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형사소송

【판례<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비용청구행위와 사기죄>】《타인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의 요양급여 청구와 사기죄의 성립 여부(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9도1839 판결)》..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2. 7. 14:29
728x90

판례<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비용청구행위와 사기죄>】《타인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의 요양급여 청구와 사기죄의 성립 여부(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91839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와 관련하여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는데, 그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개설·운영되어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한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판결요지

 

비록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이하 의료인이라 한다)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하여 개설·운영되는 의료기관도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하여 개설되었다는 점에서 제4조 제2항이 준수된 경우와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실시한 요양급여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의료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의료법이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와 달리, 4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면, 설령 그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개설·운영되어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하였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서 제외되지 아니하므로, 달리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 내지 요건이 흠결되지 않는 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 사실관계

 

자신의 이름으로 치과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피고인(치과의사)은 다른 치과의사 A의 명의를 빌려 치과를 개원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위 치과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요양급여(의료행위)를 실시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았다.

 

검사는 위 치과는 타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된 것으로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고,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는데, 피고인은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였으므로 이는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제기하였다.

 

1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고, 의료법은 의료인들의 자격을 규정하고 의료기관의 설립 절차나 의료인들이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방식 등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위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은 그 입법목적을 달리하고 있으므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이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기준의 어떤 내용을 위반하였는지를 살피지 않은 채 단지 의료법 위반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등으로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사는 다른 의사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운영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의료법 제4조 제2항에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의료기관 개설·운영에 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의료인이 고령이거나 신용상태가 나쁜 의료인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의료법 위반행위를 저지르는 등 의료법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방지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적인 이유 때문이다.

의료법은 제33조 제2항 위반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 4조 제2항 위반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의 경우만 개설허가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명령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4호의2), 4조 제2항 위반에 대해서는 개설허가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명령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한 요양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57조 제2항 제1호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의료인의 면허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대여받아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개설자에게 연대하여 그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운영한 경우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명문 규정들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은 정책적 입법에 위배된 것에 불과하므로, 그곳에서 이루어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에 관한 법률관계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2심은 1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아 항소를 기각하였다.

 

.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지급받은 경우, 위 공단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이다.

 

비록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하여 개설ㆍ운영되는 의료기관도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하여 개설되었다는 점에서 제4조 제2항이 준수된 경우와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하면서 실시한 요양급여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의료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의료법이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와 달리, 4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면, 설령 그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개설·운영되어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서 제외되지 아니하므로, 달리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수 없는 자격 내지 요건이 흠결되지 않는 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

 

치과의사면허를 가진 피고인 2, 3이 치과의사면허를 가진 피고인 1로부터 명의를 빌려 각기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이다.

 

3.  사기죄 성립의 요건으로서 기망행위성

 

 사기죄 성립의 요건으로서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만들기 위한 판단의 기초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이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1991 판결).

이는 보험계약 등에 의해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있는 사람이 보험금 지급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91. 1. 15. 선고 90571 판결).

 

 한편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사람이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함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8645 판결), 이와 달리 법률관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어 상대방의 권리실현 또는 계약목적 달성에 장애가 되지 아니 하는 사유까지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는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5124 판결).

 

 또한 기망행위를 수단으로 한 권리행사의 경우 그 권리행사에 속하는 행위와 그 수단에 속하는 기망행위를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그와 같은 기망행위가 사회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으로써 용인할 수 없는 정도라면 그 권리행사에 속하는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1780 판결).

 

4.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비용청구행위와 사기죄 성립의 근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6, 하태한 P.427-472 참조]

 

.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411843 판결

 

 판결의 요지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는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 중의 하나인 의료기관을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적법하게 개설되지 아니한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등의 요양급여를 실시하였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자격이 없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21669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272384 판결 참조). 따라서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마치 의료법에 의하여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요양급여비용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기망행위에 의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 이 경우 설령 그 의료기관의 개설인인 비의료인이 자신에게 개설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으로 하여금 환자들에게 요양급여를 제공하게 하였다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기망행위 인정의 근거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의료법이 무자격 의료기관의 개설행위를 금지한 것은 국민건강상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중대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국민건강보험법이 건강보험제도에 편입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데 무자격 의료기관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 급여비용을 청구할 자격은 없다는 점이다.

