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국제사법상 준거법>】《부부재산제에 관한 국제사법상 준거법의 판단 기준(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1두52143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대한민국에서 주로 체류하며 대한민국에 있는 건축사무소 등에서 건축설계사로 근무하였던 갑이 2005년 미합중국 영주권을 취득하였고, 2014년 출국한 뒤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은 채 1990년 미합중국 시민권을 취득한 배우자인 을과 함께 미합중국에서 거주하다가 사망하자, 을은 1991년부터 2005년까지 갑이 상속 또는 매매 등을 원인으로 취득한 대한민국에 소재한 부동산 전부와 갑이 사망할 당시 대한민국 영업장이 있는 금융기관에 갑의 명의로 예치되어 있던 예금 대부분을 상속재산으로 하여 관할 세무서장에게 상속세를 신고하였는데, 관할 세무서장이 위 부동산과 예금 전부를 상속재산으로 하여 상속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부부재산제의 준거법은 재산의 취득시점을 기준으로 정하여야 하므로 구 섭외사법 제17조 제1항, 구 국제사법 제38조, 제37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위 부동산과 예금은 피상속인이 혼인 중 그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서 피상속인의 특유재산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임현태 P.336-352 참조]
가. 당사자 지위
⑴ 원고 1은 A의 아내이고, 원고 2, 3, 4는 그들 슬하의 딸들이다.
⑵ 피고는 원고들에게 A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를 부과한 과세관청이다.
나. 사실관계
⑴ 원고 1과 A는 1969년 대한민국에서 혼인신고를 마쳤고, 그들의 자녀인 원고 2, 3, 4는 1973년부터 1978년까지 미합중국 캘리포니아주(이하 ‘캘리포니아’라 한다)에서 출생하였다.
⑵ 원고 1은 1990년 미합중국 시민권을 취득하였고, 같은 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으며,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거주하였다.
⑶ A는 1990년 무렵부터 2012년까지 대한민국에 있는 건축사무소 등에서 건축설계사로 근무하였고, 이를 위하여 1992년부터 2006년까지 대한민국에서 주로 체류하였다.
⑷ A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대한민국에 소재한 토지나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상속 또는 매매 등을 원인으로 취득하였다.
⑸ A는 2001년 B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보험료를 납부하였고, 2010. 4. 8. 그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이하 ‘이 사건 보험금’이라 한다)을 수령하였다. 원고 1은 2010. 4. 8. B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이 사건 보험금 중 일부로 보험료를 납부하였고, 2016. 7. 28. 그 보험금을 수령하였다.
⑹ A는 2005년 미합중국 영주권을 취득하였고, 2014년 출국한 뒤로는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은 채 원고 1과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거주하다가 2017. 1. 7. 사망하였다.
⑺ A가 사망할 당시 대한민국에 영업장이 있는 금융기관에 예금(이하 ‘이 사건 예금’이라 한다)이 그의 명의로 예치되어 있었다.
⑻ 원고 1은 2017. 9. 1. 이 사건 부동산 전부와 이 사건 예금 대부분을 상속재산으로 하여 피고에게 상속세를 신고하였다.
⑼ 피고는 2018. 11. 2. 이 사건 부동산과 이 사건 예금을 상속재산으로 하고, 원고 1이 2016. 7. 28. 수령한 위 보험금 일부를 원고 1에 대한 10년 내의 증여재산으로 가산하여, 원고들에게 상속세 452,910,401원(가산세 포함)의 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소송 경과
⑴ 원고들은,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8조 제1항, 제37조 제2호에 의하면 원고 1과 A의 부부재산제에 관한 준거법은 캘리포니아 법이고, 이에 의하면 부부가 혼인 중 취득(상속 제외)한 재산은 공동재산이어서, A의 특유재산(상속으로 취득)인 부동산 전부, 원고 1과 A의 공동재산인 부동산의 각 1/2 지분, 이 사건 예금의 1/2만이 상속재산이므로, 그에 따른 상속세 94,043,329원을 초과하는 이 사건 처분 부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⑵ 이에 대하여 피고는, 구 국제사법 제49조 제1항에 의하면 A의 상속은 본국법인 대한민국 법에 의하여야 하고, 구 국제사법 제19조, 제38조 제2항 제3호 등에 의하면 부동산에 관한 부부재산제에는 부동산의 소재지법이 적용될 수 있으며, A의 유언에 의하면 이 사건 부동산은 A의 재산임을 알 수 있으므로, A 명의로 취득한 이 사건 부동산과 이 사건 예금이 모두 A의 특유재산으로서 상속재산에 해당한다고 다투었다.
⑶ 제1심은, 원고 1과 A의 부부재산제에 관하여는 구 국제사법 제38조 제1항, 제37조 제2호에 따라 ‘부부의 동일한 상거소지법’인 캘리포니아 법이 적용되고, 캘리포니아 가족법 제760조[캘리포니아 가족법 제760조(Cal. Family Code § 760)는 ‘법령에 달리 규정되어 있는 경우 외에는, 혼인한 사람이 이 주에서 거주하는 동안 혼인 중 취득한 모든 재산(동산 또는 부동산)은 소재지에 관계없이 공동재산’이라는 내용이다]에 의하면 원고 1과 A가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은 공동재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부동산 및 이 사건 예금 중 각 1/2 지분만이 A의 특유재산으로서 상속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다음,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정당세액을 계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전부 취소하였다.
