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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병원침대낙상사고와 의료기관의 손해배상책임>】《환자가 침상에서 떨어지는 낙상사고를 입은 것에 관해 피고병원 측 의료상 과실이 인정 여부(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44511 판..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4. 1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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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병원침대낙상사고와 의료기관의 손해배상책임>】《환자가 침상에서 떨어지는 낙상사고를 입은 것에 관해 피고병원 측 의료상 과실이 인정 여부(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24451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피고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환자가 침상에서 떨어지는 낙상사고를 입은 것에 관해 피고병원 측 의료상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인 사건]

 

판시사항

 

[1] 의사가 진찰ㆍ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 및 주의의무의 판단 기준이 되는 의료수준의 의미와 평가 방법 / 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의료상의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요법으로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지 및 합리적인 조치들 중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인지가 의사의 재량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적극)

 

[2]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그와 같은 손해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위와 같은 경우에도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의사가 진찰ㆍ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ㆍ신체ㆍ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다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때 의료행위의 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따라서 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그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환자를 진찰ㆍ치료하는 등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이상 그 요법으로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가는 의사 스스로 환자의 상황 기타 이에 터 잡은 자기의 전문적 지식ㆍ경험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조치가 의사로서 취할 조치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해당 의사의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하며 반드시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모두 과실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손해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아니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24 참조]

 

. 사실관계

 

은 급성담낭염으로 피고(의료법인 삼성의료재단)가 운영하는 강북삼성병원에 입원하여 경피적 담도배액술 등을 받았는데, 혈압저하, 고열, 패혈증이 생기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을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평가하여 낙상사고 위험요인 표식 부착, 침대 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바퀴를 고정, 사이드레일 올림, 침상난간 안전벨트 사용 등 낙상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였고, 에게도 여러 차례에 걸쳐 낙상 방지 주의사항 교육을 하였다.

 

04:00경 중환자실에서 침대에서 떨어져 뇌손상을 입는 사고를 당하였다.

 

병원에서 작성한 간호기록에 의하면, 간호사는 03:25뒤척임 없이 안정적인 자세로 수면 중인 상태를 확인하였고, 03:45‘PTGBD 배액 중이었는데, 04:00쿵 하는 소리 나 돌아보니 침상난간 안전벨트와 침대 난간을 넘어와 엉덩이 바닥에 닿아있는 모습 발견함과 동시에 뒤로 넘어지며 머리 찧는 상황을 발견하였다.

이 머문 중환자실은 간호사 1명이 환자 3명을 담당하고 있었다.

 

원고(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이 사건 낙상사고로 인한 치료비 중 공단분담금으로 약 1.66억 원을 지급하였다.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구상금청구를 한 사안이다.

 

원심은 피고에게 이 사건 낙상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낙상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의사가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의 정도 및 그 기준이 되는 의료수준의 의미와 그 평가방법,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위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위와 같은 경우에도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 여부(소극)이다.

 

3.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 [= 병원에서 생긴 낙상사고에의 과실 판단]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15 참조]

 

 원고가 이 이 사건 낙상사고를 당하게 된 경위를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이 병원에서 낙상사고를 당한 이상, 어느 정도 책임제한을 하더라도 피고측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타당한 것은 아닐지 의문도 생긴다.

 

 피고병원 측에서 환자의 낙상방지를 위해 나름의 조치를 취하였을 뿐 아니라 낙상사고가 발생하게 된 원인 및 그 경과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낙상사고 당시 환자의 침대 근처에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아니하였던 사정 등을 들어 피고병원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이다.

 

4. 의료과오책임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134-1139 참조]

 

. 개관

 

 의료상의 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한 경우, 환자와 의사 또는 의료기관(이하 의료계약의 주체를 가리킬 때에는 의료인이라 한다) 사이에는 의료계약이 존재하므로 의료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는 외에 진료를 담당한 의사 개인의 불법행위책임, 나아가 그 사용자인 의료인의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부분 채무불이행책임이 아닌 불법행위책임에 의하여 해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불법행위로 청구원인을 구성하는 경우에 위자료가 용이하게 인정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채무불이행책임을 묻는 경우라고 하여 위자료가 반드시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8. 11. 15. 선고 2016244491 판결은 의료계약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 일반적으로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생명·신체가 침해된 경우 환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는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의료계약의 당사자인 병원 등은 환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민법 제393, 763, 751조 제1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특히 의료계약의 당사자 아닌 환자의 근친자가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불법행위 책임으로 구성하는 수밖에 없다.

 

 둘째 채무불이행을 청구원인으로 구성하더라도 증명책임에 있어 환자에게 유리하지않기 때문이다. 불법행위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과실을 증명해야 하는 반면, 채무불이행의 경우에는 채무자가 자신에게 과실 없음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일응 채무불이행책임을 청구원인으로 구성하는 것이 환자에게 유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환자는 우선 의료인의 진료채무 이행이 완전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주장·증명하여야 하는데, 의료인의 진료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단채무에 해당하므로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것만 가지고 곧바로 진료채무의 불이행을 추정할 수 없고, 따라서 환자가 의료인의 진료채무 불이행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불법행위의 경우에 의사 개인의 과실을 증명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불법행위책임

 

 진료(진단, 치료)상 과실이 있는 경우 과실의 판단기준

 

 의사가 진단이나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예견의무/회피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되(대법원 2000. 7. 7. 선고 9966328 판결 등),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13045 판결 등).

 

 한편, 의사는 진료를 할 때 환자의 상황과 위와 같은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5867 판결 등 참조).

 

 여러 명의 의사가 분업이나 협업을 통하여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경우 먼저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는 이후 환자를 담당할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담당 의사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환자의 건강유지와 치료를 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담당 의사가 바뀌는 경우 나중에 담당할 의사에게 이러한 사정을 알려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8263434 판결 : 환자가 흉부 엑스레이 검사 도중 식은땀을 흘리며 갑자기 뒤로 넘어져 다쳤는데 의료진이 19시간 뒤에야 뇌 CT 검사를 통해 외상성 뇌출혈 등을 진단한 후 수술을 하였으나 결국 환자가 사망한 사안에서, 의료진이 위 사고 발생 이후 환자에게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

 

 과실과 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완화

 

의사의 의료행위가 그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어 불법행위가 된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일반의 불법행위와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상의 과실과 손해의 발생 및 그 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환자 측에서 부담한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 본인이 그 일부를 알 수 있는 외에 의사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치료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보통인은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렵다. 그래서 판례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과실과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완화하고 있다.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52402 판결의 법리

 

 위 판결은 환자가 치료 도중에 사망한 경우에 있어서는 피해자 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증명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는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라는 개념을 창안하여 과실에 관한 환자 측의 증명부담을 완화하고[가령 대법원 2000. 2. 11. 선고 989816 판결은, 생후 48일 가량 된 아기가 패혈증 의증으로 입원하여 규칙적으로 정맥주사를 맞다가 뇌성마비 상태에 빠진 사안에서, “원고가 위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 이우섭이 수유 후 10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간호사도 찜찜해 하는 터에 출생한지 48일밖에 되지 않은 원고에게 정맥주사로 항생제를 투여한 것은, 그것이 과학적·전문적으로 의료상의 과실이라고 증명된 경우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있는 행위에는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수유 전·후에는 아기를 심하게 울리는 등 정서적 불쾌 자극 요인을 배제할 필요가 있는 사실, 소아의 호흡정지발작의 빈도가 2.8% 내지 5%나 되는 사실, 위 이우섭이 원고의 정맥을 찾아 주사바늘을 찔렀으나 여러 차례 실패하고 신생아인 원고는 계속 울고 있어서 불안·고통·흥분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부작용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이우섭은 굳이 항생제의 정맥주사를 강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이우섭이 약 15분 걸려 원고의 발등의 정맥혈관에 주사바늘을 꽂은 것 자체만으로는 법률적인 과실이라고 보기 어려워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위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유 후 10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항생제를 정맥주사하였다는 상황까지 감안하여 보면, 원고는 계속 울고 있는데도 위 이우섭이 상당한 시간 정맥주사를 강행한 것 역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환자 측에서 이러한 의미의 과실과 타원인 개입불가능성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다.

 

 최근의 판례는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과실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라고 선언하고 있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203763 판결).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피해자가 증명하여야 하므로 의료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점이 부정된다면 그 청구는 배척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910479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101916 판결,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203763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00. 7. 7. 선고 9966328 판결의 법리

 

 위 판결은 환자가 수술 도중에 사망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증상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행위를 제외한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여러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행위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판시하였다. 심장수술 도중 발생한 대동맥박리현상으로 인하여 환자가 사망한 경우, 그 대동맥박리는 심장수술을 위한 캐뉼라 삽관 직후에 나타나 그 수술 이외에는 다른 원인이 개재하였을 가능성이 없고(시간적 근접성), 그 발생 부위도 캐뉼라 삽관과 연관하여 볼 수 있는 부위로 보이고(부위의 연관성), 환자에게 심장수술 전후를 통하여 대동맥박리를 초래할 만한 특별한 질환이나 증상이 관찰되지 아니하였으며(타원인 개입불가능성), 또 대동맥에 캐뉼라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시술로도 대동맥박리가 나타날 수 있는데다가, 심장수술 과정에서의 잘못 이외의 합병증으로 대동맥박리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도 극히 미미하게나마 있지만 그 경우도 주로 혈관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것이라는 사정 등에 비추어, 그 대동맥박리는 결국 대동맥박리가 일어날 수 있는 원인 중에서 부적절한 캐뉼라 삽관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 사례이다.

 

 위 판결은 이는 간접사실에 의해 과실과 인과관계를 동시에 추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대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45185 판결,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327442 판결,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203763 판결 등 참조).

 

 또한, 의료행위로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는 때에도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거나 그 합병증으로 2차적으로 발생될 수 있다면,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시술 과정, 합병증의 발생 부위·정도, 당시의 의료수준과 담당 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그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한, 후유장해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76290 판결 등 참조).

 

 과실은 있으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책임 없다.

 

 오진과실과 나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라도 환자 측에서는 치료기회 또는 연명이익 상실을 이유로 의사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가령 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50623 판결은, 간암 4기에 있던 환자에 대하여 과실로 간암 진단을 하지 못한 사안에서, 간암을 의심할 수 있는 증세가 나타난 때에 간암 여부를 진단하여 치료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생존기간을 다소 연장할 수 있을지언정 사망의 결과를 피하기는 어려우므로 의료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또한 환자의 생존기간이 다소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 어느 정도의 노동능력이 남아 있을지 여부도 불분명하여 그 손해액 산정도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환자 측의 일실수입 및 장례비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기각하고, 앞서 본 의사의 과실로 간암을 좀 더 빨리 발견하여 그 진행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망인 및 가족들의 위자료 청구만을 인용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의 경우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에게 발생한 악결과(惡結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에 관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 다만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일반인의 처지에서 보아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른 경우라면 그 자체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그로 말미암아 환자나 그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배상을 명할 수 있다.

 

 이때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정도로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하였다는 점은 불법행위의 성립을 주장하는 피해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61402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77294 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10562 판결 등 참조).

 

. 설명의무위반의 경우

 

 의의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이나 그 후에 나쁜 결과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단의 사정[설명에 의한 역작용이 주는 불이익(예컨대 암 등 불치병에 대한 사실 그대로의 설명이 오히려 공포 등 치료에 역효과를 가져오는 심리적 위축을 야기)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불이익보다 큰 경우] 등이 없는 한, 의료계약상의 의무로서 또는 수술 등 신체침습행위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549608 판결). 이를 의사의 설명의무라 한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25971 판결 :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수술 시에만 한하지 않고 검사·진단·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한다고 하겠으나, 이러한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채 수술 등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의 설명의무는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쌍태아 중 일측 태아가 사망한 상태로 병원에 찾아온 산모에게 생존 태아의 관찰을 위해 입원을 권유한 뒤 제왕절개술을 시행하였으나 신생아에게 뇌성마비가 발생한 사안(생존 태아 역시 이미 비가역적인 뇌손상이 발생한 상태였을 가능성이 큼)에서, “원고 2가 입원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검사·진단·치료 등을 받는 과정에서 원고 1에게 뇌성마비라는 중한 결과를 가져올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원고 2에 대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제왕절개술, 그밖의 치료행위 등에 의하여 원고 1에 대한 뇌성마비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는 이상, 피고들이 원고 2에게 쌍태아 중 일측 태아가 사망한 경우 태아곤란증 또는 생존 태아에 대한 뇌성마비의 발생가능성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위자료 지급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시하였다.

 

 의료법에 설명의무조항 신설

 

의료법이 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어 다음과 같이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었다.

 24조의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이하 이 조에서 수술등이라 한다)를 하는 경우 제2항에 따른 사항을 환자(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수술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항에 따라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2. 수술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3.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4. 수술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5. 수술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

 환자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에게 제1항에 따른 동의서 사본의 발급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1항에 따라 동의를 받은 사항 중 수술등의 방법 및 내용, 수술등에 참여한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 사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

면으로 알려야 한다.

 1항 및 제4항에 따른 설명, 동의 및 고지의 방법ㆍ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

령령으로 정한다.

 

 위 규정의 취지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로서, 그 의무의 중대성에 비추어 의사로서는 적어도 환자에게 설명한 내용을 문서화하여 이를 보존할 직무수행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일 뿐 아니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9, 같은 법 시행규칙 제3조 및 서식1에 의하면, 통상적인 의료행위에 비해 오히려 긴급을 요하는 응급의료의 경우에도 의료행위의 필요성, 의료행위의 내용, 의료행위의 위험성 등을 설명하고 이를 문서화한 서면에 동의를 받을 법적 의무가 의료종사자에게 부과되어 있는 점, 의사가 그러한 문서에 의해 설명의무의 이행을 증명하기는 매우 용이한 반면 환자 측에서 설명의무가 이행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는 성질상 극히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5867 판결).

 

 지도설명의무와의 구별

 

 의료인이 의료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중에는 그 진료목적 달성을 위하여 환자나 그 보호자에게 요양의 방법 기타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상세히 설명하여 후유증 등에 대비하도록 할 의무가 있는바, 이를 지도설명의무라 한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는 설명의무의 범위에 속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설명의무와는 구별하여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설명의무는 신체에 침습을 가하는 진료행위에 관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 반면, 지도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과는 무관하게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도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와 달리 자기결정권의 침해는 문제되지 않고 진료상의 과실이 문제 된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64067 판결 : 시각이상 등 그 복용 과정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약품을 투여함에 있어서 그러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및 그 경우 증상의 악화를 막거나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데에 필요한 조치사항에 관하여 환자에게 고지하는 것은 약품의 투여에 따른 치료상의 위험을 예방하고 치료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안전을 위한 주의로서의 행동지침의 준수를 고지하는 진료상의 설명의무로서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때 요구되는 설명의 내용 및 정도는, 비록 그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일단 발생하면 그로 인한 중대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환자 스스로 판단, 대처할 수 있도록 환자의 교육정도, 연령,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이를 설명, 지도할 의무가 있다. 결핵약인 '에탐부톨'이 시력약화 등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이상 이를 투약함에 있어서 그 투약업무를 담당한 보건진료원 등은 위와 같은 부작용의 발생가능성 및 구체적 증상과 대처방안을 환자에게 설명하여 줄 의료상의 주의의무가 있고, 그 설명은 추상적인 주의사항의 고지나 약품설명서에 부작용에 관한 일반적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환자가 부작용의 증세를 자각하는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보건소에 나와 상

담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 사례이다).

 

 최근의 대법원 판례도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환자에 대한 수술 등 침습행위가 종료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진료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환자가 의사의 업무범위 이외의 영역에서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예견되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환자에 대한 요양의 방법 기타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설명하는 데까지도 미친다 할 것이므로(의료법 제24조 참조), 의사는 수술 등의 당해 의료행위의 결과로 후유 질환이 발생하거나 아니면 그 후의 요양과정에서 후유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비록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를 억제하기 위한 요양의 방법이나 일단 발생한 후유 질환으로 인해 중대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환자 스스로 판단·대처할 수 있도록, 그와 같은 요양방법, 후유 질환의 증상과 그 악화 방지나 치료를 위한 대처방법 등을 환자의 연령, 교육 정도,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설명·지도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도설명의무는 그 목적 및 내용상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이므로, 지도설명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 그로 인한 생명·신체상의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면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이른바 지도설명의 무 개념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770445 판결 :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피고 1은 망인이 퇴원할 무렵 망인에게 수술 후 몇 개월 동안 상처가 아플 수 있는데, 그 통증은 3개월 정도 지속될 수 있다. 처음에 많이 아프다가 좀 좋아지다가 또 아플 수도 있다는 설명만 하였을 뿐, 수술 부위의 통증과 심장의 통증을 구분하여 주의사항을 말하여 주지 않았고, 피고 2 역시 위와 같은 사항을 말하여 주지 않은 사실,  피고들이 망인에게 교부한 안내서에는 항응고제의 부작용, 위험성, 항응고제의 약효에 영향을 미치는 음식, 복용시 유의사항, 즉시 의사를 찾아야 하는 경우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망인에게 구두로 그 내용을 설명해 준 적은 없는 사실,  망인은 2004. 6. 12. 19:00경 호흡곤란 등의 통증을 느꼈음에도 피고 1이 수술 후 가슴통증이 올 수 있다고 했다면서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하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즉시 피고 병원을 찾아가지 않았던 사실,  망인은 같은 날 21:30경 호흡 곤란이 심해지고 전기가 튀듯 두근거린다고 하며 비로소 원고 1에게 119 구급대를 불러 달라고 하였는데 위 구급대를 기다리던 중 의식을 잃었고, 그 후 119 구급대의 도움으로 다른 병원 응급실로 갔으나 이미 소생이 불가능하게 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앞서 본 법리를 이러한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은 망인에게 항응고제의 효과, INR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 항응고제 부작용 및 그 위험성 등을 명확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망인으로 하여금 가슴 통증 등 안내서에 기재된 일정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그 위험성 및 심각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즉시 응급실에 내원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이를 지도·설명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지도·설명의무는 단순하게 안내서의 교부만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데, 피고들은 위와 같은 설명·지도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망인이 가슴 통증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통증을 느끼고도 약 2시간 30분이나 지체한 관계로 적절한 응급처치 등을 받지 못하여 사망에 이르렀는바, 결국 피고들의 지도·설명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환자의 진료거부에 대한 설명의무

 

 환자는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의료행위를 선택할 권리를 보유한다. 따라서 환자는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의료진이 권유하는 진료를 동의 또는 거절할 권리가 있지만 의학지식이 미비한 상태에서는 실질적인 자기결정을 하기 어려우므로,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 진료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성과 함께 진료를 받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위험성 등 합리적인 사람이 진료의 동의 또는 거절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70906 판결).

