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2)】《천년을 건너온 벽돌의 속삭임 – 이스마일 사마니 묘(Ismail Samani Mausoleum)’》〔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8. 14:33
728x90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2)】《천년을 건너온 벽돌의 속삭임 이스마일 사마니 묘(Ismail Samani Mausoleum)’》〔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https://yklawyer.tistory.com/category/%EB%B3%80%ED%98%B8%EC%82%AC%20%EC%9C%A4%EA%B2%BD/%EC%88%98%ED%95%84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

부하라의 바람은 부드럽다.

사막을 건너온 먼지마저도 이곳에서는 얌전해지는 듯하다.

그 바람이 이끄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사마니 공원의 고요한 숲 그늘 아래, 작고 정제된 하나의 건축물을 만나게 된다.

화려한 타일도 없고, 돋보이는 색채도 없다.

바로 이스마일 사마니 묘(Mausoleum of Ismail Samani).

 

말없이 그 자리에 놓인 지 천 년.

한 왕조의 영광과 문명의 정수를 오롯이 간직한 이 무덤은,

그 크기가 크지 않음에도 보는 이의 마음을 오래 붙든다.

벽돌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얽히고설켜

그 자체로 하나의 문양이 되고, 시가 된다.

 

이 무덤은 단지 한 사람의 죽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사마니 왕조의 혼이 깃든 상징이자, 페르시아 문명의 회복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그 중심에 선 이가 바로 이스마일 사마니,

9세기 후반, 중앙아시아에서 이슬람과 페르시아 문화를 꽃피운 명군.

 

그는 부하라를 학문의 도시로, 문화의 중심지로 바꾸었다.

그리고 이 고요한 벽돌의 집은

그가 이룬 모든 것을 조용히 품은 채,

천 년을 묵묵히 견디며 오늘에 이르렀다.

 

햇살이 묘 위로 쏟아질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토록 간결한 아름다움은 오히려 영원하다.”

 

시간을 꿰뚫는 벽돌의 속삭임을 들었다면,

우리는 이미 이 여정의 중심을 지난 것이다.

부하라, 그 고요한 도시는 이제

기억 속에서 더욱 깊은 숨을 쉰다.

 





 

 

 

 

 

'변호사 윤경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Hodie mihi, cras tibi(호디에 미히,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 내일은 너.】《우리는 다음 정거장에 내릴지도 모른다. 함께 여행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 2025.06.08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3)】《바람과 향신료가 스치는 곳 – 부하라 중앙시장(Kolkhozny Bazaar)》〔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 2025.06.08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1)】《'녹색시장'이라는 의미인 알마티 내 가장 큰 재래시장 질뇨늬 바자르 재래시장과 알마티 최고의 번화가 아르바트 거리》〔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2025.06.08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0)】《알마티의 젠코바 성당(Zenkov Cathedral)과 판필로바 28인 공원(Panfilov Park)에서의 봄날》〔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2025.06.08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19)】《만년설 아래 멈춰 선 시간 – 침블락에서 커피 한 잔의 위로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3)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