⑷ 반면 원심은, 이 사건 부동산 일부 및 이 사건 보험금의 부부재산제에 관하여는 그 취득 당시의 구 섭외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 국제사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7조 제1항에 따라 ‘혼인당시의 부(夫)의 본국법’인 대한민국법이 적용되고, 이 사건 부동산 나머지 및 이 사건 예금의 부부재산제에 관하여는 그 취득 당시의 구 국제사법 제38조 제1항, 제37조 제3호에 따라 ‘부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의 법’에 의하는데 A의 체류양상, 소득활동에 비추어 이는 대한민국 법이므로, 위 각 재산이 모두 A의 특유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라. 쟁점
⑴ 첫 번째 쟁점은 원고 1과 A의 부부재산제에 관한 준거법 기준시점이 A의 개별재산 취득 시인지, 아니면 A의 사망 시(혼인종료 시)인지이다.
⑵ 두 번째 쟁점은 캘리포니아가 구 국제사법 제38조 제1항, 제37조 제2호에 규정된 ‘부부의 동일한 상거소지’에 해당하여 캘리포니아 법이 원고 1과 A의 부부재산제에 관한 준거법이 되는지이다.
⑶ 세 번째 쟁점은 캘리포니아가 구 국제사법 제38조 제1항, 제37조 제3호에 규정된 ‘부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에 해당하여 캘리포니아 법이 원고 1과 A의 부부재산제에 관한 준거법이 되는지이다.
3. 부부재산제의 준거법 기준시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임현태 P.336-352 참조]
가. 일반론
⑴ 준거법 기준시점은 특정한 시점으로 고정된 경우도 있고(고정주의), 법률관계가 문제된 현재의 시점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변경주의).
부부재산제의 준거법 기준 시점에 관하여 구 섭외사법은 고정주의를 취하였고(제17조 제1항), 구 국제사법은 변경주의를 택하였다(제38조 제1항, 제37조).
⑵ 부부재산제의 준거법이 변경될 경우 소급효를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장래효를 인정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부부재산제의 준거법 변경에 원칙적으로 장래효가 있을 뿐이라는 견해와 부부재산제의 준거법 변경에 일반적으로 소급효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뉜다.
나. 논의의 전제
⑴ 구 섭외사법은 부부재산제에 관하여 혼인 당시 부(夫)의 본국법에 의하도록 규정한다(제17조 제1항).
구 섭외사법에 따른 원고 1과 A의 부부재산제 준거법은 혼인 당시 A의 본국법인 대한민국 법이다.
⑵ 구 국제사법 부칙(법률 제6465호) 제2항에 따르면, 그 시행(2001. 7. 1.) 전에 생긴 사항에 대하여는 구 섭외사법이 적용되고(본문), 위 시행 전후에 계속되는 법률 관계에 관하여는 위 시행 이후의 법률관계에 한하여 구 국제사법이 적용된다(단서).
혼인의 일반적 효력과 부부재산제는 계속적 법률관계이므로 그에 대해서는 위 부칙 제2항 단서가 적용된다.
따라서 구 국제사법 시행 전의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구 섭외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하고, 구 국제사법 시행 이후의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구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하여야 한다.
⑶ 한편 위 부칙 제2항 단서가 적용되더라도 구 국제사법은 그 ‘법 시행 이후의 법률관계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에 그친다.
구 국제사법 시행 이후의 부부재산제에 기존과 다른 준거법이 적용됨에 따라 발생하는 실질적 효과(위 법 시행 전 취득한 재산의 부부간 소유관계가 그 시행 후의 준거법에 따라 변경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견해가 나뉠 수 있고, 이는 부부재산제의 준거법 기준시점과도 연관되는 논의이다.
사견으로는, 위 부칙 제2항 단서의 해석상 위 법 시행 이후의 준거법이 그 시행 전 취득한 재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다. 견해 대립
이에 관하여는 ① 준거법 기준시점을 개별재산 취득 시로 보는 견해와 ② 준거법 기준시점을 혼인종료 시로 보는 견해가 대립한다.
라. 소결론
부부재산제 준거법 변경 시의 소급효 문제는 궁극적으로 입법을 통하여 정리되어야 할 사항이다.
다만 구 국제사법의 해석론으로는 부부재산제의 준거법이 부부의 합의와 관계없이 변경(즉 연결점이 이동)될 경우 그 변경된 준거법을 변경 이후 취득하는 재산에만 적용하는 견해가 더욱 타당하다. 따라서 A의 개별재산 취득 시를 기준으로 부부재산제의 준거법을 적용한 원심판단을 받아들일 수 있다.
4. 구 국제사법상 ‘부부의 동일한 상거소지’ 판단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임현태 P.336-352 참조]
가. 상거소 일반론
⑴ ‘상거소’(常居所, habitual residence)는 법적 개념인 ‘주소’(domicile)와 달리 사실적 개념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소는 법적 개념이고 그에 대한 이해도 상이하다. 이에 헤이그 국제사법회의 협약에서는 주소 대신에 상거소를 채택하였고 많은 국가에서 이를 따르게 되었다.
⑵ 상거소 개념을 도입하지 않았던 구 섭외사법과 달리, 2001년 개정된 구 국제사법은 주소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상거소 개념을 도입하였다. 다만 구 국제사법은 상거소 개념이 고착되어 국제적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게 될 것을 염려하여 그 정의 규정을 두지 않았다. 다수 국가들과 국제협약은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상거소 개념의 정의 규정을 의도적으로 두지 않고 있다.