 

. 무자격 의료기관에 대한 의료법상의 규제 수단

 

 의료기관 개설과 관련된 약정의 사법상 효력의 무효화

 

판례는 무자격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의료법 규정은 강행법규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약정은 무효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2390, 2406 판결).

다만 무효가 되는 약정의 범위는 의료기관의 개설에 관련된 약정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과 환자 간 진료약정까지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무자격 의료기관 개설자 및 공범인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비의료인은 무자격 의료기관 개설에 대하여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의료인도 무자격 의료기관 개설에 가담한 경우에는 비의료인과의 공범관계에서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함께 처벌되고, 비의료인에게 고용되어 한 의료행위 자체에 대하여는 단독으로 의료법 제90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2015 판결).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

 

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경우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은 그 의료인에 대해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

 

. 건강보험제도의 기본 구도 및 특징

 

 건강보험의 주요 특징

 

 국가개입의 사회보험체계이다. 피보험자인 국민이 납부하는 기여금 형태의 보험료를 1차적 재원으로 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국고부담을 2차적 재원으로 하여 국민 보건에 관하여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의 방식으로 대처하는 국가보장방식의 사회보험으로 운영이 된다.

 단일의 공적 보험기관 체계이다.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공법인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단일의 보험기관(보험자) 지위에서 전국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관련 역무를 제공하게 된다.

 의료서비스의 제3자 지급제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피보험자(보험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할 경우 요양기관에 진료 등을 직접 신청하면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를 즉시 공급하는 방식으로 보험급여가 제공되는 현물급여 방식의 제3자 지급제를 채택하고 있다. 요양급여비용의 정산관계는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

 보험가입의 강제와 당연 요양기관제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일정한 예외를 인정한 외에 원칙적으로 모든 개설 의료기관을 요양기관으로 간주하여 요양급여의 제공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당연 요양기관제이다.

의료급여법상의 의료급여대상자 등 일부 예외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국민 모두가 원칙적으로 의료보험, 즉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피보험자의 지위를 취득하도록 법적으로 강제되어 있다.

 요양급여비용 산정 기준으로서 의료수가 제도를 도입하였다. 요양급여비용과 관련하여 요양급여의 수수 당사자인 개별 의료기관과 환자가 아닌, 의약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에서 그 비용의 산정기준인 의료수가가 일괄 책정된다.

 

 사무장 병원에 대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규제 수단

 

 의료인을 상대로 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먼저 개설명의인인 의료인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수령한 행위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소정의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할 경우에는 이미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징수하는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는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 중 하나인 의료기관을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의료법에 의하여 적법하게 개설되지 아니한 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가 행하여졌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법규정상으로도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이를 청구할 수 없었던 것이므로,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요양급여 비용을 청구하여 지급받았다면 이는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 주된 근거이다(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445420 판결).

 

 이러한 징수처분은 의료인에게 부당하게 발생한 이득을 환수하는 처분이 아니라 법령에 의하여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될 수 없음에도 지급된 경우 이를 강제로 원상회복시키는 처분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해석되고,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비하여 강화된 권리로서, 징수처분의 상대방에게 실제로 이득이 발생했는지는 고려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요양급여비용 상당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있다. , 무자격 의료기관에 개설명의만을 빌려준 의료인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수령한 행위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또는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의료인이나 사무장(개설행위자)을 상대로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무자격 의료기관의 의료인이나 사무장은 법률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자격이 없고, 만약 이를 청구하여 지급받은 것이라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지급의무 없는 요양급여비용을 지출하게 하는 손해를 입게 한 것이라는 점이 주된 근거이다. 대법원도 이러한 청구를 인정하고 있고, 특히 무자격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환자에게 실제 의료행위를 실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수령한 경우 이러한 사무장과 의료인의 행위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로는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203196 판결, 부당이득반환책임을 인정한 사례로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201724 판결].

 

 비의료인의 요양급여비용 징수반환의 연대책임

 

국민건강보험법은 2013. 5. 22. 법률 제11787호로 개정되면서 제57조 제2항을 신 설하여, 57조 제1항에 따라 요양기관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경우로서, 특히 무자격자가 의료인으로부터 면허나 명의를 대여 받아 개설, 운영한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을 실제로 개설한 사람(사무장 등)에 대해서도 의료인과 연대하여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요양급여비용의 지급보류

 

국민건강보험법이 2014. 5. 20. 법률 제12615호로 개정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은 무자격자가 의료인으로부터 면허나 명의를 대여받아 개설, 운영한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 해당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였다.