 

 따라서 진료를 거부하는 환자에게 이러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그저 환자의 의사에 따라 진료를 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이 경우 단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함으로 인한 위자료만을 청구할 수 있는지 아니면 나쁜 결과 발생으로 인한 모든 손해가 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문제되는데,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더라면 환자가 진료에 동의하였을 것으로 예상되고, 나아가 그 진료가 이루어졌더라면 나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설명의무 위반과 나쁜 결과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나쁜 결과 발생으로 인한 모든 손해가 배상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러한 의료진의 설명은 의학지식의 미비 등을 보완하여 실질적인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환자가 이미 알고 있거나 상식적인 내용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고, 환자가 위험성을 알면서도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진료를 거부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설명을 하지 아니한 데 대하여 의료진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 경우 환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지 여부는, 해당 의학지식의 전문성, 환자의 기존 경험, 환자의 교육수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70906 판결 : ( 10년간 간호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음)이 임신 29주 무렵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으면서 흉부 방사선촬영과 분만실 입원을 거부하였는데, 호흡부전으로 인한 심정지 발생 후 응급제왕절개술을 받은 결과 신생아 가사 상태의 여아와 사망한 상태의 남아를 출산하였고, 이후 여아도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상   병원 의료진이 권유한 흉부 방사선촬영 등을 거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알았거나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설명을 들었음에도 흉부 방사선촬영이 태아에 미칠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진료를 거부하였다고 보이는데, 환자가 의료진이 권유하는 진료의 필요성과 진료 또는 진료거절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진료를 거절한 경우 의료진으로서는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할 수밖에 없고, 환자가 임신부여서 진료거절로 태아에게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며,  병원 의료진이 에 대한 흉부 방사선촬영 등 기초적인 검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폐부종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였거나 이뇨제를 투여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병원 의료진에게 설명의무 위반,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이다].

 

 설명의무의 인정근거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인이 의료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일 뿐만 아니라 신체에 대하여 침습을 가하는 진료행위가 환자의 승낙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한 전제가 된다.

 

 설명의 상대방

 

의사의 설명은 진료행위가 환자의 승낙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한 전제가 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환자 자신에게 이루어져야 한다. 환자 자신에게 의사능력이 있는 이상 가족이나 친족들에게 설명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설명의 대상

 

 환자가 진료행위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진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야 한다.

 

 예상되는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과 부작용 등의 발생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설명이 면제될 수 없으며, 위험과 부작용 등이 당해 진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 : 마취제인 할로테인은 1956년경부터 임상에서 환자에게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 1963년경부터 10,000명당 1명 정도의 비율로 수술 후 황달, 전격성 간염, 간괴사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발생 빈도가 크지는 아니하지만, 일단 전격성 간염이나 간괴사를 일으키는 경우에는 그 정도에 따라 사망률이 50-100%에 이른다는 것이고, 소외 망 유은영은 실제로 위 마취제를 사용한 결과 전격성 간염 등으로 사망하여 그 위험의 정도가 생명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중대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 피고들로서는 위 마취제의 사용에 따른 부작용 발생의 위험을 위 유은영과 그 부모인 원고 유영태, 최구만 등에게 설명하여 줄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의약품에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을 뿐 그 위험성의 구체적인 발현기전이 밝혀지지 아니한 단계에서도 의사로서는 환자에게 해당 의약품에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할 필요가 있고, 이는 한의사가 한약을 투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102209 판결. 이 판결은 피고 측 한의사의 한약 투여로 인해 원고가 간손상을 입은 사안(한약 투여 과정에서 과실은 없음)에서, “한약의 위험성이 한약의 단독작용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뿐만 아니라 한약과 양약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한의사가 환자에게 양약과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한약의 위험성에 대하여 설명하는 행위는 한의사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할 수 없고, 한의사는 한약을 투여하기 전에 환자에게 해당 한약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위험성을 설명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하지만 의사에게 당해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29666 판결 등).

 

 설명의 시기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되어야 한다.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환자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환자에게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의사를 결정함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곧바로 의료행위로 나아간다면 이는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으로서 의사의 설명의무가 이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때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는 의료행위의 내용과 방법, 그 의료행위의 위험성과 긴급성의 정도, 의료행위 전 환자의 상태 등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265010 판결 : 수술 당일 40분 전에 환자에게 수술에 따른 위험성을 설명하고 곧바로 수술에 나아간 사안).

 

 위반의 효과

 

 진료행위가 신체에 침습을 가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된다.

 

 다만, 환자가 설명을 들었더라도 명백히 동의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면 면책된다(

정적 승낙에 의한 면책)(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27449 판결).

 

 환자 측의 손해배상청구권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히는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위반 내지 승낙취득 과정에서의 잘못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그 경우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점에 비추어 환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의료적 침습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 :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망 유**은 대학입학시험을 준비 중인 고교 3년생으로서 판시 미골통 이외에는 다른 병이 없이 건강하여 이 사건 수술을 받으러 가면서도 스스로 걸어서 갈 정도의 상태이었고, 위 미골통은 그 자체로는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대한 질환이 아니며, 위 유**의 이모인 망 최**이 피고들로부터 할로테인 마취제를 사용하여 판시와 같은 수술을 받은 후 고열 등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직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은 위 유**이나 그 부모인 원고들에게 위 미골절제술이 불가피한 수술이었는지 여부를 설명하여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할로테인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하여 주지 아니하였는바, 이러한 경우 위 유**이나 위 원고들로서는 피고들로부터 위와 같은 설명을 들었더라면 위 수술을 받지 않았거나 위 마취방법에 동의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므로, 피고들이 위와 같은 설명을 다하지 아니한 과실과 위 유**의 사망과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하지만, 환자 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설명 결여 내지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사실만을 증명함으로써 족하고, 설명을 받았더라면 사망 등의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60162 판결 등).

 

 그 위자료에는,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과 관련된 자기결정권 상실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 또는 중대한 결과의 발생 자체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 등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의료행위로 인하여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하였는데 의사의 진료상 과실은 인정되지 않고 설명의무 위반만 인정되는 경우,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위자료의 명목 아래 사실상 재산적 손해의 전보를 꾀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29666 판결 : 조루를 치료하기 위하여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을 시행한 결과 당초 예견할 수 없었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발생한 사안에서, “원심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발생과 관련된 피고의 진료상 과실 및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위험성에 관한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고,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제외한 부작용 및 수술방법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만을 인정한 다음, 위자료 액수의 결정에 있어서는 제1심과 달리 이 사건 수술의 부작용 및 후유증으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발생하였고, 자살충동,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로까지 피해가 확대된 점까지 추가로 참작하여 위자료 액수를 제1심이 인정한 금액의 3.5배에 이르는 7,000만 원으로 결정하였다. 피고가 배상해야 할 위자료는 원심이 인정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이 사건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을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에 한정되어야 하는 점에다가 제1심과 원심이 위자료 산정 시 참작한 사유 및 인정한 위자료 액수의 차이, 비슷한 유형의 사건에서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위자료의 액수가 사실심법원의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확정할 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이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과 관련된 자기결정권 상실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 또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자체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 등을 포함하였거나 원심이 인정한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위자료에서 참작해서는 안 되는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를 과다하게 산정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판시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한편,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 환자 본인 이외에 그 가족들도 고유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 논의가 있는데,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어 환자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다고 하여 자기결정권이 문제될 수 없는 나머지 환자 가족들이 그로 인하여 무슨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가족들 고유의 위자료청구권은 부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대법원 2003. 6. 10. 선고 200313178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법 2003. 1. 16. 선고 200221686 판결).

 

⑾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발생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8다217974 판결)

 

①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응급환자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또는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시술 전 환자의 상태 및 시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중대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의 정도와 예방가능성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 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

 

② 갑 병원 의료진이 경추 추간판탈출증 등의 기왕증이 있는 을의 심장질환 치료를 위한 수술을 하기 전에, 마취 및 수술 과정에서 을의 위와 같은 경추부 질환이 악화되어 경추부 척수병증 또는 사지마비가 발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고 을에게 기관삽관을 이용한 전신마취와 흉부거상 및 두부하강의 자세로 장시간 수술을 하였는데, 수술 결과 을이 양측 손의 섬세한 기능장애 등의 후유장해를 입은 사안에서, 위와 같이 경추부 척수병증에 따른 사지마비의 후유증이 발생할 위험은 위 수술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위 수술로 예상되는 것이고 발생빈도가 낮다고 하더라도 발생할 경우 환자에게 중대한 생명ㆍ신체ㆍ건강의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므로, 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에 생길 것으로 예견되는 결과와 대체 가능한 차선의 치료방법 등과 함께 환자인 을 본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어야 할 사항인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 계약책임 (채무불이행책임)

 

 의료계약의 성립

 

 환자가 의사 또는 의료기관(이하 의료인이라 한다)에 진료를 의뢰하고, 의료인이 그 요청에 응하여 치료행위를 개시하는 경우에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는 의료계약이 성립된다. 의료계약에 따라 의료인은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하여 모든 의료지식과 의료기술을 동원하여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할 의무를 부담하며 이에 대하여 환자 측은 보수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17417 전원합의체 판결).

 

 한편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그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에 해당하고(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45828 전원합의체 판결), 이는 의료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환자가 아닌 자가 의료인에게 의식불명 또는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는 환자의 진료를 의뢰한 경우 진료 의뢰자와 환자의 관계, 진료를 의뢰하게 된 경위, 진료 의뢰자에게 환자의 진료로 인한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 환자의 의식상태, 환자의 치료과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진료 의뢰자와 의료인 사이에 환자의 진료를 위한 의료계약이 성립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118396 판결 : 갑 의료법인이 을 사회복지법인과 을 법인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갑 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후송하여 진료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요양시설에 입원 중이던 병이 을 법인 요양보호사의 잘못으로 골절상을 입고 업무협약에 따라 위 병원으로 후송되어 입원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사안에서, 을 법인 요양보호사의 과실로 병이 골절상을 입었으므로 을 법인이 진료비를 부담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갑 법인과 병의 진료를 위한 의료계약을 체결한 계약당사자는 병이 아니라 을 법인이고, 병이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경위 및 과정, 치료 경과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갑 법인과 을 법인 사이에 체결된 의료계약에 따른 병의 진료 범위는 골절에 대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한 전신에 대한 보존적 치료에 해당하는 기존장애에 대한 치료가 포함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의료계약에 따른 진료의무의 내용

 

 의료계약에 따라 의료인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 등을 위하여 모든 의료지식과 의료기술을 동원하여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할 의무를 부담한다.

 

 의사는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진단은 문진·시진·촉진·청진과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를 토대로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과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다.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 그 과정에서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의사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 윤리, 의학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발생을 예견하고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38442 판결 등 참조).

 

 다만, 질병의 진행과 환자 상태의 변화에 대응하여 이루어지는 가변적인 의료의 성질로 인하여, 계약 당시에는 진료의 내용 및 범위가 개괄적이고 추상적이지만, 이후 질병의 확인, 환자의 상태와 자연적 변화, 진료행위에 의한 생체반응 등에 따라 제공되는 진료의 내용이 구체화되므로, 의료인은 환자의 건강상태 등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

 

 그렇지만 환자의 수술과 같이 신체를 침해하는 진료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진료행위를 받을 것인지의 여부를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그 진료행위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환자의 동의는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환자가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진료행위를 선택하게 되므로, 의료계약에 의하여 제공되는 진료의 내용은 의료인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에 의하여 구체화된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17417 전원합의체 판결).

 

 의사의 진료상의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하거나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환자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책임을 묻는 경우, 의사 개인은 의료기관의 이행보조자로 다루어진다.

 

 의료인의 진료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단채무에 해당하므로 환자에게 나

쁜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것만 가지고 곧바로 진료채무의 불이행을 추정할 수 없고, 따라서 환자가 의료인의 진료채무 불이행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불법행위에 있어 의사 개인의 과실을 증명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자료가 필요하다.

 

.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의사의 의료행위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그 손해가 의료행위의 과오와 피해자 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피해자 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 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 다만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128939 판결).

 

 예컨대 질병의 특성, 치료방법의 한계 등으로 당해 의료행위에 수반되는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이, 그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판단능력이나 의료기술 수준 등에 비추어 의사나 간호사 등에게 요구되는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소홀히 함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단지 치료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등의 막연한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55397 판결).

 

. 의료과오 시 병원 측의 환자에 대한 진료비청구권 행사 가부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으로 오히려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되었고, 또 손상 이후에는 그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이 계속되어 온 것뿐이라면 의사의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하여 병원 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하여 그 수술비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1993. 7. 27. 선고 9215031 판결,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13028 판결).

 

그리고 이는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공평의 원칙상 피해자의 체질적 소인이나 질병과 수술 등 치료의 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128939 판결,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55397 판결).

 

4. 의사의 주의의무

 

. 일반적인 주의의무의 내용

 

판례는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함으로써 주의의무의 내용으로 결과예견의무와 결과회피의무 두 가지가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대법원 1984.6.12. 선고 823199 판결, 2003.1.10. 선고 20013292 판결 등).

 

. 의사의 주의의무의 내용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통상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라고 일반적으로 설명되고 있으나, 대법원이 취하고 있는 의료과실에 대한 판단기준에 비추어 보면, 의사의 책임의 근거는 일반 불법행위와 같은 일반 법질서를 위반한 것에 있지 아니하고, 의료계약에 기하여 형성된 개별적인 인적 신뢰관계에 기초하여 의사에게 부과된 신의칙상의 부수의무인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보호의무, 배려의무 등을 위반한 것에 있다고 하여야 하고(대법원 2007.5.31. 선고 20055867 판결 등), 특히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의 경우에는 일반 불법행위로서는 설명이 곤란하다. 따라서 의사의 과실행위를 채무불이행책임으로 구성하지 아니하고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하더라도 의사의 주의의무가 일반 불법행위에서의 주의의무와 반드시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의사의 결과예견의무와 결과회피의무

 

의사는 예견 가능한 위험에 관하여 예견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때의 예견가능성이란 평균적인 의사가 의료행위시에 예견할 수 있는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말하는 것으로서 결과가 확실히 발생한다고 할 정도일 필요까지는 없고, 임상의학적으로 실증되고 공개된 것으로 판단하여 위험의 발생이 사정에 따라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정도의 가능성만으로 충분하다.

의사의 결과예견의무와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  의학상의 위험은 그 발생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에도 의사에게 최선의 주의의무가 주어진 이상 그것이 평균적인 의사에게 알려진 내용인 경우에는 이를 예견할 의무가 있다.  현대의학상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하여 확립된 의학지식이 아직 일반화되지 아니하여 그 위험의 존재가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의사에게 예견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나, 해당의사가 이를 알고 있는 경우에는 의사에게 부과되는 주의의무가 최선의 것이라는 점에서 예견의무가 인정된다.  의료행위는 진단부터 수술 후의 지도, 관리까지 일련의 과정에 걸쳐 각각의 의료행위가 연속적으로 결합, 시행되므로 의사는 의료행위 전반에 대한 위험을 예견하여야 한다.  결과 발생의 예견가능성은 위험에 대한 단순한 의심만으로는 부족하고, 위험에 의한 결과의 발생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의료과실에 있어 결과회피의무란 의료행위를 함으로 인하여 위험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 즉, 위험을 예견하였다면 그러한 위험한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할 의무를 말한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 과학기술의 발달과 물질문명의 진보에 의하여 비록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위험을 지니기는 했으나 사회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인간의 복지향상에 매우 유익한 생산활동이 증가하게 되었고, 사회는 그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생산활동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서 나타난 허용된 위험의 법리는 의료행위에도 적용된다. 의료행위는 그 특성상 위험한 결과의 발생이 예견되어 있음에도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해당의료행위를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현대의학의 지식, 기술에 의하여 일응 회피할 수 있는 위험, 즉 결과회피가능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결과회피의무 위반이 되고, 의사가 회피 가능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채택한 조치의 상당성이 문제가 된다. 이러한 결과회피의무의 상당성은 의료행위의 특질, 의료의 진보 및 발달에의 기여, 병원의 재정도, 의사의 능력, 인적·물적 설비의 구비 여부 등을 고려하여 위험의 대소와 상관관계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따라서, 의료과실이란 의사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어떤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던 구체적 상황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하거나 필요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 의사의 보호의무위반과 손해배상책임

 

 보호의무

 

보호의무라는 개념을 인정하고 그 위반의 경우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4. 1. 28. 선고 9343590 판결)는 숙박계약에 관한 것이었는데, 여기서 대법원은, “공중접객업인 숙박업을 경영하는 자가 투숙객과 체결하는 숙박계약은 숙박업자가 고객에게 숙박을 할 수 있는 객실을 제공하여 고객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객으로부터 그 대가를 받는 일종의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계약으로서, 여관의 객실 및 관련시설, 공간은 오로지 숙박업자의 지배 아래 놓여 있는 것이므로 숙박업자는 통상의 임대차와 같이 단순히 여관의 객실 및 관련시설을 제공하여 고객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 수익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에게 위험이 없는 안전하고 편안한 객실 및 관련시설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의무는 숙박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인 의무로서 숙박업자가 이를 위반하여 고객의 생명, 신체를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한다.”라고 판시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보호의무를 인정하면서 그 위반의 경우에는 대부분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회사의 임직원이 강행규정에 위반된 이익보장으로 투자를 권유한 사안 등과 같은 다수의 사례에서 대법원은, 거래경위와 거래방법, 고객의 투자상황, 거래의 위험도 및 이에 관한 설명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당해 권유행위가 경험이 부족한 일반 투자가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또는 고객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4.1.11. 선고 9326205 판결, 1998.10.27. 선고 9747989 판결, 1999.6.11. 선고 9758477 판결, 1999.12.24. 선고 9944588 판결, 2003.7.11. 선고 200111802 판결, 2006.6.29. 선고 200549799 판결 등).