⑶ 당사자가 동시에 복수의 상거소를 가질 수 있는지는 논란이 있다. 상거소는 일정 기간 지속될 필요가 있으므로 통상 복수의 상거소는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구 국제사법은 상거소의 적극적 저촉을 해결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⑷ 상거소 개념은 그 개념이 사용되는 법률영역의 목적과 취지에 따라 인정요건이 강화되거나 완화될 수 있다. 이는 상거소 개념의 유연성을 통해 법률영역에 따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적절한 준거법을 찾아주기 위해서이다. 예컨대, 신분관계가 문제 되는 속인법 분야에서는 상거소를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반면, 국제재판관할이나 국제계약법에서 사용되는 상거소는 요건을 완화하여 쉽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나. 논의의 전제
이 사건에서 A의 상거소지는 구 국제사법 제38조 제1항, 제37조 제2호에 따라 부부재산제의 준거법을 결정하기 위한 연결점으로서, 원고 1의 상거소지와 동일한 지가 문제 된다. A의 사망 당시 상거소지가 원고 1의 상거소지와 동일한 캘리포니아라는 것에는 다툼이 없다(미국은 지역에 따라 법을 달리하는 국가이고, 캘리포니아에서 거주한 원고 1이나 A의 미국 지역 준거법은 구 국제사법 제3조 제3항에 따라 캘리포니아 법이다). 따라서 A의 국내재산 취득 당시(특히 1992 ~ 2006년)의 상거소지에 관하여만 검토한다.
다. 사안의 검토
⑴ 구 국제사법의 상거소는 ‘생활의 중심지’ 또는 ‘생활의 중심지로 일정기간 지속된 장소’를 의미한다. 상당기간 정주한 장소는 통상 상거소에 해당할 것이다.
민법은 ‘생활의 근거되는 곳’을 주소로 한다고 규정하는데(제18조 제1항), 이러한 개념은 상거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상거소는 거주기간, 거주목적, 가족관계, 근무관계, 자산소재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⑵ 이 사건에서 아래와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A의 국내재산 취득 당시 상거소지는 대한민국이라고 본 원심 판단을 받아들일 수 있다.
① A는 1992년부터 2006년까지 15년 동안 매년 적어도 70% 이상의 기간 동안 대한민국에서 머물렀고, 이는 국내에 소재한 회사에서 근무하기 위한 것이었다.
② A는 1992년부터 2006년까지 15년 동안 매년(2001년 제외) 대한민국에서 상당한 근로소득을 얻었다. A는 대한민국에 소득을 신고할 당시 자신을 ‘거주자’로 신고하였다.
③ A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대한민국에 소재한 이 사건 부동산을 상속받거나 매수하였는데, 이는 A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④ A의 아내인 원고 1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하여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생활하면서 A를 위하여 대한민국도 오갔던 것으로 보인다.
⑶ 원고들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도 A의 상거소지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부부재산제의 준거법 판단 시 복수의 상거소를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령 그 주장과 같이 복수의 상거소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준거법 결정에 ‘공통 상거소지’가 아닌 ‘동일한 상거소지’를 요구하는 구 국제사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캘리포니아를 원고 1과 A의 동일한 상거소지라고 할 수는 없다. A의 국내재산 취득 당시 A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거소지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4. 구 국제사법상 ’부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 판단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임현태 P.336-352 참조]
가. 가장 밀접한 관련의 원칙
‘가장 밀접한 관련’의 원칙은 해당 법률관계에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갖는 곳의 법을 준거법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미국에서 발전되었고 많은 국가에서 채택한 준거법 지정 원칙이다. 구 국제사법도 제3조 제1항, 제8조 제1항, 제26조 제1항 등에서 가장 밀접한 관련의 원칙을 채택하였다. 구 국제사법 제37조 제3호도 이 원칙에 기초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 원칙은 사안을 가장 합리적으로 해결할 법을 적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적으로 또는 사항적으로 사안에 가장 가까운 법을 적용한다는 의미이다. 그럼으로써 그 법이 사안을 가장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나. 논의의 전제
이 사건에서 ‘부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은 구 국제사법 제38조 제1항, 제37조 제3호에 따라 부부재산제의 준거법을 결정하기 위한 연결점으로서 문제된다. 만일 ‘부부의 동일한 상거소지법’이 있다면 ‘부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을 판단할 필요 없이 ‘부부의 동일한 상거소지법’이 위 준거법이 된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A의 국내재산 취득 당시(특히 1992 ~ 2006년) ‘부부의 동일한 상거소지’가 없음을 전제로 원고 1과 A의 최밀접관련지를 검토한다.
다. 대상판결(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1두52143 판결)의 검토
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의 판단 기준을 획일적으로 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구 국제사법 제37조가 국적(제1호)과 상거소(제2호)를 최밀접관련지(제3호)에 앞선 순위로 규정하고, 제38조 제2항이 부동산에 관한 부부재산제에 대하여 부동산 소재지(제3호)를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체계적 해석으로써 위 각 연결점(국적, 상거소, 재산소재지)을 주요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혼인의 방식은 혼인거행지법에 의하도록 한 것(구 국제사법 제36조 제2항)도 고려할 만한 요소이다.
