‘잊고 싶어서' '죄책감 때문에’라고 하더군요."
윤 변호사는 소송을 진행하며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계속 확인해야 하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법적 대응이 늦어진 이유 또한 같았다. 내 손으로 사서 쓴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가족이, 아이가 아팠다. 그 죄책감이 피해자들을 주저앉게 했다.
시효가 지나지 않았더라도 기업에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와도 배상을 받기 힘든 경우도 있다. '세퓨' 제품을 쓴 피해자다. 세퓨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버터플라이이펙트는 지난 2011년 폐업했다. 피해자가 배상 청구를 할 회사가 사라졌다.
정부 차원의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다. 기업이 잘못 없다며 버티고 검찰 수사가 늦춰지며 정부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동안 흘러간 시간 때문에 피해자들은 또 다른 피해에 직면했다.
윤 변호사의 의뢰인 중에도 세퓨 피해자가 있다.
"세퓨 피해자는 배상 판결을 받아도 배상을 받기 힘든 상황이에요. 회사가 배상 여력이 없어요. 소멸 시효가 지났거나, 회사가 배상할 여력이 안 되는 피해자는 민사상 법적으로 구제할 방법이 없어요."
◆ 정부 "국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습니다."
윤 변호사는 정부도 피해를 입힌 당사자로 지목했다. 그는 "정부의 책임은 분명한데 각 부처는 서로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답했다"며 "정부의 책임을 입증할 자료를 얻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원고인 피해자들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제품안전기본법과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등에 따라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을 지켜야 할 의무를 망각한 채, 극도로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가 피해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앗아가는 동안 아무런 관리 및 감독을 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유통시킨 과실이 있다. 2006년과 2008년 논문발표로 원인 미상의 중증폐질환으로 전국 각지에서 영유아들이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어떤 역학조치도 하지 않아 피해를 초래했으므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에 대해 피고 정부의 답변은 4년째 동일하다.
"대한민국은 폐손상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지기 전에 가습기 살균제의 폐질환 원인 유무에 관해 인지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 사용을 방치한 사실이 없으며, 역학조사 진행 중에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는 판단에 따라 가습기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분류했고, 역학조사를 시행하면서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가습기살균제의 사용 자제를 권고하는 등 국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했으므로 국가배상책임이 없다."
◆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할 때"
개별적으로 소송이 진행되면 피해자들마다 합의도 배·보상도 제각각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법적 대리인의 능력에 따라, 얼마나 피해를 입증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윤 변호사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우리도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때가 됐어요. 이건 미개한 나라에서나 생기는 사건이에요. 이런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는 것부터 창피한거에요. 이런 일을 저지른 기업이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봐요. 과실이 아닌 고의였어요.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필요합니다.“
윤 변호사는 다음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제 없는 줄 알았던 피해자들이 수사가 진행되니 다시 나타나고 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특별법이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질지, 수사가 어떻게 진행이 될지 모르지만, 피해를 당했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어떤 경우에도 필요해요. 피해를 당했다면 최대한 자료를 확보하세요. 하지만 제품 사용을 증명할 수 없어서, 영수증이 없어서 포기한다는 분들이 있어요. 어떻게든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어요. 미리 포기하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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