 

그런데 대법원은, 상가신축공사를 시공하는 건축주로부터 일부 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인에 의해 고용된 전문기술자가 공사 중 누전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종래 산업재해와 관한 사용자책임에 관하여 불법행위책임으로 일관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도급인은 수급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보호의무는 실질적인 고용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로서, 실질적인 사용관계에 있는 노무도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노무수급인의 생명, 신체를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 노무도급인은 노무도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1997.4.25. 선고 9653086 판결) 판시한 이래 같은 취지의 판례가 계속되고 있다(대법원 1998.1.23. 선고 9744676 판결, 1999.2.23. 선고 9712082 판결, 2000.9.29. 선고 200028995 판결, 2001.7.27. 선고 9956734 판결, 2002.11.26. 선고 20007301 판결 등. 판례 중에는 보호의무 대신 안전배려의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한편, 입원환자의 휴대품이 도난당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 경우에 있어서, 병원은 진료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숙식의 제공을 비롯하여 간호, 보호 등 입원에 따른 포괄적 채무를 지는 것인 만큼, 병원은 병실에의 출입자를 통제·감독하든가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입원환자에게 휴대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시정장치가 있는 사물함을 제공하는 등으로 입원환자의 휴대품 등의 도난을 방지함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여 줄 신의칙상의 보호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소홀히 하여 입원환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가 입원환자의 병실에 무단출입하여 입원환자의 휴대품 등을 절취하였다면 병원은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라고 판시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03.4.11. 선고 200263275 판결).

그리고 최근 대법원은 전문가 책임론을 도입하여 전문직역의 종사자의 업무상 주의의무에 대하여, “법무사는 등기사무에 관한 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으로서 일반인이 등기업무를 법무사에게 위임하는 것은 그러한 전문가인 법무사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므로, 비록 등기업무와 관련된 법무사의 주된 직무 내용이 서류의 작성과 신청대리에 있다 하여도, 그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뢰인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위임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오히려 의뢰인에게 불이익한 결과가 되는 것이 드러난 경우에는, 법무사법에 정한 직무의 처리와 관련되는 범위 안에서 그러한 내용을 의뢰인에게 알리고 의뢰인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함과 아울러 적절한 방법으로 의뢰인이 진정으로 의도하는 등기가 적정하게 되도록 설명 내지 조언을 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하거나(대법원 2006.9.28. 선고 200455162 판결), “관세사는 의뢰받은 사무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범위 안에서는 비록 별도의 위임이 없다 하여도 의뢰인이 이익을 도모하고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뢰인에게 설명하고 조언하여야 하며, 의뢰인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어도 그에 따르는 것이 위임의 본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또는 의뢰인에게 불이익한 때에는 관세사는 그러한 내용을 의뢰인에게 설명하고 그 지시를 변경하도록 조언할 의무를 진다.”라고 판시하였는바(대법원 2005.10.7. 선고 200538294 판결), 이러한 설명, 조언의무의 성격에 대하여 위 판례들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본래의 위임계약의 본지에서 벗어나 규범적으로 인정되는 의무라는 점에서 신의칙상의 보호의무의 일종으로 봄이 상당하다.

 

위 대법원 판례들을 분석하여 보면, 우리 대법원은 보호의무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로 파악하고 있으며, 그 보호의무 위반의 경우에 불법행위책임과 경합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의사의 환자에 대한 보호의무

 

의사의 주의의무에 대한 일반적 견해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과실에 의하여 환자의 생명과 신체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 그 나쁜 결과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의료계약의 본지에 따른 이행이 아니고, 환자의 침습적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는 의료계약의 본지에 따른 이행의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다는 전제하에서 마치 의료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의사의 과실 있는 의료행위 자체를 환자의 생명과 신체를 침해하는 위법행위로 보아 일반 불법행위와 같은 구조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의사가 설명의무의 이행을 통하여 적법하게 환자의 동의를 얻은 이상, 환자의 신체에 대한 침습행위는 예정된 위험행위로서 허용된 위험의 법리에 따라 이미 위법성이 조각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의료행위는 그 특성상 치료를 목적으로 하여 여러 개의 의료행위가 일련의 절차에 따라 연속적으로 행하여질 것이 예정되어 있고, 또한 그 과정에서 하나의 의료행위에 비록 과실이 있더라도 그 이후의 의료조치에 의하여 나쁜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한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의료행위 중간에 과실이 개입되었다고 하여 처음부터 적법한 의료행위가 소급하여 위법한 의료행위가 된다고 볼 수 없고, 단지 특정한 과실행위가 해당 의료계약에 의하여 의사가 부담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만을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의료과실을 의료계약의 존재와 무관하게 일반 불법행위로 구성하면서 의사의 업무의 성질이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라는 이유만으로 최선의 조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 환자를 위하여 부담하는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계약에 의하여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의사가 인수한 이후에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므로 의사의 주의의무의 본질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의료계약에서 찾아야 하고, 의사의 주의의무가 의료계약에 내재된 본질적인 급부의무에 속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의료계약에 기하여 형성된 의사와 환자의 인적 신뢰관계에서 파생되는 신의칙상의 의무의 일종으로서 의사는 의료계약 당사자인 환자에 대하여 본질적인 진료채무 이외에 진료의 전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 신체, 재산을 침해하지 않도록 배려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점에서 의사의 주의의무의 본질은 이러한 환자에 대한 보호의무로 보는 것이 옳다.

결국,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당해 의사의 의학지식 및 기술의 수준이 평균적인 의사의 수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평균적인 의사의 수준에서 그 위반 여부를 판단하게 되나, 당해 의사의 수준이 평균적인 의사의 수준보다 높다면 그 의사 자신의 수준에서 과실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고,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의 판례도 의사의 주의의무가 최선, 고도의 주의의무임을 천명하고 있다.

 

라.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 받는 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 담당의사가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8다263434 판결)

 

⑴환자가 치료 도중 뇌출혈로 사망하자 의료과실에 의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병원에서 환자가 치료 도중 낙상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의사의 주의의무이다.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266606, 266613 판결 등 참조).

여러 명의 의사가 분업이나 협업을 통하여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경우 먼저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는 이후 환자를 담당할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담당 의사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환자의 건강유지와 치료를 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담당 의사가 바뀌는 경우 나중에 담당할 의사에게 이러한 사정을 알려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망인이 흉부 엑스레이 검사 도중 갑자기 낙상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후 입원을 기다리는 도중 양쪽 팔다리에서 경련 증상이 나타났는데, 의사가 망인에게 항경련제만 투여하였다가 이튿날 뇌 CT 검사를 통하여 망인의 뇌출혈 사실을 발견하고 혈종제거술을 하였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한 사안이다.

 

 원심법원은 피고 병원 의사들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망인의 낙상사고로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하여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환자의 담당의사가 바뀌는 경우 이러한 사실을 잘 전달하여 망인에 대한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였으나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5. 의료과실의 인정에서 추정으로의 전환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는 종래 입증책임의 완화이론에 입각하여 대법원 1995.2.10. 선고 9352402 판결이  의료행위 과정에서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의학적, 전문적인 지식에 비추어 과실있는 행위일 필요가 없고, 일반적, 상식적 수준에서 과실 있는 행위이면 족하다),  환자의 기왕의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점(건강상의 결함이란 문제된 나쁜 결과의 발생에 환자의 요인이 존재하지 않을 것 또는 그 결과 발생이 의사의 배타적 지배영역 안에서 발생하였을 것 등을 의미한다) 2가지를 입증하면, 그러한 과실 있는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라고 판시하여 비록 완화된 수준이기는 하나 의사의 진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환자가 입증하여야만 하고(환자의 과실에 대한 입증의 정도를 완화한 것이기는 하나, 의사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거나 의사의 과실을 추정한 것이 아님은 판례의 문언상 명백하다),  의 요건까지 입증하면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는 법리를 설시한 이후, 위 법리를 오해한 때문인지 아니면 보다 입증책임을 완화할 필요에서인지는 몰라도 판례는 과실의 입증의 정도를 인정(입증)에서 사실상 추정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경향을 보였다(대법원 1995.3.10. 선고 9439567 판결, 1996.12.10. 선고 9628158 판결, 2000.7.7. 선고 9966328 판결, 2000.10.27. 선고 200039674 판결 등. 환자에게 건강상의 결함이 존재하는 경우 위 9352402 판결의 법리를 적용할 수 없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과실의 추정은 상당히 유용하다).

 

 결국, 현재 판례의 과실인정에 관한 태도를 정리하면,  일반인(여기서의 일반인은 평균적인 의사가 아닌 의료지식의 문외한인 일반인을 말한다)의 상식에 바탕을 둔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게 함으로써 그 과실과 나쁜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만을 추정하거나(이른바 간접반증이론을 적용하여  환자 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이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인 측에서 그 결과가 의료과실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임을 입증하지 아니하는 이상 그 의료과실행위와 나쁜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한다),  나쁜 결과의 발생에 관하여 의료과실 이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여러 간접사실을 입증함으로써 특정한 의료과실의 추정을 허용하는 것이다(시간적 근접성, 부위의 연관성, 타 원인의 개입가능성의 배제 등의 간접사실을 통하여 나쁜 결과가 수술로 인한 것으로 판단한 후, 수술 후 나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 중 의료과실 이외의 원인은 개입하지 않았다는 방식으로 의료과실을 추정한다).

 

 더욱이 판례는 특정한 의료과실의 추정에서 더 나아가 과실을 선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환자 측의 입증책임을 경감하고 있으나(대법원 1995.3.10. 선고 9439567 판결은 의사의 전방경추융합술 시행 이후에 나타난 환자의 사지부전마비증세가 의사가 시술과정에서 수술기구 등으로 환자의 전면척추동맥 또는 신경근 동맥을 과다압박 또는 손상하게 하여 척수혈류장애를 초래하였거나, 또는 환자의 제6 또는 제7 경추 부위의 척수를 손상시킨 잘못으로 인하여 초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1995.3.17. 선고 9341075 판결에서는, 전신 마취 시술 직후 나타난 저산소뇌후유증으로 인한 신경마비의 발단이 된 기흉의 발생 원인에 대하여, “이 같은 기흉이 발생될 수 있는 네 가지의 원인 중 과도양압으로 인한 폐포파열 또는 삽관시 식도손상 등 환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전신흡입마취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시술이 바로 이 같은 기흉의 유발 및 이로 인한 청색증 내지 피하기종이 초래된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과실의 유형을 선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과실이란 어떠한 행위가 어떠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에 대한 판단이므로 불특정한 과실까지 추인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원인불명의 의료사고에서 사실상 추정에 의하여 의사의 과실을 함부로 추정하는 경우에는 자연적 원인관계만으로 그 책임을 지운 것과 같은 결과가 되어 과실책임주의에 반하게 되므로 의료행위와 나쁜 결과 발생 사이에 의료과실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을 환자 측이 입증하여야 함을 주의하여야 한다.

판례도 같은 취지에서, “과실을 추정하는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4.10.28. 선고 200245185 판결, 2007.5.31. 선고 20055867 판결 등).

 

 다만, 앞서 본 민사의료소송에서의 과실의 추정은 의사의 업무상과실을 추궁하는 형사소송에서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민사상 과실이든 형사상 과실이든 그 기초개념은 다를 바 없을 것이나, 형사소송에 있어서는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하에 검사가 의사의 과실을 증명하여야 하고, 이때 간접증거에 의한 공소사실의 인정은 허용되지만, 간접사실의 인정을 통하여 공소사실을 추정함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일한 사건에서 민사상으로는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형사상으로는 과실이 부정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6. 의료과실의 판단기준

 

. 일반적인 기준

 

의료과실의 판단기준인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인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는바(대법원 1994.4.26. 선고 9359304 판결; 1997.2.11. 선고 965933 판결; 1998.2.27. 선고 9738442 판결; 1998.7.24. 선고 9812270 판결; 2003.1.24. 선고 20023822 판결; 2003.11.27. 선고 20012013 판결; 2005.10.28. 선고 200413045 판결; 2006.10.26. 선고 2004486 판결 등), 이는  일응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하되,  그러한 의료수준은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고 해당 의사나 의료기관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여서는 아니 되나,  진료환경 및 조건이나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은 고려하여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 구체적 판단기준

 

 임상의학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규범적 의료수준

 

의사의 주의의무의 기준이 되는 것은 병리학적인 엄밀성이 요구되는 학문적 의학이 아니라 진료 당시의 임상의학의 실천에 있어서의 의료수준이다. 따라서 의료사고 당시 특수한 개인이나 병원에만 알려져 있는 특수한 의료지식이나 의료기술은 의료과실의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의학지식의 획득가능성과 실제 진료의 실행가능성을 고려하면 의사는 그 진료시점에서 자신이 과거에 배운 의료수준에 안주하여서는 아니 되고, 새로운 의학지식이나 기술을 배워야 할 연찬의무를 부담하고 있고, 의사에게 요구되는 의료수준이란 규범적인 것이어서 임상의학에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을 현실적으로 의사들이 행하고 있는 의료수준에서 벗어나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여 당해 의사나 의료기관에서 구체적, 현실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의료수준이 아니라 연찬의무 등을 통하여 항상 최신의 의료정보와 기술을 습득한 상태의 의료수준을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의료수준은 의사의 주의의무의 규범적 판단기준이므로 의료관행과 구별되어야 한다. 의사가 의료계에서 일반적으로 수용되어서 관행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의료행위를 한 경우 이는 임상의학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을 반영한 것으로 추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지만, 그것이 규범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일종의 악습이라면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다만, 의료관행이 형성되는 것은 그 관행에 나름대로의 의의가 있기 때문이므로 그와 관련된 정확한 의학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관행을 부적절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주의하여야 한다).

대법원도 피고인이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인턴의 수가 부족하여 수혈의 경우 두 번째 이후의 혈액봉지는 인턴 대신 간호사가 교체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혈액봉지가 바뀔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그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함이 없이 간호사에게 혈액봉지의 교체를 일임한 것이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관행에 따른 경우에도 주의의무 위반이 될 수 있음을 명백히 하였다(대법원 1998.2.27. 선고 972812 판결). 다만, 의료법에 위반된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의료법은 규범적으로 의사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의료수준을 정한 것이 아니므로 그 자체가 의사의 주의의무위반은 아니고, 당해 의료행위에 있어 구체적인 주의의무위반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법 위반사실만으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는 않는다(대법원 2002.1.11. 선고 200127449 판결, 2002.10.11. 선고 200236945 판결 등).

 

 진료환경 및 조건과 의료의 특수성

 

판례는 주의의무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진료환경 및 조건과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진료환경 및 조건과 의료의 특수성과 같은 여러 가지 개별적, 구체적 고려사항을 살펴본다.

 

 당해 의사가 특수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특정 의료수준)

 

의사의 과실인정의 판단기준은 원칙적으로 통상의 의사 또는 평균적인 의사가 가진 지식과 기술의 수준을 기초로 하여야 할 것이나, 당해 의사가 개별적으로 다른 의사들보다 높은 정도의 의료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경우에 이러한 특정 의료수준을 당해 의사에게 요구되는 규범적 의료수준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사적 자치의 원칙상 특정 의료수준이 계약의 내용에 포섭되었다고 보이는 경우 당연히 계약에 따라 요구되는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또한 의료행위에서 다루는 법익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의사가 이미 일반적인 의료행위보다 더 나은 의료행위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다만, 의사가 특정 의료수준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환자가 입증하여야 할 것인데, 의사가 갖추고 있는 의료의 수준을 환자가 직접 입증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어떤 경우에 의사에게 일반적인 의료수준 이상의 의료수준을 갖추고 있거나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인정할 것인지 문제된다. 환자가 특정분야의 권위자로 소문난 대학병원의 교수로부터 진료를 받기 위하여 선택진료의 방법으로 진료를 받게 된 경우에는 해당 교수의 개인적 임상경험 등에 기초한 전문적 의료수준을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수련의, 전공의 및 비전문의의 주의의무 경감 여부

 

 원칙

 

의사는 전문의, 수련의, 전공의 등으로 나누어져 있으나 의사의 자격을 지니는 이상 이들의 주의의무의 기준은 동일하다(대법원 1997.2.11. 선고 965933 판결). 수련의, 전공의는 야간 응급실의 근무 중 행위(긴급성)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문의의 지도와 자문을 받아서 의료행위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나, 이들이 그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위험을 감수하고 오로지 자신의 판단 하에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주의의무를 특별히 감경하지 않고 전문의와 같은 수준에서 판단한다(대법원 1993.7.27. 선고 922345 판결, 1992.5.12. 선고 9123707 판결. 다만, 긴급한 상황에서는 예외를 인정한다).