 

. 사기죄 성립을 인정한 기존 법리

 

무자격의료기관에 의한 요양급여비용청구행위를 기망으로 보아 사기죄로 의율한 기존 법리의 태도는 여전히 타당하다.

 

5. 자배법상의 진료수가청구와 사기죄 성립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6, 하태한 P.427-472 참조]

 

. 진료수가 청구의 기본 구도 및 특징

 

 자동차보험의 성격

 

민영보험으로 운영되는 자동차보험의 성격이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먼저 손해보험, 상해보험 등 이질적인 보장성 보험이 결합된 종합보험이다. 공익적 관점에서 사실상 모든 자동차 보유자의 보험가입이 강제되고 있다.

 

 진료수가 청구 제도의 개요

 

 자배법은 자동차사고로 인해 의료기관이 교통사고 피해자(환자)를 치료할 경우 치료비용을 환자 본인이 아닌 자동차보험의 보험자에게 직접 청구하여 지급받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였고(10조 제1, 2), 이 경우 의료기관이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비용이 진료수가이다(12조 제1, 2).

 

 교통사고 환자가 발생한 것을 안 경우에는 지체없이 의료기관에 진료수가의 지급 의사와 지급한도를 통지하여야 하는데, 대개는 자동차사고의 피해자가 의료기관에서 교통사고로 치료를 받을 경우 자신이 지급받을 보험금 중 진료수가기준에 해당하는 금액을 진료한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해 줄 것을 보험회사에 요청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실체적 요건으로서 진료수가는 자동차운행으로 사고를 당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음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으로서(2조 제7), 의료법 제22조에 따른 환자진료기록부의 진료기록에 따른 청구이어야 한다(12조 제3). 청구의 구체적 액수는 자배법의 위임에 따른 진료수가기준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도록 되어 있다(12조 제2, 15). 다만 보험회사가 지급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거나 지급의사를 철회한 경우, 보험자 등이 보상해야 할 대상이 아닌 비용의 경우, 보험자 등이 미리 통지한 지급 한도를 초과한 진료비의 경우, 피해자가 보험자 등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자기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한 경우 등에 해당하는 경우는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12조 제5).

 

 자배법 제2조 제7호에서 정한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이란 의료법 제1장 총칙편 제3조 제2항의 정의규정에 열거된 의료기관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생각되고, 그 경우 의료법 제3조는 의료기관을 병상 수, 의료인의 수 등 시설기준에 따라 유형별로 분류한 것에 불과하므로, 무자격 의료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외견상 위 시설 기준을 갖추고 개설되어 면허를 가진 의사를 고용하여 영업하는 이상 그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의료기관이 지불보증 통지를 받음으로써 보험회사에 진료수가를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소극적 요건에 해당하는 사유(자배법 제12조 제5항 단서의 각호)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교통사고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는 없고, 이를 위반할 시에는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제재를 받을 수 있다(48조 제2항 제2).

 

 한편 보험회사는 의료기관으로부터 진료수가의 청구를 받은 경우 원칙적으로 30일 이내에 그 청구액을 지급하여야 하는데, 이 경우 지급할 금액은 의료기관과 합의하여 정하기도 하지만 보험회사가 청구금액에 대해 전문심사기관(건강보험 관련 심사업무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여 이를 심사하게 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지급할 수도 있다(19조 제1).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사이에 전문심사기관의 심사 결과 및 지급과 관련하여 분쟁이 있을 경우에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 쟁심의회(보험자와 의료기관이 운영비용을 공동출연하여 설립한 자율심의단체이다)에 심사청구 등 절차를 거쳐 해결하되, 당사자가 이에 불복하게 되면 소송절차에 의하여야 한다(21조 제1, 2). , 전문심사기관의 심사와 결정은 당사자에 대한 강제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의 양해와 합의에 기초하여 분쟁을 해결하려는 대체적 수단에 불과하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41574, 41581 판결).

 

 의료기관이 진료기록부의 진료기록과 다르게 진료수가를 청구하거나 이를 청구할 목적으로 거짓의 진료기록을 작성한 경우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46조 제3). 의료기관이 보험자로부터 지불보증의 통지를 받았음에도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한 경우에는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48조 제2항 제2).