⑵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에 관하여 혼인의 일반적 효력, 부부재산제, 이혼의 각 준거법이 반드시 일치하여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구 국제사법은 법률관계 성격에 따라 준거법을 달리 정하고 있으므로, 혼인의 일반적 효력, 부부재산제, 이혼의 각 성격에 따라 준거법 판단을 달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② 구 국제사법은 부부재산제에 관하여 제37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하였을 뿐(제38조 제1항), 혼인의 일반적 효력과 동일한 준거법을 적용한다고 하지는 않았다. ③ 혼인의 일반적 효력과 달리, 구 국제사법에서 부부재산제에는 당사자자치(제38조 제2항)가 인정되고 이혼에는 일방 상거소지 기준(제39조 단서)이 적용되므로, 각 준거법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이 예정되어 있다. ④ 혼인의 일반적 효력, 부부재산제, 이혼의 각 준거법은 가급적 일치하는 것이 좋지만, 사안에 따라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운용할 길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⑶ 이 사건에서 아래와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A의 국내재산 취득 당시 ‘부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은 대한민국이라고 본 원심 판단을 받아들일 수 있다.
① 원고 1과 A는 모두 대한민국에서 출생하여 대한민국에서 혼인한 뒤 대한민국에서 함께 거주하였고, 당시의 공통 국적은 대한민국이며, 이후 국적상실과 회복을 거쳐 국적이 서로 달라지기 전 최후의 동일한 국적도 대한민국이다.
②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재산은 모두 대한민국에 소재하거나 대한민국에 영업장을 둔 금융기관에 예치되었고, 그 자금 원천은 A가 상속받은 재산이거나 대한민국 내에서 근무하면서 얻은 소득으로 보인다.
③ A가 미합중국 영주권을 취득한 것은 2005년이고, 생활을 주로 캘리포니아에서 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이다.
④ A는 이 사건 부동산 전부를 상속재산으로 하여 원고들에게 유증을 하였다.
이후 원고 1은 이 사건 부동산 전부와 이 사건 예금 대부분을 상속재산으로 하여 상속세 신고를 한 다음 위 유증에 따라 부동산등기까지 마쳤다가 이 사건 보험금이 가산된 이 사건 처분을 통지받고서야 캘리포니아 법상 공동재산 주장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원고 1과 A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법에 따른 부부재산제(즉 A의 특유재산)를 수용하고 있었음을 드러낸다.
⑤ 이 사건에서 부부재산제의 준거법이 문제 된 국면이 A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 부과임을 고려하면, 부부재산제의 준거법을 상속의 준거법(피상속인인 A의 본국법)과 동일하게 대한민국 법으로 볼 필요성이 높다.
라. 대상판결(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1두52143 판결)의 요지
⑴ 대상판결은 구 국제사법 제38조 제1항, 제37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부부재산제의 준거법이 변경될 경우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아 개별재산 취득시점을 그 준거법 기준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⑵ 또한 대상판결은 구 국제사법 제38조 제1항, 제37조 제2호, 제3호에 규정된 ‘부부의 동일한 상거소지’, ‘부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 구체적 사안에서 적용될 경우의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다.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의 심리‧조사의무】《국제물품매매계약의 준거법, 직권조사사항》〔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준거법에 관한 법원의 심리, 조사 의무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560-1562 참조]
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서의 준거법
⑴ 원칙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은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ㆍ적용되고 있는 의미와 내용에 따라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으면 약정에 따라,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판단하여야 한다.
⑵ 예외
다만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우리 민법 제1조에 따라 외국 관습법, 조리의 순에 의하여 재판하여야 한다.
⑶ 판례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 섭외적 사건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내용대로 해석·적용되어야 하는 것인데, 소송과정에서 적용될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법원에 관한 민사상의 대원칙에 따라 외국 관습법에 의할 것이고, 외국 관습법도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조리에 의하여 재판할 수밖에 없는바, 그러한 조리의 내용은 가능하면 원래 적용되어야 할 외국법에 의한 해결과 가장 가까운 해결 방법을 취하기 위해서 그 외국법의 전체계적인 질서에 의해 보충 유추되어야 하고, 그러한 의미에서 그 외국법과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법이 조리의 내용으로 유추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준거법에 관한 사항은 직권조사사항
⑴ 준거법과 관련한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 법률관계에 적용될 국제협약 또는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 조사할 의무가 있다.
◎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6다222712 판결 :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으로서 법원은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고, 그러한 직권조사에도 불구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조리 등을 적용해야 한다.
⑵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으로서 법원은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여야 한다. 따라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이라면 준거법과 관련한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게 하는 등 그 법률관계에 적용될 국제협약 또는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 조사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
다. ‘국제조약’에 따른 준거법의 결정
⑴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조약’은 일반적으로 민법이나 상법 또는 국제사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⑵ 네덜란드와 대한민국은 모두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CISG)(‘매매협약’)에 가입하였다. 네덜란드 법인인 원고와 대한민국 법인인 피고 사이의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에 관하여는 위 협약이 우선 적용된다(매매협약 제1조 제1항).
그러나 ‘매매협약’은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소멸시효’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⑶ 한편 네덜란드와 대한민국 두 나라 모두 ‘국제물품매매계약의 시효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 에 가입하지 아니하였다.
⑷ ‘매매협약’이 적용을 배제하거나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사항은 법정지의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된 준거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법정지인 우리나라의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된 준거법이 적용된다.
