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2)】《천년을 건너온 벽돌의 속삭임 – 이스마일 사마니 묘(Ismail Samani Mausoleum)’》〔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
부하라의 바람은 부드럽다.
사막을 건너온 먼지마저도 이곳에서는 얌전해지는 듯하다.
그 바람이 이끄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사마니 공원의 고요한 숲 그늘 아래, 작고 정제된 하나의 건축물을 만나게 된다.
화려한 타일도 없고, 돋보이는 색채도 없다.
바로 이스마일 사마니 묘(Mausoleum of Ismail Samani).
말없이 그 자리에 놓인 지 천 년.
한 왕조의 영광과 문명의 정수를 오롯이 간직한 이 무덤은,
그 크기가 크지 않음에도 보는 이의 마음을 오래 붙든다.
벽돌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얽히고설켜
그 자체로 하나의 문양이 되고, 시가 된다.
이 무덤은 단지 한 사람의 죽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사마니 왕조의 혼이 깃든 상징이자, 페르시아 문명의 회복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그 중심에 선 이가 바로 이스마일 사마니,
9세기 후반, 중앙아시아에서 이슬람과 페르시아 문화를 꽃피운 명군.
그는 부하라를 학문의 도시로, 문화의 중심지로 바꾸었다.
그리고 이 고요한 벽돌의 집은
그가 이룬 모든 것을 조용히 품은 채,
천 년을 묵묵히 견디며 오늘에 이르렀다.
햇살이 묘 위로 쏟아질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토록 간결한 아름다움은 오히려 영원하다.”
시간을 꿰뚫는 벽돌의 속삭임을 들었다면,
우리는 이미 이 여정의 중심을 지난 것이다.
부하라, 그 고요한 도시는 이제
기억 속에서 더욱 깊은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