 

한편, 비전문의가 다른 전문의의 전문진료영역에 속하는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도 의사가 전문분야 외의 진료를 한 사실만으로 과실이 추정되지는 않는 한편, 전문분야 외라는 이유로 주의의무가 경감되지 아니하고 해당 과목의 전문의와 동일한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74.5.14. 선고 732027 판결). 자신의 전문과목도 아니면서 해당 전문의에게 전원하지 아니하고 직접 진료한 이상 그 해당 과목의 전문의와 동일한 주의의무의 기준을 적용하여야 환자의 권리가 보호되기 때문이다.

 

 예외(긴급성)

 

긴급한 상황 하에서 환자들은 전문의의 진료를 받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현재 관행상 전문의가 아닌 수련의, 전공의들이 주로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고, 전문의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긴급한 상황이나 기타 당시의 진료장소 및 진료여건상 자기의 전문분야 외의 치료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대법원 1997.3.11. 선고 9649667 판결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외과 의사라고 하더라도 당직 의사였다면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상황에서 산모가 급하게 제왕절개 수술을 요하는 급박한 상태이고, 그러한 상황을 보고받기까지 한 이상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의사로서의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의사로서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처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긴급한 상황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에는 치료하지 아니할 때 초래될 위험에 비하여, 다소 부족하더라도 치료를 할 때 초래될 위험이 더 적다고 보이는 점 등을 비교 교량하여 의사가 긴급한 치료를 시작한 경우에는 주의의무가 경감된다고 보아야 한다.

 

판례에서도 교통사고 응급환자에 대한 X선 촬영 및 기타 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그 환자가 긴장성 기흉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그러한 의료행위가 주간에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면 당연히 과실이 인정되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의를 둘 법적 의무가 없는 준 종합병원에서 수련의 과정까지만 마친 일반의가 야간당직을 서던 중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하였던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를 기준으로 주의의무를 완화하여 판단하거나(대법원 1997.3.11. 선고 9649667 판결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외과 의사라고 하더라도 당직 의사였다면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상황에서 산모가 급하게 제왕절개 수술을 요하는 급박한 상태이고, 그러한 상황을 보고받기까지 한 이상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의사로서의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의사로서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처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신경외과 전문의가 아닌 정형외과 전문의가 주간의 진료시간에 전문분야에 대한 전문의의 자격으로 망인을 진료한 것이 아니라 야간에 당직의사로서 망인을 진료한 경우에 신경외과 전문의의 주의의무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대법원 2003.1.10. 선고 200252275 판결)

 

 협업(분업)의료행위에 있어 각 의료종사자의 주의의무

 

의료행위는 의사를 중심으로 해서 이에 간호사, 진료방사선기사, 위생검사기사 등 다수의 의료보조자 또는 의료종사자가 협력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현대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전문의의 전문과목이 보다 세분화하면서 의료행위의 분업화 현상을 뚜렷해지고 있다. 이제 의사와 의사, 또는 의사와 간호사 등 각 의료종사자 사이의 상호간 긴밀한 협력 없이는 중대한 수술은 거의 불가능하다. 분업적 협력이란 본질적으로 분업을 담당하는 각자가 서로 상대방을 신뢰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다른 공동작업자가 주의의무를 다하리라고 믿고 자신의 업무분담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다른 공동작업자의 과실로 인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경우

 

의료행위는 환자의 적극적인 협력이 없이는 적절한 진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사는 의료행위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고, 어떤 처치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의사이지 환자가 아니다. 따라서 의사로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진료를 위하여 적절한 행동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합리적인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환자에 대하여는 폭넓은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이런 관점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에 관하여 주목할 만한 판례로는 의료과실사건은 아니지만 보라매병원 사건이 있다(대법원 2004.6.24. 선고 2002995 판결. 이 사건은 경막외출혈로 보라매병원으로 이송되어 혈종제거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채 치료를 받던 환자에 대하여,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보호자가 퇴원을 강력히 요구하자 의사가 이를 승낙하여 환자로 하여금 사망케 한 사건으로, 1심인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은 담당 의사들에 대하여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각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고,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담당 의사들에 대하여 살인방조죄로 각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여기서 법원은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의료행위를 계속하여야 할 의무와 환자의 요구에 따라 환자를 퇴원시킬 의무와의 사이에 충돌이 있는 경우 의사로서는 더 높은 가치인 환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우선하므로 환자의 퇴원 요구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보호하여야 할 지위나 의무가 종료되지는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위 사건은 환자가 아닌 보호자의 퇴원요구에 의한 것이었던 만큼 위 판시 견해를 모든 사건에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는 없다. 환자가 의사의 지시에 응하지 않거나 더 낳은 여건의 전문의료기관으로 전원을 권유하였음에도 이를 거절하거나, 수혈이 필요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수혈을 거부하는 경우와 같이 예외적인 경우에는 의사가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도 봉와직염 환자에게 혈관촬영이 가능하고 수술시설이 갖추어진 종합병원으로 갈 것을 강력히 권유하고 괴사의 위험성이 있음을 경고하였음에도 환자가 이에 불응하고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계속하다가 우측하지를 절단하기에까지 이른 업무상과실치상 사건에서 의사는 치료시술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해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1983.5.24. 선고 82 289 판결), 금연이 요구되는 환자에게 금연토록 지시하고 금연 여부를 구두로 확인하였다면 의사에게 환자로 하여금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다른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9.3.26. 선고 9845379, 45386 판결).

 

 의사와 의사 사이의 경우

 

 수직적 지휘, 감독관계

 

일반적으로 수직적인 지휘, 감독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규모가 큰 병원의 경우는 전문진료과목마다 책임자(과장)가 지정되어 있고, 그 밑에 의료진이 소속하여 진료업무를 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원칙적으로 진료과목의 책임자는 진료과목 내에서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진료행위에 관하여 지휘, 감독할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 따라서 전문진료과목의 책임자와 그 소속 의사들과의 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당진료과목의 책임자가 실제 진료행위에는 관여치 아니하고 진료과목 내의 일반적인 행정업무만을 총괄하거나 진료에 개입하더라도 그 진료가 일반적인 지시나 감독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그 책임자에게 의료과실의 책임을 부담케 할 수는 없다. 진료행위에 가담치 아니하거나 담당의사의 진료행위에 대하여 일반적인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불과한 자에게 특정 환자에 대한 담당의사의 구체적인 진료의 잘못에 대하여서까지 주의의무를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실제 환자에 대하여 진료를 담당하지 않았던 구강악안면외과과장에 대하여 과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래담당의사 및 담당 수련의들의 처치와 치료결과를 주시하고 적절한 수술방법을 지시하거나 담당의사 대신 직접 수술을 하고, 농배양을 지시, 감독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6.11.8. 선고 952710 판결).

 

한편, 주치의와 당직의 사이의 관계는 수직적 지휘, 감독관계라고 할 수 없음에도 주치의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최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당직의에 대한 관계에서 신뢰의 원칙을 주장할 수 없고, 당직의의 과실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대법원 1994.12.9. 선고 932524 판결. 이 사례는 주치의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일련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야간당직의사의 과실이 일부 개입하여 환자가 사망하였다면 주치의는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사안이다).

 

 수평적 협업관계

 

수술을 함에 있어서 수술의사와 마취의사와의 관계, 종합병원에서 진료과목을 달리하는 의사들 간의 관계 등과 같이 한 병원에서 수평적인 협의진료를 하는 경우에는 지휘, 감독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신뢰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의 판례도 대학부속병원 비뇨기과 의사가 도립병원 비뇨기과 의사의 수술지원요청을 받아 환자에 대한 수술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고, 수술지원을 요청하였던 도립병원 의사가 남은 봉합시술 등을 하다가 담당간호사의 착오로 이형수혈(이형수혈)을 함으로 인하여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대학부속병원 비뇨기과 의사의 과실을 부인한 손해배상사건 판결(대법원 1970.1.27. 선고 672829 판결) 이후 민사 및 형사사건에서 협의진료관계에 있는 의사 상호 간에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1970.2.10. 선고 692190 판결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다른 병원 의사의 요청에 의하여 분만수술을 마친 후 수술이 이루어진 병원 담당의사에게 혹시 분만수술시의 자궁구의 열상에서 오는 출혈에 대비 조치할 것까지를 지시하고 임부를 인계한 이상 그 후의 환자에 대한 관리와 조치의 책임은 수술이 이루어진 병원의 담당의사에게 있는 것이고, 일단 그 자리를 물러난 의사에게 수술이 이루어진 병원 의사의 과실로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에 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최근의 대법원 2003.1.10. 선고 20013292 판결도 내과의사가 신경과 전문의에 대한 협의진료 결과 피해자의 증세와 관련하여 신경과 영역에서 이상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고, 그 회신 전후의 진료 경과에 비추어 그 회신 내용에 의문을 품을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자 그 회신을 신뢰하여 뇌혈관계통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내과 영역의 진료 행위를 계속하다가 피해자의 증세가 호전되기에 이르자 퇴원하도록 조치하였으나, 피해자가 지주막하출혈로 사망에 이른 사안에서, 내과의사는 피해자를 진료함에 있어서 지주막하출혈을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하여 업무상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여 협진 관계에 있는 다른 의사를 신뢰한 의사에게는 과실이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신뢰의 원칙은 전원의 경우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즉 환자에 대하여 다른 병원에서 이미 진단이 내려진 경우라 하더라도 환자에 대하여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는 다른 병원에서의 진단을 신뢰하고 환자를 진료하여서는 아니 된다. 판례도 의과대학 산부인과 전공의사가 다른 병원에 파견근무를 하면서 환자의 복부에서 만져지는 혹을 제거하기 위한 개복수술을 하려고 하였으면 위 환자의 진료에 필요한 모든 검사를 면밀히 실시하여 병명을 확인하고 수술에 착수하여야 하고 개복 후에도 개복 전의 진단병명은 정확하며 혹시 다른 질환은 아닌지를 세밀히 검토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수술을 시행하여야 할 업무상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유병원에서의 진단소견이 자궁근종 또는 자궁체부암으로 되어 있자 자궁외 임신인지를 판별하기 위한 각종검사 등을 거치지 아니한 상태에서 자궁근종으로 속단하고 자궁적출술을 시행한 사안에서 산부인과 전공의의 과실을 인정하였다(대법원 1993.7.27. 선고 922345 판결).

 

 의사와 간호사 사이의 경우

 

수술은 물론 투약이나 환자의 관찰 등의 진료과정에서 간호사의 보조가 필연적으로 따르게 된다. 의료행위는 의사의 책임 아래 이루어지고, 의사는 간호사가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지도, 감독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의사는 간호사를 전적으로 신뢰하여서는 아니 된다.

판례의 입장 역시 의사는 의료행위시 환자에게 위해가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선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고 있고, 간호사로 하여금 의료행위에 관여하게 하는 경우에도 그 의료행위는 의사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간호사는 그 보조자에 불과하므로, 의사는 당해 의료행위가 환자에게 위해가 미칠 위험이 있는 이상 간호사가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충분히 지도 감독을 하여 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를 소홀히 한 채 만연히 간호사를 신뢰하여 간호사에게 당해 의료행위를 일임함으로써 간호사의 과오로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하였다면 의사는 그에 대한 과실을 면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98.2.27. 선고 972812 판결).

 

그러나 대부분의 병원에서 주사행위는 간호사에 이루어지며, 간호사 또한 정규대학과정을 통하여 일정한 범위에서 의료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 업무를 익혔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위험성이 그다지 따르지 않는 행위까지도 의사가 현장에서 지휘, 감독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면도 있다. 따라서 보조행위의 특성상 의사가 현장에서 지휘, 감독하여야 할 정도로 위험성이 있는 것인지, 보조행위로 인하여 환자에게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여부와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 및 환자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신뢰의 원칙을 적용함이 타당하다.

대법원도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에 의한 정맥주사를 뇌실외배액관에 잘못 투약하여 환자를 사망케 한 사건에서 간호사가 '진료의 보조'를 함에 있어서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 감독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 감독을 하는 것으로 족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할 것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보조행위인지 여부는 보조행위의 유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그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의 환자 상태가 어떠한지,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종전의 입장을 제한적으로 변경하였다(대법원 2003.8.19. 선고 20013667 판결).

 

 의사와 기타 의료행위보조자 사이의 경우

 

의사와 기타 의료행위보조자와 사이의 관계에서도 일반적으로 지휘, 감독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의사는 주의의무위반으로부터 해방되지 않는다. 병원 직원이 수술시 마취제로 사용되는 아산화질소통을 산소통과 바꾸어 연결함으로 인하여 수술환자에게 산소 대신 아산화질소를 흡입시켜 사망케 한 사례 등의 경우에 있어서 마취의사는 산소통이나 아산화질소통을 교체할 당시에 해당되는 관이 정확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일정한 업무영역에서 어느 정도 독립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관계에 있는 의료행위보조자의 경우에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신뢰의 원칙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의사와 약사 사이의 경우

 

의약분업제가 실시되고 있는 현행 의료법 체계상 의사와 약사 사이의 관계는 상호 간의 위임과 신뢰가 전제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양자는 독립된 별개의 분야로서 각자는 고유한 책임영역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연히 신뢰의 원칙이 적용된다.

 

 재량성

 

의사의 재량성의 문제는 질병에 대한 검사 내지 치료방법이 복수일 때 그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가 전적으로 의사에게 달려있는 경우에 발생한다.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 수준 그리고 자기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조치 중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그것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그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대법원 1984.6.12. 선고 833199 판결, 1996.6.25. 선고 9413046 판결 등. 재량성은 치료방법의 선택뿐만 아니라 이학적 판단이 중요시되는 검사결과의 판정, 수술적응 여부의 판정 등 진단영역에서도 인정된다(대법원 1986.10.28. 선고 84다카1881 판결, 1992.5.12. 선고 9123707 판결 등)].

더욱이 대법원 2003.6.13. 선고 20035795 판결은 일본에 있는 전문의가 피고 의사의 의료행위에 중대한 의료상 과실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진단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이상 합리적으로 여겨지는 몇 가지의 조치 중 그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당해 의사의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하고 반드시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모두 과실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위와 같은 의료행위의 재량성에 비추어 볼 때 어느 한 교과서에 기재된 내용에 따른 의료행위는 다른 교과서나 논문들의 기재와 다르다고 하여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량의 범위 내로 인정될 것이다. 하지만, 임상실천 의료수준에서 아직 확립되지 않은 신요법을 채용하는 것에 대하여 의사에게 재량성을 인정할 것인지는 신중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그러한 신요법이 종래의 전통적인 요법과 비교하여 안전성이 검증되었거나, 비록 위험하기는 하나 현재의 의학수준에서 유일한 요법에 해당하여 환자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신요법의 치료를 받고자 하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재량성을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의학논문의 경우 검토논문(review article)에 기재된 내용은 충분한 합리적 근거를 가진 견해로서 그 견해에 따르는 경우에는 재량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 임상실험논문(clinical trial report)만 있을 뿐 검토논문으로는 언급된 바 없는 견해의 경우에는 당시 그 견해의 위험성을 지적한 상당한 반대논문이 있는지 여부를 먼저 검토하여야 하고, 그러한 논문이 없다면 일응 재량의 범위 내로 판단할 수는 있지만 시험적인 치료방법이라는 점에서 의사의 설명과 환자의 승낙 이외에도 그와 같은 신요법을 사용하여야 하는 필요성을 수긍할 수 있어야만 재량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생체반응의 다양성(특이체질의 문제)

 

특이체질이라 함은 일반적인 사람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외적 자극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반응하는 체질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판례 중 항상 발생하는 것이 아닌 드문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를 모두 특이체질에 기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나, 엄밀하게 구분한다면 일반적인 사람에게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 나쁜 결과가 어떤 환자에게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같은 상황에서, 항상 비슷한 유형의 결과가 발생(재생가능성, reproducibility)하는 것이어야 특이체질이라 할 수 있고, 결과의 발생이 어떤 우연성에 의해 그리되었다거나 환자에게 나쁜 결과를 야기할 만한 선행인자(preceding factor)가 있었던 경우에는 특이체질이라 할 수 없다.

 

특이체질의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의사가 그 특이체질을 예상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판례는 특이체질이 문제되는 경우에 문진이나 피부반응검사 등을 통하여 특이체질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경우(대법원 1976.12.28. 선고 74816 판결)나 주사 후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여 응급조치가 지연되는 경우(대법원 1990.1.23. 선고 87다카2305 판결)에 대하여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였다.