라.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의 결정
⑴ 관련 규정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 국제사법 제25조(당사자 자치)
①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다만,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
● 제26조(준거법 결정시의 객관적 연결)
①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
② 당사자가 계약에 따라 다음 각 호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행을 행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계약체결 당시 그의 상거소가 있는 국가의 법(당사자가 법인 또는 단체인 경우에는 주된 사무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계약이 당사자의 직업 또는 영업활동으로 체결된 경우에는 당사자의 영업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1. 양도계약의 경우에는 양도인의 이행
● 제34조(준거법 결정시의 객관적 연결)
①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간의 법률관계는 당사자간의 계약의 준거법에 의한다. 다만, 채권의 양도가능성,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채권양도의 효력은 양도되는 채권의 준거법에 의한다.
② 제1항의 규정은 채무인수에 이를 준용한다.
⑵ 위 규정의 취지
① 국제사법은 ‘당사자의 명ㆍ묵시적 선택(국제사법 제25조)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국제사법 제26조)’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제사법은 계약에 관하여 ‘당사자의 명·묵시적 선택(국제사법 제25조) →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국제사법 제26조)’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② 다만 국제사법은 당사자의 선택에 의한 준거법 결정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묵시적 선택’에 의한 준거법의 적용을 제한하고 있다(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단서)
마.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준거법에 관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묵시적인 합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소송절차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에 관하여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
⑴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다만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 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라고 규정하고,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같은 조 제2항 제1호에 의하면 양도계약의 경우에는 법인인 양도인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⑵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 계약의 준거법을 당사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것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 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준거법에 관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묵시적인 합의를 인정할 수도 있으나 소송절차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에 관하여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위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은 ‘소송절차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에 관하여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바. 외국법의 증명과 해석
⑴ 외국법의 증명
①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의 내용이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인지 여부(적극)(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6다222712 판결) :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으로서 법원은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고, 그러한 직권조사에도 불구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조리 등을 적용해야 한다.
② 대법원 판례는 외국법의 증명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민사소송법에 어떠한 제한도 없으므로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증명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41897 판결).
③ 국제사법 제5조에 의하면, 법원은 외국법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적용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당사자에게 협력을 요구할 수 있다.
⑵ 외국법의 해석
외국법의 해석은 우리 법원으로서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당해 외국법원의 입장에서 당해 외국법관이 해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다54587 판결).
사.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외국법규 및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보충적으로 적용할 법원(法源))(대법원 2021. 7. 8. 선고 2017다218895 판결)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할 때는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ㆍ적용되고 있는 의미와 내용에 따라 해석ㆍ적용하여야 하고, 소송과정에서 적용될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법원(법원)에 관한 민사상의 대원칙에 따라 외국 관습법에 의할 것이며, 외국 관습법도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조리에 의하여 재판할 수밖에 없다.
2. 준거법에 관한 판례 검토
가. 한국의 구글이메일(지메일) 가입자들이 미국의 구글LLC 등을 상대로 국내정보통신망법 규정에 따라 개인정보 제공 내역 등을 밝히라는 소를 제기한 사건(대법원 2023. 4. 13. 선고 2017다219232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① 이 사건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의 유효 여부, ② 구 국제사법 제27조 소비자계약에 대한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의 효력, ③ 위 소비자계약에 대한 준거법 합의의 효력, ④ 구 정보통신망법상 열람․제공 요구를 거절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범위, ⑤ 비공개의무를 부여하는 외국법령이 존재하는 경우에 정당한 사유를 판단하는 기준 및 이때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취해야 하는 조치이다.
⑵ 이 사건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의 유효 여부에 대하여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재판관할의 합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건이 대한민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그 외국법상 해당 사건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져야 하는 외에 해당 사건이 그 외국법원에 대하여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되고, 그와 같은 전속적인 관할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관할합의는 유효하다(대법원 2010. 8. 26. 선고 2010다28185 판결 등 참조).
⑶ 소비자계약에 대한 이 사건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의 효력에 대하여
㈎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제사법’이라 한다) 제27조는 소비자가 직업 또는 영업활동 외의 목적으로 체결하는 계약으로서 제1항 각호에 해당하는 소비자계약이 체결된 경우, 소비자가 그의 상거소가 있는 국가(이하 ‘상거소지국’이라 한다)에서도 상대방에 대하여 위 소비자계약에 관한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구 국제사법 제27조 제4항). 그리고 소비자계약의 한 유형으로, 상대방이 계약체결에 앞서 소비자의 상거소지국에서 혹은 그 외의 지역에서 위 상거소지국으로 광고에 의한 거래의 권유 등 직업 또는 영업활동을 행하고, 소비자가 그 상거소지국에서 계약체결에 필요한 행위를 한 경우를 들고 있다(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제1호). 이는 상거소지국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상대방의 광고 등에 이끌려 그 국가에서 계약체결에 필요한 행위를 하게 된 수동적 소비자가 가지는 상거소지국의 소비자보호규정 적용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보호하면서, 외국법원 등에 소를 제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소비자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구 국제사법 제27조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한다면 이를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하므로, 상대방이 소비자의 나이, 성별, 위치, 행동 패턴 등에 관한 정보를 활용하는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소비자가 계약상 상대방에게 직접 지급하는 사용료 등 대가가 없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사유만으로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소비자계약에서 제외할 수 없다.
