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Hodie mihi, cras tibi(호디에 미히,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 내일은 너.】《우리는 다음 정거장에 내릴지도 모른다. 함께 여행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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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die mihi, cras tibi(호디에 미히,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 내일은 너.】《우리는 다음 정거장에 내릴지도 모른다. 함께 여행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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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한 젊은 여성이 전철 좌석에 앉아 노을을 감상하고 있었다.

다음 정거장에서 한 중년 여인이 올라탔다.

그녀는 이유 모를 불만을 입에 달고 투덜대며, 젊은 여성의 옆자리 좁은 공간에 억지로 엉덩이를 들이밀며 끼어 앉았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짐가방을 느닷없이 젊은 여성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맞은편 남자가 묻는다.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죠? 너무 무례하잖아요."

 

그러자 젊은 여성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언쟁할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우리가 함께 여행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니까요.

저는 다음 정거장에서 내릴 거예요.”

 

그녀의 말은 단순한 현실의 설명이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너무나 짧은 여정 속에서 사소한 다툼과 감정의 소모로 서로를 소진시키는가.

서로의 단점을 들추고, 잘못을 비난하며, 불쾌감 속에 시간을 흘려보내지는 않는가.

 

하지만, 우리는 곧 내릴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내게 상처를 주었는가?

참자. 함께하는 여행은 짧다.

누군가가 나를 속이고 모욕했는가?

흔들리지 마라. 곧 그들과의 여정도 끝날 것이다.

이 여행이 얼마나 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심지어, 그들 자신조차 다음 정거장이 언제인지 모른다.

 

라틴어 속담 하나가 떠오른다.

"Hodie mihi, cras tibi."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죽음은 누구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가 진정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은

완벽함도 아니고 불멸도 아닌, 단 하나의 진실이다.

"나는 이곳에 잠시 머무는 여행자다. 나는 곧 떠날 것이다.“

 

그 자각만으로도,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가 사라진다.

스스로를 괴롭히던 부정적인 생각의 무게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비로소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삶은, 사실은 짧은 여행일 뿐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역설적으로 삶은 더욱 빛난다.

 

봄날의 풀꽃도, 막 지저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새도 아는 듯하다.

이 시간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더 아름답게 피어나고, 더 맑게 노래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다음 정거장에 내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함께 여행하는 이 시간은 너무도 소중하다.

그리고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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