 

과민반응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먼저 문진이나 피부반응검사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지의 점부터 심리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과민반응이 있다고 알려진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특이체질에 대한 문진의무가 있는데, 문진시 환자가 특이체질에 대한 정보로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거나, 환자에게 과거 특이체질로 인한 과민반응의 병력이 없었던 관계로 의사가 문진을 시행하였더라도 특이체질 여부를 알 수 없었다면 의사의 과실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피부반응검사는 과민을 유발할 수 있는 모든 약물에 대하여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 피린계 진통제(아스피린 등), 모르핀, 마취제로 사용하는 할로테인 등의 약제는 과민반응이 있는지 예측하는 검사가 없거나, 있어도 비효율적이라서 사전 검사를 시행하지 아니한다. 페니실린이나 세파계열 항생제의 경우 심각한 과민반응을 일으키는데, 주사제로 투여하는 경우에는 과민반응이 흔하게 발생하지만 경과투여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발생빈도가 적은 편으로서, 피부반응검사의 신뢰도 저하, 검사 자체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주사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전 검사의무가 있다고 보지만 투여경로가 다른 경우 사전 검사의무를 부인하는 경우도 있다(대법원 2008.4.11. 선고 200662348 판결).

 

7. 의료소송에 있어 과실 판단

 

. 과실 판단의 기준시점

 

의료소송에서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시점은 의료행위 당시이므로 그 판단기준이 되는 일반적인 의학수준이나 의료수준도 심리 당시가 아닌 의료행위 당시의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의학서적이나 논문 등을 제출하는 경우 반드시 출판일자를 확인하여야 한다.

 

또한, 과실 여부의 판단에 있어 의료행위 당시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실만을 과실 판단의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의료행위 당시의 증상이나 검사결과 등으로는 특정 질병을 의심할 수 없었다면, 그 이후의 검사결과 등 자료에 근거하여 특정 질병을 진단하지 못한 것을 문제 삼을 수 없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인과관계의 판단에 있어서는 변론종결 당시까지 알게 된 모든 사실을 기준으로 인과관계의 존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의료행위 이후에 밝혀진 의학지식은 물론 의료행위 이후에 밝혀진 부검결과 등까지 모두 고려하여 인과관계의 존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 의료행위의 재량성에 대한 적용

 

환자로서는 의료행위의 재량의 범위와 그 한계까지 입증하기 어려우므로, 재량의 범위 내에 있는 합리적인 의료행위와 의사가 실제 시행한 의료행위가 다르다고 입증하면 족하고, 이 경우 의사가 자신이 행한 의료행위가 재량의 범위 내에 있음을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 입증책임을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진료기록감정이나 사실조회에 기재된 의료행위(진료기록감정이나 사실조회에 기재된 내용도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므로 먼저 그 내용의 신뢰성을 판단하여야 한다)가 실제 시행된 의료행위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당해 의료행위가 재량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판단할 근거가 되는 다른 증거들을 배척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 과실의 특정

 

소장이나 준비서면에는 간혹 구체적인 과실행위의 지적 없이 의료행위 시행시의 주의의무만을 열거하거나 실제 이루어진 의료행위만을 열거하면서 그 의료행위상의 과실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과실이란 주의의무의 존재와 주의의무 위반행위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어떠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주장을 정리되어야 한다.

 

. 책임의 귀속

 

의료소송은 진료기록부를 감사하여 이상적인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라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대한 책임의 귀속을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실의 판단에 있어 환자가 주장하는 과실이 실제 발생한 나쁜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인지, 일반법질서 또는 계약에 기초한 의사의 주의의무(보호의무)에 위반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를 먼저 고려하여야 한다.

 

. 입증방해 행위와 과실의 추정

 

민사소송법은, 당사자가 문서제출명령에 불응한 때에는 법원은 문서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349), 당사자가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제출의무 있는 문서를 폐기하거나 이를 사용할 수 없게 한 때에는 법원은 그 문서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350)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소송의 경우 과실의 입증책임은 환자에게 있는데 반하여, 중요한 증거인 진료기록 등 증거방법을 의사가 독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증거방법의 전문성 등으로 인하여 입증방해행위가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다. 특히 의료소송에서는 진료기록부의 부실기재와 사후변조행위가 문제된다.

 

 진료기록의 부실기재

 

의사는 의료법 제22조 제1항에 의하여 그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소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여야 하며,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은 자는 같은 법 제90조에 의하여 처벌하도록 되어 있는바, 이와 같이 의사에게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도록 한 취지는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 자신으로 하여금 환자의 상태와 치료의 경과에 관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하여 이를 그 이후 계속되는 환자치료에 이용하도록 함과 아울러 다른 의료관련 종사자들에게도 그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로 하여금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는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에 있으므로 의사는 진료기록부에 환자의 상태와 치료의 경과 등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그 소견을 환자의 계속적인 치료에 이용할 수 있고 다른 의료인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는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상세하게 기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1.23. 선고 972124 판결). 진료기록부가 부실기재된 경우 그 자체만으로 과실의 입증책임이 전환되거나 상대방의 주장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곧바로 의료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특정한 과실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진료기록상 통상 기재되는 중요내용의 기재가 누락된 경우에는 의사에게 불리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대법원 1996.6.11. 선고 9541079 판결은 전신마취 후 수술 도중에 심정지가 발생하여 뇌손상으로 인한 전신마비가 온 사안에서, “○○가 마취 전에 심전도검사를 하지 않았고 마취 중에도 심전도 감시장치를 부착시키지 않았으며(마취기록이나 기타 기록사항에 마취 중에 심전도 감시장치를 이용했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다.), 마취 중에 마취의사 등이 계속적으로 심음을 청진하였는지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면, ○○ 등에게 수술 전이나 수술 중의 검사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으므로라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2001.9.14. 선고 200131547 판결은 두부손상을 입은 환자가 투약 후 갑작스러운 발작을 일으키고 폐부종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원심은 당시 투약한 약물이 만니톨이라는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는바, 피고 측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최○○의 검찰에서의 진술과 제1심에서의 증언이 있으나, 이는 최○○ 자신이 작성하였다는 진료차트(갑 제5호증의 12)의 해당 부분에 김○○가 퇴근한 후 만니톨을 투약하였다는 기재가 전혀 없는 점에서 선뜻 채용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는 만니톨을 틀림없이 투약하였는데 실수로 이를 기재하지 아니한 것뿐이라고 변소하였으나, 위 진료차트의 다른 부분은 아주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4시간마다 투약하였다는 만니톨 투약 사실이 실수로 기재되지 않았다는 변소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였다).

 

 진료기록의 사후변조

 

대법원은 1995.3.10. 선고 9439567 판결에서, “의료분쟁에 있어서 의사 측이 가지고 있는 진료기록 등의 기재가 사실인정이나 법적 판단을 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의사 측이 진료기록을 변조한 행위는, 그 변조이유에 대하여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당사자 간의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칙에 어긋나는 입증방해 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법원으로서는 이를 하나의 자료로 하여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의사 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입증방해 행위에 대하여 일정한 제재를 가할 수 있음을 선언하였다.

 

다만, 진료기록의 변조와 같은 입증방해행위가 있는 경우 그로 인하여 입증책임이 전환되거나 반드시 의료과실이 추정되는 것은 아니며, 이를 하나의 자료로 하여 다른 증거와 비교하여 법원이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의료과실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4.13. 선고 989915 판결).

 

한편, 의료법 제21조의2는 전자의무기록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여 진료기록부 등을 전자서명법에 의한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러한 전자의무기록 방법은 진료기록의 작성, 수정, 변경에 관한 기록을 보존, 해석하는 데에 많은 기여를 함과 동시에 사후변조 여부가 문제될 소지도 많다. 따라서 진료기록을 작성, 수정하는 경우에는 그 작성되거나 수정된 시간을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그 진료기록이 사후적으로 작성, 수정되었는지 여부를 확인 가능하게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8. 의료과실의 구체적인 유형

 

. 진료상 과실의 유형

 

 진단상의 과실

 

진단은 문진·시진·촉진·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터잡아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데에는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안에서 해당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터잡아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하고(대법원 2003.1.24. 선고 20023822 판결; 2003.11.27. 선고 20012013 판결 등), 아울러 의사에게는 만일 당해 의료기관의 설비 및 지리적 요인 기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실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당해 환자로 하여금 그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당 의료기관에 전원을 권고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8.2.27. 선고 9738442 판결). 진단상의 과실로는 주로 진단 과정에서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은 경우, 진단 방법의 잘못으로 상해가 발생한 경우, 또는 어떤 질병을 다른 질병으로 잘못 판단하는 오진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단순한 오진이 있다고 하여 바로 과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9.6.11. 선고 9833062 판결).

 

 대법원 2003.1.24. 선고 20023822 판결 : 산모가 산전 소변검사 결과 요당 약양성 반응을 보이는 등의 사정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질식분만 방식으로 분만을 유도하던 중 태아가 거대아인 관계로 견납난산을 하게 되어 태아에게 상완신경총 손상이 발생한 경우, 산부인과 의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대법원 2003.11.27. 선고 20012013 판결 : 임산부가 예정내원일보다 앞당겨 단기간에 2회에 걸쳐 내원하여 심한 부종 등을 호소하면서 임신중독증을 염려하는 것을 듣고도 기본적인 검사인 체중측정과 소변검사조차 시행하지 아니하고 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내린 의사와, 급격한 체중증가와 혈압상승에도 불구하고 즉시 입원치료를 하게 하지 않고 앞서 진찰한 의사의 부실한 진단결과와 당일 1회의 간단한 검사결과만에 의존하여 저염, 고단백식사만을 권유한 채 만연히 귀가케 한 병원장에게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신생아의 사망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사례.

 

 대법원 1997.8.22. 선고 9643164 판결 : 담당 의사가 양수과다증 및 태반유착 증세가 있는 환자의 분만수술 후 그 상태로 보아 합병증인 산후출혈 등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비한 관찰과 검사를 태만히 한 채 수련의 등에게 합병증에 대비하라는 말만 하고서 구체적인 지시 없이 바로 퇴근한 경우, 담당 의사에게는 환자가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본 사례.

 

 대법원 1997.5.9. 선고 971815 판결 : 환자가 병원에 처음 내원하여 진료를 받을 때 이미 화농성 폐렴 증세를 보이고 있었으나 그 증상이 뚜렷하지 아니하여 이를 위염과 신경증으로 진단하여 그에 대한 처방을 하였고, 그 후 상복부 통증이라는 새로운 증상까지 나타나 다시 병원에 찾아오게 된 경우, 진료의사로서는 처음의 진단과는 다른 질환일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갖고 좀 더 정밀한 진단을 하여야 함은 물론, 과민성이 있는 환자에게는 부작용으로 인한 쇼크나 호흡억제를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투여할 경우에도 사후 세심한 주의와 관찰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앞서 진단하였던 결과에 따라 별다른 검진도 없이 약물을 투여하였고, 약물을 투여한 후에도 안정하도록 하여 부작용이 없는지를 확인하지도 아니함으로 인하여 과민성 쇼크가 발생하여 환자가 사망하였다면, 진료의사는 이로 말미암아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1997.7.22. 선고 9549608 판결 : 백내장 수술 후 일단 정상으로 회복되었다고 보이는 환자가 그 후 검진 당시 비문증을 호소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후초자체박리의 경우뿐만 아니라 안구 내 출혈, 안구 내 염증 등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하며, 당시는 통상 예상되는 후유증 발생기간인 수술 후 6개월이 이미 경과한 시점이고 환자의 시력이나 안압 등의 상태도 망막박리 등 백내장 수술로 인한 후유증의 징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의사의 위 검진이 오진이라거나, 위 검진 당시 망막박리를 판단하기 위한 검사를 시행하지 아니한 것이 과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그러한 진단 결과나 망막박리를 판단하기 위한 검사를 하지 아니한 것이 환자의 시각장애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본 사례.

 

 주사상의 과실

 

주사기에 의한 약물투여 등의 주사는 그 약물의 성분, 그 주사기의 소독상태, 주사방법 및 주사량 등에 따라 인체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높고, 따라서 이는 의학상의 전문지식이 있는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임이 명백하므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1999.6.25. 선고 984716 판결). 주사상의 과실이 주로 문제되는 경우는 주사의 필요 여부의 판단, 주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주사의 시기, 종류, 분량, 부위의 선택, 주사방법의 적정성, 주사기의 위생, 주사약을 확인하여야 할 의무, 주사대상 및 부위의 확인의무, 주사기술상의 주의의무, 주사후 적절하고 신속한 처치의 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이다.

 

 대법원 2003.8.19. 선고 20013667 판결 :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에 의한 정맥주사(Side Injection 방식)를 의사의 입회 없이 간호실습생(간호학과 대학생)에게 실시하도록 하여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하여, 의사의 지시를 받은 간호사가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간호실습생에게 단독으로 주사하게 하리라는 사정을 예견할 수도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의사에게 그 스스로 직접 주사를 하거나 또는 직접 주사하지 않더라도 현장에 입회하여 간호사의 주사행위를 직접 감독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의사의 과실을 부정한 사례.

 

 대법원 1994.12.9. 선고 932524 판결 : 정신과질환인 조증으로 입원한 환자의 주치의사는 환자의 건강상태를 사전에 면밀히 살펴서 그 상태에 맞도록 조증치료제인 클로르포르마진을 가감하면서 투여하여야 하고, 클로르포르마진의 과다투여로 인하여 환자에게 기립성저혈압이 발생, 건강상태가 갑자기 나빠지기 시작하였다면 좀 더 정확한 진찰과 치료를 위하여 내과전문병원 등으로 전원조치를 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지 못하고 환자의 혈압상승을 위하여 포도당액을 주사하게 되었으면 그 과정에서 환자의 전해질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투여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환자가 전해질이상 쇼크로 사망한 경우 주치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1990.5.22. 선고 90579 판결 : 주사약인 에폰톨을 3, 4분 정도의 단시간형 마취에 흔히 이용되는 마취제로서 점액성이 강한 유액성분이어서 반드시 정맥에 주사하여야 하며, 정맥에 투여하다가 근육에 새면 유액성분으로 인하여 조직괴사, 일시적인 혈관수축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마취제를 정맥주사할 경우 의사로서는 스스로 주사를 놓든가 부득이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주사케 하는 경우에도 주사할 위치와 방법 등에 관한 적절하고 상세한 지시를 함과 함께 스스로 그 장소에 입회하여 주사시행과정에서의 환자의 징후 등을 계속 주시하면서 주사가 잘못 없이 끝나도록 조치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또는 위와 같은 마취제의 정맥주사방법으로서는 수액세트에 주사침을 연결하여 정맥내에 위치하게 하고 수액을 공급하면서 주사제를 기존의 수액세트를 통하여 주사하는 이른바 사이드 인젝션(Side Injection)방법이 직접 주사방법보다 안전하고 일반적인 것이라 할 것이므로 산부인과 의사인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하기 위하여 마취주사를 시주함에 있어 피고인이 직접 주사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직접방법에 의하여 에폰톨 500밀리그램이 함유된 마취주사를 피해자의 우측 팔에 놓게 하여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의사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

 

 대법원 1990.1.23. 선고 87다카2305 판결 : 스트렙토마이신이 국가 결핵관리체계에서 표준조치로 처방에 포함되어 있고 또 쇼크가 매우 드물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당시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객관적인 견지에서 쇼크사에 대한 인식이 가능하였다면 결핵환자에게 스트렙토마이신을 주사하는 보건진료원으로서는 만일에 일어날지 모르는 쇼크에 대비하여 응급처치수단을 강구한 후 주사하여야 하고 특히 주사 후에 쇼크가 발생할 수 있는 시간 동안 환자를 안정시키고 용태를 관찰하여 쇼크가 나타날 경우 기도확보, 약물투여 등의 응급처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

 

 수술 및 처치상 과실

 

수술시기의 판단, 수술기법과 방법에 대한 판단 및 수술 여부의 판단은 의사의 재량에 속한다. 수술은 의료행위 중 고도의 침습성을 수반하므로 의사의 재량을 인정하는 만큼이나 과실의 판단에 있어 환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수술 및 처치상 과실에는 수술 및 처치 방법을 잘못 선택한 경우, 수술 및 처치 기술상 잘못이 있는 경우, 수술 및 처치의 시기 선택에 잘못이 있는 경우, 수술 및 처치 후의 환자의 관리와 의료조치를 잘못한 경우 등이 있다.

