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없는 또르, 운치 있는 저녁.】《비 오는 날의 마음 여행.》〔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주말이라 또르와 함께 양재 시민의 숲으로 산책을 나가려 했다.
그런데 비가 내린다. 운 없는 또르.
젖은 산책길 대신, 우리는 온기가 있는 작은 공간을 찾아 나섰다. '꼬미다 큐큐큐'.
이름마저 정겨운 그 반려견 동반 식당은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메뉴판을 펼치고는 문어 요리인 뿔뽀와 쫀득한 뇨끼, 그리고 샴페인 한 잔을 주문했다.
이내 잔을 타고 오르는 섬세한 샴페인 거품.
비 오는 날이면 내 마음은 유난히 기복이 있다.
감정이 촉촉이 젖어들면서 멜랑콜리해진다.
차분히 가라앉은 감정의 결을 따라 괜히 커피 한 잔이, 혹은 와인 한 잔이 괜스레 간절해진다.
화창한 날도 물론 좋지만, 비가 오는 날의 운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깊이가 있다.
문득 오래전, 스코틀랜드 여행길이 떠오른다.
쌀쌀한 비를 피해 급히 들어간 낯선 카페. 그곳에서 마셨던 에스프레소 한 잔의 강렬함은 아직도 혀끝에 생생하다.
만약 그날이 눈부시게 화창했다면, 카페는 인산인해를 이루었을 테고, 나 역시 미소 짓는 사람들 속 평범한 여행객이 되어 그저 그런 커피 맛을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비가 내렸기에, 그날의 커피는 '특별'했다.
빗소리에 촉촉히 젖은 마음이 더해져 완성된, 세상에 하나뿐인 맛이었다.
굳이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이런 날 저녁이면 가장 아늑한 센티멘탈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빗소리를 벗 삼아 책 한 권을 펼치고, 음악에 잠기는 이 순간.
샴페인 잔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으며 '살아있음'을 감각하는 이 짧은 순간이야말로, 며칠의 쉼보다 더 깊은 가치를 지닌다.
일상이라는 캔버스에 깃든 다채로운 감정의 무늬를 하나하나 찾아내고, 그것을 음미하는 데 익숙한 사람.
모르긴 해도, 그는 이미 풍요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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