㈏ 한편 소비자계약의 당사자도 서면에 의하여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합의를 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합의는 분쟁이 발생한 후에 체결되거나(구 국제사법 제27조 제6항 단서 제1호),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체결된 경우는 구 국제사법 제27조에 의한 관할법원에 추가하여 다른 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허용하는 때에만 유효하다(같은 단서 제2호). 이는 분쟁이 구체적으로 발생한 후 소비자가 그 의미나 결과를 정확히 파악한 상태에서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합의를 하도록 하고 그 이전에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부가적 재판관할합의만을 허용함으로써, 구 국제사법이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보호가 당사자 간의 재판관할합의로 쉽게 박탈되지 않도록 그 합의의 효력을 제한한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 간에 국제재판관할합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합의가 분쟁이 구체적으로 발생하기 전에 이루어진 것이고 그 내용도 부가적 관할합의가 아니라 전속적 관할합의에 해당한다면, 그와 같은 합의는 소비자계약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소비자는 그와 같은 재판관할합의에도 불구하고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4항에 따라 그 상거소지국 법원에 상대방에 대한 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⑷ 소비자계약에 대한 준거법 합의의 효력 등에 대하여
㈎ 구 국제사법 제25조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 선택에 당사자 자치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원칙은 소비자계약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다만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각호에 해당하는 소비자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당사자의 준거법 선택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상거소지국 강행규정이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보호를 박탈할 수는 없다(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이는 구 국제사법이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보호가 당사자 간의 준거법 선택으로 쉽게 박탈되지 않도록 그 준거법 합의의 효력을 제한한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계약의 당사자가 소비자의 상거소지국이 아닌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선택한 경우에도 소비자의 상거소지국 강행규정은 그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 한편「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20. 2. 4. 법률 제169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30조 제2항, 제4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항으로서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구체화한 것인데, 구 정보통신망법의 목적과 취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위 조항들의 기능과 역할 및 그 위반 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에 부과되는 제재 등을 종합하면 위 규정들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⑸ 구 정보통신망법상 열람․제공 요구에 대한 거절․제한의 가부 및 그 범위 등에 대하여
㈎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이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다105482 판결 등 참조). 구 정보통신망법은 이와 같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구체화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그 이용자로부터 개인정보의 이용이나 제3자에게 이를 제공한 현황 등에 관한 열람․제공을 요구받으면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0조 제4항, 제2항 제2호). 그런데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는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나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므로,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에 따라 보장되는 이용자의 열람․제공 요구권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고, 헌법질서에 위반되지 않는 등 그 권리의 행사가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4항도 같은 취지에서 열람․제공을 요구받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조치를 하면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은 이용자가 요구한 정보의 열람․제공이 다른 법률 등에 의해 금지․제한되거나, 이를 허용하면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를 해하거나 재산과 그 밖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과 같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이용자에게 그 사유를 알리고 열람․제공을 제한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 한편 외국에 주소나 영업소를 두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대한민국 법령 외에 외국 법령도 함께 준수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그 외국 법령에서 해당 정보의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열람․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내용의 외국 법령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열람․제공의 제한이나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그와 같은 외국 법령의 내용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외국 법령에서 비공개의무를 부여한 경우에까지 해당 정보를 열람․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에게 모순된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어서 가혹한 측면이 있고, 특히 그와 같은 사항이 국가안보, 범죄수사 등을 위한 활동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그 정보의 공개로 해당 국가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어 국제예양에 비추어 보더라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한민국 법령 외에 외국 법령도 함께 준수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4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모두 이행하였는지 여부는, 해당 외국 법령에 따른 비공개의무가 대한민국의 헌법, 법률 등의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에 비해 그 외국 법령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이용자가 열람․제공을 요구하는 정보에 관하여 해당 법령에서 요구하는 비공개요건이 충족되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실질적으로 비공개의무를 부담하고 있는지 등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에 따른 이용자의 열람․제공 요구권의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용자로 하여금 해당 정보의 제공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그 정보가 제공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었는지 등을 사후적으로라도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신의 정보에 대한 불법․부당한 이용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앞서 든 사정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은 그 항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제한․거절사유를 통지해야 하고, 특히 국가안보, 범죄수사 등의 사유로 외국의 수사기관 등에 정보를 제공하였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가 이미 종료되는 등으로 위 정보수집의 목적에 더 이상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이용자에게 해당 정보의 제공 사실을 열람․제공하여야 한다.
⑹ 구글 서비스 이용자인 원고들이 피고 구글 인코퍼레이티드(이하 ‘피고 구글’), 구글코리아 유한회사(이하 ‘피고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개인정보·서비스 이용내역 제3자 제공 현황의 공개 및 공개 거부에 대하여 위자료 명목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⑺ 대법원은 ① 원고1,2가 피고 구글과 체결한 구글서비스 이용계약은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소비자계약이므로, 위 원고들이 대한민국에 피고 구글에 대한 소를 제기한 것은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에도 불구하고 적법하고(구 국제사법 제27조 제4항), ② 위 원고들은 준거법합의에도 불구하고 강행규정인 우리나라의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0조 제2항, 4항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③ 구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이용자의 열람·제공 요구권(제30조 제2항)은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내재적 한계가 있으므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열람·제공을 제한하거나 거절할 수 있고, 특히 외국법령이 비공개의무를 부여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외국법령의 내용도 정당한 사유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④ 그와 같은 외국 법령의 존재만으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는 없고, 해당 외국법령에 따른 비공개의무가 대한민국의 헌법, 법률 등의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이 비해 그 외국 법령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해당 법령에서 요구하는 비공개요건이 충족되어 실질적으로 비공개의무를 부담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았고, ➄ 나아가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은 그 항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제한·거절하여야 하고, 특히 국가안보, 범죄수사 등의 사유로 외국의 수사기관 등에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가 이미 종료되는 등으로 위 정보수집의 목적에 더 이상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이용자에게 해당 정보의 제공 사실을 열람·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이와 달리 ‘미국 법령에서 비공개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피고 구글이 그 정보의 제공현황을 원고1,2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환송(원고1,2의 피고 구글에 대한 패소 부분)하였다.