 

 대법원 2000.12.22. 선고 9942407 판결 : 산부인과 의사가 제왕절개수술을 요하는 응급환자가 입원하였다는 보고를 받고도 1시간이 지나 집을 출발하여 수술 지연으로 인하여 태아가 사망한 것에 대하여 산부인과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

 

 대법원 2000.7.7. 선고 9966328 판결 : 심장수술 도중 발생한 대동맥박리 현상으로 인하여 환자가 사망한 경우, 그 대동맥박리는 심장수술을 위한 캐뉼라 삽관 직후에 나타나 그 수술 이외에는 다른 원인이 개재하였을 가능성이 없고, 그 발생 부위도 캐뉼라 삽관과 연관하여 볼 수 있는 부위로 보이고, 환자에게 심장수술 전후를 통하여 대동맥박리를 초래할 만한 특별한 질환이나 증상이 관찰되지 아니하였으며, 또 대동맥에 캐뉼라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시술로도 대동맥박리가 나타날 수 있는 데다가, 심장수술 과정에서의 잘못 이외의 합병증으로 [ 105 ] 대동맥박리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도 극히 미미하게나마 있지만 그 경우도 주로 혈관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것이라는 사정 등에 비추어, 그 대동맥박리는 결국 대동맥박리가 일어날 수 있는 원인 중에서 부적절한 캐뉼라 삽관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3.11.27. 선고 200120127 판결 : 청신경초종 제거술을 받은 환자에게 수술중의 감염으로 인한 뇌막염이 발생하였지만 집도의사가 사고 당시 일반적인 의학수준에 비추어 볼 때 수술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 반면 환자는 위 감염으로 인한 뇌막염과는 무관하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실내출혈 및 이와 병발한 수두증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다면, 막연하게 망인에게 수술중의 감염으로 뇌막염이 발생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에 대하여 집도의사에게 감염방지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2.8.23. 선고 200037265 판결 : 고혈압의 병력을 가진 환자이지만 입원일부터 수술 직전까지 마취과 의사와의 협의진료를 통하여 혈압이 잘 조절되는 것을 확인하고 전신마취하에 의사가 척추관협착증 등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을 시행하였으나 환자가 수술 후 제대로 의식이 돌아오지 못하며 뇌경색 증세를 보인 경우, 의사의 수술상의 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뇌경색이 발생하였다고 추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대법원 1999.12.10. 선고 993711 판결 : 요추 척추후궁절제 수술도중에 수술용 메스가 부러지자 담당의사가 부러진 메스조각(3×5mm)을 찾아 제거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찾지 못하여 부러진 메스조각을 그대로 둔 채 수술부위를 봉합한 경우, 같은 수술과정에서 메스 끝이 부러지는 일이 흔히 있고, 부러진 메스가 쉽게 발견되지 않을 경우 수술과정에서 무리하게 제거하려고 하면 부가적인 손상을 줄 우려가 있어 일단 봉합한 후에 재수술을 통하여 제거하거나 그대로 두는 경우가 있는 점에 비추어 담당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마취상의 과실

 

마취는 수술과 불가분의 관계인바, 그 자체의 침습성으로 인한 위험이 매우 큼에도 수술을 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행하여질 수밖에 없으므로 허용된 위험의 법리가 폭넓게 인정된다. 마취상의 과실로는 마취전문의만이 할 수 있는 마취행위를 마취전문의 아닌 자가 실행한 경우, 마취전에 시행하여야 할 사전검사를 행하지 아니한 경우, 마취행위 자체에 잘못이 있는 경우, 마취 이후의 경과관찰 등 긴급상황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한 경우 등이 있다.

 

 대법원 2001.3.23. 선고 9948221 판결 : 특히 전신마취는 환자의 중추신경계, 호흡기계 또는 순환기계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마취방법이나 마취제 등에 의한 심각한 부작용이 올 수 있고, 그 시술상의 과오가 환자의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위험성이 있으므로, 이를 담당하는 의사는 마취 시술에 앞서 마취 시술의 전 과정을 통하여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비하여 환자의 신체구조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여야 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마취방법에 있어서 그 장단점과 부작용을 충분히 비교·검토하여 환자에게 가장 적절하고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대법원 1998.11.24. 선고 9832045 판결 : 전신마취에 의한 수술을 함에 있어 사전에 실시한 심전도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었으나 심전도검사 결과가 전신마취에 부적합한 정도에 이르는지 여부를 보다 정밀한 검사를 통하여 확인하는 등의 절차 없이 그대로 일반적인 마취 방법으로 수술을 시행하던 중 마취로 인한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고에서 병원 의사들의 의료행위에 과실이 있었다고 본 사례.

 

 대법원 1994.4.26. 선고 923283 판결 : 마취환자의 마취회복업무를 담당한 의사로서는 마취환자가 수술 도중 특별한 이상이 있었는지를 확인하여 특별한 이상이 있었던 경우에는 보통 환자보다 더욱 감시를 철저히 하고, 또한 마취환자가 의식이 회복되기 전에는 호흡이 정지될 가능성이 적지 않으므로 피해자의 의식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주위에서 관찰하거나 적어도 환자를 떠날 때는 피해자를 담당하는 간호사를 특정하여 그로 하여금 환자의 상태를 계속 주시하도록 하여 만일 이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즉시 응급조치가 가능하도록 할 의무가 있고, 피해자를 감시하도록 업무를 인계받지 않은 간호사가 자기 환자의 회복 처치에 전념하고 있었다면 회복실에 다른 간호사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에도 다른 환자의 이상증세가 인식될 수 있는 상황에서라야 이에 대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일 뿐 회복실 내의 모든 환자에 대하여 적극적, 계속적으로 주시, 점검을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투약상의 과실

 

투여할 의약품이 약사법 소정의 검인합격품이고 부패·변질·변색되지 않고 유효기간 내의 약제인가를 확인하여야 할 의무, 복용방법을 충분히 설명할 의무, 약제가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때에 이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에 대비할 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5.4.29. 선고 200464067 판결 : 결핵약인 에탐부톨이 시력약화 등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이상 이를 투약함에 있어서 그 투약업무를 담당한 보건진료원 등은 위와 같은 부작용의 발생가능성 및 구체적 증상과 대처방안을 환자에게 설명하여 줄 의료상의 주의의무가 있고, 그 설명은 추상적인 주의사항의 고지나 약품설명서에 부작용에 관한 일반적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환자가 부작용의 증세를 자각하는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보건소에 나와 상담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02.5.28. 선고 200046511 판결 : 의사는 긴급한 경우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약품을 투여하기 전에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성과 부작용 등 환자의 의사결정을 위하여 중요한 사항을 설명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투약에 응할 것인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하지만,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투약으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 스스로의 결정이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일 때에는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2.1.11. 선고 200127449 판결(약국에서 감기약을 조제받아 복용한 후 대학병원에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으로 진단받고 그곳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사안) : 약사가 환자를 문진의 방법으로 진단하여 감기약을 조제하여 줄 당시 그 조제약의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에 관한 설명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긴급한 사태가 존재하지 아니하였고, 그 조제약의 복용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의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으며, 그 부작용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반면 그에 관한 사전검사 방법이 알려져 있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므로 약사로서는 사용설명서에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표시되어 있는 의약품을 단순 판매하는 경우와는 달리 감기약을 조제함에 있어 조제 전에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등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을 미리 설명하여 부작용의 존재를 알 길이 없던 환자 측의 승낙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그 발생가능성이 극히 희소하다는 점만으로는 그와 같은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99.2.12. 선고 9810472 판결 : 간질환으로 치료받던 피해자에게 진균증 감염 사실이 발견되어 항진균제인 니조랄을 투약한 후 반복적인 흉통, 발작, 일시적인 혼수상태 등의 현상이 있었으나, 그것이 니조랄과 관련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 투약을 중단시키거나 심장계통 등의 이상을 의심하여 이에 적절히 대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방치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

 

 수혈상의 과실

 

의사는 수혈의 필요 여부부터 시작하여 수혈시 직접 입회하여 교차반응 검사 등을 통하여 혈액형의 일치 여부 및 수혈용 혈액의 완전성(불량성) 여부를 확인하고 세심한 주의를 다해서 환자의 반응을 주시하여 부작용이 있는가의 여부를 확인하면서 서서히 수혈하는 한편, 불의의 위험에 대한 임기응변의 조치를 갖추는 등의 주의의무가 있다.

 

 대법원 1998.2.27. 선고 972812 판결 : 수혈은 종종 그 과정에서 부작용을 수반하는 의료행위이므로, 수혈을 담당하는 의사는 혈액형의 일치 여부는 물론 수혈의 완성 여부를 확인하고, 수혈 도중에도 세심하게 환자의 반응을 주시하여 부작용이 있을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를 갖추는 등의 주의의무가 있다. 그리고 의사는 전문적 지식과 기능을 가지고 환자의 전적인 신뢰하에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로서, 그 의료행위를 시술하는 기회에 환자에게 위해가 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선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고 있고, 간호사로 하여금 의료행위에 관여하게 하는 경우에도 그 의료행위는 의사의 책임하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간호사는 그 보조자에 불과하므로, 의사는 당해 의료행위가 환자에게 위해가 미칠 위험이 있는 이상 간호사가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충분히 지도·감독을 하여 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를 소홀히 한 채 만연히 간호사를 신뢰하여 간호사에게 당해 의료행위를 일임함으로써 간호사의 과오로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하였다면 의사는 그에 대한 과실책임을 면할 수 없다.

 

 대법원 2000.1.14. 선고 993621 판결 : 산부인과 의사가 산모의 태반조기박리에 대한 대응조치로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적어도 제왕절개 수술 시행 결정과 아울러 산모에게 수혈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 미리 혈액을 준비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7.4.8. 선고 963082 판결은, “제왕절개분만을 함에 있어서 산모에게 수혈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 한 산후과다출혈에 대비하여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기 전에 미리 혈액을 준비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한 바 있는데, 각 사안은 비슷하나, 위 판결에서는 의사가 산후과다출혈을 예상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고,  993621 판결의 사안에서는 의사가 수혈가능성에 대하여 예상하고 있었다고 판단한 점이 다르다).

 

 환자관리 및 간호상 과실

 

의사는 진료의무 이외에도 진료의 전 과정에 있어서 환자관리 및 간호의무를 부담한다. 입원환자, 특히 정실질환자에 대한 관리의무 위반 여부가 주로 문제된다.

 

 대법원 1994.12.22. 선고 933030 판결 : 갑상선아전절제술 및 전경부임파절청소술을 받은 환자가 기도부종으로 인한호흡장애로 뇌기능 부분손상상태(식물인간상태)에 이르게 된 경우, 환자의 호흡 곤란을 알고도 00:30경부터 09:00경까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지 아니한 주치의 겸 당직의사와 그의 활력체크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고 의사를 불러달라는 환자 보호자의 요청을 듣지 아니한 담당간호사들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처단한 사례

 

 대법원 1999.3.26. 선고 9845379, 45386 판결 : 일반적으로 의료행위에는 통상 진단과 치료 외에 환자에 대한 요양지도도 포함되고, 이러한 요양지도는 환자의 질병, 연령, 성별, 성격, 교양의 정도 등에 응하여 진료의 각 단계에서 적절한 시기에 환자의 상황에 따라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바, 통상 입원환자들은 환자 자신을 위해서나 다른 환자들의 보호를 위해서도 금연이 요구되고, 특히 수술환자에 있어서는 그 필요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입원환자나 수술환자들의 금연에 대한 지시 혹은 지도는 의료종사자들의 요양지도의 한 구체적 내용을 이룬다고 할 것이나, 의료종사자들에게 이처럼 금연에 대한 지시 혹은 지도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흡연 자체가 환자에게 금기시되는 것은 굳이 의학적 지식이라고 할 것까지 없이 상식적인 사항에 해당하므로, 환자의 질병과 나이 또는 상황 등에 비추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러한 금연에 대한 지시 혹은 지도는 금연의 필요성에 대한 의학적 설명 내지 강조와 구두에 의한 금연의 수시 확인 정도로도 충분하고 나아가 환자의 동태 등을 살펴 금연 여부를 상시 확인·감독할 의무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1.5.10. 선고 915396 판결 : 피고병원의 의사 ○○○ 등으로서는 전에도 자살을 감행한 전력이 있는 등과 같은 정황으로 미루어 자살을 감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고의 동태를 계속 주의 깊게 관찰, 감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전환장애환자인 원고의 자살기도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본 사례.

 

 전원의무 위반

 

환자를 전원하는 경우 불안정한 환자를 의학적인 필요성 이외의 이유로 전원하여서는 아니되고, 수용하는 의료기관의 인력, 수술실, 병상 등의 가용성을 확인하여야 하며, 검사결과, 진단 및 치료에 필요한 기록, 기타 환자와 관련된 정보를 신속히 전달하여야 한다. 한편, 전원요청을 받은 의사로서는 전원을 허용하기에 앞서 전원요청을 한 의사에게 구체적이고 추가적인 질문을 하여 환자의 상태를 더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야 전원을 허용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5.6.24. 선고 200516713 판결).

 

 대법원 2005.6.24. 선고 200516713 판결 : 즉각적인 응급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상태를 잘못 판단하여 즉각적인 응급수술이 불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시키고, 또한 전원과정에서 환자의 초기상황과 시행된 처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 결과 환자에 대한 즉각적인 응급수술의 실시가 지연됨으로써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아 병원 측의 전원상의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원 1996.6.25. 선고 9413046 판결 : 의사가 환자 내지 그 가족에게 상처 부위의 조직괴사에 대응하기 위하여 필요한 검사 내지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는 종합병원밖에 없다고 설명하면서 종합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하였다면 그것으로 의사로서의 진료상의 의무를 다하였다 할 것이고, 거기서 나아가 그 환자나 가족들이 개인의원으로 전원하는 것을 만류, 제지하거나 그 환자를 직접 종합병원으로 전원하여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여, 환자가 그 권유에 따르지 아니하여 증세가 악화된 데 대한 의사의 과실을 부정한 원심 판결을 수긍한 사례.

 

 대법원 1989.11.14. 선고 891568 판결 : 일반외과전문의인 피고인이 피해자의 증상을 통상의 혈행장애로 판단하고 그에 상응한 치료를 한 것에 잘못이 없는 경우에는 즉시 환자를 종합병원에 넘기지 않았다 하여 그것만으로 의료상의 처치과정에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설명의무위반

 

 수술·마취·검사·투약 전 설명의무 위반(조언설명의무 위반)

 

 의미

 

조언설명의무에 대한 명시적인 법규정은 없으나,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헌법상의 권리에 근거하여 환자는 의료주체로서 자신의 신체나 정신에 일어날 일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갖는다고 일반적으로 설명되고 있다. 환자의 수술 등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위하여는 이에 관한 의사 등의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술 등에 대한 환자의 동의는 담당 의사로부터 계획된 의료조치에 대하여 자세하고도 충분한 설명을 들은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야만 진정한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명의무는 진료계약상 주된 급부의무라 할 수 있는 의료행위와는 별도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전제로서 인정되는 독립적인 의무이면서, 주된 의무가 아닌 부수의무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의무는 특히 미용, 성형수술 분야에서 엄격히 적용되어야 한다. 의료행위의 침습성에 대하여 설명의무 이행을 통한 환자의 동의로 위법성을 조각시킨 이유는 의료행위의 구명성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용, 성형수술 분야에 있어서는 의료행위의 특성인 구명성을 가지지 아니한 사안이 많고, 특히 이러한 사안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편향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대법원 1999.9.3. 선고 9910479 판결 :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대법원 1998.2.13. 선고 967854 판결 : 수혈에 의한 에이즈 바이러스의 감염은 수혈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고, 그로 인하여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 현대의학으로는 치료 방법이 없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서 그 피해는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데다가 의학적으로 문외한인 환자로서는 예상할 수 없는 의외의 것이므로, 위험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고, 수술 후 수술중의 출혈로 인하여 수혈하는 경우에는 수혈로 인한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위험은 당해 수술과는 별개의 수혈 그 자체에 특유한 위험으로서 당해 수술 자체로 인한 위험 못지않게 중대한 것이므로 의사는 환자에게 그 수술에 대한 설명, [ 117 ] 동의와는 별개로 수혈로 인한 위험 등을 설명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10.25. 선고 200248443 판결 :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할 것이고, 성형수술행위도 질병의 치료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의료행위임이 분명하므로, 이러한 성형수술 과정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침습을 가하는 경우에 대하여도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설명의무의 주체, 상대방 등

 

설명은 원칙적으로 담당 처치의사가 하여야 할 것이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치의사가 아닌 주치의 또는 다른 의사가 할 수도 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910479 판결). 설명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의 전제가 되므로 원칙적으로 환자에게 하여야 하나, 반드시 직접 환자에게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는 환자의 가족을 통하여 환자에게 간접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다만, 환자가 의사무능력자여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이해력과 판단 능력이 결여되거나 부족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여야 하고 그 법정대리인이 동의권자가 된다.

 

 설명의무의 입증책임

 

설명의무의 위반은 채무불이행책임으로 구성하는 경우 채무의 불이행,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하는 경우 부작위에 의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칙적으로는 환자가 그 점을 입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판례는,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로서, 그 의무의 중대성에 비추어 의사로서는 적어도 환자에게 설명한 내용을 문서화하여 이를 보존할 직무수행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일 뿐 아니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9, 같은 법 시행규칙 제3조 및 [서식] 1에 의하면, 통상적인 의료행위에 비해 오히려 긴급을 요하는 응급의료의 경우에도 의료행위의 필요성, 의료행위의 내용, 의료행위의 위험성 등을 설명하고 이를 문서화한 서면에 동의를 받을 법적 의무가 의료종사자에게 부과되어 있는 점, 의사가 그러한 문서에 의해 설명의무의 이행을 입증하기는 매우 용이한 반면 환자 측에서 설명의무가 이행되지 않았음을 입증하기는 성질상 극히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라고 판시하여 의사가 충분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대법원 2007.5.31. 선고 20055867 판결).

 

 예외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아니한 경우 항상 의사 측의 법률적 책임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채 수술 등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의 의사의 설명은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 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하여는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95.4.25. 선고 9427151 판결, 2002.5.28. 선고 200046511 판결). 그리고 환자가 의사로부터 올바른 설명을 들었다 하더라도 그 수술이나 투약 등 침습적 의료행위에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이른바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면책은 의사 측의 항변사항으로서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는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설명의무의 면책이 허용되나(대법원 1994.4.15. 선고 9225885 판결),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5.1.20. 선고 943421 판결, 2004.10.28. 선고 200245185 판결, 2007.5.31. 선고 20055867 판결 등).