 

 한편 무자격 의료기관이 진료수가를 청구한 경우에 대하여 자배법에 별도의 형사적, 행정적 제재수단이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 또한 건강보험의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경우와는 달리 무자격 의료기관이 진료수가를 지급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보험회사가 해당 의료기관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한지에 대한 판례도 확인되지 않는다.

 

. 사기죄의 성립 여부 (= 부정)

 

자배법의 관련 규정상 의료법에 위반하여 개설된 무자격 의료기관이더라도 의료법에서 정한 의료기관으로서의 시설을 갖추고 의료인에 의해 진료행위를 한 경우라면 교통사고환자를 치료한 후 진료수가를 청구한 행위는 기망에 해당할 수 없고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6. 실손의료보험계약상의 실손의료비 청구와 사기죄 성립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6, 하태한 P.427-472 참조]

 

. 실손의료비 청구의 기본 구도 및 특징

 

 이는 손해보험적 성격을 지닌 상해보험(인보험)이다. 건강보험에 대한 보충적 수단으로 기능한다. 임의가입을 전제로 한 사보험이다. 실손의료보험에 관하여는 건강보험, 자동차보험과는 달리 별도의 특별법에 의한 규율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의 보상대상은 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 및 비급여 부분이다.

 

 실손의료보험계약상의 보험수익자가 보험자에 대한 실손의료비 청구권자이다.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는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것을 알았을 때 이를 보험자에게 알리고 보험수익자가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여야 한다(표준약관 제6조 제1).

 

. 보험금 사기에서 실행의 착수시기

 

인보험계약에 있어 보험사기의 실행의 착수시기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 이미 보험사고의 발생을 가장하는 등 기망행위의 실행의 착수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보험수익자가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한 때이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7494 판결).

 

. 사기죄의 성립 여부 (= 부정)

 

실손의료비청구에 있어 의료기관은 당사자가 아니고 사고증명서 등 증빙서류를 발급한 행위만으로 기망행위의 실행의 착수를 인정할 수 없으며,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청구의 경우와는 달리 실손의료보험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진 진료행위에 한정하는 법령상약관상의 명확한 근거 규정이 없고, 의료기관의 자격 유무는 보험회사가 실손의료비의 지급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도 아니어서 기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7. 관련 쟁점

 

가. 무자격의료기관에 의한 요양급여비용청구행위와 사기죄 : 의료법에 위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한 후 보험회사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 등을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거나 환자로 하여금 실손의료비를 지급받게 한 행위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7도17699 판결)

 

 의료법은 제33조 제2항에서 의료인 등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이 아닌 사람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이하 무자격 의료기관이라 한다) 중에는 자격을 갖춘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로 하여금 환자를 상대로 한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비용의 회수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거나 보험회사에 진료수가 등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비용 발생 및 청구의 직접적 근거가 된 의료인에 의한 적절한 치료 사실이나 내용에 관하여는 별다른 기망행위가 없이, 오로지 무자격 의료기관이라는 사실에 대해 소극적으로 묵비한 것만으로도 기망에 의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인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2015. 7. 9. 선고된 201411843 판결에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건강보험관계인 경우 무자격 의료기관이 환자에 대해 요양급여를 제공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행위에 대해서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았고, 이러한 판례의 기조는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413649 판결, 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516712 판결,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619982 판결).

그런데 위 대법원 판결 이후 일부 하급심에서는 그 취지를 자배법상의 자동차보험관계에까지 확대적용하여 무자격 의료기관이 진료수가를 청구한 행위에 대해 같은 논리로 사기죄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 이 사건 원심은 진료수가 청구제도를 규정한 자배법의 입법취지, 진료수가 청구제도의 목적 등을 근거로 사기죄의 성립을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의료법에 위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한 후 보험회사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 등을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거나 환자로 하여금 실손의료비를 지급받게 한 행위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⑶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마치 의료법에 의하여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요양급여비용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이 되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기망행위에 의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

 

비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면허를 갖춘 의료인을 통해 교통사고 환자 등에 대한 진료가 이루어진 경우, 해당 의료기관이 보험회사 등에 교통사고 환자 등을 진료한 의료기관이 위 의료법 규정에 위반되어 개설된 것이라는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한 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을 청구한 행위가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에 해당하는 않는다.