나.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외국법규 및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보충적으로 적용할 법원(法源))(대법원 2021. 7. 8. 선고 2017다218895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외국법규 및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보충적으로 적용할 법원(法源)이다.
⑵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할 때는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ㆍ적용되고 있는 의미와 내용에 따라 해석ㆍ적용하여야 하고, 소송과정에서 적용될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법원(법원)에 관한 민사상의 대원칙에 따라 외국 관습법에 의할 것이며, 외국 관습법도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조리에 의하여 재판할 수밖에 없다.
다.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하여 체결된 정기용선계약에서 정기용선자에 대해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 정기용선계약서의 일부로서 계약 종료시 잔존연료유의 처리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부속서 제33조가 도산절차 해지권의 행사에 따라 정기용선계약이 중도해지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9다218462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하여 체결된 정기용선계약에서 정기용선자에 대해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 정기용선계약서의 일부로서 계약 종료시 잔존연료유의 처리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부속서 제33조가 도산절차 해지권의 행사에 따라 정기용선계약이 중도해지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소극)이다.
⑵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은 라이베리아 법인인 원고들이 대한민국 법인과 체결한 외국적 요소가 있는 계약이므로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본문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은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였으므로,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에 따른 용선료 지급 등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도 영국법이 준거법이 된다.
⑶ 선박의 점유, 선장 및 선원에 대한 임면권, 그리고 선박에 대한 전반적 지배관리권이 모두 선박소유자에게 있는 정기용선계약에서 “반선(redelivery)""이라는 용어는 원칙적으로 정기용선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정기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게 배를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정기용선계약에서,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반선 시점에 선박에 남아 있는 연료유(bunker)를 인수하고 정기용선자에게 그 대금을 정산하여 지급하도록 정하는 한편, 정기용선자에게는 사전에 선박소유자에게 반선 시점과 반선 지점을 수차례에 걸쳐 통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또 반선 시점에 남아있는 연료유의 품질과 예상 최소수량을 정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를 정하고 있다면, 특별히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이때의 반선은 정기용선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여기에는 정기용선계약의 중도해지 등으로 인하여 선박을 돌려주는 경우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⑷ 정기용선계약 종료시 잔존 연료유의 처리를 정한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 부속서 제33조는 이 사건과 같이 정기용선자 甲에 대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의한 회생절차가 개시됨에 따라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임을 이유로 회생회사 甲의 관리인이 정기용선계약을 중도에 해지한 이 사건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고, 따라서 회생회사 甲이 파산선고를 받음에 따라 선임된 파산관재인인 피고는 선주인 원고들에 대하여, 정기용선계약의 부속서 제33조에 기한 잔존연료유대금채권의 존재를 주장할 수 없고, 甲이 유류공급업자들로부터 소유권유보부로 유류를 공급받고도 그 대금을 다 지급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소유권에 기하여 잔존연료유대금채권의 존재를 주장할 수도 없다고 보아, 피고의 상계 항변을 배척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 사례이다.
라.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의 내용이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인지 여부(적극)(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6다222712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① 피고가 이 사건 각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공장을 건설하였는지 여부(적극), ②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의 준거법 위반 여부(적극)이다.
⑵ ○○회사의 최종도면과 Schedule A는 다수의 차이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Schedule A에 나타나 있는 설계의 기본 틀은 대림산업 최종도면에도 유지되어 있고, 이 사건 각 기술정보의 구체적인 세부 수치가 일치하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각 기술정보의 일부를 이 사건 공장의 건설에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⑶ 원고 甲은 미합중국 법인, 원고 乙은 일본국 법인, 피고는 대한민국 법인으로 그 설립의 준거법이 다르고 원고들은 모두 외국에 본점이 있으며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에 기초하여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과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으로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제10조 (e)항 3문에서는 ‘이 계약은 미국 일리노이주 법에 따라 해석되고 당사자들 간의 법률관계는 이 법에 따라 결정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의 성립과 효력에 관한 준거법은 미국 일리노이주 법이다.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의 준거법을 간과하고, 이에 대한 아무런 검토 없이 우리나라 법을 적용하여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위반으로 인한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과 손해배상의무 등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준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⑷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의 이 사건 각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공장을 건설하였으므로, 계약상 의무 위반,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라)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선택적 주장)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 및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였다.
⑸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의 이 사건 각 기술정보 사용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나, 이 사건 계약의 준거법이 미국 일리노이주 법임을 간과하고 우리나라 법을 적용하여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 및 손해배상 여부 등을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마. 외국법인이 당사자인 3자간 주식상환약정을 원인으로 한 소송에서 적용될 준거법을 판단하는 기준 및 방법(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다201662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외국법인이 당사자인 3자간 주식상환약정을 원인으로 한 소송에서 적용될 준거법을 판단하는 기준 및 방법이다.
⑵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4조는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법률관계는 이들 간의 계약의 준거법에 의하도록 정하고(제1항 본문),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채권양도의 효력은 양도되는 채권의 준거법에 의하도록 정하면서(제1항 단서), 채무인수에 대해서도 이를 준용하고 있다(제2항). 이때 채무인수에는 면책적 채무인수뿐만 아니라 병존적 채무인수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병존적 채무인수의 경우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의 법률관계는 이들 사이의 계약의 준거법에 의하고, 채권자에 대한 채무인수의 효력은 인수되는 채무의 준거법, 즉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의하게 되며, 이는 채권자, 채무자, 인수인이 함께 채무인수에 관한 합의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채권자, 채무자, 인수인 사이의 합의를 통해 병존적 채무인수가 이루어진 경우, 인수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준거법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과 동일하다.