 

 손해의 범위

 

대법원은 1994.4.15. 선고 9360953 판결에서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 환자 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설명결여 내지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사실만을 입증함으로써 족하고 설명을 받았더라면 사망 등의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으나,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취득과정에서의 잘못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그 경우 의사의 설명의무의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점에 비추어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의료적 침습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한 이후 일관되게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조언설명의무위반의 경우 자기결정권의 침해로 보아 위자료만 인정한다.

한편, 대법원 1994.4.15. 선고 9225885 판결은 피해자가 의사의 치료상의 과실이 없더라도 그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투약 여부에 대한 승낙권을 침해당하였다면 그 위법행위 때문에 예기치 못한 의약품의 부작용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할 것이고 가족들도 위 고통을 함께 입었다.”라고 판시하여 자기결정권이 문제될 수 없는 환자의 가족들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였는데 이는 의문이다. 조언설명의무의 본질이 의료계약에 있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려는 것이었고,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계약에 터잡은 신의칙상의 환자에 대한 보호의무라는 점에서 볼 때 과연 환자의 인격권 침해에 대한 배상 이외에 환자 가족의 인격권까지 현행 의료체계에서 보호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환자 가족의 정신적 고통이란 환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반사적 효과로 보아 환자에 대한 위자료 배상에 의하여 당연히 위자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고지설명의무 위반

 

고지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과는 무관하게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의무로서 환자의 병명이나 상태 등에 대하여 설명할 의무이므로 순수한 진단계약(예컨대 건강검진)에서는 주된 의무가 될 수 있다. 통상 고지설명의무를 조언설명의무의 유형으로 같이 파악하기도 하는데, 단순한 고지설명의무의 위반만으로는 법적인 책임이 발생할 정도의 정신적인 고통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의사의 잘못된 진단과 관련하여 고지를 받지 못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위자료 책임이 인정된다(대법원 2002.6.25. 선고 200166321 판결, 1997.11.26. 선고 9736842 판결 등에서는 비록 임신중절이 금지되는 사안이므로 의사의 태아상태에 대한 오진으로 인한 낙태결정권의 침해는 인정되지 아니하나 태어날 아이가 장애아임을 미리 알았다면 이에 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갑작스럽게 당하여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이유로 위자료의 배상을 명하였다. 한편, 의사의 과실로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미리 발견하지 못한 경우에도 생명연장의 기회를 상실하였다거나 미리 죽음에 대비할 기회를 박탈하였다는 이유로 위자료 청구가 인정될 수 있다).

 

 지도설명의무 위반

 

지도설명은 의사의 업무범위 이외의 영역에서 예견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인 충고를 말한다. 의료법 제24조는 의료인은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에게 요양방법이나 그 밖에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의사에게는 위 법 규정에 따라 처치나 투약 후에 환자가 지켜야 할 주의사항(투병수칙, 건강수칙) 등을 알려주고 권고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의사의 지도설명의무는 법적 의무로서 의료계약상의 주된 급부의무와 동등한 별개의 주된 의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조언설명의무와 같이 포기되거나 면제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지도설명의무위반 그 자체가 하나의 의료과실로서 진료상 과실과 같이 취급되어야 한다. 판례도 지도설명의무를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5.4.29. 선고 200464067 판결).

 

 대법원 1991.2.12. 선고 902547 판결 : 자기 집 안방에서 취침하다가 일산화탄소(연탄가스) 중독으로 병원 응급실에 후송되어 온 환자를 진단하여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판명하고 치료한 담당의사에게 회복된 환자가 이튿날 퇴원할 당시 자신의 병명을 문의하였는데도 의사가 아무런 요양방법을 지도하여 주지 아니하여, 환자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었던 사실을 모르고 퇴원 즉시 사고 난 자기 집 안방에서 다시 취침하다 전신피부파열 등 일산화탄소 중독을 입은 것이라면, 위 의사에게는 그 원인 사실을 모르고 병명을 문의하는 환자에게 그 병명을 알려주고 이에 대한 주의사항인 피해 장소인 방의 수선이나 환자에 대한 요양의 방법 기타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하여 줄 요양방법의 지도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이를 태만한 것으로서 의사로서의 업무상과실이 있고, 이 과실과 재차의 일산화탄소 중독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5.4.29. 선고 200464067 판결 : 시각이상 등 그 복용 과정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약품을 투여함에 있어서 그러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및 그 경우 증상의 악화를 막거나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데에 필요한 조치사항에 관하여 환자에게 고지하는 것은 약품의 투여에 따른 치료상의 위험을 예방하고 치료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안전을 위한 주의로서의 행동지침의 준수를 고지하는 진료상의 설명의무로서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때 요구되는 설명의 내용 및 정도는, 비록 그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일단 발생하면 [ 123 ] 그로 인한 중대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환자 스스로 판단, 대처할 수 있도록 환자의 교육정도, 연령,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이를 설명, 지도할 의무가 있다.

 

. 수인한도를 넘는 불성실한 진료

 

환자와 의사간의 관계를 의료계약이라는 계약법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경우에도, 의료행위의 침습성에 따른 위험의 고려는 언제나 환자에게 의사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요구하게 된다. 전문가 영역에서는 위임, 도급 등의 계약에 의하여 밀접한 인적 신뢰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러한 경우 계약의 본지에 따른 의무의 이행과 아울러 상호 신뢰관계에 기초한 신의칙상 부수의무인 상대방에 대한 보호의무가 문제되고, 특히 의료계약과 같이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성으로 인하여 계약당사자 상호간에 고도의 신뢰관계가 필요한 사안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보호, 배려의무가 더욱 더 강하게 요청된다. 따라서 계약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적법한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를 하는 경우 그와 같은 행위는 상대방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계약의 주된 급부의무와는 무관하더라도 상대방이 신뢰감 상실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는 등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대법원 2006.9.28. 선고 200461042 판결도 의료행위의 속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의료진이 환자의 기대에 반하여 환자의 치료에 전력을 다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에게 발생한 악결과(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에 관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 다만, 그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일반인의 처지에서 보아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른 경우라면 그 자체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그로 말미암아 환자나 그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의 배상을 명할 수 있으나, 이때 그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정도로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하였다는 점은 불법행위의 성립을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이를 입증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함으로써, 의료과실과 관련하여 의사의 주의의무, 특히 환자에 대한 보호의무의 영역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9. 의사의 설명의무

 

. 설명의무의 의의

 

진료계약의 성질은 위임계약이라고 볼 것이고, 위임계약에 있어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여야 할 의무가 있지만(민법 제683), 진단과 치료채무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요하는데 비하여 환자는 일반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추고 있을 뿐인 점, 의사의 진료채무가 추상적으로는 적절한 진료를 하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진료형태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그 진료행위가 수시로 변동되어 환자의 완치를 목적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인 점, 환자는 진료의 객체이기도 하지만 환자의 신체에 대한 수술, 투약 등 침습의 형태로 진료가 이루어지는 까닭에 환자 스스로 생명, 신체의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 의사로부터 치료행위의 위험성 등의 설명을 받은 후에 침습의 형태를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가지므로 진료의 주체이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의사는 환자의 청구가 없더라도 환자에게 적극적인 보고의무, 즉 설명의무를 부담한다.

 

. 설명의무의 근거

 

 대법원판례는 환자의 승낙권이 최초로 문제된 대법원 1979.8.14. 선고, 78488 판결에서 의사의 설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 환자의 승낙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취지로 판시한 이래, 대법원 1994.4.15. 선고, 9360953 판결에서 의사의 설명의무가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밖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인정된다고 하여 설명의무의 근거로서 계약상 의무 또는 위법성조각사유를 들었고, 그 이후의 대법원판결들도 이를 인용하고 있다.

 

 환자는 기본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므로 이에 기하여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신에 대한 의료침습의 필요성, 정도, 그로 인한 결과를 알고 의료침습을 선택할 권리인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구체적으로는 당해 의료계약에 기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의사로부터 충분하고도 적절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으며, 의료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에 기하여 의료침습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하여 의사의 설명의무가 인정된다.

 

 한편 환자는 구체적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항상 합리적인 판단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의학적 내지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는데, 의사는 성실한 설명을 통하여 환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데 그쳐야지 환자에게 합리적인 판단을 강요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 설명의무의 성질

 

채무자의 급부의무를 주된 급부의무와 부수의무로 구분할 때 부수의무는 주된 급부의무의 이행의 완전에의 관련성에 따라 독립적 부수의무와 종속적 부수의무로 구분할 수 있다. 진료계약상 의사의 의무 중 진료의무가 주된 급부의무라고 보는 것에는 이견이 없고,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실행에 기여한다는 독자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의무이므로 독립적 부수의무라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판례가 "의사가 환자에게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대법원 1999.9.3. 선고, 9910479 판결, 대법원 1994.4.15. 선고, 9360953 판결)하고 있으나,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이상 설명의무가 주된 급부의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기는 곤란하고, 독립적 부수의무로서 진료계약상의 의무라는 의미에서의 설시라고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 설명의무의 내용

 

 설명의 주체

 

설명의무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당해 처치의사라 할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처치의사가 아닌 주치의 또는 다른 의사를 통한 설명으로도 충분하지만(대법원 1999. 9. 3. 선고 9910479 판결), 처치의사를 보조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나 사무직원에 의한 설명은 허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설명의무는 진료의무와 독립한 의무로서 의사에게 고유한 의무이고, 또 설명이 불충분하거나 특히 환자 자신과 관련하여 관심있는 부분에 대하여 질문 등을 하여 이를 명확히 해야 할 의무가 환자에게 있다면 그 상대방은 의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술에 참여하지 아니하고 설명만 한 의사라 할지라도 설명이 불충분한 경우에는 그 범위 안에서 환자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병원의 經營者는 그 병원에 근무중인 의사에게 환자에 대한 완전하고도 포괄적인 설명의무를 다하도록 지도감독할 의무가 있으며, 단지 각과의 과장등에게 일반적인 설명의무에 대한 교시를 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경영자의 의무를 다하였다고 할 수 없다.

 

 설명의 상대방

 

설명은 환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의사가 설명을 할 상대방은 당해 의료행위에 대하여 동의할 자로서 원칙적으로 환자 자신이 되며(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35671 판결은 환자가 성인으로서의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인척에 불과한 시숙의 승낙으로써 환자의 승낙에 갈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어떤 의사도 환자와 의논하지 아니하고 그의 친족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질병 및 의료처치에 대하여 설명하고 그들로부터 동의를 기대하거나 그들에게 동의를 위임받도록 할 권리가 없다.

 

환자가 미성년자이어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이해력과 판단능력이 결여되거나 또는 부족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보호자를 설명시에 참여시켜야 하고 예견되는 진료에 대하여 그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미성년자인 환자가 충분한 판단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환자에게 설명하여야 하고, 그 환자는 부모의 동의에 반대할 수도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동의권능은 민법상의 행위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실제적인 이해력과 판단능력에 달려 있으므로 미성년자인 경우에도 실제적인 이해력과 판단능력이 있으면 동의권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성년자의 신체상태에 지속적이고 중대한 변화를 유발시킬 수 있거나 비교적 오랜 동안의 입원과 같이 미성년자를 부모의 보호로부터 격리하여 침습을 행할 경우에는 판단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동의 외에 부모의 동의도 필요하다고 본다.

정신질환자의 경우에도 그 환자가 의료침습의 의미와 효과에 대하여 필요한 변식력을 가지고 있다면 정신질환자에게 설명할 수 있으며, 그 환자의 동의만이 유효하다. 그러나 정신질환자가 침습의 의미와 효과를 평가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의사는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사고 후 의식불명인 환자 또는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의 질병의 진행이나 장기간 약물의 투여로 인하여 의식이 약화된 환자인 경우에는 의사의 진료행위에 동의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그러한 환자는 설명의 상대방이 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환자를 대리하여 결정해야 하는 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을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실제로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환자의 법정대리인이 아닌 환자의 배우자, 자녀 등 이른바 환자의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는데,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환자가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거나, 환자가 설명을 직접 들으면 받게 될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서 질병이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법정대리인이 아니더라도 최근 친가족이 설명의 상대방이 된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지체할 수 없는 위험이 존재하는 긴급상태에서는 환자의 추정적 의사의 해명을 위하여 가까운 친족에게 문의하는 것이 중요한데, 어떠한 친족도 연락되지 않거나 그들의 통지가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요청되는 의료적 침습을 실행할 권리가 의사에게 있다고 본다.

 

 설명의 시기

 

설명은 원칙적으로 의적 침습이 있기 전에 하여야 할 것이고, 시기를 놓친 설명은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설명은 적시에, 즉 환자가 자신의 인식능력과 결정능력을 완전히 가지고 있고, 행하여질 의료침습시까지 상당한 고려기간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행하여져야 한다. 특히 선택치료를 언급할 때, 치료에 너무 늦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이에 반하여 진단사항이 모두 나오지 아니한 상태에서 너무 이른 설명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 기준은 환자가 형량하여 결정하는 데 기여하고, 상황에 의하여 편견이 이미 생기지 아니한 진정한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하여야 하는 데 있다.

또한 구체적인 경우에 설명의 시기가 언제쯤이 적절한지는 다양한 상황에 달려 있으며 이를 일률적으로 확정시키기는 어렵다. 원칙적인 경우에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과 의논하고 충분히 숙고한 후 결정할 시간이 환자에게 주어지면 된다 하겠다. 그리고 의사의 설명과 진료간의 시간적 간격은 時間과 질병 자체의 실질적인 적응증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함께 결정된다. , 시간적으로 긴급하거나 질병 자체가 긴급한 경우에는 시간적 간격이 적어진다. 요컨대 설명은 중요시되는 법익 보호와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실현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상황의 고려하에 가능한 한 빨리 행하여야 된다.

 

 설명의 방법

 

설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이어야 하나 동의와 마찬가지로 어떤 특정한 형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설명은 환자의 연령과 교육 정도에 맞춰서 이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일방적이서는 안되고 의사와 환자 쌍방의 대화이어야 한다. 의사는 또한 이와 같은 대화를 통해서 환자가 이미 설명을 들었는지, 얼마나 알고 있는지와 설명이 적절한지의 여부를 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설명은 의학적인 상세한 지식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환자로 하여금 자기결정을 적절하게 할 수 있도록 그에 관련된 판단자료를 제공하면 될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발생가능성이 매우 적은 것을 의학적으로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으며, 환자가 질문하지 않은 것을 위험성이 아주 적은 합병증 빈도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설명할 것이 아니라 환자가 침습의 중대성과 위험성 및 그 침습을 택하지 않았을 경우의 결과 등에 대한 올바른 표상을 얻도록 설명해야 한다.

의사는 설명에 있어서 인식할 수 있는 환자의 희망을 당연히 고려해야 하며, 또한 환자의 명시적인 질문에 대하여는 전반적으로 충분하게 그리고 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최근 설명대화의 근거로서 치료 내지는 수술 전에 서명을 위하여 환자에게 제시되는 표준침습의 실행과 위험에 대한 설명서 내지 동의서라는 양식이 자주 사용된다.

이러한 양식들은 의사와의 대화를 나눌 때 준비자료로서 유용성이 있는데, 의사와의 실질적인 대화에서 환자가 알고 있으며 특히 관심이 많은 개별상황에 대하여 환자의 질문을 더 용이하게 해 줄 수 있고, 또한 다양한 양식 중 대부분이 의사에게 설명의 중점이 될 만한 점들을 환기시켜 주고 따라서 의사가 이행할 설명의 근거로 사용하는 데 적합한 것이다.

 

반면에 이러한 양식들은 설명대화의 상호성 및 특정한 환자와 관련된 특수한 대화의 가능성이 결여된다. 따라서 이들은 각 개별 경우에 있어서 유효한 설명기준이 될 수 없으며 의사의 설명대화를 대체하는 것이 될 수도 없다. 오직 설명대화 속에서만 이러한 보조수단에 의하여 환자가 충분하고 올바르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취하여진 설명서 또는 동의서에 대한 서명은 환자가 그것을 읽고 이해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며, 더욱이 그 내용이 환자와 함께 적절히 논의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될 수는 없으며, 단지 서명에 앞서 치료 내지는 수술과 그것의 발생가능한 결과에 대한 대화가 나누어졌다는 사실에 대한 정황이 될 수 있을 뿐이다. 대법원도 교통사고로 입은 상해부위의 수술을 위하여 전신마취를 받은 환자가 급성심부전증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이 사건 수술을 함에 있어 의사의 병 내용 설명을 숙지하고 자유의사로 승낙하며 수술중 및 수술후 경과에 대하여 의사와 병원 당국에 하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아니하기로 하고 수술 시행을 승인한다는 내용의 부동문자로 인쇄된 수술승인서 용지에 서명 날인을 받은 것만으로는 전신마취로 초래될 수 있는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하여 설명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35671 판결).

 

또한 의사가 설명을 함에 있어서는 환자에게 불리한 소견을 불쑥 제시하지 말아야 하고 환자가 침습의 필요성에 설득되도록 노력하면서 행하는 보호적 설명이 요청된다. , 특정치료에 의학상 환자의 합리적 선택의 여지가 없고, 그 치료가 단지 생명연장에 불과한 경우가 아니면 특히 그러하며, 환자가 그 질병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침습을 거절할 때 비로소 그 침습이 없으면 그에게 닥쳐올 위험을 보다 자세히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며, 여기서도 단계적 조치가 이용될 수 있다고 한다.