개설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개설한 의료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면허를 갖춘 의료인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진료가 이루어지고 보험회사 등에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한 것이라면 보험회사 등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위 의료법 규정에 위반되어 개설된 것이라는 사정은 피해자나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보험회사 등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지급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아니어서, 해당 의료기관이 보험회사 등에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채 그 지급을 청구하였다고 하여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⑷ 비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면허를 갖춘 의료인을 통해 환자 등에 대한 진료가 이루어진 경우, 해당 의료기관이 보험회사 등에 실손의료보험의 피보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위 의료법 규정에 위반되어 개설된 것이라는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한 채 실손의료보험계약에 따라 실손의료비를 청구하는 보험수익자에게 진료사실증명 등을 발급해 준 사실만으로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를 살펴본다.

 

상법 제737, 739조의2, 739조의3의 규정과 실손의료보험이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의 질병 또는 상해로 인한 의료비 상당의 손해를 보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는 점을 종합해 보면, 실손의료보험에는 상법상 상해보험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고, 그 경우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손의료보험에서도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수익자만이 보험회사에 대해 실손의료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반면 피보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으로서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로부터 그에 따른 진료비를 지급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보험수익자의 청구에 응하여 진료사실증명 등을 발급해 줌으로써 단순히 그 보험금 청구 절차를 도울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되어 개설된 것이라는 사정은 해당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회사의 실손의료비 지급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라고 보아야 하고, 설령 해당 의료기관이 보험회사 등에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채 보험수익자에게 진료사실증명 등을 발급해 주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⑸ 위 대법원 판결은, 자배법상의 진료수가 청구에 있어 의료기관 개설 자격의 존부에 관한 묵비가 기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실손의료비 청구에서 청구주체는 의료기관이 아닌 보험수익자임을 전제로 무자격 의료기관이 그러한 사실을 묵비한 채 보험수익자에게 증빙서류만을 발급해 준 행위는 기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나.  타인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의 요양급여 청구와 사기죄의 성립 여부(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91839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지급받은 경우, 위 공단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이다.

 

 비록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하여 개설ㆍ운영되는 의료기관도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하여 개설되었다는 점에서 제4조 제2항이 준수된 경우와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하면서 실시한 요양급여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의료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의료법이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와 달리, 제4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면, 설령 그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개설·운영되어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서 제외되지 아니하므로, 달리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수 없는 자격 내지 요건이 흠결되지 않는 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

 

 치과의사면허를 가진 피고인 2, 3이 치과의사면허를 가진 피고인 1로부터 명의를 빌려 각기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이다.

 

8. 판례 해설 :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지급받은 경우, 위 공단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소극)]

 

의료인이 타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한 의료기관, 소위 의료인 사무장병원의 요양급여비용 청구 및 수령이 문제된 사안이다.

 

대법원은, 치과의사면허를 가진 피고인 2, 3이 치과의사면허를 가진 피고인 1로부터 명의를 빌려 각기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대상판결은 개인사정으로 인해 병원을 개설하기 어려운 의사가 다른 의사 명의를 빌려 병원 문을 연 뒤 진료를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더라도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면허를 빌려 개설한 병원이라 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서 제외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은 입법목적을 달리하고 있으므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이 단지 의료법 위반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의료행위)가 실시되고, 이에 대한 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것이 사기죄의 기망행위가 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례의 태도를 살펴보자.

 

비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설사 의료인이 요양급여를 실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것은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413649 판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되어 개설된 것이라는 사정은 해당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회사의 실손의료비 지급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라고 보아야 하고, 설령 해당 의료기관이 보험회사 등에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채 보험수익자에게 진료사실증명 등을 발급해 주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717699 판결).

 

위 두 개의 판례는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의 본질은 의료질서의 실체 왜곡을 방지하려는 것이므로, 그러한 왜곡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

그러한 왜곡행위(가령 요양급여비용을 부풀려 청구하는 행위 등)는 국가가 입증하여야 한다.

 

대상판결도 같은 취지이다.

고령·질병 등의 이유로 실질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없어 중단한 의료인이라면, 비의료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실제 의료행위를 행한 사람이 의료인이고, 그 의료행위 즉 요양급여가 적절하게 실시된 것이라면, 그 요양급여비용 청구행위는 기망행위로 평가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