구 국제사법 제25조는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따라 계약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계약에 적용할 준거법을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다(제1항 본문). 따라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은 채무자가 채권자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이 된다. 다만 묵시적 선택은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되는데(같은 조 제1항 단서), 이는 계약의 준거법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선택을 인정할 때에는 계약내용을 기초로 하여 계약당사자의 국적이나 설립준거법, 주소나 본점소재지 등 생활본거지나 주된 영업활동지, 계약의 성립 배경과 그 경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⑶ 원고(채권자)가 인수인(스위스법인)을 합병한 피고(스위스법인)를 상대로 위 약정에 따른 주식의 반환을 구하는 사건에서, 병존적채무인수의 경우 인수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준거법은 채권자(원고)와 채무자(국내법인)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과 동일한데, 채권자와 채무자 간에 체결된 기존 주식대여계약의 내용(원화를 기준으로 이자를 산정하고, 국문계약서만 존재하는 점), 채권자(원고)의 국적은 대한민국이고 그 주소도 대한민국에 있는 점, 채무자(국내법인)의 설립준거법은 대한민국법이고 그 본점소재지 또한 대한민국에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주식대여계약에 적용할 준거법을 대한민국법으로 정했다고 보는 것이 채권자(원고)와 채무자(국내법인) 사이의 묵시적 의사에 부합한다고 보아, 결국 원고(채권자)가 인수인(스위스법인)을 합병한 피고(스위스법인)을 상대로 위 주식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법은 대한민국법이라고 판단하여, 결과적으로 대한민국법을 적용하여 판단한 원심에 판단누락이나 심리미진의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기각한 사안이다.
3. 채권양도계약 관련 준거법 결정
가. 채권양도계약 관련 준거법 결정에 관한 국제사법 규정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간의 법률관계는 당사자 간의 계약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하면서도(국제사법 제34조 제1항 본문) 채권양도의 효력은 양도되는 채권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되어 있다(국제사법 제34조 제1항 단서).
나. 국제사법 제34조 제1항 본문과 단서의 의미
⑴ 채권양도의 경우에는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계약이 선행이 된다.
이론상 채권양도는 준물권행위로서 채권양도의 합의가 선행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채권계약이다.
⑵ 국제사법 제34조 제1항 본문에서 말하는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법률관계’란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채권양도의 합의를 말하는 것이다.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채권을 양도하기로 하는 합의가 계약이므로, 그 계약의 준거법은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서 양도인과 양수인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하거나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에 따라서 그 채권양도합의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된다.
⑶ 채권이 양도되면 채권의 양수인과 채무자 사이에 법률관계가 생기게 되는데, 양수인과 채무자 사이에 채권채무에 관한 소송을 하게 되면 그때의 준거법은 ‘채권의 준거법’이다.
채권의 양수인과 채무자 사이에는 아무런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채권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이 양수인과 채무자 사이의 소송에 적용되는 준거법이 된다.
⑷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의 준거법은 채권이 발생할 당시에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이나 그 계약과 관련하여 가장 밀접한 국가의 법이 되는데, 그와 같이 정해진 준거법이 채권의 양수인과 채무자 사이의 준거법으로 그대로 유지가 된다는 것, 즉 채권 발생 당시의 준거법이 채권이 양도된 이후에도 그대로 준거법이 된다는 것이 대상판결(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다201662 판결)의 결론이다.
⑸ 이와 같은 결론은 국제사법 제34조 제2항에 따라 채무인수에도 그대로 준용이 된다.
⑹ 따라서 결국 채무인수가 된 후 채권자와 채무 인수인 사이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채권이 발생할 당시의 준거법이다.
다.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다201662 판결 사안의 검토
⑴ 원고는 아이큐파워가 케이지파워의 이 사건 주식반환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였고, 피고는 흡수합병을 통해 아이큐파워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를 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주식반환채무를 진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⑵ 당초 원고의 케이지파워에 대한 주식반환채권의 준거법은 원고와 케이지파워 사이에 채권을 발생시킨 계약의 법률관계에 따른 준거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⑶ 원고와 케이지파워 사이에 준거법에 관해서 특별히 명시적인 합의를 한 것은 없으나, 이 사건 주식대여계약서는 한국어로 작성되어 있는 점, 원고는 대한민국 사람인 점, 케이지파워의 본점 소재지도 대한민국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케이지파워 사이에서 이 사건 주식대여계약의 준거법을 대한민국 법으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
⑷ 따라서 주식반환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아이큐파워를 흡수합병함으로써 그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한 피고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주식반환채무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대한민국 법이다.
라.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 인정 여부
⑴ 당사자 사이에 준거법에 관해 아무런 다툼이 없이 소송절차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묵시적 합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 :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 계약의 준거법을 당사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것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 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준거법에 관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묵시적인 합의를 인정할 수도 있으나 소송절차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에 관하여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⑵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 말하는 묵시적 합의 여부는 재판을 하기 전에 존재하던 사정을 근거로 판단을 하는 것이지,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의 소송대리인인 변호사가 준거법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주장을 하지 않거나 다투지 않았다고 하여 이러한 재판 과정에서의 사정을 근거로 당사자 사이에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