 

 설명의 범위 및 기준

 

당해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하여는 설명의무가 없다(대법원 1999.9.3. 선고, 9910479 판결).

 

설명의무의 기준에 관하여 대법원판결은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또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4. 4. 15. 선고 9360593 판결; 1997. 7. 22. 선고, 9549608 판결; 1999. 9. 3. 선고, 9910479 판결; 1999.12.21. 선고 9829261 판결).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수술시에만 한하지 아니하고 검사진단처치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각각 발생한다 하겠으나,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의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하여야 하는 설명의 대상을 내용별로 유형화해 보면  환자의 증상,  침습의 내용정도,  수술등 처치의 전망(효과-증상개선의 정도),  침습의 필요성긴급성 및 수술등 처치를 하지 않는 경우의 증상의 정도,  다른 치료방법으로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없다는 점(보충성),  침습의 결과 생기는 위험의 내용정도 및 방지가능성,  당해 시설에 있어서 과거의 실적 등이다.

 

또한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5. 1. 20. 선고 943421 판결).

 

이러한 설명의 대상에 관하여 의사는 환자에게 어떤 범위 안에서 어느 정도로 설명하여야 하는가는 매우 어려운 문제인바, 일반적으로 의사의 충분한 설명을 전제로 한 환자의 동의만이 유효하다고 하는데, 누구를 기준으로 충분한 설명이라고 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합리적 의사 기준설,  합리적 환자 기준설,  구체적 환자 기준설,  이중기준설 등이 있다. 생각컨대 이것은 객관적주관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해져야 할 것으로서 보통은 분별력 있는 환자가 자기결정을 하기 위하여 필요할 것으로 여겨지는 사정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설명하면 충분하다고 하겠고,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서는 이와 아울러 당해 환자의 특별한 사정, 즉 교육정도연령신조심신상태 및 의사와의 관계 그리고 특히 그가 중요시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항도 함께 고려할 필요도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4. 4. 15. 선고 9360953 판결).

 

 설명의 한계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설명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것이 환자의 치유에 위해적인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암 등 불치병의 진단이나 처치상의 중대한 위험 등에 대한 사실 그대로의 설명은 오히려 공포 등 치료에 역효과를 가져오는 심리적 위축을 야기할 수 있어 의사의 설명의무의 이행을 무조건 강제라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일 수는 없다. 이러한 때에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하여 설명을 피하는 것이 치료상 환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면, 즉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불이익과 설명에 의한 역작용이 주는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전자보다 후자가 크다면 설명의무를 면제함이 바람직하며, 완전한 설명이 환자의 건강을 현저히 손상케 하거나 환자에게 무거운 부담을 주어 치료효과에 나쁘게 작용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부분설명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대부분의 대법원판결들이 긴급한 경우 기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명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그것이 면제되는 경우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문제는 설명의 불이익과 불설명의 불이익의 형량기준이 어떻게 되느냐인데, 이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특히 당해 환자의 심리상태에 의존하는 바 크다고 하겠다. 예컨대 암이라는 진단설명은 그 환자를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심리적정신적 의기소침에 빠지게 하므로 의사는 이른바 자비의 거짓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명이 원칙이고 그 면제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 환자의 심리상태라는 것이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에 대한 손쉬운 도피처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 정보를 받아 벌써 알고 있는 환자(informierter Patient) 혹은 이미 어떤 의료적 침습에 대하여 결정을 한 환자나 설명받을 것을 포기하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환자에 대하여는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또한 응급의 경우에는 형식적인 추정적 동의에 의하여 설명의 불이행이 정당화될 수도 있다. 실제로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법익이 환자가 갖는 자기결정권보다 상위에 놓이게 되므로 설명의무가 면제된다는 점에 별 이론이 없다. 그리고 환자가 중태이어서 실제로 의사가 제대로 설명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역시 의사의 설명의무는 면제된다고 본다. 대법원판결에서도 원고가 생명이 위독한 상태하에서 의식이 회복되기 전까지의 투약에 관한 한 사전의 설명이 불가능하였으므로 긴급한 경우에 해당한다 하여 그 시점까지의 설명의무를 부인한 바 있다(대법원 1994. 4. 15. 선고 9225885 판결).

 

한편 환자가 의사로부터 올바른 설명을 들었다 하더라도 그 수술이나 투약 등 침습적 의료행위에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이른바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면책은 의사측의 항변사항으로서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허용되며, 예컨대 환자의 심장질환에 대한 근원적인 치료를 위하여는 가까운 장래에 대동맥판막치환, 상행대동맥확장 및 좌측 주관상동맥입구확장 등의 개심수술을 시행할 수밖에 없고 또 환자가 그러한 개심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하였다는 사유만으로는 환자가 수술에 수반될지도 모르는 부작용까지 고려하여 여러 가지로 대처할 선택의 가능성을 모두 배제하고 그 수술을 승낙했을 것이 명백하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5. 1. 20. 선고 943421 판결. 이 판결은 또한 의사의 설명이 환자로 하여금 의학지식 및 기술상 합리적인 진료행위를 비합리저인 근거로 거부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의사의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없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의사가 의료침습을 행하기 전에 환자에게 설명을 하지 않거나 불충분한 설명을 함으로써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발생한 환자의 손해에 대하여 진료계약상의 독립적 부수의무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아야 하고, 설명의무위반과 환자의 법익 침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따라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먼저 설명이 유효하게 행하여졌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설명의무위반과 환자의 법익 침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 또는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면 환자에게 법익침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 즉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 확정되어야 한다.

 

설명의무위반과 손해발생과의 인과관계를 논함에 있어서는 무엇을 손해라고 할 것인가를 먼저 확정하고, 그 후에 그 손해의 발생과 설명의무위반과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경우에 인과관계의 존재를 인정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손해라 함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 자체 자기결정권의 적절할 행사가 이루어진 경우에 예측되어지는 결과와 자기결정권이 행사되지 못함으로써 현실적으로 발생한 결과와의 차이를 모두 포함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전자의 손해에 있어서는 인과관계가 별도로 문제될 여지가 없지만 후자의 손해(일실수입도 포함됨)에 있어서는 적법한 설명이 있었더라면 현실로 이루어진 결정 또는 치료결과와는 다른 결정 또는 치료결과가 이루어졌을 것이 요구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에 의사가 배상하여야 할 책임의 범위는 환자에게 발생한 전손해, 즉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 모두 포함시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냐, 정신적 손해로 한정하여야 할 것이냐에 관하여 견해가 나뉘고 있다.

 

대법원은 당초 긴급성이 요구되지 않는 두부모발 결핍부분에 대한 성형수술을 위하여 피부이식술 등을 시행하면서 그 내용과 후유증에 대한 설명의무위반으로 위자료의 지급을 명한 원심판결을 유지하는 판결(대법원 1987.4.28. 선고, 86다카1136 판결)을 하면서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하여 판단하지는 아니하였으나, 1994.4.15. 선고, 9360953 판결 이래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설명 결여 내지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사실만을 입증함으로써 족하나,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설명의무위반이 의료침습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상당인과관계있는 모든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5. 1. 20. 선고 943421 판결; 1996.4.12. 선고, 9556095 판결).

 

이는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있어 전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전제에 있는 것이므로 대법원판례가 전손해설의 입장을 취한다고 할 수 있다.

, 의사가 설명의무위반시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다만,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등을 하여 사망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환자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하여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설명 결여 또는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으로 족하고, 설명을 받았더라면 사망등의 결과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하고, 전손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설명의무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의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위반행위와 환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고 한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 그 이전의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52402 판결;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3421 판결;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60953 판결 등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시하였으나,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을 이유로 실제로 전손해의 배상을 인정한 것은 위 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이 최초이다).

 

 설명의무가 환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 침습의 필요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즉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인정된다. 따라서 설명의무위반의 경우에 환자가 입은 손해는 원칙적으로 의료행위로 인한 신체손상이나 사망 등이 아니라 그가 그 의료행위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입은 정신적 손해인 것이다. 따라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로 행하여진 의료행위에 대하여 의사는 기본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을 진다. 의료행위가 성공적이어서 그 결과 환자의 질병이 치유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환자가 설명을 들었더라도 당해 의료적 침습에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사가 입증한 경우에도 위자료를 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다름이 없다. 또한 설명의무위반도 있고 진료상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일단 설명의무위반에 대하여는 위자료 배상의 책임이 있고, 진료상의 주의의무위반에 대하여는 의료과오에 관한 일반론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면 된다.

 

구체적으로는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것만으로 인격권의 침해가 이루어지므로 설명의무위반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요구하지 않지만, 모든 손해를 구하는 경우에는 설명의무위반의 정도가 의료침습과정에서의 주의의무위반과 같은 정도로 평가되고 또한 상당인과관계를 요구함으로써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범위의 인정기준을 제기하였다. 여기에서 설명의무위반의 정도가 의료침습과정에서의 주의의무위반과 같은 정도일 것을 요구하는 것은 설명의무위반이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서의 가해행위인지 여부에 해당하는 책임성립단계에서의 인과관계인 책임발생적 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이고, "모든 손해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에서의 "모든 손해"는 책임충족적 인과관계에서의 상당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전통적인 학설과 같이 법익 침해의 측면으로서가 아니라 상당인과관계의 측면으로 파악한 타당한 결론이라 하겠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주의의무위반이 인정되면 바로 의료과오로 인한 전손해 배상을 인정할 것이지 주의의무위반 동일시할 정도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우회하여 그 전손해의 배상을 인정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은 미골통을 앓고 있는 환자(고교3년생)에 대하여 미골통 그 자체로는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대한 질환이 아니며, 환자의 이모가 할로테인 마취제를 사용하여 같은 수술은 받은 후 고열 등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직후이었음에도 수술전에 간기능검사 등의 기본검사만을 하였을 뿐 할로테인 마취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하여 조사하였어야 할 환자의 병력 등에 대하여는 사전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수술실에서 문진을 하고서 바로 수술을 시행한 결과 전격성 간염으로 사망한 사안인바, 사안이 이러하다면 의사의 진료상의 주의의무위반이 인정된다고 보여지므로 굳이 미골절제술이 불가피한 수술이었는지 여부 및 할로테인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아니한 설명의무위반으로 전손해의 배상을 인정하여야 할 논리적 필연성도 없다고 본다. 이 사건에 있어서 미골절제술이라는 치료법 선택의 잘못, 할로테인 마취 전 환자의 병력 등에 대한 사전조사 미비 등과 환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였기 때문에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 위 손해배상의 기준을 적용한 대법원판결의 사례

 

 본태성고혈압, 대동맥판막폐쇄 및 부전증, 좌측추관상동맥협착 등의 환자에 대하여 시행한 개심(개심)수술은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고, 뇌전색은 전형적인 부작용이지만 발생빈도가 크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설명의무를 다하였어도 원고가 수술을 거부하였을 것이라 볼 수 없어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재산적 손해의 배상을 명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대법원 1995. 1. 20. 선고 943421 판결).

 

 미골통(미골통) 환자에 대하여 할로테인 마취제를 사용하여 미골절제술을 시행하면서 미골절제술이 불가피한지, 위 마취제로 인한 전격성 간염이나 간괴사 등의 부작용을 설명하여 주지 않았고, 설명을 들었더라면 수술을 받지 않거나 마취방법에 동의하지 않았을 사정을 인정하여 전손해의 배상을 명하였는바(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 이 사안에서는 설명의무위반의 정도가 의료침습과정에서의 주의의무위반과 같은 정도라고 평가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내장 수술에 따른 후유증인 망막박리의 발생가능성에 대하여 설명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망막박리의 예방, 진단, 치료 및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 초래될 결과에 대비하지 못하도록 하여 망막박리가 발생한 사안에서 위자료의 지급을 명하였는바(대법원 1997.7.22. 선고, 9549608 판결), 이 경우에는 후유증의 설명을 받더라도 백내장 수술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위자료만을 인정함이 타당하다.

 

 수술 후 수술중의 출혈로 인하여 수혈하면서 수혈로 인한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설명하지 아니한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에 대하여 위자료의 지급을 인정하였는바(대법원 1998. 2. 13. 선고 967854 판결), 수혈에 의한 에이즈 바이러스의 감염이 수혈행위에 있어 전형적인 위험이고, 원고가 특별히 긴급한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수혈하였다는 판시부분을 고려해 보건대 전손해를 청구하였더라면 그 지급도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안검부위에 대한 안과수술 후 시신경염 또는 허혈성 시신경증에 기인한 시력상실은 위 수술에서 예견되어지지 않고, 시력상실을 예측할 수 없었던 경우 예견할 수 없었던 시신경염 등에 관한 설명의무는 없다고 하였는바(대법원 1999. 9. 3. 선고 9910479 판결), 예측불가능한 위험에 대하여는 설명의무가 없으므로 이는 당연하다.

 

 대법원 1999. 12. 21 선고 9829261판결에서 환자로서는 척추교정술을 받지 않았을 경우 하반신마비가 초래될 것이어서 의사가 설명의무를 다했더라도 수술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므로 위자료만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

 

10.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 설명의무위반의 근거 (=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인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를 할 경우 그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에게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근거로 한다.

 

. 설명의무의 대상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 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 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69540 판결 등).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69540 판결 :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고, 이와 같은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으며,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4. 4. 15. 선고 9225885 판결,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3421 판결,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48443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5867 판결 등 참조).

 

.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채무불이행책임인 동시에 불법행위책임)

 

의사의 설명의무는 위임계약에 따른 부수적 의무인 동시에 법률(의료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의무이다.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채무불이행책임인 동시에 불법행위책임이다(청구권경합).

 

 의료법 제24조의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이하 이 조에서 "수술등"이라 한다)를 하는 경우 제2항에 따른 사항을 환자(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수술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항에 따라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2. 수술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3.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4. 수술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5. 수술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60953 판결 :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위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 또는 그 가족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가 있다.

 

. 증명책임 (= 의사)

 

설명의무의 증명책임은 의사에게 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5867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5867 판결 :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로서, 그 의무의 중대성에 비추어 의사로서는 적어도 환자에게 설명한 내용을 문서화하여 이를 보존할 직무수행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일 뿐 아니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9, 같은 법 시행규칙 제3조 및 [서식] 1에 의하면, 통상적인 의료행위에 비해 오히려 긴급을 요하는 응급의료의 경우에도 의료행위의 필요성, 의료행위의 내용, 의료행위의 위험성 등을 설명하고 이를 문서화한 서면에 동의를 받을 법적 의무가 의료종사자에게 부과되어 있는 점, 의사가 그러한 문서에 의해 설명의무의 이행을 입증하기는 매우 용이한 반면 환자측에서 설명의무가 이행되지 않았음을 입증하기는 성질상 극히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

 

.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설명의무위반으로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으나, 중한 결과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증명된다면 일실손해를 포함한 전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가 인정되기도 한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89662 판결).

 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 :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환자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하여 위자료만이 아닌 전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그 설명의무의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의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위반행위와 환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함이 입증되어야 한다.

 

11. 판례상 나타난 쟁점

 

가. 수술 후 이상 증상이 있을 때 의사의 책임 여부(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다96010, 96027 판결)

 

 안과 의사인 A 씨는 B 씨에게서 오른쪽 눈 시력교정 수술을 의뢰받고,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안압 상승을 예방하기 위하여 안내(眼內)렌즈 삽입수술을 시행하였다.

그런데 B 씨가 수술 직후 불편을 호소하자 난시축 교정술을 시행하였고, 그 후에도 B 씨가 같은 증세를 호소함에 따라 황반부 정밀검사를 하였는데, 오른쪽 눈에 황반원공이 발견되어 삽입된 안내렌즈를 제거하였다.

A 씨는 B 씨에게 의료행위상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가?

 

⑵ 안내렌즈 삽입수술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려우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된다.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오른쪽 눈에 안내렌즈삽입수술을 시행한 지 1~3일 후 황반원공이 생겨 오른쪽 눈의 시력을 상실하였다면, 진료상 과실이 추정되는지 여부,  안내렌즈삽입수술의 위험성으로 황반원공으로 인한 시력상실을 설명해야 하는지 및 이 사건 안내렌즈삽입수술로 인하여 황반원공이 발생하였는지 여부이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으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인 원고에게는 안내렌즈삽입수술의 위험성으로 황반원공이 발생할 가능성을 설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의 황반원공은 이 사건 안내렌즈삽입수술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

 

나.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 받는 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 담당의사가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8다263434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병원에서 환자가 치료 도중 낙상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의사의 주의의무이다.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266606, 266613 판결 등 참조).

여러 명의 의사가 분업이나 협업을 통하여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경우 먼저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는 이후 환자를 담당할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담당 의사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환자의 건강유지와 치료를 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담당 의사가 바뀌는 경우 나중에 담당할 의사에게 이러한 사정을 알려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망인이 흉부 엑스레이 검사 도중 갑자기 낙상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후 입원을 기다리는 도중 양쪽 팔다리에서 경련 증상이 나타났는데, 의사가 망인에게 항경련제만 투여하였다가 이튿날 뇌 CT 검사를 통하여 망인의 뇌출혈 사실을 발견하고 혈종제거술을 하였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한 사안이다.

 

 원심법원은 피고 병원 의사들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망인의 낙상사고로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하여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환자의 담당의사가 바뀌는 경우 이러한 사실을 잘 전달하여 망인에 대한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였으나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