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하는 자녀가 부끄러운가?]【윤경변호사】
우리 아이들은 모범생도 아니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믿기 어려울 지 몰라도 아이들 대학 성적표를 본 적이 한 단번도 없다.
성적이 좋았다면 아빠에게 성적표를 보여주었을 것 같은데, 보여주지 않은 것을 보면 그다지 성적이 좋았을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은 부모가 모두 서울대 출신이고 전문직 종사자이므로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식 농사가 어찌 뜻대로 되겠는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에는 지각을 하거나 말 없이 학교에 가지 않은 적도 있었고, 대학 다니던 큰아이는 부모와 상의 없이 몰래 휴학을 하기도 했다.
문제 학생이라는 이유로 담임선생님에게서 전화를 받거나 학교로 불려 가기도 했다.
아이들 모두 외고를 나왔고 연․고대에 입학하기는 하였으나, 공부 잘하는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둘 다 공부 빼놓고는 다 잘하는 것 같다.
무사히 졸업한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난 우리 아이들이 공부에만 매달려 잘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우리 세대가 산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무조건 공부를 잘하는 것이 최고인 시대였다.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이 인생의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나 같이 빽 없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놈도 그저 공부만 잘하면 출세할 수 있었다.
그런 시대에 태어난 것이 나로서는 큰 행운이다.
하지만 공부 잘하는 것 외에 아무런 재주가 없는 나 같은 인간은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벌써 도태되어 버렸을 것이다.
지금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변화하는 시대다.
난 더 이상 아이들에게 공부타령하지 않는다.
‘공부 잘하는 놈’보다 ‘공부 빼놓고 다 잘하는 놈’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미쳐야 하고,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야 성공하는 시대다.
자식 걱정을 하기 전에 우리 부모 자신의 삶부터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인생은 너무 길어졌고, 세상은 눈이 핑핑 돌 정도로 급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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